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먹이? 햇빛? 아니면 둘다? (4) - 공룡의 알과 체온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5. 2. 2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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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나오는 공룡인 트로돈은 현재는 학계에서 인정받는 학명이 아니나, 여기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그 학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지금까지 공룡의 신진대사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신진대사란 체내에서 방출되는 열을 통해서 체온을 유지하는 내온성과 외부 요인으로 체온을 유지하는 외온성으로 나누어지는데, 공룡은 외온성도 내온성도 아닌 그 가운데인 중온성이라는 주장부터 종류에 따라 외온성과 내온성으로 나누어진다는 주장도 소개하였죠.

 지금까지 소개한 사례들은 모두 공룡의 뼈 화석을 기반으로 수행된 연구들입니다. 그런데 공룡의 신진대사에 대한 연구에서는 공룡의 뼈 화석뿐 아니라 알 화석을 이용한 연구도 있다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거대한 목 긴 공룡과 작은 육식공룡의 체온

 2015년에 공룡의 알껍질을 이용해서 체온 및 신진대사를 밝혀낸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UCLA의 로버트 이글 교수와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결과로 공룡의 알껍질을 분석한 연구였습니다. 알껍질이 어떻게 공룡의 체온이랑 연관이 있는 것일까요? 혹시 알껍질에 아직도 온기가 있는걸까요? 물론 아닙니다. 연구진은 알껍질을 이루는 탄산염의 비율을 분석하였습니다. 알은 암컷의 체내에서 생성되는데, 이때 온도에 따라서 알껍질에서 독특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알껍질을 이루는 탄산염에서 탄소-13과 산소-18원소 간에 결합이 일어납니다. 온도가 높을수록 결합되는 정도가 줄어들고 온도가 낮을수록 결합이 더 활발히 일어나지요. 이를 동위원소 응집 현상(clumped isotope)이라고 합니다 - 의역입니다. 혹시 공식 번역명칭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즉, 탄소와 산소원소간의 결합 정도를 거슬러 올라가면 알껍질이 생성될때의 온도 즉, 체내의 온도를 유추할수 있는것이죠! 연구진은 이 방식을 이용해서 몽골 작독하층(Djadokhta Formation)과 네메게트층(Nemeget Formation)에서 발견된 목 긴 공룡인 티타노사우루스류 공룡과 오비랍토르 공룡의 알화석을 분석하였습니다.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티타노사우루스류의 화석. 출처- 직접 촬영.

 

오비랍토르.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Oviraptor_UDL.png

 

분석한 결과, 오비랍토르류의 체온은 대략 섭씨 31.9도 티타노사우루스류의 체온은 대략 37.6도로 측정되었습니다. 티타노사우루스류의 체온은 현대의 대형 내온성 동물들과 비교해 볼 때 비슷한 체온인 것으로 보입니다. 재미있는 건 오비랍토르류의 체온인데요. 오비랍토르의 저 체온은 오늘날 새보다 더 낮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새들의 체온은 대략 40도 안팎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낮다는 것은 이 공룡이 오늘날 새보다는 내온성의 경향이 덜 하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화석이 발견된 주변에서 발굴된 탄산염을 공룡알과 비슷한 방식으로 분석하여서 당시 환경의 온도도 특정하였습니다. 분석해 보니 당시 환경의 온도는 대략 26.3도 정도 되었다고 하네요. 이는 오비랍토르류의 체온이 주변 환경보다 더 높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정리해 보면 오비랍토르류 공룡의 체온은 오늘날 새보다는 낮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변 환경에 영향을 완전히 받지는 않지는 않는 내온성, 그러나 오늘날 새보다는 덜한 경향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여러 공룡의 알과 체온, 그리고 오늘날 새

