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육지에서 사는 거대한 도마뱀의 과거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3. 1. 08:16

 도마뱀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징그럽다, 작다, 귀엽다, 이구아나....그외에 여러 이미지가 떠오르실 겁니다. 도마뱀은 2억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구상에서 살아온 파충류입니다. 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지구를 활보하였던 것이죠.

 보통 도마뱀들은 몸집이 매우 작습니다. 작고 재빠르게 움직이지요. 화석기록을 보면 오늘날 우리와 사는 도마뱀뿐 아니라 과거에 살았던 도마뱀들도 상당수가 몸집이 매우 작았던 듯 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몇몇 도마뱀들은 몸집이 매우 거대하게 자라났습니다. 그중에는 2014년에 개봉한 영화 쥐라기월드에서 등장한 모사사우루스가 있습니다. 거대한 몸집으로 상어와 익룡을 잡아먹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죠. 보통 공룡으로 오해를 많이 받지만 사실 이들은 도마뱀의 한 종류이며, 역사상 지구에서 살았던 가장 거대한 도마뱀입니다.

 하지만 저 거대한 도마뱀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지금은 다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번 글의 주인공은 바로 왕도마뱀, 영어로 모니터 (Monitor)라고 하는 도마뱀입니다. 모사사우루스가 바다에서 사는 가장 거대한 도마뱀이라면, 왕도마뱀은 육지에서 사는 거대한 도마뱀입니다 (물론 그중엔 댐피어반도왕도마뱀처럼 조그마한 종류도 있습니다. 이 도마뱀은 다 커봐야 20cm 즈음의 크기밖에 안 됩니다.). 대부분의 독자분들이 도마뱀은 잘 몰라도 인도네시아의 코모도 제도에서 사는 코모도왕도마뱀이라는 도마뱀은 아마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코모도왕도마뱀이 바로 대표적인 왕도마뱀중 하나입니다. 코모도왕도마뱀뿐 아니라 물왕도마뱀등 많은 1m를 넘는 몸길이의 거대한 도마뱀들이 현재 지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왕도마뱀과 (Varanidae)에 속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왕도마뱀과 그 친척의 화석기록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오늘날 살아있는 가장 거대한 도마뱀인 코모도왕도마뱀.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왕도마뱀일것이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Komodo_dragon

 

(1). 왕도마뱀과 그 친척의 화석기록

 분류학적으로 보면 왕도마뱀은 왕도마뱀과(varanidae)에 속합니다. 왕도마뱀과는 독도마뱀과((Helodermatidae), 귀머거리도마뱀과(Lanthanotidae), 그리고 모사사우루스과(Mosasauridae)등과 함께 왕도마뱀상과 (Varanoidea)에 속합니다. 이 거대한 도마뱀들은 오늘날에는 아프리카, 호주, 동남아시아에서 서식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화석기록과 분자배열 연구를 살펴보면, 왕도마뱀의 옛 친척들은 북반구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화석은 중국, 몽골, 심지어 멕시코와 미국에서 발견이 되었습니다. 즉, 오늘날 살아있는 후손들과는 달리 조상들은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이주하였던 것이죠. 이들은 공룡시대 마지막 시기인 백악기 시기에 지구상에 나타났습니다. 가장 오래전에 살았던 왕도마뱀상과는 스페인에서 발견된 1억 3천만 년 전에 살았던 아르카노사우루스 이베리쿠스 (Arcanosaurus ibericus)라는 도마뱀으로, 이 도마뱀은 육지에서 살았던 가장 오래된 왕도마뱀상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아르카노사우루스 이베리쿠스의 복원도. 출처- http://novataxa.blogspot.com/2013/03/arcanosaurus-ibericus.html

 

