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먹이? 햇빛? 아니면 둘다? (3) - 둘다 맞는 말이다!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5. 2. 1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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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중온성, 그러니까 외온성과 내온성에 이은 또 다른 제3의 신진대사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다시 정리해 보자면 외부요인에 의해서 체온이 유지되고 조절되는 외온성과 체내의 움직임으로 인해 체온이 유지되는 내온성, 그리고 그 중간쯤에 있는 중온성이 있다고 했죠. 외온성과 내온성 모두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고 중온성은 그 둘의 장점을 적절히 가지고 있는 체계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중온성이라는 가설은 공룡의 신진대사를 설명하기 위해서 등장한 가설이죠.

 그런데 최근에 발표된 어떤 연구에서는 공룡의 신진대사는 중온성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외온성과 내온성이 전부 있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연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외온성과 내온성, 알고 보면 둘 다 맞는 말이다?!

 2022년에 아주 재미있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예일대학교의 야스미나 비만(Jasmina Wiemann) 연구원 -현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교수-과 공동 연구진에 의해서 공룡, 그리고 오늘날 살아있는 동물들의 신진대사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연구진은 공룡 화석에 레이저를 이용해서 분석하는 기법인 라만 분광법, 그리고 적외선으로 분석하는 푸리에 변환 적외선 분광법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였습니다. 화석을 파손하지 않고 레이저나 적외선을 화석에 쏴서 반사된 것을 분석하는 기법으로 분석을 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이 기법으로 화석 및 현재 살아있는 생물의 이빨과 뼈, 알껍질등등을 분석하였습니다. 그곳에 남아있는 분자구성을 분석하면서 산화의 흔적을 추적한 것입니다. 내온성 생물의 경우에는 체내의 단백질과 지방 등을 산소를 이용해서 분해하면서 나오는 열로 체온을 유지합니다. 이때 최종지질산화산물(Advanced Lipoxidation End-Products)이 만들어집니다. 생물의 단백질과 지방이 산소와 만나 산화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죠. 이 최종지질산화산물의 수치에 따라 외온성과 내온성이 구분됩니다.  내온성이라면 수치가 높지요 (항상 높은 체온이 유지되도록 체내의 움직임이 활발하기에 산화되는 단백질과 지방이 외온성 생물보다 더 높습니다. 그러니 최종지질산화산물이 더 많아지겠죠?). 따라서 연구진은 이 최종지질산화산물의 수치를 근거로 외온성과 내온성을 구분하였습니다.

 분석 결과는 매우 놀라웠습니다. 공룡의 종류에 따라서 내온성과 외온성으로 보이는 특징이 전부 관찰되기 때문이죠! 공룡에 따라서 외온성인 공룡, 내온성인 공룡이 따로따로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용반목 공룡(새에 가까운 공룡 및 목 긴 공룡)은 전반적으로 내온성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 반면에 다른 공룡, 그러니까 조반목에 속하는 공룡들(등이나 꼬리에 장식을 가진 공룡 및 머리에 뿔이나 장식을 가진 공룡들)의 경우에는 외온성에 더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오늘날 새가 내온성인 것도 그 조상에서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죠. 

 여기서 좀 더 파고들어 가 보자면 외온성, 내온성이라고 해서 다 똑같지도 않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최종지질산화산물의 수치가 공룡 분류군 내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즉, 외온성, 내온성이 칼로 무 자르듯 딱딱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스펙트럼처럼 나누어진다는 것입니다. 내온성임에도 최종지질산화산물의 수치가 분류군에 따라 높거나 낮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알로사우루스와 목 긴 공룡인 디플로도쿠스류의 경우에는 치종지질산화산물의 수치가 모든 공룡 중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즉, 신진대사가 매우 활발하였다는 것이죠. 그 반면에 티라노사우루스의 경우에는 내온성이지만 신진대사율은 다른 수각류 공룡이나 용각류 공룡보다 훨씬 더 낮다고 합니다. 이는 다른 공룡보다 살짝 외온성에 가까운 특성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 반면에 조반목에 속한 공룡 중에서 네발로 걸어 다닌 공룡인 갑옷 공룡이나 등에 화려한 장식을 가진 검룡과 뿔공룡, 그 외의 초식공룡은 외온성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반면에 두 발로 걸어 다닌 공룡인 드리오사우루스나 파키케팔로사우루스류의 경우에는 새와 가까운 수준의 신진대사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즉, 조반목임에도 내온성에 가까웠다는 것이죠.

