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날 매너티의 등장
오늘날에는 총 4종의 매너티가 존재합니다. 아마존강에 사는 아마존 매너티, 서인도제도에 사는 서인도매너티, 아프리카에 사는 아프리카매너티가 있습니다(여기에 더해서 난쟁이 매너티라고 하는, 아마존강에 서식하는 작은 종류의 매너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매너티는 아마존 매너티의 어린 개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정확한 정체는 아직 완전히 알 수 없는 듯 합니다.).
어쨌든 전편에서 나왔던 포타모시렌(potamosiren)과 리보돈(Ribodon) 이후로도 매너티과의 화석기록은 계속 남미에서 발견이 되었습니다. 즉, 오늘날 매너티 역시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기록이 등장하였던 것이죠. 오늘날 매너티의 가장 오래된 화석기록은 대략 1천 1백만 년 전에서 5백만 년 사이의 브라질의 아마존강 서쪽에 있는 하나의 지류인 후루아강(Juruá River)유역의 솔리모에스층(Solimoes Formation)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시기는 마이오세 후기였지요. 이 시기에는 아마존강은 막 생겨날 즈음이었습니다. 대략 1천 1백만 년 전에 생성된 아마존강은 사실 남미의 북부지역, 즉 오늘날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지역에 크게 퍼져있는 호수와 비슷한 모습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이를 거대 습지(megawetland)라고 합니다. 아마존강이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를 하게 된 것은 대략 4백 5십만 년 전에 들어서서 바다로까지 강이 흐르게 되면서 생성되었습니다.
아마존강의 모습이 이러하였다는 것은 곧, 매너티 역시 4백 5십만 년 전 이전까지는 남미에서만 생활하였으리라는 것을 제시합니다. 실제로 남미 외의 지역에서 매너티의 화석이 발견된 시기 역시 이보다 더 이후라는 점 역시 이를 뒷받침 합니다.
그러면 매너티과는 언제 남미를 벗어났을까요? 일단 화석기록을 보면 남미 외의 지역에서 발견된 매너티의 화석은 250만 년 전 즈음의 미국의 뉴저지, 텍사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거기에 분자, 지리적 연구(당시 아마존강의 형성 및 아메리카 대륙 지역의 움직임 등)를 통해서 매너티과의 분화 시기를 측정한 결과 오늘날 매너티의 분화는 대략 330만 년 전 즈음인 것으로 측정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살아있는 매너티과 중에서 가장 원시적인 매너티는 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아프리카매너티라고 합니다. 대략 이 매너티의 정확한 분화시기는 애매하지만, 유전학적, 지리적 분석 결과 대략 플라이오세 중기 이후인 3백 6십만 년 전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또한 남미에서 사는 매너티는 그보다 더 이후에 아프리카 매너티와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즉, 오늘날 매너티는 대략 360만 년 전에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오늘날 듀공의 등장
매너티가 이렇게 남미에서 아프리카로 갈 동안 듀공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진화하였을까요? 전편에서 북아프리카에서 처음 나타난 원시적인 바다소 중에서 듀공과는 자메이카, 푸에르토리코, 유럽, 인도 등으로 진출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어느 쪽이 듀공으로 진화하였는지는 정확히 알수 없다고 합니다. 화석기록을 비롯한 여러 연구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생물 지리적, 생물 분류학적 분석을 한 최근의 연구 결과 듀공은 플로리다 인근에서 태평양으로 분화하거나 혹은 인도-호주 인근에서 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 결과대로라면 듀공은 오늘날 태평양에서 1200만 년 전 즈음에 진화한 것으로 현재 보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태평양이 슬슬 오늘날 모습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태평양의 영해가 남중국해 방향으로 뻗어나가면서 듀공 역시 퍼져나가면서 진화를 할 수 있었죠. 태평양에서 나타난 듀공은 오늘날에는 동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까지 사는 지역을 확장하였습니다. 매너티와는 달리 듀공 듀곤(Dugong dugon)1종만 있는 채로 말이죠.
