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공룡의 두뇌- 뇌가 화석으로 발견되었다?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5. 3. 8. 06:33

 교과서에서 화석을 정의할 때 보통 나오는 표현이 있습니다. '생물의 뼈나 치아, 껍질같이 단단한 부분이 사라지지 않고 돌로 치환되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 이 정의는 아주 틀린 표현은 아니며 현재까지 발견된 거의 모든 화석에서 그대로 적용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예외라는 것이 존재하는 법이죠. 공룡의 화석 역시 그 예외가 있습니다. 공룡의 신체에서 아주 부드러운 부분이 화석화 되어서 남은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부위가 어디냐면 바로 두뇌입니다.

 사실 공룡의 두뇌 형태를 알아내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두뇌는 두개골에서 뇌실(braincase)이라는 공간에서 보호받고 있습니다. 두뇌 자체는 화석으로 남지 않더라도 뇌실의 형태는 화석으로 남기 때문에 이 뇌실의 형태를 기반으로 두뇌의 형태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추측한 것이 아니라 진짜 공룡의 두뇌가 그 자체로 화석으로 남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1). 해안가에서 발견된 공룡의 두뇌

 2004년에 영국의 화석수집가 제이미 히스콕스(Jamie Hiscocks)가 영국 남동부에 위치한 서섹스주(Sussex)에 있는 1억 3천3백만 년 전에 형성된 턴 브릿지 웰스층(Tunbridge Wells formation)이라는 지층에서 독특한 형태의 화석을 발견하였습니다. 정확한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뭔가 중요한 화석일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이 화석을 옥스포드 대학교의 마틴 브레이저 (Martin Brasier) 교수 및 공동 연구진과 함께 화석을 연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2016년 10월에 발표되었죠. 발표된 그 화석의 정체는 다름 아닌 공룡의 두뇌화석이었습니다. 이 화석은 공룡 중에서 전기 백악기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살았던 이구아노돈티아(Iguanodontian)라는 분류군에 속한 공룡의 것이라고 합니다. 이 공룡의 두개골에 있는 뇌실의 형태와 화석의 형태가 일치하였기 때문에 그 분류군에 속한 공룡의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 것이죠.

 

 

공룡의 두뇌 화석. 출처-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animals/article/dinosaur-fossil-brain-tissue-paleontology-animals-science

 

 

이구아노돈티아의 한 종류인 이구아노돈의 모습.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Iguanodon_new_NT.jpg

 

 

(2). 어떻게 두뇌가 화석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자 그러면 궁금증이 하나 들것입니다. 대체 이 공룡의 두뇌가 어떻게 화석으로 남아있는가 하는 것이죠. 설마 공룡은 두뇌도 단단하였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공룡의 두뇌 역시 말랑말랑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화석으로 남을 수 있냐고요? 연구진은 그 해답을 뇌 화석을 이루는 광물에서 찾았습니다. 뇌 화석은 크게 인, 그리고 탄산염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인이 두뇌가 어떻게 화석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가를 알아내는 것에 힌트를 제공하였습니다.

 화석이 발견된 퇴적층은 육지, 그중에서 석호라고 하는 바다와 격리된 호수에서 만들어진 퇴적층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모종의 이유로 영양분이 급격하게 많아지는 현상을 부영양화라고 합니다. 호수에서 영양분이 급격히 많아지게 되면 물에서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인 조류(algae)가 급격히 번성을 해서 개체수가 빠르게 많아집니다. 이렇게 조류가 많아지면서 점차 호수의 표면은 조류로 덮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 조류가 죽게 되면 물속에 가라앉게 되지요. 그리고 이 조류의 시체는 미생물들이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이용해서 분해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산소가 대량으로 사용되면서 물속의 용존산소량은 줄어들게 됩니다. 줄어든 용존산소로 인해서 호수는 점차 산소가 고갈되게 됩니다. 특히 깊은 물 속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죠. 이렇게 산소가 고갈되면서 물속의 여러 생물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또한 이때 분해작용으로 인해서 이산화탄소가 늘어나게 됩니다. 늘어난 이산화탄소는 호수의 산성 농도를 더욱 높여서 호수가 산성화되게 합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런 환경이 공룡의 두뇌가 보존될 수 있었던 원인이라고 합니다. 공룡의 시체가 물속에 떨어지면서 머리의 일부가 호수 바닥에 묻혔을 것입니다. 이때 호수는 부영양화의 영향으로 무산소 및 산성화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두뇌를 분해할 박테리아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뇌 주변을 이루는 퇴적물에 뇌가 들어가는 뇌실(braincase)의 형태가 틀처럼 찍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찍힌 뇌실 속에 인과 질소 같은 침전물이 스며들어 가게 되면서 두뇌의 형태가 썩지 않고 남게 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부영양화가 일어난 호수. 출처- https://garystockbridge617.getarchive.net/amp/media/water-algae-2-412-dsp-2-algae_001jpg-7abadf

 

(3). 두뇌를 통해서 알아낸 것

 그렇다면 이렇게 보존된 두뇌를 통해서 무엇을 알아낼 수 있었을까요? 연구진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공룡의 두뇌 형태는 오늘날 파충류, 그중에서 지배파충류의 두뇌와 흡싸하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새의 두뇌와 그 형태가 특히 유사하였죠. 예를 들자면 두뇌의 뇌막과  피질이 두개골벽에 밀착된 형태로 보존되어 있었는데 이는 오늘날 새의 두뇌에서 보이는 특징입니다. 공룡이 오늘날 살아있는 다른 파충류보다 새와 더 가까운 관계인 만큼 당연한 일이겠지요.

 연구진은 또 이렇게 발견한 공룡의 두뇌를 통해서 이구아노돈티안 분류군에 속한 공룡들의 습성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연구진에 의하면 이 공룡들의 지능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고 합니다. 생물의 두뇌와 지능의 관계를 알기 위해서 측정하는 것으로  '대뇌화 지수 (Encephalization quotient)'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뇌화 지수란 뇌의 무게를 체중의 2/3으로 나누고 계수를 곱한 값을 뜻합니다. 이 수치는 새, 그리고 머리가 좋다고 알려진 다른 육식공룡을 제외하면 공룡 중에서 매우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즉, 이 공룡들은 높은 지능을 가지며 상당히 복잡한 사회구조를 이루며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공룡의 두뇌가 보존되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단단하지 않은 부위가 화석으로 남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사례가 어딘가에서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죠. 

 

이번 포스팅에서 잠시 홍보를 하나 하겠습니다. 2025년은 세계 뇌주간입니다. 그래서 3월 10일부터 16일까지 대전에 있는 국립중앙과학관과 과학까페 쿠아에서 두뇌와 관련된 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Brasier, M., D, Norman, D., B, Liu, A., G, Cotton, L.,J, Hiscocks, J., E., H, Garwood, R., J, et al. Remarkable preservation of brain tissues in an early Cretaceous iguanodontian dinosaur. Geological Society, Special Publications. 2016; https://doi.org/10.1144/SP448.3

 

https://www.sci.news/paleontology/dinosaur-brain-tissue-04315.html

(SCI NEWS: Paleontologists Find Fossilized Dinosaur Brain T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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