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편을 통해서 1) 공룡에서 새로 진화하는 분류군과 새는 반월형 모양의 손목뼈를 가지고 있었으며, 2) 새는 수각아목-마니랍토라-펜나랍토라-원시조류(paraves)라는 분류군에서 벨로키랍토르 같은 몇몇 육식공룡과 함께 속하며, 이들의 화석기록은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발견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시조새 역시 여기에 속한 분류군이었죠.
그런데...생각해보면 뭔가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새를 보면 공룡과는 다르게 이빨이 없다거나 하는 소소한 차이점은 여전히 눈에 띕니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듭니다. '공룡과 비슷하게 이빨이 존재하는 새는 없었을까?' 이번에는 공룡시대에 살았던 새들, 그중에서 현재는 멸종한 새들을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 공룡이 살던 시대에 살았던 원시적인 새들
시조새의 발견, 그리고 그 외의 추가적인 화석과 여러 분야의 발견으로 인해서 학자들은 새가 공룡의 한 종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에 많은 새들이 살아있다지만, 이들은 모두 이빨이 없습니다. 그런데 화석기록을 보면 과거 공룡이 살던 시절에 살았던 새 중에는 이빨을 가진 새도 살았던 것으로 뵙니다. 1872년에 미국 예일대학교의 교수였던 오스니엘 찰스 마시 교수는 2종류의 새로운 새화석을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하나는 캔자스에 있는 8천 9백만 년 전에 만들어진 그린혼층(Greenhorn Formation)이라는 석회암층에서 발견된 새입니다. 이 새는 마치 갈매기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차이점이 있다면 이빨이 존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날개는 오늘날 새들과 비슷한 날개구조를 하고 있지만 이빨이 있는 새...마시 교수는 이 새에게 이크티오르니스 디스파르(Ichthyornis dispar)라는 학명을 부여하였습니다.
또 다른 새는 역시 같은 해였던 1872년에 보고되었습니다. 역시 캔자스에서 발견된 이 새는 당시 마시 교수가 학생들을 데리고 화석을 찾던 중에 발견되었지요. 이크티오르니스와 차이점이 있다면 이 새는 날개가 매우 작아 날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빨은 달려있지만 날 수는 없는 새...마시 교수는 이 새에게 헤스페로르니스 레갈리스(Hesperornis regalis)라는 학명을 붙였습니다.
2. 중국에서 발견된 이빨 달린 새들
19세기에 발견된 이후로도 이빨이 달린 새들의 화석은 계속 학계에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중 눈에 띌 정도로 어마어마한 화석이 발견되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이죠. 중국은 세계에서 새 화석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2001년에 중국 북동부의 랴오닝성에 분포된 지우포탕층(Jiufotang Formation)이라는 1억 2천만 년 전 즈음에 만들어진 지층에서 보고된 새에서 이빨이 발견되었습니다. 새의 화석을 연구하였던 중국 과학 아카데미의 장푸청 박사와 연구진은 이 새에게 롱기프테릭스 차오양겐시스(Longipteryx chaoyangensis)라는 학명을 명명하였습니다. 이 새는 턱의 한쪽에 6개의 이빨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2008년에는 지우포탕층에서 새로운 이빨을 가진 새의 화석이 보고되었습니다. 이 새를 연구한 중국 과학아카데미의 주 종해 박사와 연구진은 이 새에게 펜고르니스 호우이(Pengornis houi)라는 학명을 붙였습니다. 이 새는 턱의 측면에 총 13개 정도의 이빨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빨의 크기는 각각 다양하게 나있어서, 이빨이 각각 따로따로 다양하게 성장하는 과정에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2011년에 지우포탕층에서 보고된 새 역시 이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리본과 같은 긴 깃털이 꼬리에 달려있었죠. 이 새를 연구한 중국 선양 국립 대학교의 후동규 박사와 연구진은 이 새에게 보하이오르니스 구오이(Bohaiornis guoi)라는 학명을 붙였습니다. 2014년에는 이 새의 또 다른 표본이 보고되었는데, 이 표본의 경우엔 복부에 돌과 같은 구조물이 발견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2013년에는 지우포탕층에서 술카비스 제오룸(Sulcavis geeorum)이라는 새가 발견되어서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새는 기존에 발견된 다른 이빨이 존재한 새와는 이빨의 구조가 달랐습니다. 이빨에서 혀가 닿는 부분에 에나멜구조가 관측되었던 것입니다. 세로줄 형태의 주름이 존재하였는데, 이 주름은 에나멜로 이루어졌었던 것이죠.
2014년에는 중국 산둥성의 린이대학교의 왕시아오리 교수와 연구진은 에오펜고르니스 마르티니(Eopengornis martini)라는 새 화석을 보고하였습니다. 역시 지우포탕층에서 발견된 이 새는 다른 새와는 달리 약간 가느다란 이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아주 길고 뻣뻣한 꼬리깃을 1쌍 가지고 있었지요.
에오펜고르니스가 보고되고 난 이듬해인 2015년에는 파라펜고르니스 데우리카우다투스(parapengornis eurycaudatus)라는 새가 보고되었습니다. 이 새는 턱 한쪽에 대략 10개 이상의 뾰족하고 약간 휘어있는 이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새 역시 이빨 외에도 아주 길다란 꼬리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17년에는 중국 동북부 내몽골 지역에 분포한 이시안층에서 이빨달린 새 화석이 보고되었습니다. 주노르니스 호우이(Junornis houi)라고 명명된 이 새는 주둥이 앞부분에 4개의 말뚝과 비슷한 모양의 이빨이 있었고, 그 뒤로 6~7개의 이빨이 존재하였습니다.
