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보존이 잘된 시조새 화석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5. 5. 31. 11:06

 시조새는 화석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최소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아주 유명한 화석입니다.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간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 1861년에 처음 세상에 공개된 이 화석은 지금까지 진화론의 상징과도 같은 위치에 있는 화석입니다 (종의 기원은 1853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즉, 종의 기원이 출간되고 8년 후에 세상에 알려진 화석이지요.). 

 시조새의 표본은 지금까지 14점이  보고되었습니다. 그중엔 깃털만 남아있는 표본도 있고(단 이건 시조새의 것이 맞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머리는 보존되어 있지 않은 표본도 있습니다.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표본은 머리와 깃털의 흔적이 잘 남아있는 베를린 표본일것입니다. 현재 독일 베를린 자연사 박물관에서 보관중인 이 표본은 여러 과학 교과서나 대중서에도 사진이 실려있습니다.

 

시조새 베를린 표본.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pecimens_of_Archaeopteryx

 

그렇다면 시조새의 가장 온전히 보존된 표본은 무엇일까요? 최근에 현재까지 발견된 시조새의 가장 온전한 표본에 대한 연구가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본래 이 표본은 개인 수집가에게 소장되어 있었다가 연구가 가능해지도록 박물관으로 소유권이 바뀌면서 연구가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표본과 어떤 연구가 있었는지 간략히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시카고 표본

 

시조새 시카고 표본.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pecimens_of_Archaeopteryx

 

 이 연구에서 사용된 시조새의 화석 표본은 본래 1990년 이전에 발굴되어서 개인 수집가의 소유로 존재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필드 자연사 박물관의 연구진에 의해서 2018년에 처음 그 존재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2022년에 마침내 표본의 소유권이 박물관으로 넘어오면서 연구가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이 시조새 표본에는 FMNH PA 830이라는 표본명이 붙게 되었습니다.

 2025년 5월에 미국의 필드 자연사 박물관과 시카고대학교, 존스 홉킨스 대학교,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대학교, 중국의 척추동물 고생물학 및 고인류학 연구소의 공동 연구진은 이 시조새의 표본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연구진의 분석에 의하면 이 시조새 표본은 부드러운 연부조직이 깃털과 발톱의 각질 외피, 그리고 발가락 밑을 이루는 비늘 패드에 일부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서 시조새의 발가락 패드의 형태를 알아낼 수 있게 되었죠.

 

mi p1~4: 소중수골뼈, ma p1,2: 대중수골뼈, ks:각질 외피. 출처- O’Connor et al (2025a).

 

시카고 표본에 남아있는 비늘의 흔적. 출처- O’Connor et al (2025a).

 

(2). 시조새와 새의 진화

 앞서 이야기하였듯 시조새는 진화론의 가장 큰 상징과도 같은 고생물입니다. 공룡의 특징과 새의 특징이 골고루 보이기 때문이죠. 척추고생물 화석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조차도 딱 보고 바로 알 수있을만큼 말입니다.

 시카고 표본을 연구한 연구진들은 시카고 표본에서 시조새의 특징을 발견하면서 이 고생물의 특징을 알아내었습니다. 연구진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시조새의 머리뼈에는 공룡에서 새로 진화하는 과정이 관측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시조새의 걸음걸이는 보행에 더 적합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고 하죠. 그리고 시조새는 공룡에서는 보이지 않으나 새에서는 보이는 깃털이 있다고 합니다. 즉, 편의상의 표현을 쓰자면 시조새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중간과정'형태를 하고 있는 것이죠! 어떤 특징들이 발견되었는지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1]. 시조새의 머리뼈

 시조새의 머리뼈 속 내부의 모습을 CT로 살펴본 연구진은 시조새의 머릿속, 정확히는 입천장과 턱을 지탱하는 뼈 보고 재미있는 특징을 찾아내었습니다. 시조새는 공룡과 후대에 등장하는 새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새의 머리뼈는 매우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공룡을 비롯한 파충류의 두개골, 그중에서 위턱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뼈 중에서 외익상골(ectopterygoid)라는 뼈가 있습니다. 이 뼈는 구개골(입천장뼈 palatine), 그리고 턱근육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익상골(pterygoid)이라는 뼈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새는 외익상골이 없습니다. 그래서 새는 턱을 움직일 때 위턱이 위로 올라가는 독특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래서 위턱이 매우 유연하게 움직이지요.

 

( 히아신스금강앵무-세계에서 가장 큰 앵무새중 하나-의 머리뼈. 턱의 움직임은 35초부터 등장.)

 

 이런 모습은 언뜻 보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사실은 나름 재미있는 특징입니다. 시카고 표본을 분석한 연구에 참여하였던 필드 자연사 박물관의 오코너( O’Connor)박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새가 다양한 생태적인 지위에 맞춰서 두개골을 변화하는데에 있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즉, 오늘날 다양한 종류의 새가 생길수 있는 바탕이 되었을 것이란 거죠.

