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고생물에 대한 오해 (1)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3. 25. 06:40

(1). 공룡시대에 산소 농도가 높았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이런 댓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공룡시대에는 산소 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았다. 그런데 그 산소농도가 공룡시대 말기에 가서 감소하였기 때문에 공룡이 호흡이 어려워져서 멸종하였다.'. 모 웹툰에서도 쥐라기공원이 불가능한 이유 중에 '공룡 시대엔 산소 농도가 지금보다 높아서 공룡들이 지금 시대에서는 생존이 어려웠다!'. 이 말은 과연 사실일까요? 아닙니다. 과거 지구의 산소농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룡시대 당시 산소농도는 오히려 지금보다 낮았다고 합니다. 

 과거의 산소농도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요? 산소의 농도는 변화하였지만 과거 산소의 흔적이 남은 암석을 분석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산소의 작용으로 붉게 산화된 산화철을 화학적으로 분석하는 식으로 말이죠.

호주에서 산출된 산화철. 출처-https://www.lakeneosho.org/More7.html

 그러면 공룡시대의 산소농도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공룡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산소농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사실 대중들이 흔히 생각하는 '산소 농도가 높은 과거 시대'는 보통 이 시대를 뜻합니다. 이 시기는 석탄기 (3억 5천 8백만 년 전 ~ 2억 9천 8백만 년 사이), 페름기 (2억 9천 8백만 년 전 ~ 2억 5천만 년 전 사이)입니다. 석탄기에 들어서서 식물이 육상으로 진출한 후에 울창해진 산림으로 인해 산소 농도는 매우 높아졌습니다. 거대한 곤충이 나타났던 시절도 바로 이 시절 이야기이죠. 높은 산소농도 덕분에 절지동물들은 거대해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중력이 있기 때문에 영화나 만화에서 보이는것 마냥 사람을 잡고 가볍게 날아오를 수준으로 거대해지진 못했지만요.

시기에 따른 산소 농도의 변화. 출처-Kutschera and Niklas (2013).
석탄기 시기에 살았던 거대 잠자리류 메가네우라 (Meganeura)와 인간의 크기 비교.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eganeura-size.jpg

 

 이 산소 농도는 페름기말 대멸종, 그러니까 지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멸종이 있었던 시기를 거치면서 확 낮아졌습니다. 페름기 말 대멸종의 원인으로 알려진 이 멸종은 시베리아에 있는 시베리아 트랩이 폭발하면서 일어난 멸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아주 큰 규모의 화산이 폭팔하면서 대멸종이 일어나면서 바다에서 광합성을 하는 규조류등 식물성 플랑크톤과  육지 식물의 대량 멸종 및 폭팔과 함께 대량의 이산화탄소 유출로 인해서 지구의 산소농도는 매우 크게 낮아졌습니다. 이렇게 낮아진 산소농도는 공룡시대의 거의 상당수 시기동안 낮은 상태였다가 공룡시대 마지막 시기인 백악기 시기에 접어들면서 다시 상승하였습니다. 공룡 대멸종이 일어날 시기 즈음에 다달아서야 현대보다 살짝 더 높아졌었지요.  이 수치는 공룡 대멸종 이후로 다시 약간 감소하여 현재와 비슷해졌습니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공룡이 살던 시기의 산소 농도는 공룡시대 말기를 제외하면 오늘날보다 높지 않으며 오히려 더 낮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베리아 트랩의 범위. 저 범위가 화산이 폭발한 흔적으로, 용암과 화산재가 날아간 범위를 표시한 것이다.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8B%9C%EB%B2%A0%EB%A6%AC%EC%95%84_%ED%8A%B8%EB%9E%A9

 

(2). 어룡, 수장룡도 공룡이었다?

 공룡이 살던 시절, 바다는 공룡이 살지 않는 지역이었습니다. 대신 바다에는 여러 종류의 해양파충류가 서식하였지요. 공룡이 살던 중생대는 영화 쥐라기월드에서 등장하였던 모사사우루스나 목이 길었던 수장룡, 돌고래와 비슷하게 생긴 어룡 등 여러 파충류가 바다속을 활보하였던 시대입니다. 그런데 공룡시대에 살았던 거대 파충류라는 것 때문인지 이들은 자주 공룡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연 이들은 공룡이 맞을까요? 아닙니다. 이들은 공룡에 속한 적도 없었고 속하지도 않습니다. 특히 모사사우루스의 경우에는 도마뱀의 한 종류에 속하지요. 

 

도마뱀의 한 종류에 속하는 모사사우루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osasaur

 

  그러면 모사사우루스를 제외한 목이 긴 수장룡, 돌고래를 닮은 어룡..이들은 정확히 어디에 속하는 걸까요? 본래 이들은 측궁류라고 하는 분류군에 속하였습니다. 측궁류는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 사용되던 분류군입니다. 이들은 머리의 정수리에 1쌍의 구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측두창이라고 하는 이 구멍은 위치나 숫자에 따라서 파충류를 4개의 분류군으로 나누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다만 현재 이 분류군은 공룡과 악어, 도마뱀, 뱀이 속하는 이궁류에 속합니다. 즉, 측궁류=> 이궁류의 한 분류군이죠.

이궁류란 무엇인가 보러 가기

 

수장룡 자라파사우라 오케아니스 (Zarafasaura oceanis)의 두개골. 화살표가 표시한 부분이 측두창이다.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Zarafasaura_oceanis.jpg

 자 그러면 똑같은 이궁류이니 해양파충류들은 공룡에 속할까요? 아닙니다. 공룡은 이궁류 내에서도 하나의 잔 가지 즉, 하나의 분류군에 속합니다. 공룡상목 (Dinosauria)이라는 분류군에 속해야만 공룡이라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즉, 공룡이라고 인정되려면 크게 파충류->이궁류->지배파충류->공룡상목에 속해야 공룡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 해양파충류는 어디에 속하냐고요? 돌고래와 비슷한 어룡은 이궁류 내에서 어룡상목 (Ichthyosauria)이라는 분류군에 속합니다. 목이 길거나 머리가 컸던 수장룡은 기룡류 (Sauropterygia)라는 분류군에 속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들은 공룡이나 악어, 익룡과는 달리 지배파충류에 속하지 않습니다. 즉, 공룡이랑 거리가 있는 사이라는 것이죠. 특히나 공룡과 똑같이 지배파충류에 속하는 익룡에 비교하면 더더욱 거리가 먼 사이인 셈이죠. 그렇다고 지배파충류가 아닌 인룡류라고 하는 도마뱀이랑 크게 가까운 사이도 아닌듯 합니다. 어느 쪽이랑 가까운가는 아직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파충류들인 것이죠. 한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은 공룡과는 거리가 있는 파충류들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iapsid

 

https://en.wikipedia.org/wiki/Ichthyopterygia

 

https://en.wikipedia.org/wiki/Sauropterygia

 

Gale, J., Rachmilevitch, S., Reuveni, J., & Volokita, M. (2001). The high oxygen atmosphere toward the end‐Cretaceous; a possible contributing factor to the K/T boundary extinctions and to the emergence of C4 species. Journal of experimental botany, 52(357), 801-809.

 

Kutschera, U., & Niklas, K. J. (2013). Metabolic scaling theory in plant biology and the three oxygen paradoxa of aerobic life. Theory in Biosciences, 132(4), 27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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