 2020년에는 여러 분류군에 속한 공룡의 알을 분석하여서 체온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예일 대학교의 로빈 도슨(현 메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의 박사후 연구원)과 공동 연구진은 캐나다 남부의 백악기 후기 7천5백만 년 전에 형성된 올드만층이라는 지층에서 발견된 마이아사우라와 트루돈, 히파크로사우루스와 정확한 종류를 알수 없는 람베오사우루스아과의 공룡과 루마니아의 하첵 분지에서 발견된 목 긴 공룡의 알화석 (정황상 초소형 목 긴 공룡인 마기야로사우루스 또는 팔루디티탄)을 분석하였습니다. 분석을 해보니 이 공룡들의 체온은 38도에서 44도 즈음으로 측정되었습니다. 좀더 자세히 이야기 해보자면 트루돈의 경우는 체온이 27도에서 38도, 히파크로사우루스는 30도, 마이아사우라는 44도, 목 긴 공룡의 체온은 36도로 측정되었습니다. 연구진은 같이 발견된 소라와 조개의 화석을 분석하여서 당시 환경이 25도에서 28도라는 것도 알아내었습니다.

 자 이렇게 보니까 알 수 있는 것은 당시에 살았던 공룡들이 주변 환경보다 체온이 더 높은 경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트루돈이죠. 이 공룡들의 알 화석은 캐나다 알버타주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발견된 지역은 총 세지역으로 각각 데블스 쿨리(Devil’s Coulee), 완스 힐(Wann’s Hill), 로스트 리버 랜치(Lost River Ranch)라는 지역에서 발견되었죠. 

 

트루돈의 알이 발견된 지역. 출처- Dawson et al (2020)

 

 이 지역에서 발견된 트루돈의 알 화석을 통해서 측정한 트루돈의 체온이 27도에서 38도라는 것은 이 공룡의 체온의 변화가 굉장히 컸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제일 낮을때는 주변 환경이랑 비슷한 수준이었죠. 이는 이 공룡이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체온에 변화가 있으며, 또한 주변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하는 이온성(Heterothermy)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오늘날 새 중에서도 환경의 영향이나 알을 낳기 전에 신체의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 체온이 낮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서 오늘날 새들의 내온성이라는 특징, 그러면서 동시에 상황에 따라서 체온이 낮아지기도 하는 이온성이라는 특징이 공룡에서 이어져 온 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3). 육식공룡의 알과 체온, 그리고 파충류의 알과 새의 알

 이렇게 보면 오늘날 새의 신진대사 즉, 내온성이라는 특징은 공룡에서 물려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오늘날 새의 특징과는 다른 특징이 공룡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알의 형태입니다. 오늘날 새와 공룡은 다른 유형의 알을 낳았던 것입니다.

 2023년에는 트루돈의 알을 분석하여서 체온 및 생물학적인 연구가 새로 발표되었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괴테대학교 소속의  마티아 탈리아벤토(Mattia Tagliavento) 박사후 연구원과 공동 연구진은 캐나다의 올드만 층에서 발견된 트루돈의 알 화석을 분석하여서 이 공룡의 체온과 알화석의 구성을 오늘날 새, 그리고 파충류랑 비교하였습니다. 측정 결과, 트루돈의 체온은 29도에서 42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즉, 앞서 소개된 연구에서 트루돈이 상황에 따라서 체온이 변하는 이온성이었다는 것을 지지하는 결과이지요.

 연구진은 여기에 더해서 트루돈의 알을 여러 새(닭, 참새, 울새, 에뮤, 키위, 화식조, 타조)의 알과 여러 파충류(벨경첩육지거북, 헤르만거북, 쿠바악어, 미국악어)의 알과 비교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날 생물의 알을 이루는 화학구조를 분석해 보니 트루돈의 알은 새보단 파충류의 알과 더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오늘날 새와 파충류는 알을 낳는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알은 사실 차이점이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딱딱함입니다. 새의 알은 여러분도 다 아시겠지만 딱딱합니다. 그래서 안에서 새끼들이 부화할 때도 알을 '깨고' 나옵니다. 그 반면에 파충류의 알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그래서 안의 새끼들은 알을 '찢고' 나옵니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새의 알은 광물질로 변화하는 정도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알껍질은 탄산칼슘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탄산칼슘이 새의 알껍질 같은 경우에는 매우 빠르게, 그리고 밀도가 높게 광물화 되어있습니다. 그 반면에 파충류의 알껍질은 그렇지 않지요. 이 원인을 자세히 파고들면 매우 복잡하니 간단하게 이야기 해보자면 알껍질의 형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새의 알은 만들어질 때 비정질 탄산칼슘(Amorphous Calcium Carbonate)이라고 하는, 결정구조로 이루어져 있지 않는 탄산칼슘으로 알을 만듭니다. 비정질 탄산칼슘은 결정 구조가 불규칙하고 불안정한 상태의 탄산칼슘입니다. 그런데 탄산칼슘은 결정이 되는 속도 즉, 단단해지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그래서 새의 알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단단한 상태로 나옵니다. 그 반면에 파충류의 알은 비정질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파충류의 알은 새의 알처럼 빠르게 단단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파충류의 알은 깨는게 아니라 찢는 방식인 것입니다.

