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시조새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새의 가까운 친척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5. 3. 15. 14:51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전에 살았던 새의 화석은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누군가가 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조새를 떠올릴 것입니다. 엄밀히 말해서 시조새는 새보다는 더 원시적인 분류군에 속해있기에 새 자체는 아니긴 하지만 그럼에도 대중적인 인식으로는 현재까지 살았던 가장 오래된 새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는 생물이지요. 실제로 이 동물은 새처럼 깃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긴 꼬리와 발톱, 그리고 이빨이라는 공룡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공룡과 새의 중간단계라고 인식이 되는 동물입니다 (물론 중간단계라는 표현은 과학적으로 볼때 100프로 맞는 표현은 아니지만 말이죠.).

 그런데 최근에 시조새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으면서 시조새보다 더 오늘날 새에 가까운 생물의 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독특한 생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시조새의 화석.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rchaeopteryx

 

 

(1). 시조새보다 더 이전에 살았던 새와 가까운 동물

 2025년 2월 12일에 아주 놀라운 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원시적인 새의 친척 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었죠. 이 새의 친척이 발견된 지층은 중국 푸젠성(福建省) 의 난핑시에 있는 정허현(政和县)이라는 곳에 분포한 난유안 층(Nanyuan Formation)입니다. 이 지층은 지금으로부터 1억 5천만 년 전 즈음에 형성된 퇴적층입니다. 이는 시조새가 살았던 시기와 대략적으로 일치합니다. 즉, 이 생물은 시조새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다는 것이죠.

 이 화석을 연구한 푸젠성 지질조사국의 첸 룬성 연구원과 공동 연구진은 이 독특한 생물에게 푸젠성의 중국식 발음인 바민과 그리스어로 '새'를 뜻하는 오르니스( ὄρνις)를 합해서 바미노르니스라는 속명을, 거기에다가 중국 정허 현의 이름에서 따와서 바미노르니스 쟁헨시스(Baminornis zhenghensis)라는 학명을 명명하였습니다.

 

바노르니스의 화석. 스케일바 1mm.출처- Chen et al (2025).

 

 

바노르니스의 복원도. 출처- https://www.sci.news/paleontology/baminornis-zhenghensis-13664.html

 

(1). 오늘날 새와 가까운 형태의 꼬리

바미노르니스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바로 꼬리입니다. 오늘날 새들을 보면 꼬리뼈가 단단히 융합되어 있습니다. 이를 미단골(pygostyle)이라고 합니다. 이 뼈는 꼬리의 깃털과 근육을 지탱하는 역할을 합니다.

 

오늘날 새의 미단골.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internetarchivebookimages/20522510761/

 

 화석기록을 보면 과거에 살았던 원시적인 새나 새와 가까운 공룡들은 이 미단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중국에서 발견된 공자새 같은 경우가 그렇죠. 하지만 시조새는 미단골을 가지지 않았고 다른 공룡처럼 긴 꼬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미노르니스는 특이하게도 시조새와 비슷한 시대에 살았던 새인데도 불구하고 오늘날 새나 후대에 등장하는 새의 친척처럼 미단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본래 미단골을 가진 새는 백악기 전기 시기에 들어서서야 나타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등장한 시점을 다시 써야 한다는 증거를 바미노르니스가 보여준 것입니다. 

바미노르니스의 꼬리. 출처- Chen et al (2025).

 

 바미노르니스의 미단골은 우리에게 여러 질문을 던져줍니다. 과연 바미노르니스의 미단골은 새의 진화 과정과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진화한 것일까? 아니면 그 시절부터 미단골의 진화는 이루어졌던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미단골을 가진 분류군을 어떤 식으로 정의해야 할까? 아쉽게도 미단골의 화석기록은 많이 있기는 하지만 그 진화 과정은 아직 상세히 알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 진화 과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가령 예를 들자면 덜 융합된 꼬리뼈라든지) 화석기록이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미노르니스의 화석이 특히 더 독특합니다. 바미노르니스는 시조새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새의 친척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형태가 시조새보다 훨씬 더 오늘날 새와 가깝다? 이는 미단골의 진화가 우리가 기존에 알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꼬리뼈 외에도 바미노르니스의 어깨를 보자면, 오훼골(Coracoid)과 견갑골(Scapula)이 융합되지 않은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오늘날 새보다 더 원시적인 조류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오훼골과 견갑골의 대략적인 형태는 후대에 등장하는 새나 그 친척의 것과 형태적으로는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오훼골은 기둥과 비슷하게 뻗어있으면서 사다리꼴 형태를 하고 있는데 이는 후대에 등장한 안키오르니스와 같은 새의 친척과 유사합니다. 비슷하게 손목을 보면, 바미노르니스의 손목은 새나 그와 비슷한 육식공룡처럼 반달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미노르니스의 손과 손목을 보면 원시적인 새의 친척이나 새와 가까운 육식공룡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반달 모양의 손목뼈와 손바닥을 이루는 중수골(metacarpal)이 완벽히 융합되지 않았다는 점이 있지요 (새는 완벽하게 융합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바미노르니스의 골반의 형태도 새와 공룡의 특징이 조금씩 보인다고 합니다.

