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땅끝마을의 발자국(1).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물새의 발자국 화석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5. 6. 28. 05:26

 한반도에서는 여러 종류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화석이라면 발자국 화석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를 이루는 지역은 과거 중생대 시기에 거대한 호숫가 환경이었습니다. 발자국이 찍히기 매우 적합한 환경이었던 탓에 발자국 화석이 많이 보존될 수 있었죠. 그래서 한반도에서는 매우 선명하게 보존되는 발자국이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견된 발자국 화석 중에서 새 발자국 화석이 있습니다. 새는 공룡이 살던 시기인 중생대 시기에 여러 공룡의 무리 중 하나에서 진화하여서 현재까지 살아있는 공룡입니다. 비록 뼈 화석은 아니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새의 발자국 화석 역시 꽤 큰 학술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진주시 비토섬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를 가진 새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보러 가기).

 전라남도 해남군은 마라도, 제주도등 남해안에 있는 섬을 제외한 한반도 본토만 따져보았을때 가장 남쪽에 있는 곳입니다. 이 지역에는 우항리층이라고 하는 백악기 후기인 9천 8백만 년 전 즈음에 만들어진 퇴적층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 지층에서는 여러 종류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다루었던 별 모양의 흔적이 남아있는 독특한 발자국 화석이 그중 하나이죠 (보러 가기). 이번 글에서는 해남에서 발견된 새 발자국 화석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 보고자 합니다.

 

우항리층의 노두. 출처- 직접 촬영.

 

(1). 해남에서 발견된 물갈퀴가 달린 새의 발자국 화석

 1995년에 우항리층에서 발견된 새의 발자국 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총 두 종류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죠. 발견된 발자국에서는 모두 물갈퀴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발자국 화석들은 앞서 소개하였던 비토섬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를 가진 새의 발자국 화석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을까요? 우항리층에서는 우항리크누스 추니(Uhangrichnus chuni)라는 발자국 화석과 황사니페스 초우기(Hwnagsanipes chougi)라는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우항리크누스 추니는 평균 길이 3.7cm에 너비 4.58cm인 작은 발자국이었습니다. 이 발자국은 총 86개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 새의 발자국 화석에는 물갈퀴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즉, 물에서 사는 새가 남긴 발자국이라는 것이죠. 발자국에는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발가락이 남아있었죠. 이 발가락에서 보이는 물갈퀴는 약간 오목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양은 공룡시대 이후에 살았던 물갈퀴를 가진 새의 발자국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발자국은 누가 남긴 것일까요? 정확한 장본인은 알 수 없지만 아마 청둥오리와 같은 새의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합니다.

 

우항리크누스 추니. 출처- Yang et al (1995).

 

우항리크누스의 모습. 출처- 직접 촬영.

 

 황사니페스 초우기는 앞서 나온 우항리크누스와는 형태가 달랐습니다. 이 새의 발자국은 우항리크누스와는 달리 네 개의 발가락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앞으로 향한 세 개의 발가락과 뒤로 향한 한 개의 발가락이 있었죠. 이 발가락은 첫 번째 발가락입니다. 이런 형태의 발자국을 반물갈퀴발(Semipalmate)이라고 합니다. 이런 발자국을 남기는 새는 물떼새나 도요새가 있습니다.

 황사니페스는 우항리크누스와는 달리 발자국이 겨우 네 개만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곧 이 발자국을 남긴 장본인은 우항리층에서는 우항리크누스를 남긴 장본인보다 훨씬 더 적게 살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쩌면 항상 사는 새가 아니라 잠깐만 왔다가 간 방문자였을지도 모르지요. 

 

황사니페스 초우기의 화석. 출처- Yang et al (1995).

 

 그렇다면 이 발자국 화석들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 발자국 화석들은 학계에 보고된 1995년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를 가진 새의 발자국 화석이라는 점 (현재에는 이보다 더 오래전에 물갈퀴를 가진 새의 발자국 화석이 보고되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비토섬의 새 발자국 화석입니다.),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물갈퀴를 가진 새의 발자국 화석이라는 점이 있습니다 (후에 중국에서도 물갈퀴를 가진 새 발자국 화석이 발견됩니다.). 즉, 이 발자국 화석들은 물갈퀴를 가진 새가 공룡이 살던 시대부터 살았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근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몇 새 발자국들의 경우에는 익룡의 발자국과 함께 같은 층준에서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새와 익룡이 같은 지역에서 같이 살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같은 지역에서 새와 익룡이 공존하였다는 것은 둘의 생태적 지위가 달랐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먹이가 달랐고 살아가는 방식이 달랐을 거란 뜻이죠. 그렇다면 새와 같이 살았던 익룡은 어떤 종류였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해남군에서 발견된 익룡의 발자국 화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김정률, 김경수, & 임종덕. (2009). 중생대 새의 낙원 한반도 경상 분지에서 산출되는 새 발자국 화석. 문화재, 42(1), 40-61.

 

Yang, S. Y., Lockley, M. G., Greben, R., Erickson, B. R., & Lim, S. K. (1995). Flamingo and duck‐like bird tracks from the Late Cretaceous and early Tertiary: Evidence and implications. Ichnos: An International Journal of Plant & Animal, 4(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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