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고생물에 대한 오해 (2)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3. 30. 08:40

이전 글 보러가기

 

(1). 포유류는 공룡 이후에 나타났다?

 제가 예전에 재밌게 본 웹툰 중에서 재난 상황을 그린 웹툰이 있었습니다. 지구에서 산소농도가 갑자기 높아져서 곤충들이 거대해졌고 인간을 사냥하는 내용이 나오는 웹툰이었는데, 정말 잘 그린 웹툰입니다. 그런데, 작중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혹시 공룡이 멸종한 이유가 포유류 때문 아닐까요....포유류가 등장하면서 공룡이 경쟁에서 밀려나서 공룡이 멸종한 거 아닐까요....지금 인간이 거대한 곤충에게 밀려나는 것처럼...' 보통 중생대를 공룡의 시대, 신생대를 포유류의 시대라고 하니 포유류가 공룡 이후에 등장하였다고 하는 오해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면 포유류는 공룡 이후에 나타났을까요? 아닙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포유류는 공룡과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포유류의 조상까지 따져보면, 오히려 공룡보다 더 먼저 지구에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단궁류 (Synapid)라고 하는 분류군에 속하는 동물들입니다. 단궁류란 이전 글에서 이야기하였던 측궁류와 비슷하게 머리에 1쌍의 구멍이 있는 동물들입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측궁류는 머리의 정수리뼈에 구멍이 있지만, 단궁류는 정수리에는 구멍이 없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몇몇 단궁류는 다른 파충류나 동물들과는 다른 구조의 이빨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이빨을 보면 어금니, 송곳니, 앞니로 나누어지지요? 이런 특징은 단궁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단궁류에 속하는 키노그나투스의 두개골. 이들은 오늘날 포유류처럼 송곳니와 어금니를 가지고 있었다. 출처-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1/16/Cynognathus_skull_NHM.jpg

 각설하고, 다시 포유류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단궁류에 속하는 여러 분류군 중에서 포유류도 있었습니다. 포유류는 다른 단궁류와는 달리 1) 이마와 정수리의 발달로 두뇌의 크기 증가, 2) 턱뼈의 구조 변화로 먹이를 씹는 것에 더 유리, 3) 귓속의 내이뼈의 발달로 청각 상승, 4) 이빨을 1번만 교체하고 영구치를 가지는 대신 어금니의 기능 발달, 5) 어금니의 기능 향상을 위한 턱뼈 관절의 발달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특징은 포유류를 포함하는 분류군인 포유형류(Mammaliaformes)에서부터 보이는 특징입니다. 포유형류는 무엇이냐구요? 간단히 말하자면, 단궁류의 한 분류군 중에서 포유류로 진화하는 과정, 그리고 그 진화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보이는 포유류의 특징을 가진 동물들을 포함하는 분류군이 포유형류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단궁류 중에서 포유류, 그리고 포유류로 진화하는 과정의 동물들이 속하는 분류군이죠. 이들은 오늘날 포유류를 제외하면 전부 멸종하였습니다.

 하여튼 그래서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포유류의 화석은 인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인도 북부에 위치한 티키층 (Tiki formation)이라는 2억 3천 7백만 년 전에서 2억 2천 8백만 년 사이의 지층에서 2005년에 가장 오래된 포유류의 화석이 보고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어금니만 발견되어서 정확한 모습을 알기는 어려운 포유류이지요. 이 포유류에게는 티키테리움 코페이(Tikitherium copei)라는 학명이 붙여졌습니다. 어금니만 발견되었지만, 이빨의 형태는 분명 다른 포유류의것과는 달라던 것 덕분에 정식 학명으로 인정될 수 있었죠.

티키테리움 코페이의 이빨화석. 출처- Datta (2005).

 

포유류의 등장이 최소 2억 3천 7백만 년 전이었는데, 이때면 공룡도 슬슬 등장을 시작할 즈음입니다. 즉, 공룡과 퓨유류의 등장은 사실 그리 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던 셈이죠.