 백악기 말기였던 7천만 년 전에 모로코와 시리아에서는 바다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왕도마뱀의 친척인 파키바라누스 (Pachyvaranus)가 살기도 하였습니다. 이 도마뱀은 1) 발견된 지층이 얕은 바다에서 만들어진 지층이라는 점, 2) 갈비뼈와 척추뼈의 두께가 두꺼워지면서 골밀도가 매우 높다는 점 (이런 특징은 해양생활을 하는 동물에서 보이는 특징으로, 후골경화증 (Pachyosteosclerosis)이라고 합니다.)을 근거로 이 도마뱀은 얕은 바다에서 서식하는 해양 도마뱀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왕도마뱀이 속하는 왕도마뱀과는 언제 나타났을까요? 이들은 아시아에서 화석기록이 주로 발견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보고된 사례는 1943년에 보고된 내몽골에서 발견된 텔마사우루스 그란게리 (Telmasaurus grangeri)였습니다. 이 도마뱀은 대략 8천 3백만 년 전에 살았던 도마뱀으로, 당시 미국의 국립 자연사 박물관 소속의 찰스 길모어 박사가 연구 끝에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텔마사우루스의 모습. 출처- Gilmore (1943).

 텔마사우루스 이외에도 몽골에서는 아이오로사우루스 오리엔스(Aiolosaurus oriens), 케르미노투스 롱기프론스(Cherminotus longifrons), 오부 구르벨(Ovoo gurvel)등이 보고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공룡과 함께 공존하였던 원시적인 왕도마뱀이었죠.

 공룡시대 이후에도 왕도마뱀과의 화석은 주로 아시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보고된 사례는 2022년 2월에 보고되었습니다. 중국 후베이성 단장커우시에서 발견된 아르카에오바라누스 리 (Archaeovaranus lii)라는 도마뱀입니다. 2008년에 화석이 발견된 이 도마뱀은 신생대 에오세 시기인 5천 6백만 년 전에서 5천 2백만 년 전 사이에 살았던 1m 정도 크기의 도마뱀이었지요. 이 도마뱀은 공룡시대 이후에 나타난 왕도마뱀과중에서 가장 오래된 종류입니다. 

 

아르카에오바라누스의 화석. 출처- https://www.eurekalert.org/multimedia/818586

 

 이 도마뱀은  후대에 나타난 왕도마뱀의 친척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오늘날 왕도마뱀과에 속하는 도마뱀들은 앞다리와 뒷다리의 길이가 생태에 따라 길이가 다릅니다. 그 반면에, 아르카에오바라누스는 특이하게도 앞다리와  뒷다리의 길이가 비슷하였습니다. 따라서 아르카에오바라누스는 다른 왕도마뱀과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리의 길이에 따라 움직이는 속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죠. 두 번째 차이점은 눈뼈와 코의 신경이 두뇌로 들어가는 통로인 아체판 구멍 (subolfactory canal)이라는 구조가 다른 왕도마뱀과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뭔가 굉장히 복잡해 보이는데,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이렇습니다. 보통의 왕도마뱀과는 눈뼈에서 아체판 구멍이 지나가는 부분이 단단히 융합되어 있습니다. 서로 쌍으로 이루어진 뼈와 뼈의 중간 부분이 단단히 융합되어 있죠. 그 반면에 아르카에오바라누스는 이 뼈가 후대의 왕도마뱀과 보다는 훨씬 덜 융합되어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차이는 아르카에오바라누스가 후대의 왕도마뱀과보다 좀 더 원시적인 형태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하지요. 간단하게 말해서, 오늘날 왕도마뱀보다 좀 더 원시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르카에오바누스는 왕도마뱀과 그 친척이 동아시아에서 기원하였다는 근거가 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원시적인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왕도마뱀과인 것이죠.

