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어집니다. 즉, 성별이 있다는 것이죠.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보자면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가령 수염의 유무, 골반의 너비, 가슴의 크기, 생식기의 형태 등등이 있죠 (여기서 성소수자는 잠시 배제하겠습니다.). 이런 차이는 인간뿐 아니라 많은 생물에서 관측되는 것입니다. 닭, 사자, 공작등 많은 동물에서 수컷과 암컷은 눈에 띄는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런 차이점은 대부분 번식과 관련된 요소입니다. 즉, 이성을 유혹하거나 아니면 자손을 낳기 위해서 있는 것이죠. 가령 많은 새의 경우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한 깃털을 가지고 있지만 암컷은 대부분 수수한 색깔의 깃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눈으로 보이는 부분 이외에도 새에서는 암컷과 수컷을 나누는 차이점이 하나 또 존재합니다. 바로 알입니다. 알은 암컷이 낳는 것이죠. 알의 겉껍질은 칼슘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암컷은 알을 만들기 위해서 칼슘을 저장해두어야 합니다. 이 칼슘은 뼈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즉, 새의 암컷은 수컷에서는 보이지 않는 뼈조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조직은 골수골(medullary bone)이라고 합니다. 이 조직은 교미를 마친 후 알을 낳기 직전의 암컷의 뼈에서 생성됩니다.
자 그렇다면 공룡은 어떨까요? 공룡 역시 암컷과 수컷으로 나누어져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 그러니까 어떤 것이 암컷과 수컷을 나누는 것인지를 알 수 있을까요? 이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살아있는 동물과는 달리 공룡은 우리가 직접 눈으로 관찰하면서 암컷과 수컷의 차이점을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지금 남아있는 화석을 기반으로 연구를 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떤 티라노사우루스의 뼈에서 관찰된 암컷의 특징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B-렉스, 연부조직이 보존된 티라노사우루스
2005년에 놀라운 발견이 있었습니다. 몬태나주에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이었습니다. 이곳은 원래 티라노사우루스가 자주 발견되는 지역이기는 하나, 몬태나 주립 대학교의 연구진이 발견한 이 티라노사우루스 개체는 매우 특이하였습니다. 바로 연부조직이 보존되었기 때문입니다! 본래 연부조직은 발견될 수 없다는 것이 기존의 관점이었으나, 이 티라노사우루스의 발견은 화석에서 부드러운 연부조직이 발견될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놀라운 티라노사우루스 개체에 연구진은 화석을 처음 발견한 화석 처리가 밥 할먼(Bob Harmon)의 이름을 따와서 밥 렉스, 혹은 B-렉스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공룡의 뼈에서 어떻 연부조직이 발견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제가 쓴 책 '화석이 말하는 것들'에서 소개가 되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사시거나 아니면 근처 도서관에서 찾아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2). B-렉스는 암컷일까?
B-렉스의 화석은 2002년에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 화석의 무게가 매우 무거웠다고 합니다. 다리뼈를 감싼 석고자켓의 무게만 무려 900킬로그램이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 공룡의 화석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서 운반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공룡의 대퇴골, 그러니까 허벅지뼈 역시 나누어져서 운반되었지요. 그런데 이렇게 운반한 덕분에 연구진은 이 공룡의 뼈 내부를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가지 매우 놀라운 것을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바로 이 공룡의 다리뼈를 이루는 뼈 조직였습니다.
이를 연구한 노스 캘로라이나 주립 대학교 소속의 메리 슈와이처 연구원과 공동연구진은 에뮤, 타조의 대퇴골 단면과 B-렉스의 대퇴골 단면을 비교하였습니다. 살펴본 결과, B-렉스의 대퇴골 단면은 2개의 층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B-렉스의 대퇴골은 뼈의 겉부분을 이루는 골피질(cortical bone), 그리고 골수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두 뼈조직 사이에 골내막 판상골( endosteal laminar bone)이라는 층이 있었습니다. 이 층이 골피질과 골수골을 나누는 경계입니다.
골수골의 존재는 B-렉는 암컷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결론내렸습니다. 추가해서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와 에뮤, 타조의 뼈에서 보이는 골수골의 몇몇 형태적인 차이점을 관측하였습니다. 먼저 위에서 이야기한 골피질과 골수골을 나누는 골내막 판상골이 타조에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B-렉스의 골수골과 에뮤의 골수골을 이루는 조직은 여러 방향으로 무작위하게 뻗어나가 있으며 혈관이 위치하는 관이 이 조직을 깊게 뚫는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타조의 경우에는 골조직의 밀도가 더 높고 형태에서 B-렉스나 에뮤보다 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즉, 같은 기능을 하는 골수골이라 해도 종류마다 형태에서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뜻이죠.
또한 연구진은 골수골의 진화가 공룡에서부터 있었을것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공룡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악어에서는 골수골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악어는 알을 만드는 칼슘을 골피질에서 얻습니다.). 즉, 공룡에서 골수골이 처음 진화하고 그것이 오늘날 새로 이어진 것이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이제 공룡의 성별을 알아내는 방법은 충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골수골이라는 조직은 암컷이 알을 낳을 시기 즉, 배란기가 되었을 때 생성되는 조직입니다. 따라서 배란기가 아닌 시기에는 형성되지 않는 조직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본 연구에서 나온 뼈조직이 골수골이 아니라는 주장 또한 제기되었습니다. 과연 어떤 주장인지 다음 편에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youtu.be/07fd4fmgwQA?si=4ML1Y6EU5AdzqOZH
(PBS Eons: Why Is It So Hard to Tell the Sex of a Dinosaur?)
Schweitzer, M. H., Wittmeyer, J. L., Horner, J. R., & Toporski, J. K. (2005a). Soft-tissue vessels and cellular preservation in Tyrannosaurus rex. Science, 307(5717), 1952-1955.
Schweitzer, M. H., Wittmeyer, J. L., & Horner, J. R. (2005b). Gender-specific reproductive tissue in ratites and Tyrannosaurus rex. Science, 308(5727), 1456-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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