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중온설이라는 주장은 정말 많은 것을 설명하는 완벽해 보이는 설명입니다. 여기에다가...실질적인 근거까지 더 있다면 더욱 완벽해 보이겠지요? 그렇다면 그 실질적인 근거는 있을까요?
(1). 골디락스 가설의 실질적인 근거
2014년에 공룡이 중온성일 것이라는 주장한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뉴멕시코 대학교의 존 그래디 연구원과 공동 연구진은 공룡이 중온성일 것이란 직접적인 근거를 제기하였습니다. 바로 공룡의 성장입니다. 앞서 이야기하였듯 내온성, 외온성이냐에 따라 성장 속도에서도 차이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이는 성장에 소비되는 에너지양의 차이 및 신진대사 때문입니다. 항상 높은 신진대사를 가지는 내온성 동물은 성장 속도가 빠른 시기가 존재합니다. 먹이를 많이 먹기 때문에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도 많이 얻는 것입니다. 대신 성장 시기를 지나면 성장을 멈추거나 아주 느리게 성장을 하지요. 그 반면에 느린 신진대사를 가지는 외온성 동물은 특정 시기에만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생에 걸쳐 느리게 성장을 합니다. 먹이를 먹는 빈도가 적기에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한 번에 많이 얻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장 속도는 생물이 외온성이냐 아니면 내온성이냐를 구분하는 데 있어 도움을 줍니다.
연구진은 공룡과 여러 포유류, 조류, 파충류, 그리고 어류의 최대 성장 속도와 최대 체중의 관계를 비교 분석하였습니다 (여기서 최대 성장 속도란 생물이 성장을 하는 속도가 가장 빠른 시기를 이야기합니다. 최대 체중은 생물이 성장하는 동안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체중을 뜻합니다.). 분석한 결과 공룡의 성장은 일반적인 조류나 포유류보다는 성장 속도가 느린 경향성이 있지만 어류나 파충류보다는 훨씬 더 빠른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몇몇 동물에서는 공룡과 유사한 성장 패턴이 관측된다고 합니다.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공룡과 가장 비슷한 성장 속도를 가진 동물들은 참치, 백상아리, 장수거북, 바늘두더지였습니다. 이 동물들은 실제로 완벽한 외온성이나 내온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고 그 중간 즈음인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참치나 백상아리, 장수거북 같은 경우는 외온성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체내의 움직임에서도 체온을 유지할 열을 얻습니다. 이 비밀은 피의 흐름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물이 움직일 때는 근육이 움직이면서 열에너지가 나오고 이 열에너지로 인해서 피가 데워집니다. 보통의 어류는 이 피를 데운 열에너지가 아가미에서 산소교환이 이루어질때 열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참치나 백상아리, 장수거북같은 경우는 이때 열을 잃지 않고 열을 그대로 체온 유지에도 활용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동물들이 마치 내온성 동물처럼 먹이를 통해서 열에너지를 얻는 것은 아니죠. 그래서 이 동물들은 실제로 중온성 경향을 보입다. 바늘두더지의 경우에는 내온성 동물이긴 하지만 외부요인에 의해서 체온이 변화하는 경향도 일부 보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즉, 참치, 백상아리, 장수거북, 바늘두더지 모두 중온성 경향을 보이는 동물들입니다. 그런데 이 동물들과 성장 패턴이 비슷하다면 공룡 역시 중온성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5). 반론
하지만 이 연구에 대해서는 이듬해인 2015년에 반론이 제기되었습니다. 2015년 당시 스토니 브록 대학교의 박사후 연구원이었던 마이클 데믹(Michael D'emic)-현재 아델피 대학교 교수-은 공룡이 중온성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였습니다.