 자 그러면 이게 시조새의 머리뼈와 어떤 연관이 있는것일까요?  시카고표본은 공룡에서 새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외익상골의 변화에 대한 단서를 하나 제공하였습니다. 시카고표본은 공룡처럼 외익상골을 가지고 있긴 하였으나 크기가 점차 작아지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새의 진화 과정에서 보이는 일종의 과도기적 과정에 있었다고 볼 수 있죠.

시카고 표본을 통해서 본 새의 머리뼈 진화 과정. 시조새의 외익상골은 진화 과정에서 일종의 과도기적인 단계에 있다. 출처- O’Connor et al (2025).

 

[2]. 시조새의 발

 시카고 표본은 독특한 특징을 하나 보이고 있는데 바로 발의 비늘이 보존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은 이 비늘을 통해서 시조새의 발 형태 및 생태를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발가락 밑에 있는 비늘패드(pad)입니다. 이 패드는 새가 일어서있거나 걸을 때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패드는 새가 어떻게 사는가에 따라서 그 형태가 달라집니다.

오늘날 새들을 보면 나무에 사는가, 땅에 사는가, 아니면 맹금류, 그러니까 발로 먹이를 움켜잡는가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시조새의 발가락 비늘패드는 땅에서 걸어 다니며 활동하는 새들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즉, 시조새는 주로 땅에서 돌아다녔다고 볼 수 있죠.

 

새의 생태에 따라 달라진 발가락 비늘 패드의 형태 차이. i, j가 시카고 표본 시조새의 화석이다. 출처- O’Connor et al (2025).

 

[3]. 시조새의 깃털

 시카고표본을 살펴본 연구진은 이 표본에서 독특한 깃털을 찾아내었습니다. 셋째 날개깃(Tertial feathers)이라고 하는 이 깃털은 새가 날개를 접었을때 첫째날개깃, 둘째날개깃을 덮는 용도로 사용되는 깃털입니다. 이 깃털은 오늘날 새의 날개에서는 흔하게 발견되는 깃털입니다. 그런데 이 깃털은 다른 공룡에서는 보이지 않는 깃털입니다. 오직 새에서만 보이는 깃털이죠. 그런데 시카고 표본을 분석한 연구진 시조새에서 이 깃털이 보인다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즉, 시조새는 다른 비조류공룡보다 새에 더 가까운 깃털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셋째날개깃은 새가 하늘을 날 때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새가 하늘을 날때는 공기가 흐르는 방향에 따라 작용하는 양력이 작용합니다. 그런데 날개깃과 새의 몸 사이에 공간이 있으면 양력의 흐름에 방해가 생겨서 비행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새는 이 문제를 셋째날개깃을 통해서 해결하였습니다. 공간을 또 다른 깃털로 덮어버리면서 양력의 흐름이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한 것이지요.

 공룡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 깃털이 시조새에서는 보인다는 것은 이 셋째날개깃의 출현이 새의 진화과정에서 꽤 이른 시기에 있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새의 날개 구조. 출처- http://www.kwildbird.com/bbs/view_image.php?fn=/data/editor/1512/da91273afddf5ccd4ce8075783f2bf36_1449199864_8866.jpg

 

시카고표본으로 본 시조새의 깃털 종류. 출처- O’Connor et al (2025).

 

오늘날 새의 세번째 깃털. 출처- O’Connor et al (2025).

 

 이러한 특징 이외에도 시카고 표본을 통해서 본 결과 시조새의 척추뼈 역시 그 형태가 공룡과 비슷하지만 손목뼈의 구조는 오늘날 새처럼 4개의 손목뼈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즉, 시조새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욱더 공룡, 그리고 새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새의 진화과정의 모습을 분명히 보이는 것이죠.

 

시카고 표본을 토대로 복원한 시조새의 모습. 출처- O’Connor et al (2025).

 

 시조새는 고생물학 연구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화석입니다. 공룡에서 새로 진화하는 과정에 속한 생물의 화석은 시조새가 처음 발견된 19세기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많이 발견되었으나 시조새는 여전히 진화생물학 연구사에서 큰 의미가 있지요. 과연 이 멋진 생물에 대해서 또 어떤 새로운 것이 발견될지 기대됩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pecimens_of_Archaeopteryx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25/may/14/feathered-fossil-provides-clues-about-how-earliest-birds-first-took-flight

(The Guardian: Feathered fossil provides clues about how earliest birds first took flight)

 

O’Connor, J., Clark, A., Kuo, P. C., Kiat, Y., Fabbri, M., Shinya, A., ... & Hu, H. (2025). Chicago Archaeopteryx informs on the early evolution of the avian bauplan. Nature,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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