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들은 새가 공룡의 한 종류라는 이야기는 이제 슬슬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과거엔 멸종하였다고만 알려진 공룡이 사실은 새라는 한 종류가 살아남아서 지금까지 살고 있기에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언뜻보면 전혀 닮은 게 없어보일수도 있지만, 사실 이들은 여러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공룡과 새의 관계에선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공룡과 새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 새가 진화하면서 일어난 손목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새의 손목
새의 날개는 앞다리에서 진화하였습니다. 이 날개를 이루는 뼈는 아주 크게 보면 사람의 뼈와 비슷하지만, 상세히 보면 비행을 위해 차이가 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우선 앞발가락(사람의 손가락)에 해당하는 뼈는 1개로 융합되었습니다. 그리고 손목을 돌리는 손목뼈가 반달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손목뼈 구조는 덕분에 새는 날개를 뒤로 접을수 있습니다. 이 뼈를 반월형 손목뼈(semilunate)라고 합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새의 이런 반달 형태의 손목뼈는 공룡에서부터 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쥐라기공원에서 등장한 벨로키랍토르나 그 모델이 된 데이노니쿠스, 그 외의 여러 육식공룡에서 이런 구조의 손목뼈가 관측되지요. 즉, 새의 날개 구조는 공룡에서부터 서서히 발달한 과정인 것입니다.
2. 공룡과 새의 손목뼈에서 보이는 차이점
위 문단에서 보듯 공룡과 새의 손목에는 반월형 손목뼈가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공룡과 새의 손목뼈에는 공통점 외에도 차이점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우선 손목뼈의 개수가 다른데, 보통의 공룡들은 9개의 손목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육식공룡이 속하는 수각류에서는 이 손목뼈의 숫자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새에 가까워질수록 손목뼈의 숫자가 눈에 띄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이는 손목뼈가 융합되어서 생기는 일이죠. 2개 이상의 뼈가 1개의 뼈로 합해지는 과정을 통해서 뼈의 숫자는 감소하고 대신 뼈 하나하나의 크기가 커졌습니다.
그런데 더 희한한 점은 공룡 중에서 새와 가까운 분류군인 마니랍토라(Maniraptora)라고 하는 분류군에 속하는 공룡의 경우입니다. 마니랍토라라 분류군에 속하지 않는 공룡과 새에게는 공통으로 두상골(pisiform)이라는 손목뼈가 존재합니다. 이 뼈는 어깨에서 손목으로 가는 힘줄이 구부려질 때 사용되는 뼈로, 무릎의 슬개골이 무릎을 구부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처럼 손목이 구부려지는 것을 도와주지요. 이 뼈는 이런 작용으로 네 발로 걸어 다니는 동물은 걸음을 걸을 때, 새의 경우엔 날개짓을 할 때 힘을 조절하고 날갯짓을 잘할 수 있도록 버텨주는 역할을 합니다 (참고로 이 두상골이라는 뼈는 공룡에게만 있는것은 아니고 파충류와 포유류에게도 있는 뼈입니다. 사람에게도 있지요.).
그런데 마니랍토라에 속하는 공룡들은 이 손목뼈가 없습니다. 즉, 두상골은 공룡 중에서 일부 수각류 공룡이 마니랍토라로 진화하면서 사라졌다가 새로 진화한 분류군에서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공룡의 일부가 새로 진화하면서 사라진 뼈가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왜 생긴 것일까요? 이를 알아내기 위해선 새의 배아가 성장하는 과정을 추적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3. 배아의 성장 과정으로 보는 새의 손목뼈의 진화 과정
2014년 9월에 새의 손목뼈의 발달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칠레 산티아고에 위치한 칠레대학교의 성장과 분류학 연구실(Laboratorio de Ontogenia y Filogenia)의 연구원들은 닭과 청둥오리, 티나무-중남미에 서식하는 메추라기와 비슷한 새-(tinamou), 양비둘기, 금화조, 사랑앵무, 댕기물떼새와 이구아나(단 여기서 사용된 이구아나의 알은 우리가 흔히 아는 그린 이구아나가 아니라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 서식하는 화환나무 이구아나입니다.), 카이만 악어의 수정란에 있는 배아의 성장 과정을 조사하였습니다. 손목뼈의 발달과정을 관측한 것이었지요.
관측한 결과 새의 손목뼈의 발달과정은 공룡의 화석에서 보이는 것과 유사하였습니다. 주상골과 중간골이 융합되면서 월주상골을 형성하고, 그보다 바깥쪽에 있는 손목뼈 2개가 융합되면서 손목의 반달형태의 반월형 손목뼈를 형성하였습니다. 마니랍토라에 속하는 공룡에서 관찰되는 것과 같은 모습입니다 (위 문단의 그림을 보시면 이해가 될 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손목뼈 중에서 새에게서 다시 생겨난 두상골입니다. 마니랍토라에선 사라진 두상골을 다시 가지게 된 새. 과연 두상골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다시 생겨난 것일까요? 닭의 배아의 발달과정을 관측한 결과, 아래팔뼈와 손목뼈를 이루는 척골(ulna)와 설상골(ulnare)의 끝부분이 연골에서 발달되면서 생기는 뼈인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나온 연구를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새의 손목에서 사라졌던 뼈가 다시 생긴 것임을 배아 발생을 관찰한 끝에 알게 되었습니다. 사라졌다가 다시 생긴 것도 진화일까요? 맞습니다. 생물학에서 진화는 변화하면서 환경에 적응하고 다양성을 늘리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에 퇴화한 것이 다시 생겨난 것도 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룡과 새는 해부학적으로 여러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새에게서 보이는 뼈가 공룡, 그중에서 새와 가까운 공룡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신기한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Botelho, J. F., Ossa-Fuentes, L., Soto-Acuña, S., Smith-Paredes, D., Nuñez-León, D., Salinas-Saavedra, M., ... & Vargas, A. O. (2014). New developmental evidence clarifies the evolution of wrist bones in the dinosaur–bird transition. PLoS Biology, 12(9), e1001957.
Meadows R (2014) Resolving the Flap over Bird Wrists. PLoS Biol 12(9): e1001958. https://doi.org/10.1371/journal.pbio.100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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