반론에 대해서 간단하게 축약해 보자면, 데믹 연구원은 그래디 연구원과 공동 연구진의 연구에서 측정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먼저 그는 고생물의 성장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생물의 최대 체중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뼈의 단면에 있는 성장선(lines of arrested growth)을 이용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과거의 1년과 오늘날의 1년이 다 같지 않아서 오늘날 생물과 과거 생물의 1년간 성장을 1대1로 바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도 지적하였습니다. 거기에다가 생물의 성장이 1년 동안 꾸준히 일정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기에 따라서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가 따로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먹이가 많은 시기에 성장이 빠르고 먹이가 적은 시기에 성장이 느리고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러한 점들을 반영해 보자면 공룡의 성장은 포유류와 비슷한 내온성 동물의 패턴을 따른다고 합니다. 또한 데믹 연구원은 그래디 연구원과 공동 연구진이 공룡과 새를 별도로 분류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공룡과 새를 함께 묶어서 분석해야 한다고 보았으며, 이것이 성장 패턴의 해석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해에 미국의 인터렉츄얼 벤쳐스(Intellectual Ventures)라는 기업의 창립자이자 동시에 고생물, 기후변화등 여러 분야의 데이터 분석연구를 진행한 과학자인 네이선 미어볼드 (Nathan Myhrvold)라는 과학자가 공룡이 중온성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래디 연구원과 공동 연구진의 계산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그래디 연구원과 공동 연구진은 공룡과 다른 생물의 최대 성장 속도와 최대 체중을 분석하여서 성장률을 알아내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분석한 계산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었습니다. 가령 예를 들면 그래디 연구원과 공동 연구진은 시조새를 공룡 쪽에 포함해서 계산하였습니다. 그런데 미어볼드가 시조새를 뺴고 계산해 보니 (그가 시조새를 뺀 이유는 시조새를 공룡이 아닌 새에 포함해서 분류하였기 때문입니다.) 공룡의 성장에 대한 결과값이 다르게 나왔다고 합니다. 즉, 그래디 연구원과 공동 연구진의 계산 방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계산을 해보니 공룡의 성장이 딱히 외온성 생물이나 내온성 생물과 큰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도 그래디 연구원과 공동 연구진은 계산방식에 있었던 몇몇 오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결과값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재반박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데믹 연구원이 지적한 1년의 시간이 차이가 있기는 하나 거의 일정하며, 또한 오늘날의 새와 과거의 공룡에서 생물학적 차이점이 있기는 하기에 따로 분류하여 비교하는 것이 틀리다고만 볼 수 없다고 반박하였습니다. 거기에다가 미어볼드의 주장에 대해서도 시조새에서 공룡과 유사한 특징이 보이기 때문에 시조새를 공룡에서 빼놓고 분석할 수는 없다고 반박하였습니다.
이번 글은 과학계에서 일어난 논쟁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한 글입니다 (즉, 실제 이야기는 이 글에서 나온것보다 더 복잡합니다...). 본래 과학계에서는 이런저런 논쟁이 자주 일어나는 일이죠. 공룡의 중온성 여부 역시 마찬가지로 여러 논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중온성이란 주장 외에도 공룡의 신진대사에 대해서 또 어떤 주장이 나왔을까요? 공룡의 신진대사에 대해서 한가지 독특한 주장이 최근에 제기되었습니다. 어떤 주장이었는지 다음 글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Balter, M. (2014). Dinosaur metabolism neither hot nor cold, but just right.
D'Emic MD. Comment on "Evidence for mesothermy in dinosaurs". Science. 2015 May 29;348(6238):982. doi: 10.1126/science.1260061. PMID: 26023130.
Grady, J. M., Enquist, B. J., Dettweiler-Robinson, E., Wright, N. A., & Smith, F. A. (2014). Evidence for mesothermy in dinosaurs. Science, 344(6189), 1268-1272.
Grady, J. M., Enquist, B. J., Dettweiler-Robinson, E., Wright, N. A., & Smith, F. A. (2015). Response to Comments on “Evidence for mesothermy in dinosaurs”. Science, 348(6238), 982-982.
Myhrvold, N. P. (2015). Comment on “Evidence for mesothermy in dinosaurs”. Science, 348(6238), 982-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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