 물론 공룡시대 동안 포유류는 지구의 지배자라기보다는 공룡이 지배하지 않은 작은 영역에서 주로 활동하였지만, 그래도 포유류는 나름대로 번성하였습니다. 오늘날 포유류는 알을 낳고 모유가 흐르는 유선이 있으나 유두는 존재하지 않는 단공류(monotremata)-바늘두더지, 오리너구리-, 주머니를 가지고 그 안에서 새끼를 양육하는 후수류(Metatherian) -캥거루, 코알라등-, 어미의 자궁 내에서 태반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는 진수류(Eutherians)-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포유류-, 그리고 오늘날에 멸종한 포유류인 (Eutriconodonta), 다구치류(Multituberculata), 등 여러 포유류들이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절에 출현하였습니다. 이 중에는 공룡과 함께 백악기 말 운석 충돌로 인해 멸종한 존재도 다수 있었지만, 결국 일부 포유류는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이루고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포유류는 공룡 이후에 지구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공룡보다 이전에 나타난 조상인 단궁류의 진화과정 중에서 공룡과 비슷한 시기에 지구에 나타나서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 나름대로 진화를 하면서 여러 분류로 나누어지는 번성을 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티라노사우루스는 큰 소리로 울었을까?

 영화 쥐라기공원을 보신 분들이라면 새를 제외한 공룡이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주인공들을 공격하려는 벨로키랍토르를 티라노사우루스가 멋지게 낚아채서 죽이고 멋지게 포효하는 장면이지요. 이 장면 하나로 안 그래도 인기가 있던 티라노사우루스는 공룡계의 최고 인기 스타로 등극하게 됩니다.

쥐라기공원 1편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멋지게 포효하는 장면. 출처- https://www.cbr.com/jurassic-park-franchise-made-t-rex-hero/

 그러면 티라노사우루스는 실제로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멋지게 포효하였을까요? 음...100% 확실한 답을 할 수는 없지만,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새는 어떻게 소리를 내서 우는 걸까요? 새에게는 울대 (syrinx)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이 기관은 호흡을 할 때 공기가 들어가는 관인 기관 (trachea)의 맨 아랫부분에 있는데, 공기가 들어가면 울대의 벽에서 진동이 일어나서 소리를 내는 원리이지요. 성대와 차이점이 있다면, 성대는 기관의 윗부분인 후두에 있지만, 울대는 기관의 아랫부분에 있습니다. 소리로 소통을 하는 다른 척추동물이 기관의 윗부분에서 후두를 발달시키는 과정을 거칠 때, 새는 기관의 아래쪽에서 울대를 발달시킨 것이죠. 기관은 위아래가 뒤집어진 Y자 형태를 하고 있는데, 새의 경우는 Y자로 갈라지는 부분에서 울대가 발달해있습니다. 새가 허파를 통해서 공기를 내뿜을 때 울대를 조절해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죠. 새가 고음의 소리를 아주 길게 낼 수 있는 것은 발성 기관이 이렇게 많은 공기를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조류의 호흡기관과 울대.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vian_respiratory_and_vocal_anatomy.png

 

 울대의 기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울대는 새만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다른 공룡 및 오늘날 새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악어에서도 보이지를 않는 기관이지요. 울대의 기원에 대한 미국, 중국, 영국의 공동 연구진이 2019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소리로 소통을 하는 동물은 양서류, 포유류, 파충류(악어, 거북 등)등 여럿이 있지만, 울대는 새만 가진 독특한 특징이며, 그 기원을 아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새의 진화과정 중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합니다. 새의 배아 발달 과정을 분석한 결과, 새의 울대를 이루는 연골은 본래 다른 동물들의 후두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다가 근육과 연부조직의 발달을 통해서 울대라는 독자적인 구조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즉, 새가 울음소리를 낼 때 사용하는 울대는 새만의 특징이며, 사람이 말할 때 사용하거나 사자가 포효할 때 사용하는 성대와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구조라는 것이죠.

 새는 언제부터 이 울대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아쉽게도 울대의 화석기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울대 화석은 공룡시대 이후 시기에 살았던 새들에게서만 발견되었죠.

