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공룡을 잡아먹었던 과거 생물들-공룡이라고 무조건 킹왕짱은 아니었어!-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2. 18. 07:07

 과거 공룡이 살던 시대, 이 시대의 자연에는 어마어마한 종류의 공룡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 많은 공룡이 육식성이었죠. 육식성이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아시다시피 고기 즉,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식성을 뜻합니다. 티라노사우루스, 벨로키랍토르 등등 많은 육식공룡이 과거에 살았음을 우리는 화석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이 남긴 흔적 중에는 다른 공룡을 잡아먹었던 흔적도 있었죠.

 그런데 공룡 시대에는 공룡만 살지는 않았습니다. 악어, 도마뱀, 포유류등...다른 동물들과 수많은 곤충들이 있었죠. 육식공룡들의 식단에는 이런 동물들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반대로 다른 동물들이 공룡을 먹은 사례 또한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다른 동물이 공룡을 먹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 공룡을 먹은.... 포유류?!

 제가 어릴적 에만 해도 공룡 시대의 포유류들은 매우 작고 미미해서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눈에 띄는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나온 책들이 대부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실제로 공룡시대 당시에 살았던 포유류들은 대부분 몸 크기가 작고 작은, 오늘날로 치면 거의 쥐와 비슷한 크기의 동물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러니 아마 많은 포유류가 공룡의 먹이가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중에는 간혹 그 반대로 공룡을 잡아먹었던 포유류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05년에 2월에 중국 고인류 고척추동물 재단의 후 랴오밍 박사와 연구진은  중국 동북부에 위치한 1억 2천 5백만 년 전 즈음 시기의 지층인 이시안층 (Yixian formation)에서 발견된 새로운 포유류 화석을 보고하였습니다. 전신이 매우 온전하게 보존됀 포유류 화석이었죠. 화석을 연구하였던 연구진은 이 특이한 포유류가 2001년에 중국 랴오닝성 서쪽에서 보고되었던 포유류 레페노마무스의 한 종류라고 결론 내리고 레페노마무스 기간티쿠스 (Repenomamus giganticus)라고 명명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포유류는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이 포유류는 몸집이 매우 컸습니다. 공룡이 살던 시기의 대부분의 포유류와는 달리 이 포유류는 몸집이 1m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거대하였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이 포유류는 뱃속에 먹이가 남아있는 채로 화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먹이는...공룡 프시타코사우루스였습니다. 정확히는 어린 프시타코사우루스였지요. 즉, 포유류가 공룡을 잡아먹었던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서 과거 공룡의 시대 당시 포유류 중 일부는 공룡과 경쟁을 하기도 하였을 것이라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포유류는 공룡의 시대 당시에는 너무 작고 미미해서 생태계에 별 영향을 못 미쳤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었다고 볼 수 있지요.

레페노마무스 기간티쿠스 ( Repenomamus giganticus)의 화석. 빨간색-공룡의 뒷다리뼈, 파란색-공룡의 앞다리뼈, 초록새-공룡의 발가락뼈, 보라색-공룡의 이빨. 출처- Hu et al., (2005).
중국 고동물 박물관(Paleozoological museum)에 전시되어있는 레페노마무스 기간티쿠스의 화석.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Repenomamus 

 

 

레페노마무스의 복원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Repenomamus

 

(2). 악어야 너도?!

 오늘날 살아있는 동물 중에서 공룡과 가장 가까운 친척은 무엇일까요? 바로 악어입니다 (새는 공룡 그 자체이니 제외합니다.). 악어와 공룡은 같은 지배파충류라는 분류군에 속하는 아주 가까운 관계이지요. 그런데 어차피 가까운 친척이라도 생태계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서로 잡아먹기도 하였습니다. 

 과거 공룡이 살았던 당시에는 악어, 그리고 악어에 매우 가까운 친척 중에서 매우 거대하였던 동물들이 많았습니다. 북미대륙에서 살았던 데이노수쿠스, 악어와 매우 가까운 친척인 사르코수쿠스 등등...오늘날 악어조차 한 수 접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악어들이 많이 살았었던 시대가 공룡의 시대입니다.

 

미국 블랙힐스 재단 (Blck Hills Institute)에 전시되어 있는 데이노수쿠스 (좌), 현대 앨리게이터 악어(중), 사르코수쿠스 (우). 출처- 직접 촬영.

 이렇게 거대한 크기인 만큼 이 악어와 악어의 친척들은 물가에 살면서 때때로 물을 마시러 오는 공룡을 잡아먹기도 하였을 겁니다. 데이노수쿠스의 경우에는 비록 주식이 공룡이 아니라 거북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굶주린 상황에서 공룡을 놔두지는 않았을 겁니다. 2009년에 보고된 어느 초식공룡의 꼬리뼈에서 데이노수쿠스의 이빨 자국이 발견된 것이 그 근거라 할 수 있지요.

