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뼈를 이루는 뼈조직을 통해서 공룡의 암컷과 수컷을 구분하는 연구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습니다. 다시 재정리 하자면, 1) 오늘날 새는 알을 만들기 위해서 뼈 내부에 골수골(medullary bone)이라는 뼈조직을 가지고 있다, 2) 티라노사우루스의 뼈에서 골수골의 흔적이 관측되었다, 3) 화학적 분석 결과 골수골이 맞다고 정리할 수 있지요.
자 그러면 뼈조직 외에도 다른 방법으로 공룡의 암컷과 수컷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어떤 연구에 의하면 꼬리뼈의 형태를 보고 공룡의 암컷과 수컷을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육식공룡의 꼬리에서 보이는 암컷과 수컷의 차이
2015년에는 고비사막에서 발견된 육식공룡 칸 맥케나이(Khaan mckennai)의 꼬리뼈를 통해서 본 공룡의 성별 차이점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공룡은 7천5백만 년 전 즈음에 몽골에서 살았던 공룡입니다. 알 도둑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오비랍토르와 친척관계인 공룡이지요. 이 분류군을 오비랍토르류(Oviraptorsaur)라고 합니다.
2015년에 캐나다와 미국의 연구진은 몽골 고생물센터(Paleontological Center of the Monglia)에 보관 중인 칸의 꼬리뼈를 조사하였습니다. 조사한 꼬리뼈는 2개체의 것으로, 각각 MPC-D 100/1127와 MPC-D 100/1002라는 표본번호가 부여된 표본들이었습니다.
이 공룡의 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혈관궁(chevron)입니다. 꼬리뼈 아랫부분에 부착된 Y자 형태의 이 뼈는 꼬리 근육이 붙는 뼈입니다. 그런데 두 개체의 혈관궁의 형태가 사뭇 다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골반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꼬리뼈에 부착된 혈관궁의 형태가 달랐습니다. 간략히 보자면 MPC-D 100/1127의 혈관궁은 넓적하고 손가락처럼 튀어나온 돌기가 있는 형태를 하고 있는었습니다. MPC-D 100/1002의 혈관궁도 넓적하고 손가락처럼 튀어나온 돌기가 있기는 하였으나, 뼈의 아래쪽 너비가 훨씬 더 넓고 돌기처럼 튀어나온 부분이 더 많았습니다. 또한 길이도 MPC-D 100/1127보다 더 길었습니다.
종합해 보면 MPC-D 100/1127의 혈관궁은 1)길이가 짧고, 2) 아래쪽 끝에 튀어나온 돌기가 일부 있으나 비교 대상인 다른 표본인 MPC-D 100/1002보다는 적었습니다. 그 반면에 MPC-D 100/1002의 혈관궁은 1) 길이가 더 길고, 2) 아래쪽 끝에 튀어나온 돌기가 다른 표본인 MPC-D 100/1127보다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꼬리뼈에서는 딱히 질병을 앓은 흔적 또한 관측된 바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딱히 질병이 있어서 뼈의 형태가 뒤틀린 건 아니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렇게 같은 종류의 공룡임에도 꼬리뼈의 혈관궁의 형태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구진은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바로 성별에 따라 이 뼈의 형태가 달랐을 가능성이지요. 연구진에 따르면 MPC-D 100/1127은 수컷, MPC-D 100/1002으로 결론이 나왔습니다. 오늘날 새의 모습을 참고한 결과였지요.
오늘날 새 중에서 많은 새들이 꼬리에 화려한 깃털로 이루어진 장식을 두고 있습니다. 공작새가 대표적인 예시이죠. 그 외에 칠면조등 여러 새들이 꼬리에 화려한 깃털장식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수컷이 꼬리에 깃털 장식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꼬리에 있는 깃털 장식의 존재가 꼬리의 혈관중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혈관궁은 꼬리근육이 부착되는 뼈입니다. 그런데 꼬리에 깃털 장식이 있다면 장식이 없는 암컷과 비교해 볼 때 근육이 버텨야 할 무게가 더 늘어납니다. 즉, 깃털장식을 원할하게 펼치고 화려한 모습을 보이려면 더 많은 근육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야 늘어난 무게를 버틸수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꼬리에 깃털 장식을 가지고 있을 경우 혈관궁의 크기가 더 크고 넓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야 근육이 추가적으로 더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암컷은 어떨까요? 연구진은 MPC-D 100/1127표본의 혈관궁 길이가 더 짧은 것을 근거로 이 개체가 암컷일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산란입니다. 암컷은 수컷과는 달리 알을 낳기 때문에 수란관이 존재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정식 명칭은 총배설강이라고 부르긴 하나 여기선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수란관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수란관은 알을 낳을 때 알이 밖으로 나오는 통로입니다. 혈관궁의 길이도 더 짧고 또한 아래 끝부분에 튀어나온 장식이 적을 경우 수란관에서 알이 지나가기 더 원활하기에 이 혈관궁에서 차이점이 나타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한가지 또 재미있는 점은 이 공룡의 친척인 다른 공룡의 혈관궁에서는 이런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허위안니아(Heyuannia)와 콘코랍토르(Conchoraptor)라고 하는 칸의 친척인 다른 공룡의 혈관궁을 조사하였습니다. 8개체의 콘코랍토르의 꼬리뼈를 조사한 결과 혈관궁의 형태는 모두 MPC-D 100/1127, 그러니까 칸의 암컷 꼬리뼈의 혈관궁과 유사하게 생겼다고 합니다. 이에 연구진은 어쩌면 혈관궁의 형태 차이가 칸의 사회적인 습성을 나타낼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면, 위에서 이야기한데로 오늘날 꼬리깃털로 화려한 장식을 가진 새들의 경우, 꼬리뼈의 혈관궁 형태가 암컷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꼬리깃털과 장식을 두르고 버틸 근육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이지요. 즉, 칸의 혈관궁 형태는 이 공룡들의 수컷이 오늘날 공작처럼 꼬리깃털과 장식을 크게 갖추고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동시에 이는 오비랍토르류의 암컷과 수컷의 형태 차이가 다양하였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꼬리에 장식이 있는게 아니라 다른 형태로 있을수 있다는 것이죠.
현재까지 매우 많은 공룡이 학계에 보고되었지만 아직까지 많은 공룡의 성별 차이점은 미스터리의 영역입니다. 과연 티라노사우루스는 암컷과 수컷의 차이점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뿔공룡 트리케라톱스는? 목이 긴 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어떨까요? 추후에 이 부분에 대해서 또 어떤 연구가 발표될지 기대됩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IV, W. S. Persons., Funston, G. F., Currie, P. J., & Norell, M. A. (2015). A possible instance of sexual dimorphism in the tails of two oviraptorosaur dinosaurs. Scientific Reports, 5(1), 9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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