 

새의 알. 새의 알은 딱딱한 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92384235@N02/14980453437

 

뱀의 알. 파충류의 알은 딱딱하지 않고 물렁물렁해서 찢어지는 특징이 있다. 출처- https://timelessmoon.getarchive.net/amp/media/snake-eggs-reptiles-animals-bd9add

 

 자 그러면 공룡의 알은 어떨까요? 연구진은 트루돈의 알을 분석하여서 새, 그리고 파충류의 알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비교한 결과 공룡의 알껍질은 화학구조가 새의 알보다는 파충류의 알과 더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즉, 트루돈의 알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웠다는 것을 뜻합니다. 공룡은 파충류와는 달리 새처럼 내온성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트루돈은 오늘날의 새처럼 내온성이지만 동시에 주변 환경에 따라서 체온에 변화가 있는 이온성이라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알껍질의 구성은 새가 아니라 파충류의 알과 똑같았었다는 것이 독특한 점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연구진은 한 가지 재미있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바로 여러 암컷이 한 둥지에 알을 낳았으리라고 주장입니다. 오늘날 새들은 산란관이 하나의 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나의 관으로 딱딱한 알을 하나만 낳죠. 그 반면에 파충류는 두 개의 산란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을 낳을때도 두 개씩 낳습니다. 연구진은 트루돈이 파충류처럼 부드러운 알을 낳았다는 것을 근거로 이 공룡 역시 두개의 산란관을 가지고 있었으리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트루돈의 체중은 대략 50kg 정도인 것으로 보이는데, 알에서 관측된 탄산칼슘은 50~60g 정도라고 합니다. 체중 대비 알의 무게로 볼 때 트루돈은 한 번에 대략 4개에서 6개의 알을 낳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트루돈의 둥지는 대략 24개의 알을 담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트루돈은 대략 4마리에서 6마리의 암컷이 하나의 둥지에서 알을 낳았으리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지금까지 공룡의 알을 이용하여서 공룡의 체온을 측정하고 그에 따라 공룡의 생활사에 대해서 다루어진 몇몇 연구를 살펴보았습니다. 멸종한 동물의 체온을 측정하는 것도 엄청나지만, 거기에 맞춰서 이들의 생활사까지 알아내었다는 것이 매우 신기한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차후에는 공룡의 알을 통해서 또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www.sci.news/paleontology/troodon-nests-11804.html

(SCI NEWS: Troodon Nests Were Shared by Multiple Females, Paleontologists Find)

 

Eagle, R. A., Enriquez, M., Grellet-Tinner, G., Pérez-Huerta, A., Hu, D., Tütken, T., ... & Eiler, J. M. (2015). Isotopic ordering in eggshells reflects body temperatures and suggests differing thermophysiology in two Cretaceous dinosaurs. Nature communications, 6(1), 8296.

 

Dawson, R. R., Field, D. J., Hull, P. M., Zelenitsky, D. K., Therrien, F., & Affek, H. P. (2020). Eggshell geochemistry reveals ancestral metabolic thermoregulation in Dinosauria. Science Advances, 6(7), eaax9361.

 

Tagliavento, M., Davies, A. J., Bernecker, M., Staudigel, P. T., Dawson, R. R., Dietzel, M., ... & Fiebig, J. (2023). Evidence for heterothermic endothermy and reptile-like eggshell mineralization in Troodon, a non-avian maniraptoran theropod.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0(15), e2213987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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