 

(2). 아시아를 넘어 타 대륙으로 진출

  그러면 왕도마뱀과의 화석은 아시아에서만 화석이 발견되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북미에서는 공룡시대 이후의 가장 오래된, 대략 6천 3백만 년 전 즈음에 살았던 왕도마뱀과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사니와(Saniwa)라고 하는 도마뱀으로, 이 도마뱀은 한참 이후인 3천 3백만 년 전까지 화석기록이 북미와 유럽에서 보고되었습니다. 1870년에 처음 보고된 이 도마뱀은 본래 10종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았으나, 현재는 단 4종만 인정되고 있습니다. 사니와가 살던 무렵 다른 왕도마뱀과의 화석은 이집트와 캐나다, 포루투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화석들은 파편으로만 발견되어 정확한 종류는 알기 어렵습니다.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사니와 엔시덴스 (Saniwa ensidens)의 모습.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aniwa

 

왕도마뱀과의 화석기록. 출처- Dong et al., (2022).

 그렇다면 왕도마뱀과중에서 왕도마뱀은 어디에서 모습을 처음 드러낸 것일까요?

 

(3). 오늘날 왕도마뱀의 화석기록

 오늘날 왕도마뱀 (Varanus)의 기원에 대해서 아시아에서 기원하였다는 주장, 아프리카에서 기원하였다는 주장, 곤드와나 즉, 남반구에서 기원하였다는 주장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도 논쟁의 대상입니다만, 화석기록만으로 보면 왕도마뱀은 정말 다양한 지역에서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화석기록은 카자흐스탄에서 2천 3백만 년 즈음에 살았던 왕도마뱀의 화석입니다. 아쉽게도 이 도마뱀은 왕도마뱀인것은 분명하나, 정확한 종은 알수 없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기 헝가리와 스페인에서는 오늘날에는 멸종한 왕도마뱀인 바라누스 호프마니 (Varanus hoffmanni)가 살기도 하였죠. 유럽에서는 그 외에도 독일, 이탈리아, 포루투갈, 스페인, 그리스 등에서 왕도마뱀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2천만 년 전에 살았던 바라누스 루신겐시스(Varanus rusingensis)가 보고되기도 하였고, 그 이후에 살았던 왕도마뱀이 화석은 이집트, 우간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에리트레아 등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에서 1천 1백만 년 전에 살았던 왕도마뱀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고, 중국에서는 2천만 년 전, 러시아에서는 7백만 년 전에 살았던 왕도마뱀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2백만 년 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오늘날 코모도왕도마뱀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재밌는 점은 대략 빙하기 시기에서 빙하기가  끝나갈 무렵에까지 왕도마뱀은 그리스에서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화석기록이 관측되었기 때문이죠. 오늘날에는 왕도마뱀이 유럽에서는 살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보면, 왕도마뱀의 분포는 최근까지 매우 넓었던 모양입니다.

 

(4). 가장 거대한 왕도마뱀

 오늘날 가장 거대한 도마뱀 하면 인도네시아의 코모도 제도에서 서식하는 코모도왕도마뱀을 떠올리실 겁니다. 이 멋진 거대한 도마뱀은 독을 가진 매우 강력한 포식자입니다 (한때는 침 속에 박테리아가 매우 치명적이여서 한번 물리면 세균 감염이 일어나서 죽게 된다고 여겨져 왔는데, 알고 보니 이들의 턱에 독을 분비하는 독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먹이인 사슴이나 염소, 물소를 사냥하며,심지어 가끔씩 일어나는 일이지만 사람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화석기록을 보면 이 코모도왕도마뱀보다 더 거대한 도마뱀이 과거에 살았었던 기록이 있습니다. 바라누스 프리스카 (Varanus prisca),다른 말로 메갈라니아라고 하는 호주에서 살았던 왕도마뱀입니다. 이 도마뱀은 상당히 최근 시기에 살았는데, 호주에 사람이 처음 정착할 때, 그러니까 호주 원주민이 호주에 처음 정착하였을 때까지 살아있었습니다. 이들은 호주에서 대형 동물들이 대규모로 멸종하던 시기에 멸종하였습니다. 인간의 사냥, 혹은 기후의 변화등 여러 이유가 제기되었지만 정확한 건 아직 알수 없습니다. 간혹 이 메갈라니아가 지금도 살아있다는 목격담이 있지만, 사실 신빙성은 없는 편입니다.

