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보러가기
지난 편에서 몬태나주에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에서 새의 암컷에서 보이는 골수골 조직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재정리 하자면, 이 조직은 새의 암컷이 알을 낳을 시기에 알의 재료가 되는 칼슘을 저장해놓는 조직이라고 했지요. 그리고 이 조직은 악어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공룡에서 진화하여 오늘날 새가 가지고 있는 조직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반론이 제기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에서 보이는 이 조직이 실은 뼈에서 생긴 병의 흔적으로 나타난 증상이라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지요. 이번 글에서는 그에 대한 논쟁에 대해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1). 골화석증, 뼈에서 나타나는 병
대리석골병, 또는 골화석증(osteopetrosis)이라고 하는 질병이 있습니다. 이 질병은 뼈의 밀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뼈가 대리석처럼 단단해지는 질병입니다. 유전적인 질환, 버이러스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이 병은 사람에서도 드물게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언뜻 보면 '뼈가 단단해지는 것이니 좋은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이 병에 걸리면 신경이 비정상적으로 단단해진 뼈에 영향을 받아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렇게 되면 사력, 청력상실, 안면마비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척추, 늑골이 기형적으로 변하게 되기도 합니다. 매우 무서운 병이죠.
(2). 공룡도 설마...?
2009년에 B-렉스의 뼈에서 발견된 조직이 바로 이 병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남이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 대학교의 아누스야 친사미 투란(Anusuya Chinsamy-Turan)교수와 앨리슨 투마르킨-데라치안(Allison Tumarkin-Deratzian)박사는 터키 콘드르와 트란실비니아에서 발견된 공룡의 뼈 화석을 조사하였습니다. 콘드르의 날개를 이루는 아래 팔뼈에서, 그리고 공룡의 뼈조직에서 두꺼운 골수골과 비슷한 구조가 관측되었습니다. 그런데 해부를 해보니 콘드르의 경우에는 임신을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즉, 체내에 알이 없었다는 것이죠. 이는 이 새가 알을 낳기 위해서 골수골을 가지고 있던것이 아니라 다른 요인으로 인해서 두꺼운 뼈조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 요인을 바로 위에서 소개한 골화석증과 같은 질병일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기존에 알, 그리고 둥지와 함께 발견된 공룡의 뼈 화석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골수골과 비슷한 형태가 관측되지 않았다는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연구진은 1) 둥지에 있던 공룡이 수컷이어서 없었을 가능성, 2) 골수골 조직이 알을 낳고 금방 재흡수되어서 사라졌을 가능성, 3) 공룡에겐 애초에 골수골 조직이 없었다는 가설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봐야 할 가설은은 세 번째 가설입니다. 연구진은 오늘날 닭이 칼슘이 부족한 먹이를 주로 먹는다면 골수골이 아니라 골피질, 그러니까 뼈의 겉 부분을 이루는 조직에서 칼슘을 얻는다는 점을 들어 어쩌면 이 골수골이라는 조직이 공룡-새의 진화 단계에서 생긴 것이 아닐것이란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오늘날 공룡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악어에게도 골수골이 없다는 점을 추가로 제시하면서 연구진은 골수골과 같은 뼈조직이 어쩌면 공룡이 낳을 알을 만들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 골화석증 같은 병이나 다른 원인이 있었을 것이며, 따라서 골수골과 같은 조직이 있다고 해서 암컷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조금 조심히 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3). 골수골이 맞다!
2016년에 B-렉스의 뼈에서 발견된 것이 골수골이 맞다는 또 다른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B-렉스를 처음 연구했던 슈와이처 박사와 노스 캘로라이나 대학교,와 디모인 대학교(Des Moines University), 그리고 일본의 니가타 대학교의 연구진은 B-렉스의 뼈에서 보이는 조직에 화학적 분석을 통해서 B-렉스에게 보이는 흔적이 골수골이 맞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새에서 발견되는 골수골은 다른 뼈와는 달리 골수골 조직에는 글리코사미노글리칸(glycosaminoglycan)이라고 하는 산성 다당류가 다른 뼈조직보다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산성에 반응하는 염색 물질을 이용하면 골수골을 구분할수 있지요.연구진은 산성에 반응하는 염색 물질인 알카라인 파랑 염색물질(Alcian blue stain)과 고농도 철 디아민 염색 물질(high iron diamine)을 이용하였습니다. 이 두 염색물질은 산성에 닿게되면 반응하여 염색이 됩니다. 산성의 농도가 높을수록 더 많이 반응하여 진한 색이 나오게 되지요. 쉽게 이야기 하자면 염색을 통해서 뼈조직을 구분하였다는 것입니다. 실험 결과, 닭, 타조, 그리고 B-렉스의 뼈에서 골수골이 정확히 구분되었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기존에 제기되었던 골화석증에 대해서도 반론을 하였습니다. 골화석증에 걸리게 되면 뼈의 직경이 크게 늘어나며, 동시에 형태 이상 및 골막반응(뼈가 손상되거나 표면을 덮는 섬유질인 골막이 자극을 받을 때 일어나는 반응)이 관측되어야 하나 그런 점이 전혀 관측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서 B-렉스의 뼈에서 나타난 것은 골화석증이 아니라 암컷이라고 볼수 있는 근거인 골수골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자 이렇게 해서 현재 B-렉스는 암컷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배란 시기의 암컷 조류의 특징인 골수골이 관측되었으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공룡의 암컷과 수컷을 구분하는 방법은 이 뼈조직을 살펴보는 방법뿐일까요? 좀 더 간단한 방법은 없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뼈의 형태에서 보이는 암컷과 수컷 공룡의 차이점에 대한 연구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youtu.be/07fd4fmgwQA?si=4ML1Y6EU5AdzqOZH
(PBS Eons: Why Is It So Hard to Tell the Sex of a Dinosaur?)
Chinsamy, A., & Tumarkin‐Deratzian, A. (2009). Pathologic bone tissues in a turkey vulture and a nonavian dinosaur: implications for interpreting endosteal bone and radial fibrolamellar bone in fossil dinosaurs. The Anatomical Record: Advances in Integrative Anatomy and Evolutionary Biology: Advances in Integrative Anatomy and Evolutionary Biology, 292(9), 1478-1484.
Norell, M. A., Balanoff, A. M., Barta, D. E., & Erickson, G. M. (2018). A second specimen of Citipati osmolskae associated with a nest of eggs from Ukhaa Tolgod, Omnogov Aimag, Mongolia. American Museum Novitates, 2018(3899), 1-44.
Schweitzer, M. H., Zheng, W., Zanno, L., Werning, S., & Sugiyama, T. (2016). Chemistry supports the identification of gender-specific reproductive tissue in Tyrannosaurus rex. Scientific Reports, 6(1),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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