 그런데 2016년에 남극에서 발견된 공룡시대 말기에 살았던 새의 화석에서 울대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베가비스 이아아이(Vegavis iaai)라고 이름 붙여진 이 새는 6천 8백만 년 전 즈음에 살았던 새입니다. 이 새의 울대의 형태는 좌우 비대칭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오늘날 오리에게서 보이는 특징입니다. 특히 암컷 오리에게서 보이는 특징이지요.

 

베가비스 이아아이( Vegavis iaai )의 복원도. 출처- http://www.sci-news.com/paleontology/vegavis-iaai-vocal-organ-mesozoic-bird-04274.html

 

 다만 아쉽게도 베가비스는 분류상으로 보면 오늘날 새가 속하는 조류 (Ave)에 속하기에 베가비스에서 울대가 발견되었다고 티라노사우루스도 그랬으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분류학적으로 보면 베가비스, 그리고 다른 새들은 티라노사우루스와는 거리가 좀 있기 때문에, 티라노사우루스에게도 울대가 있었으리라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 울대는 매우 섬세하고 부드러운 조직이기 때문에 화석으로 보존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죠. 게다가 악어에게도 발견되지 않고 오직 새에게만 발견되는 기관인만큼, 공룡에게 울대가 있었다는 것은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에는 아마 없었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학계에선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베가비스 이아아이의 울대. 출처- Clarke et al (2016).

 

 그러면 공룡은 어떤 소리를 내었던 걸까요? 고생물의 소리에 대해서 다룬 한 연구에서는 공룡이 내는 소리는 주로 파충류처럼 쉿쉿하는 소리를 내거나 아니면 오늘날 새 중에서 날개를 부딪치거나 땅을 밟으면서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공룡 역시 비슷하게 날개가 있는 경우엔 날개를 부딪치거나, 아니면 꼬리를 휘둘러서 (디플로도쿠스과처럼 목이 긴 공룡의 경우엔 꼬리를 채찍처럼 아주 빠르게 휘두를 수 있다고 합니다)소리를 내었을 것이라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초식공룡 중에서 머리에 볏과 비슷한 구조물을 가진 람베오사우루스아과(Lambeosaurinae)에 속하는 공룡들의 경우엔 볏 내부에 공기가 통하는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나팔과 비슷한 아주 큰 울음소리를 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용도 외에도 화려한 색깔을 가지고 있어 시각으로 의사소통을 하였을 거란 견해도 존재합니다.).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람베오사우루스아과에 속하는 공룡 파라사우롤로푸스. 이 공룡의 머리에 난 장식은 공기가 통하며 이를 통해서 나팔과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었을 것이다.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FMNH_Parasaurolophus_fossil.jpg

 결론을 내리자면, 티라노사우루스는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큰 소리로 울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으며, 그보다는 악어와 비슷하게 울었을 것이라고 판단되고 있습니다.

 

중국 악어의 울음소리. 티라노사우루스도 이런 식으로 소리를 내었을까?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XkW7-KpOQLA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iki_Formation

 

https://www.wikiwand.com/en/Syrinx_(bird_anatomy) 

 

https://www.rd.com/article/t-rex-real-sound/

 

Clarke, J. A., Chatterjee, S., Li, Z., Riede, T., Agnolin, F., Goller, F., ... & Novas, F. E. (2016). Fossil evidence of the avian vocal organ from the Mesozoic. Nature, 538(7626), 502-505.

 

Datta, P. M. (2005). Earliest mammal with transversely expanded upper molar from the Late Triassic (Carnian) Tiki Formation, South Rewa Gondwana Basin, India.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25(1), 200-207.

 

Kingsley, E. P., Eliason, C. M., Riede, T., Li, Z., Hiscock, T. W., Farnsworth, M., ... & Clarke, J. A. (2018). Identity and novelty in the avian syrinx.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5(41), 10209-10217.

 

Senter, P. (2008). Voices of the past: a review of Paleozoic and Mesozoic animal sounds.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