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용각류의 체중 변화 -거대해지고 또 거대해진 과거의 거인들-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9. 17. 09:45

  현재 지구상에서 살고 있거나 과거에 살았던 모든 생물을 통틀어서 가장 거대한 생물은 무엇일까요? 아마 대부분 공룡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현재까지 지구에서 살아온 모든 생물을 통틀어서 가장 거대한 생물은 고래입니다.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사는 대왕고래(흰긴수염고래)는 몸길이만 30미터가 넘고 체중도 150톤까지 나는 초거대 생물입니다. 대왕고래가 이렇게 거대해진 것은 바다라는 환경이 큽니다. 중력이 없고 부력이 존재하기에 체중이 많이 나가도 신체가 그 무게를 부담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지요. 

 

대왕고래.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B%8C%80%EC%99%95%EA%B3%A0%EB%9E%98

 

  바다라는 환경을 제외하고 육지에서 살았던 생물만으로 한정 짓자면 가장 거대한 생물은 당연히 공룡, 정확히는 목이 긴 공룡인 용각류 공룡입니다. 오늘날 코끼리나 기린은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몸집이 거대한 이 생물들! 그런데 모든 용각류가 다 거대하였던 것은 아닙니다. 파타고티탄처럼 매우 거대한 공룡도 있지만 마기야로사우루스처럼 '얘게? 이게 같은 용각류라고?'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작은 용각류 공룡도 있었지요.

 

미국 시카고의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용각류 파타고티탄의 화석. 출처- 직접 촬영

 

현재까지 발견된 몸집이 가장 작은 공룡 마기야로사우루스. 출처- https://en.m.wikipedia.org/wiki/File:Magyarosaurus-_human_size.JPG

  최근에 용각류 공룡의 몸집이 거대해지는 양상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연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2. 용각류 거대화의 진화

 최근에 용각류가 거대해진 과정으로 진화한 패턴을 조사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미국의 아델피 대학교(Adelphi University) 소속의 마이클 데믹(Michael D. D'Emic)박사는 용각류 공룡들의 진화사에서 있었던 체중의 증가 패턴을 연구하였습니다. 용각류의 거대화 패턴을 조사한 결과, 그는 이 공룡들이 거대해진 시점이 3번 동안 총 36종류의 용각류 공룡에서 보인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용각류 공룡의 시대에 따른 체중의 변화 그래프. 출처- Emic (2023).

 

(1). 초창기 거대 용각류

 용각류는 본래 초창기, 그러니까 대략 2억 년 전 시기까지는 다른 공룡, 혹은 거대 포유류와 비교해 봤을 때 눈에 띌 정도로 더 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략 오늘날 코뿔소 정도 크기였지요. 용각류 공룡들이 본격적으로 거대해진 시기는 대략 1억 6천5백만 년 전 즈음부터였습니다. 이 시기는 쥐라기 중기에 속하는 시기입니다. 이때 지구의 모습을 보면 본래 하나의 초대륙이었던 판게아 대륙이 본격적으로 여러 대륙으로 쪼개진 상황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살았던 초창기 초거대 용각류 공룡은 대표적으로 중국, 몽골, 태국등 아시아에서 살았던 공룡 마멘키사우루스가 있습니다. 목이 아주 긴 공룡으로도 유명하지요.

 

마멘키사우루스의 골격. 이 공룡은 1억 6천5백만 년 전 즈음에 살았던 초창기 초거대 공룡중 하나이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amenchisaurus

 

  마멘키사우루스 이후로 공룡 대멸종까지 대략 1억년의 시기동안 초거대 용각류 공룡은 여러번 등장하였습니다. 초창기 초거대 목긴 공룡으로는 투리아사우루스가 있습니다. 이 공룡은 후술할 신용각류에 속하지는 않지만 몸집이 따로 거대하게 진화한 사례에 속합니다. 즉, 일종의 수렴진화를 한 것입니다.

투리아사우루스의 골격.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uriasaurus

 

(2). 신용각류, 본격적으로 번성한 거대 용각류

 쥐라기 중기 시기인 1억 6천만 년 전에서 1억 4천5백만 년 사이에 들어서게 되면 새로운 용각류 분류군이 본격적으로 번성하게 됩니다. 이들은 신용각류(Neosauropod)라는 분류군에 속합니다. 신용각류는 크게 디플로도쿠스상과(Diplodocoidea)와 대비류(Macronaria)로 나누어집니다. 다플로도쿠스상과에 속한 공룡 중에서 몸집이 특히 눈에 띌 정도로 거대한 공룡은 마라아푸니사우루스(Maraapunisaurus)라는 공룡이 있습니다. 이 공룡은 척추뼈만 발견된 공룡인데, 그 척추뼈의 크기가 2.4미터에 다달를 정도로 매우 거대했습니다.