3. 이빨을 가진 새의 이갈이와 식사
이렇게 이빨이 달린 새들은 이갈이를 어떻게 하였을까요? 19세기부터 발견된 이빨이 달린 새들은 이빨을 지속해서 갈았을 것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즉, 사람처럼 영구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빨이 항상 빠지고 빠지는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는 일반적인 이빨을 가진 모든 동물의 특징입니다. 포유류가 특이하게 영구치란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러면 이 새들은 이빨을 어떻게 갈았을까요? 2021년에 미국 LA 자연사 박물관의 후 윤신 박사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연구진은 브라질에서 발견된 이빨이 달린 새인 롱기프테릭스의 친척의 화석 표본 3개를 조사해서 이빨이 존재한 새들의 이갈이를 조사한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이빨이 달린 새 화석을 CT로 스캔한 뒤에 오늘날 파충류 및 멸종한 파충류들의 이갈이를 비교하였습니다.
파충류의 이갈이에 대해서 총 2가지 가설이 존재합니다. 1962년에 캐나다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의 에드문드 A. 고든 박사는 웨이브 자극 가설을 주장하였습니다. 이 가설은 파충류의 이빨은 주둥이 앞쪽에서부터 뒤쪽으로 이빨이 서서히 자란다는 가설입니다. 즉, 이빨의 성장을 촉지하는 화학작용이나 호르몬이 주둥이 앞쪽에서부터 뒤쪽으로 흐르며, 그에 따라서 이빨이 따라 성장한다는 것이죠. 반면에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의 J.W. 오스본 교수는 억제 구역 가설을 주장하였습니다. 이게 뭐냐면 파충류가 이빨이 처음 성장할 때 주변의 다른 이빨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시가이 지나면서 턱이 커지면서 (파충류는 평생 성장을 합니다.) 이빨이 억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거리와 이빨구멍이 있는 부분의 거리가 멀어지게 되고, 그에 따라 신호가 닿지않는 빈 공간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 빈 공간에서 새로운 이빨이 자라게 된다는 것이 오스본 교수가 주장한 가설입니다.
그러면 이빨 달린 새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요? 사실... 이빨 달린 새의 경우엔 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 화석에서 보이는 이빨을 마이크로 CT로 촬영한 윤신 박사와 연구진은 새의 이빨이 자라날 때 처음에는 대치이, 그러니까 새로운 이빨이 턱의 이빨이 자라나는 구멍에서 혀와 가까운 쪽에서 처음 생긴다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새로 자라나는 이빨은 자라나면서 본래 자라난 이빨의 뿌리를 흡수하면서 점점 혀에서 입술 쪽으로 자라나는 형태를 하다가 완전하게 자라난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특이하게도 이렇게 이빨이 자라고 이갈이 하는 패턴은 공룡보다 악어와 더 비슷하다고 합니다. 즉, 이빨이 있는 새들은 이빨을 가는 패턴이 공룡보다 악어와 더 유사하였다는 것입니다.
2022년에는 이빨 달린 새들의 식성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기도 하였습니다. 홍콩대학교의 케이스 빈센트 밀러 연구원과 중국, 영국의 연구진은 이빨이 달린 새들의 식성을 새의 신체 질량, 발톱의 형태, 위턱과 아래턱의 기능을 토대로 분석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이빨이 달린 새들은 주로 무척추동물을 먹거나 여러 종류의 먹이를 가리지 않고 먹었을 것이라고 보인다고 합니다. 몇몇 새들의 경우엔 맹금류와 비슷한 생활도 하였으리라고 보인다고 하네요.
4. 왜 오늘날에는 이빨을 가진 새가 없을까?
오늘날에는 이빨을 가진 새가 살지 않기 때문에 이빨을 가진 새에 대한 연구는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이빨을 가진 새는 공룡 대멸종 당시에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왜 오늘날에는 이빨을 가진 새가 살지 않는 걸까요? 이는 먹이습성 때문인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히는 이빨이 없는 새에 비해서 먹이를 가리는 경향이 있어 공룡 대멸종 당시에 살아남기 어려웠으리라고 보인다고 합니다. 대멸종 당시 상당수의 생물이 죽으면서 이빨을 가진 새가 불리해졌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빨이 없는 새는 씨앗을 먹으며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씨앗은 매우 생명력이 강해서 수천 년을 살아남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수천년 전에 살았던 식물이 남긴 씨앗이나 경주에서 발굴된 신라시대때 연꽃의 씨앗이 현대에 적절한 환경을 주니까 발아하여 싹을 트는 경우도 있지요.) 이빨이 달린 새는 그렇게까지 하기엔 어려워서 멸종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직 이빨이 달린 새에 대해선 연구할 거리가 아주 많다는 뜻이지요.
공룡 대멸종에서 새가 살아남았던 이유에 대해서 보러 가기
육식공룡처럼 이빨을 가졌던 과거 새들. 그런데 새의 진화사를 보면 이빨 외에도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존재합니다. 바로 꼬리입니다. 오늘날 새들은 공룡과는 달리 꼬리가 매우 짧고 뼈도 융합되어 있습니다. 과연 새의 꼬리에는 또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새의 꼬리 진화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QGR5yOrChMA
https://www.cbc.ca/news/science/dinosaur-like-snouts-grown-on-chicken-embryos-1.3071434
https://www.nbcnews.com/id/wbna50387245
https://en.wikipedia.org/wiki/Ichthyor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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