논문을 읽다/진화사

쥐와 비버, 그리고 다람쥐(9)- 역사상 가장 거대한 설치류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4. 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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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류 하면 대부분 몸집이 작은 쥐를 떠올리실 겁니다. 쥐, 다람쥐, 햄스터, 그 외의 수많은 설치류들은 몸집이 다 작은 경향이 있지요. 심지어 가장 크다는 카피바라조차도 전체 포유류 중에서는 그리 거대한 몸집이 아닙니다. 그래서 설치류에 속한 동물들은 많은 동물의 먹이가 됩니다. 설치류는 그에 대한 대항력으로 번식을 많이 하고 빠르게 성장을 한다는 식으로 대응을 하지요.

  그러면 모든 설치류가 다 몸집이 작았을까요? 화석기록을 보면 몸집이 매우 거대한 설치류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몸집이 거대하였던 과거의 설치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이 동물은 지질학적으로 상당히 최근시기인 까지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 살아있는 설치류중 가장 거대한 동물 카피바라.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apybara_portrait.jpg

 

(1) 가장 거대한 설치류

  2008년에는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거대한 설치류의 화석이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우루과이의 70만년 전에서 7만년 사이에 형성된 지층인 산 호세층에서 발견된 호저아목의 한 분류군에 속한 요세포아르티가시아 모네시(Josephoartigasia monesi)라는 설치류입니다. 대략 7백만 년 전 즈음인 플라이스토세 시기에 살았던 이 설치류는 두개골 화석은 크기가 매우 컸습니다. 두개골의 길이가 53cm로 측정되었죠 (오늘날 가장 거대한 설치류인 카피바라의 두개골 길이 평균이 13.79mm 정도로 측정된다고 합니다.).  2015년에 이 동물의 무는 힘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두개골에 남아있는 근육이 부착된 부분의 흔적을 따라서 근육을 재현해서 측정해 본 결과였지요. 이 동물의 무는 힘은 앞니에서 1389N, 어금니에서 4165N의 힘을 낸다고 합니다. 오늘날 사자, 호랑이, 하이에나가 무는 힘이 대략 4450N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상당히 강한 악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강력한 무는 힘으로 단단한 식물 뿌리같은 것을 씹어서 먹을수 있었을 겁니다. 강한 앞니로 땅속 깊은 곳에 파묻힌 것까지 끄집어낼 수 있었을 거고요. 즉, 이 동물의 앞니는 코끼리의 상아와 비슷한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요세포아르티가시아 모네시 (a)와 현대의 파카라나쥐(b). 출처- Rinderknecht and Blanco, (2008).

 

요세포아르티가시아의 두개골.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Josephoartigasia

   두개골이 큰 만큼 이 동물은 몸집 또한 매우 거대하였습니다. 두개골의 길이를 오늘날 살아있는 거대한 설치류인 캐피바라의 비율과 비교하면서 측정된 이 동물의 체중은 대략 1000kg 정도 되었으리라고 측정되었습니다. 오늘날 가장 거대한 설치류인 캐피바라가 60kg이라는걸 생각해보면 몸집이 매우 거대한 동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두개골 길이 외에도 광대뼈, 그리고 앞니를 기준으로 이 동물의 체중이 468kg에서 2586kg이라고 측정하기도 하였습니다. 평균값은 대략 1211kg 정도 되었죠.

 