 정리해 보자면 바미노르니스는 새의 특징과 공룡, 그중에서 새와 가까운 공룡과 새의 가까운 친척에서 보이는 특징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물이 백악기 시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전 시조새가 살아있던 시절에 살았다는 것은 새의 진화사 연구에서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오늘날 새와 가까운 형태의 창사골

 오늘날 새는 하늘을 날기 위해서 날개짓을 합니다. 새가 날개짓을 할때 필요한 힘을 내기 위해서는 매우 잘 발달한 근육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근육이 움직일 수 있도록 스프링과 같은 작용이 필요하지요. 이 작용을 하기 위해서 새는 가슴에 V자 형태의 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뼈를 창사골이라고 하며 영어로는 wish bone이라고 합니다. 이 뼈는 쇄골이 융합되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오늘날 닭의 창사골. 출처- 직접 촬영,

 

 그런데 이 창사골은 새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새에 가까운 공룡들 역시 이 창사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시조새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티라노사우루스에게서도(!) 창사골이 관측된 바가 있습니다. 즉, 창사골은 생각보다 여러 분류군에서 보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습니다. 새가 아닌 공룡의 창사골은 형태가 U자에 가깝습니다. 그러다가 새로 가까워지면서 V자로 바뀐 것이죠. 심지어 시조새의 창사골도 U자 형태에 더 가깝습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시조새의 창사골은 각도가 75도라고 합니다. 연구진이 연구한 바에 의하면 바미노르니스의 창사골은 65도 각도로 시조새의 그것보다는 더 좁은 V자에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구진은 바미노르니스의 화석과 함께 또 다른 창사골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창사골은 놀랍게도 오늘날 새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게 V자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각도도 45도라는 매우 좁은 각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화석의 연대가 오늘날 새와 매우 가까운 친척이 흔히 살았던 백악기 시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이전인 쥐라기 시기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발견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창사골 모형. 출처- 직접 촬영.

 

바미노르니스의 화석과 같이 발견된 어떤 새의 친척의 창사골. 출처- Chen et al (2025).

 

 제가 예전에 소개하였던 푸지안베나토르는 독특하게도 사냥을 하기 적합한 구조의 손목, 그리고 뛰어다니기 좋은 뒷다리와 골반 구조를 가진 독특한 새와 가까운 공룡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바미노르니스 또한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새처럼 짧고 뭉쳐서 융합된 꼬리뼈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바미노르니스와 함께 발견된 어떤 새의 친척의 창사골은 오늘날 새처럼 매우 좁은 각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들은 어쩌면 새의 진화사에 대해서 다시 써야 할 정도로 매우 큰 발견입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바미노르니스의 화석은 정말 독특한 화석입니다. 기존에 발견된 새와 가까운 공룡이나 새의 친척은 시조새를 제외하면 대부분 백악기 시기에 살았습니다. 이들은 시조새보다 더 새에 가까운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바미노르니스는 새나 새의 친척과 비슷한 특징을 여럿 가지고 있었는데도 살았던 시기는 시조새와 가까운 시기에 살았다는 것이 놀라운 점입니다. 새의 진화사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이 있습니다. 가령 새의 꼬리 융합은 언제부터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가, 그리고 한 번만 일어났는가 아니면 여러 분류군에서 여러 번 일어났는가 하는 것이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바미노르니스의 화석은 매우 놀라운 발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Chen, R., Wang, M., Dong, L., Zhou, G., Xu, X., Deng, K., ... & Zhou, Z. (2025). Earliest short-tailed bird from the Late Jurassic of China. Nature638(8050), 44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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