 

티라노사우루스. 이 공룡은 내온성에 속한 용반 중에서도 신진대사가 낮았다. 출처-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c/c7/Tyrannosaurus-rex-Profile-steveoc86_%28coloured%29.png

 

스테고사우루스. 이 공룡은 외온성 인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출처-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6/69/202009_Stegosaurus_stenops.png

 

  연구진은 공룡 이외에도 다른 분류군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익룡이 내온성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익룡은 공룡과 가장 가까운 파충류입니다. 가장 가까운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죠. 그런데 익룡이 내온성이라는 것은....공룡과 익룡이 내온성 조상에서 진화하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조반목 공룡의 외온성이라는 특징은 공룡의 진화 과정에서 독립적으로 얻은 것으로 보이고요. 실제로 연구진은 익룡과 공룡을 포함하는 분류군인 오르니토디란(Ornithodiran)의 원시적인 생물들은 내온성인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프테라노돈. 이 하늘을 나는 파충류들은 내온성으로 보인다고 한다. 출처-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7/77/Pteranodon_amnh_martyniuk.jpg

 

  포유류와 오늘날 살아있는 파충류는 어떨까요? 오늘날 포유류는 내온성이지만 재미있게도 그 먼 조상인 초창기 단궁류는 외온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즉, 포유류의 내온성은 진화 과정에서 조상에서 갈라져서 달라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파충류는 외온성이지만 거대한 도마뱀인 왕도마뱀의 경우에는 내온성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악어 역시 마찬가지로 내온성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하죠. 이는 거대한 외온성 동물이 큰 몸집으로 체온을 유지하는 거대 내온성(Gigantothermy)인 것으로 보입니다 (악어보다 왕도마뱀이 더 내온성에 가깝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건 앞서 이야기한 수각류나 목 긴 공룡은 이 거대 내온성이 아닌 순수 내온성인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코모도왕도마뱀. 외온성인 파충류이지만 다른 파충류보다 내온성에 가까운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BD%94%EB%AA%A8%EB%8F%84%EC%99%95%EB%8F%84%EB%A7%88%EB%B1%80

 

 사실 전 개인적으로 공룡의 신진대사에 대해서는 중온성보다는 이 연구가 가장 타당한 결과를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분명 모든 공룡은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서 진화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진화하면서 엄청난 다양성을 보였죠. 어떤 공룡은 육지 위를 돌아다닌 그 어떠한 동물보다도 거대해진 반면 어떤 공룡은 그 반대로 매우 작아졌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 다양한 동물들이 과연 하나의 신진대사만으로 살아갔을지는...뭐랄까 개인적으로 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다양해지면서 신진대사도 같이 변화하지 않았을까 하는 거죠. 그런데 이번 글에서 다룬 연구는 마침 그런 제 생각에 딱 맞는 연구 결과가 학계에서 소개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 아무튼 이렇게 새로운 연구결과를 하나 소개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사례 이외에도 공룡의 알껍질을 이용해서 몇몇 공룡이 내온성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사례도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마지막으로 그 연구들을 간략하게 소개해보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Wiemann, J., Menéndez, I., Crawford, J. M., Fabbri, M., Gauthier, J. A., Hull, P. M., ... & Briggs, D. E. (2022). Fossil biomolecules reveal an avian metabolism in the ancestral dinosaur. Nature, 606(7914), 52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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