(2). 체중에 대한 논란

  그런데 이 수치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었습니다. 2008년에 캐나다 생물학자 밀리엔(Millien)박사는 우루과이 연구진이 처음 체중을 측정할 때 비교군으로 사용되었던 캐피바라의 기준치가 신체의 몸 크기를 측정하기에는 부적절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우루과이 연구진은 총 13개체의 캐피바라를 측정의 기준으로 사용되었는데, 밀리엔 박사는 이 수치가 카피바라의 평균 체중치를 기준으로 하기에는 종 숫자가 1종뿐이라 적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기준에 사용된 카피바라의 몸집이 기준으로 하기에는 몸집이 너무 작아(기준이 된 캐피바라의 체중이 대략 19kg 정도였다고 합니다.) 수치가 적절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하였고요. 기준치가 된 카피바라 및 다른 호저아목에 속하는 설치류의 종 숫자를 카피바라뿐 아니라 다른 친척까지 더해서 35종으로 늘리고 그 동물들의 두개골의 길이와 이빨의 치열 비율을 재측정해본 결과, 요세포아르티가시아의 체중의 범위가 272kg에서 1535kg으로 재측정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습니다. 요세포아르티가시아를 처음 보고한 연구에 참여하였던 우루과이 공화국 대학교(Universidad de la República de Uruguay)의 에르네스토 블란코 교수는 밀리엔 박사의 지적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기준치가 된 설치류와 요세포아르티가시아의 사례가 완전히 맞지는 않다는 점으로 반론을 제시하였습니다. 예를 들어서, 밀리엔 박사가 재측정에 활용하였던 설치류중 하나인 파카라나쥐 (Pacarana)같은 경우엔 치열의 길이가 너무 짧아 요세포아르티가시아의 이빨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어렵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이빨과 두개골의 비율을 이용해서 동물의 체중을 측정하였는데, 측정 결과 요세포아르티가시아는 다른 설치류와는 비율에서 차이가 많이 났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죠. 그 외에도 평균값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 범위에서 차이가 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큰 차이는 없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2022년에는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의 러셀 엔겔만(Russell K. Engelman)박사는 요세포아르티가시아의 두개골의 후두골(occipital condyle)의 너비를 기준으로 요세포아르티가시아의 체중을 측정하기도 하였습니다. 후두골이란 두개골의 뒤쪽에서 목뼈와 연결되는 부분에 위치한 뼈로, 머리를 회전할 때 사용합니다. 측정 결과, 요새포아르티가시아의 체중은 480kg에서 500kg 정도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요세포아르티가시아의 후두골. 스케일바 5cm. 출처- Ferrari et al., (2022).

 

  그렇다면 체중에 대해서 왜 저렇게 논쟁이 있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체중이 곧 생물의 신체 크기를 측정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신체의 일부만 보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체중을 이용해서 생물의 전체 크기를 유추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를 통해서 고생태 또한 알아낼 수 있고요.

  정확한 수치가 어찌 되었든 간에 이 동물은 매우 거대한 것이었음은 분명합니다. 오늘날 가장 거대한 설치류의 카피바라조차 두개골 길이가 이 동물의 두개골보다 훨씬 짧은 13.79cm 정도라는걸 생각해보면 말이죠. 재밌게도 카피바라와 요세포아르티가시아 둘 다 호저아목에 속합니다. 오늘날처럼 과거에도 호저의 친척은 설치류 중에선 매우 거대했던듯 합니다.

  지금까지 설치류의 진화사에 대해서 여러 편에 걸쳐서 살펴보았습니다. 공룡이 멸종하고 거의 직후 시기에 등장한 이 동물들은 지금까지 크고 작은 여러 환경 변화에 맞추어서 적응하며 살아왔습니다. 그 다양성도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화하였지요. 쥐처럼 작고 여러 동물의 먹이가 되는 분류부터 햄스터, 다람쥐처럼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보이는 분류, 호저나 비버처럼 거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분류등 여러 방향으로 말이죠. 차후에도 설치류의 진화사에 대해서 또 어떤 연구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phys.org/news/2015-02-giant-rodent-incisors-tusks.html

(Giant rodent used incisors like tusks)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animals/article/120315-crocodiles-bite-force-erickson-science-plos-one-strongest

(Crocodiles Have Strongest Bite Ever Measured, Hands-on Tests Show)

 

https://en.wikipedia.org/wiki/Josephoartigasia

 

Blanco, R. E. (2008). The uncertainties of the largest fossil rodent.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75(1646), 1957-1958.

 

Blanco, R. E., Rinderknecht, A., & Lecuona, G. (2012). The bite force of the largest fossil rodent (Hystricognathi, Caviomorpha, Dinomyidae). Lethaia, 45(2), 157-163.

 

Cox, P. G., Rinderknecht, A., & Blanco, R. E. (2015). Predicting bite force and cranial biomechanics in the largest fossil rodent using finite element analysis. Journal of Anatomy, 226(3), 215-223.

 

Engelman, R. K. (2022). Resizing the largest known extinct rodents (Caviomorpha: Dinomyidae, Neoepiblemidae) using occipital condyle width. Royal Society Open Science, 9(6), 220370.

 

Ferrari, L. C., Pereira, F. M. A. M., Farha, A. H., Oliveira, E. L. R., & Schimming, B. C. (2022). Skull of Capybara (Hydrochoerus hydrochaeris)-Morphometric Parameters. Acta Scientiae Veterinariae, 50.

 

Millien, V. (2008). The largest among the smallest: the body mass of the giant rodent Josephoartigasia monesi.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75(1646), 1953-1955.

 

Rinderknecht, A., & Blanco, R. E. (2008). The largest fossil rodent.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75(1637), 92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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