2. 사라져가는 바다소
(1). 스텔라해우, 현대에 멸종한 바다소
화석기록, 유전자, 생물지리등등 여러 연구를 종합해보면 바다소는 북아프리카에서 처음 등장한 이래로 남아메리카, 유럽, 태평양, 인도 등 여러 지역에 뻗어나가 분포하였습니다. 그중엔 무려 극지방에까지 진출한 바다소도 존재하였습니다. 이 바다소는 안타깝게도 빙하기도 넘겼으나 현재는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이들은 스텔라해우라고 하는 바다소입니다. 기록상 이 동물들은 몸 크기가 최대 10미터까지 자라며 몸무게도 11톤까지 나갔다고 합니다. 이들의 분포지는 마지막으로 확인된 지역이 러시아 동북부의 코만도르스키예 제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독일의 생물학자이자 스텔라해우를 학계에 보고한 게오르크 빌헬름 슈텔러(Georg Wilhelm Steller)는 이 바다소가 베링 해협에 분포한 해조류에 의존해서 살아갔다고 기록하였습니다.
상당히 거대한 바다소였던 스텔라해우. 이들은 상당히 최근 시기에 멸종하였습니다. 18세기에 유럽인들이 북극을 항해하면서 처음 발견한 이 동물은 당시 식량이 다 떨어진 탐험대가 이들을 사냥하면서 처음 인간에게 고기맛이 알려졌습니다. 고기맛은 아주 훌륭하였다고 합니다. 탐험대가 돌아간 뒤에 이 소식이 알려지자 유럽에서 온 탐험가들이 닥치는 대로 스텔라해우를 사냥하였습니다. 당시 인간을 처음 본 스텔라해우는 인간에게 크게 적대적이지 않았기에 인간의 사냥에 더 무방비하였습니다. 결국 1768년에 스텔라해우는 공식적으로 멸종되었다고 합니다.
다만 2021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스텔라해우는 인류가 극지방으로 진출하기 전에 이미 멸종으로 가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러시아, 노르웨이의 과학자들은 러시아의 세계 해양 박물관(Museum of the World Ocean)에서 보관 중인 스텔라해우의 머리뼈에서 스텔라해우의 DNA 핵을 추출하여 게놈 분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친척들 즉, 듀공, 매머드, 벨루가 고래, 바다코끼리, 일각고래, 북극곰과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스텔라해우의 유전적 다양성은 이미 멸종단계에 접어들었던 시절의 매머드와 거의 일치하였다고 합니다. 즉, 인류가 진출할 때 즈음에 이미 스텔라해우는 멸종에 다가가고 있었던 것이죠. 연구진은 신생대 4기에 문명이 시작되기 거의 직전이었던 시기 즉, 대형 포유류의 상당수가 멸종하였던 시기에 기후의 변화, 해수면의 변화 등으로 인해서 멸종단계에 이미 접어들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물론 이게 사실이었다해도 스텔라해우를 멸종하게 만든 방아쇠를 당긴 건 인간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겠지만 말이죠...
(2). 멸종위기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전 세계로 뻗어나간 바다소는 세계 여러 지역으로 이주하였습니다. 멀리는 일본에다가 알래스카까지 진출하였을 정도로 어주 멀리 퍼져나갔습니다. 생각해보면 바다소는 참 많이 퍼져나간 동물입니다. 북아프리카에서 처음 기원해서 유럽, 인도, 남아메리카에 진출하고 종국에는 태평양에 알래스카까지 진출하였으니까요.
하지만 바다소는 오늘날 그 숫자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바다소의 주 먹이인 해초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안 근처일수록 육지에서 떠내려오는 각종 쓰레기나 오염물, 그리고 간척 개발등으로 인해서 해초류의 감소는 이를 주로 먹으며 생활하는 바다소들에게도 치명적 일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이 멋진 동물들이 바다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Bonde, R. K. (2009). Population genetics and conservation of the Florida manatee: Past, present, and future. University of Florida.
de Souza, É. M. S., Freitas, L., da Silva Ramos, E. K., Selleghin-Veiga, G., Rachid-Ribeiro, M. C., Silva, F. A., ... & Nery, M. F. (2021). The evolutionary history of manatees told by their mitogenomes. Scientific reports, 11(1), 1-10.
Sharko, F. S., Boulygina, E. S., Tsygankova, S. V., Slobodova, N. V., Alekseev, D. A., Krasivskaya, A. A., ... & Nedoluzhko, A. V. (2021). Steller’s sea cow genome suggests this species began going extinct before the arrival of Paleolithic humans. Nature communications, 12(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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