 

마라아푸니사우루스의 척추뼈 모형.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araapunisaurus#/media/File:Maraapunisaurus_fragillimus.jpg

 

  대비류에는 여러 용각류 공룡이 속해있는데 이 중에서 티타노사우루스형류(Titanosauriformes)에 속한 공룡이 몸집이 매우 거대했습니다. 브라키오사우루스, 기라파티탄등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브라키오사우루스류에 속합니다. 이들은 체중도 많이 나가고 (생물의 몸집은 체중과 비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몸집도 더 큽니다.) 또 목이 수직으로 길게 뻗어 있어서 키도 매우 큰 공룡들이었습니다. 

 

독일 베를린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기라파티탄. 출처-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d/d2/Giraffatitan_brancai%2C_Berlin_Natural_History_Museum_%286%29_%2825311781497%29.jpg

 

  초거대 용각류는 그 이후 공룡시대 마지막 시대인 백악기 시대에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신용각류 중에서 티타노사우리아(Titanosauria)에 속한 공룡들로, 남미의 아르겐티노사우루스(Argentinosaurus), 현재까지 발견된 공룡 중에서 몸집이 가장 거대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 파타고티탄(Patagotitan), 공룡시대 최후 시기에 살았던  알라모사우루스(Alamosaurus)등 여러 티타노사우리아에 속한 공룡들이 초거대한 모습으로 등장하였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카르멘 푸네스 시립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아르겐티노사우루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rgentinosaurus
미국 텍사스의 페롯 박물관(Perot Museum)에서 전시 중인 알라모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이 전시되고 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lamosaurus

  무언가 여러 분류군이랑 복잡한 이름도 나오니까 뭔가 어렵지요?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용각류 공룡은 초창기에는 코뿔소와 비슷한 크기의 공룡에서 기원하였습니다. 몸집이 작은 건 아니지만 초거대한 크기는 또 아닌 수준의 몸집이었지요. 그러다가 1억 6 5백만 년 전에 들어서서 몸집이 초거대한 공룡이 하나둘 등장하였고, 이런 패턴이 공룡이 멸종한 시기인 6천5백만 년 전 즈음까지 1억 년에 걸쳐서 크게 3번 정도 등장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몸집이 커진 공룡들은 보면 특정 분류군에 속한 공룡이 계속 큰 상태로 있던 것이 아니라 여러 분류군에 속한 공룡이 각각 따로따로 거대해지는 양상을 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여러 분류군에 속한 용각류 공룡은 몸집이 커지는 방향으로 수렴진화를 하였다는 것이죠. 

 

3. 용각류는 왜 몸집이 큰 것일까?

  자 그러면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용각류는 대체 왜 몸집이 커진 것일까요? 사실 유감스럽게도 아직 정확히 어떤 요인이 이 공룡들이 거대해지게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추측은 가능합니다. 우선 용각류 공룡들은 이빨의 형태가 먹이를 얻는 것에는 매우 유용하지만, 먹이를 씹지는 못합니다 (이런 이유로 용각류 공룡들은 턱 근육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몸집에 비해서 머리의 크기는 매우 작습니다.). 그 대신 이들은 많은 양의 먹이를 소화기관에서 천천히 발효시키는 식으로 소화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서 소화기관의 크기가 매우 커야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가 몸집이 매우 큰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요. 거기에다가 긴 목은 몸을 덜 움직이고도 먹이를 먹을수 있게 했을 것이고요. 용각류 공룡이 살던 시기 지구의 대기를 보면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오늘날보다 더 높기에 지구의 기온이 전반적으로 매우 따뜻하고 온난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많은 식물이 자랄수 있었고 용각류는 그 많은 식물을 먹음으로써 몸집이 거대해질수는 있었지요. 몽에 존재하는 공기주머니인 기낭은 이 공룡들이 호흡할 때 필요한 공기를 충분히 공급할수 있었을 것이고요. 공룡의 호흡기 질환 보러 가기.

  하지만 아직 유감스럽게도 몸집이 거대해지면서 생기는 어떤 이점이 용각류가 수렴진화를 하면서까지 몸집이 거대해지게 하였는지는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용각류 공룡에 대해서는 그래서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lamosaurus

 

https://en.wikipedia.org/wiki/Turiasaurus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how-sauropod-dinosaurs-became-the-biggest-land-animals-again-and-again/

(Scientific American: How Sauropod Dinosaurs Became the Biggest Land Animals Again and Again)

 

D’Emic, M. D. (2023). The evolution of maximum terrestrial body mass in sauropod dinosaurs. Current biology, 33(9), R349-R350.

 

Carpenter, K. (2018). Maraapunisaurus fragillimus, ng (formerly Amphicoelias fragillimus), a basal rebbachisaurid from the Morrison Formation (Upper Jurassic) of Colorado. Geology of the Intermountain West, 5, 227-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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