 

 

거북을 잡아먹는 데이노수쿠스. 출처- Schwimmer (2010).
초식공룡의 꼬리뼈에서 발견된 데이노수쿠스의 이빨자국. 스케일바 10cm. 출처- Rivera-Sylva et al., (2009).

 최근에는 복부에서 잡아먹은 공룡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악어의 화석이 학계에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호주 뉴잉글랜드 대학교와  호주 공룡시대 자연사 박물관, 호주 원자력 과학 및 기술 조직과 미국 버클리 대학교의 연구진은 호주 퀸즐래드주 동북부에 위치한 윈톤층(Winton formation)이라는 9천 3백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된 몸길이 대략 2.5m 즈음의 악어 화석을 2022년 2월 11일에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이 악어에 콘프락토수쿠스 사우로크토노스 (Confractosuchus sauroktonos)라는 학명을 부여하였습니다.

콘프락토수쿠스의 특이한 점이라면 초식공룡을 잡아먹은 흔적이 같이 발견되었다는 점입니다. 공룡의 다리뼈와 등뼈 일부, 목뼈가 발견되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종류의 것인지 알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초식공룡중에서 조각류 공룡에 속하는 공룡의 것이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발견된 뼈 중에서 다리뼈의 형태가 조각류 공룡의 것과 일치하기 때문이죠. 윈톤층에서 조각류 공룡이 살았다는 것은 이빨과 발자국 등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해당 지층에서 직접적인 뼈 화석의 발견은 이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콘프락토수쿠스 사우로크토노스의 골격 스케치. d,e가 초식공룡의 골격이다. 출처- http://www.sci-news.com/paleontology/confractosuchus-sauroktonos-10549.html
초식공룡을 잡아먹는 콘프락토수쿠스 사우로크토노스. 출처- White et al., (2022).

 그러면 콘프락토수쿠스는 적극적으로 공룡만 사냥하였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았을 겁니다. 사실 오늘날 악어들은 먹이를 크게 가리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같이 공존하는 물고기부터 다른 소형동물, 그리고 물을 마시러 온 대형 동물까지 사냥할 수 있는 것은 가급적 적극적으로 사냥하는 편입니다. 콘프락토수쿠스의 두개골은 오늘날 가비알 악어처럼 특정 먹이를 먹는데 특화되기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먹이를 가리지 않고 먹는 악어와 더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콘프락토수쿠스가 공룡만을 특정해서 사냥하기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먹이를 먹었으며, 공룡도 그중 하나였던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주둥이가 긴 가비알 악어 (좌)와 주둥이가 넓은 크로코다일 (우). 가비알은 주둥이가 길고 좁은 형태를 하고 있어 물고기와 같은 작은 먹이를 사냥하기 유리하다. 반면에 크로코다일은 주둥이가 넓어 가비알과는 달리 더 다양한 먹이를 사냥한다. 출처- 가비알: (https://pixabay.com/ko/photos/%EC%95%85%EC%96%B4-gavial-%EC%9D%98-%EA%B0%A0%EC%A7%80%EC%8A%A4-4875732/), 크로코다일: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altwater_crocodile.jpg).

공룡을 잡아먹은 동물에 대한 화석기록은 과거 공룡이 살았던 시기의 지구 생태계가 오늘날처럼 치열하며, 동시에 공룡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배자의 위치에만 있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공룡 역시 당시 생태계를 구성하던 구성원의 일부였던 것이죠.

 

연구 및 자료 출처-

 

Hu, Y., Meng, J., Wang, Y., & Li, C. (2005). Large Mesozoic mammals fed on young dinosaurs. Nature, 433(7022), 149-152.

 

Rivera-Sylva, H. E., Frey, E., & Guzmán-Gutiérrez, J. R. (2009). Evidence of predation on the vertebra of a hadrosaurid dinosaur from the Upper Cretaceous (Campanian) of Coahuila, Mexico. Carnets de Geologié, (L02), 1-6.

 

Schwimmer, D. R. (2010). BITE MARKS OF THE GIANT CROCODYLIAN DEINOSUCHUS ONLATE CRETACEOUS (CAMPANIAN) BONES. Crocodyle tracks and traces: Bulletin 51, 51, 183.

 

White, M. A., Bell, P. R., Campione, N. E., Sansalone, G., Brougham, T., Bevitt, J. J., ... & Elliott, D. A. (2022). Abdominal contents reveal Cretaceous crocodyliforms ate dinosaurs. Gondwana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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