 

미국 멜버른 박물관의 메갈라니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egalania
메갈라니아와 다른 도마뱀의 크기비교. 1: 코모도왕도마뱀, 2: 페렌티에 (호주에서 서식하는 왕도마뱀), 3A,B:메갈라니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egalania

 

(5). 오늘날의 왕도마뱀

 왕도마뱀은 오늘날 총 63종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파충류는 지능이 낮다는 보통의 편견과는 달리 지능이 높습니다. 미국 샌디에고 동물원에서 하얀목 모니터 (white-throated monitor, 학명은 Varanus albigularis)라는 왕도마뱀으로 한가지 실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 개의 방을 만들어놓고 각각 방에 도마뱀의 먹이인 달팽이를 4마리씩 넣어놨지요. 그리고 도마뱀이 달팽이를 다 먹으면 다음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는 실험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 개의 방에 있는 달팽이를 한 마리 빼놓자, 그 방에 들어간 도마뱀이 다른 행동을 보였습니다. 달팽이 3마리를 먹고 난 다음에 다음 방문이 열려있는데도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보았습니다. 사라지 4번째 달팽이를 찾는 것이었죠. 실험 결과 왕도마뱀은 숫자 6까지 셀 수 있으며, 그 이상은 '많은 것'으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애완동물로 사육하는 개체인 경우 강아지처럼 주인을 알아보기도 한다고 합니다. 

 

흰목 모니터의 모습.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White-throated_Monitor_Lizard_(Varanus_albigularis)_(17289998691).jpg

 

 왕도마뱀은 매우 멋진 동물입니다. 그런데 그중에는 코모도왕도마뱀처럼 멸종 위기에 처한 종도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태국에서 사는 모든 왕도마뱀은 보호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멸종 위기에 처한 이유는 바로 기후 위기 때문이지요. 이들이 앞으로도 지구에서 평화롭게 살기를 바랍니다.

 

연구 및 참고 자료-

 

https://animaldiversity.org/accounts/Varanus/classification/

 

https://www.monsterfishkeepers.com/forums/threads/monitors-counting.18972/

 

Brennan, I. G., Lemmon, A. R., Lemmon, E. M., Portik, D. M., Weijola, V., Welton, L., ... & Keogh, J. S. (2021). Phylogenomics of monitor lizards and the role of competition in dictating body size disparity. Systematic Biology, 70(1), 120-132.

 

Dong, L., Wang, Y. Q., Zhao, Q., Vasilyan, D., Wang, Y., & Evans, S. E. (2022). A new stem-varanid lizard (Reptilia, Squamata) from the early Eocene of China.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377(1847), 20210041.

 

Gilmore, C. W. (1943). Fossil lizards of Mongolia. Bulletin of the AMNH; v. 81, article 4.

 

Houssaye, A., Bardet, N., Rage, J. C., Suberbiola, X. P., Bouya, B., Amaghzaz, M., & Amalik, M. (2011). A review of Pachyvaranus crassispondylus Arambourg, 1952, a pachyostotic marine squamate from the latest Cretaceous phosphates of Morocco and Syria. Geological Magazine, 148(2), 237-249.

 

Houssaye, A., Rage, J. C., Fernández-Baldor, F. T., Huerta, P., Bardet, N., & Suberbiola, X. P. (2013). A new varanoid squamate from the Early Cretaceous (Barremian–Aptian) of Burgos, Spain. Cretaceous Research, 41, 127-135.

 

Vidal, N., Marin, J., Sassi, J., Battistuzzi, F. U., Donnellan, S., Fitch, A. J., ... & Hedges, S. B. (2012). Molecular evidence for an Asian origin of monitor lizards followed by Tertiary dispersals to Africa and Australasia. Biology Letters, 8(5), 85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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