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 가짜로 판명된 공룡화석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4. 7. 13. 09:34

 조작.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꾸며낸 것을 뜻합니다. 당연히 조작은 과학 연구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최악의 행위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과학이란 명백히 인류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것인데 조작을 한다는 것은 거기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에서는 여러 조작 사건이 터진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던 2000년대 초반 황우석 사태가 있었죠. 2014년에 일본에서 있었던 만능 세포 연구 조작 사건등 여러 사건이 있죠.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장수하늘소의 서식지 조작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였습니다.

 화석연구에서는 어떨까요? 화석 연구에서도 조작 사건이 발생한 사례가 있습니다. 1912년에 영국에서 있었던 필트다운 인 사건은 그 좋은 예시 중 하나죠. 공룡 연구 역사를 보면 실제로는 여러 화석을 조합해서 만들어낸 것을 새로 발굴한 화석인 것 처럼 조작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공룡화석 조작사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 중국에서 발견된 새와 닮은 공룡

 1997년 7월에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에서 어떤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공룡은 작고 새와 비슷하게 생긴 공룡이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부리에는 작은 이빨이 나 있었고 희미한 깃털 자국이 몸에 나 있었다고 합니다. 해당 지역에서는 공자새등 공룡시대에 살았던 조류 및 최초로 깃털의 존재가 확인된 공룡 시노사우롭테릭스와 같은 공룡화석이 대량으로 발견되는 지역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화석을 캐서 연구자들에게 판매하는 일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화석을 발견한 농부 역시 화석을 중국인 거래상에게 팔았고 그 거래상은 미국으로 화석을 8만 달러를 받고 팔았다고 합니다. 당시 중국은 이미 1982년부터 화석을 해외로 밀반출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지만 많은 화석이 이렇게 몰래 암거래가 되기도 하였다는군요. 이렇게 거래된 화석은 미국의 유타주에 있는 블랜딩 공룡 박물관에 소장되었습니다. 박물관의 관장인 스티브 A. 체카스는 캐나다의 고생물학자 필립 커리 박사에게 이 화석을 공동으로 연구하는 것을 제의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커리 박사는 중국에서 밀수로 거래한 화석으로 연구를 하였다가 추후에 불상사가 생기는 것을 우려하여 연구가 끝나고 난 뒤에 중국에 화석을 돌려줄 것을 건의하였고, 화석은 그렇게 연구가 끝난 후 중국으로 돌아가기로 합의되었습니다. 이후 내셔널 지오그래픽 매거진(National Geographic Magazine) 1999년 10월호에서 이 공룡 화석에 아르카에오랍토르 리아오닝겐시스(Archaeoraptor liaoningensis)라는 비공식적인 이름이 붙여진 채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로 소개되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중국으로 돌아가기로 합의된 이후로 베이징에 있는 척추고생물/고인류 연구소에 이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연구소 소속의 고생물학자 수싱 박사는 공동 연구를 하러 미국에 입국하기도 하였였습니다.

 

아르카에오랍토르의 화석.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rchaeoraptor

 

(2). 사실은 조작이었다!

 그런데 이 아르카에오랍토르의 모습에 대해서 의구심이 제기되었습니다. 공동연구에 정식으로 참여하게 된 커리 박사는 화석을 조사하면서 뮌가 이상한 점을 알아내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습니다.

"꼬리와 몸통을 연결하는 부분이 안 보였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리고 두 다리를 봤더니 다리 한 개를 쪼개어 둘로 만든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스티븐도 동의하더군요. 그 두 개를 맞춰 보면 쪼개진 부분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틀림없어요."

 이상한 점을 느낀 커리 박사는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 대학교의 티머시 로어(Timothy Rowe)  교수가 소장하고 있는 전산화 단층촬영기(computed tomography, 일명 CT스캔)를 통해서 화석을 분석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이 화석은 여러 화석이 붙여진 티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CT스캔을 한 아르카에오랍토르의 화석. 출처- Rowe et al (2001).

 

 그렇다면 이 화석은 어떤 화석들을 조합해서 만들어낸 걸까요? 2002년에 벌표된 연구에 따르면 아르카에오랍토르의 화석에서 머리와 상체의 일부는 원시적인 조류인 야노르니스(Yanornis)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또한 꼬리와 뒷다리는 공룡 미크로랍토르(Microraptor)것을 갖다가 붙인 것으로 결론이 났죠.

 

야노르니스와 미크로랍토르의 복원도를 기반으로 복원한 아르카에오랍토르의 복원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rchaeoraptor

 

 이렇게 아르카에오랍토르의 화석은 조작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런 조작 사건은 국가를 불문하고 다 없어야만 합니다. 다만 중국에서는 이 화석 외에도 깃털 달린 새와 가까운 공룡이 매우 많이 발견되었고 그것들은 조작되지 않았기에 아르카에오랍토르 하나만으로 중국의 화석이나 고생물학 연구 전체가 조작이라고 단정짓는 일도 없어야겠지요.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rchaeoraptor

 

http://www.dinooption.com/h/h2-09.htm?PHPSESSID=723401a74f3d7a3cdc6caa480e8cb5e2

(다이노옵션: 아르카이오랍토르(Archaeoraptor liaoningensis) 화석 사건의 진위)

 

http://news.nationalgeographic.com/news/2002/11/1120_021120_raptor.html

(National Geographic News: Dino Hoax Was Mainly Made of Ancient Bird, Study Says)

 

https://www.iflscience.com/archaeoraptor-the-dinosaur-bird-missing-link-and-one-of-sciences-greatest-hoaxes-74153

(IFL Science: Archaeoraptor: The Dinosaur-Bird “Missing Link” And One Of Science's Greatest Hoaxes)

 

Rowe, T., Ketcham, R. A., Denison, C., Colbert, M., Xu, X., & Currie, P. J. (2001). The archaeoraptor forgery. Nature410(6828), 539-540.

 

Zhou, Z., Clarke, J. A., & Zhang, F. (2002). Archaeoraptor's better half. Nature420(6913), 285-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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