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포유류

가슴에 위치한 단단한 뼈 -여러 기능이 있는 가슴뼈-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9. 3. 07:32

  우리의 몸은 아주 무수히 많은 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에서 신체의 중앙이라 할 수 있는 가슴 중앙부에는 하나의 기다란 뼈가 존재합니다. 복장뼈(sternum)라고 하는 이 뼈는 여러 역할을 합니다. 첫 번째로 이 뼈는 가슴 속의 심장, 허파 등 가슴에 위치한 기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이 뼈들은 양 어깨와 앞다리(사람은 팔)를 움직일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깨를 움직이는 근육이 이 뼈에 단단히 붙어있기 때문이지요.

가슴 중앙에 위치한 뼈 복장뼈. 초록색이 복장뼈자루, 하늘색이 흉골, 보라색이 검상돌기이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ternum

  포유류는 이 뼈가 특히 특이합니다. 포유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다른 사지동물들은 이 뼈가 없거나, 연골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외로 새의 경우에는 진화를 거치면서 늑골과 뭉쳐져서 단단한 뼈로 융합되었습니다.). 그 반면에 포유류의 복장뼈는 단단한 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거기에 크게 3부분-복장뼈자루(manubrium-복장뼈의 앞부분을 이루는 뼈), 흉골(sternebrae-복장뼈의 뒷부분을 이루는 여러 뼈가 나열된 것), 검상돌기(xiphoid-복장뼈의 맨 끝의 뾰족한 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오늘날 포유류의 조상인 초기 포유류부터 이미 단단한 복장뼈가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포유류가 이 뼈를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는 의문으로 남아있었습니다. 포유류의 조상뻘인 수궁류에서는 몇몇 생물에서 이 뼈가 보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2). 오늘날 포유류와 유사한 복장뼈를 지닌 가장 오래된 생물

  최근에 수궁류의 복장뼈 진화사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독일과 미국, 남아공의 공동 연구진은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의 이지코 박물관(Iziko museum)에 보관되어 있는 고르고놉스 토르부스(Gorgonops torvus)의 화석과 다른 수궁류의 화석을 토대로 수궁류의 복장뼈의 진화사를 살펴보았습니다. 고르고놉스는  2억 6천만 년 전 즈음에 오늘날 남아공 지역에서 살았던 단궁류로, 포유류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고르고놉스 토르부스의 모습.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Gorgonops

 고르고놉스의 화석을 살펴본 결과, 이 생물은 위에서 살펴본 포유류의복장뼈와 같은 구조-3개의 뼈로 이루어진 구조-를 온전히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궁류의 분기도를 살펴보면, 이 구조는 모든 수궁류에서 보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수궁류에서 포유류로 가는 중간중간에 위치한 수궁류에서 복장뼈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여럿 나타났습니다. 즉, 포유류의 복장뼈와  비슷한 구조의복장뼈는 수궁류의 진화사에서 2번 등장하였던 것이었습니다.

  고르고놉스의 복장뼈가 발견되기 전에는 대략 2억 4천만 년 전 즈음에 살았던 디아데모돈(Diademodon)이 포유류와 비슷한 복장뼈를 가진 가장 오래된 생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등장한 단궁류에선 복장뼈가 관측되지 않거나 다른 형태의 복장뼈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르고놉스의 복장뼈 구조. 출처- Bendel et al (2022).
고르고놉스의 복장뼈 사진. 출처- Bendel et al (2022).

 

고르고놉스 이후에 살았던 생물 중에서 오늘날 포유류와 유사한 복장뼈를 가진 수궁류 디아데모돈.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iademodon

 

 

(3). 포유류의 조상과 그 친척들의 복장뼈 형태

수궁류에서 복장뼈의 형태. 파란색이 복장뼈이다.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한 것이 고르고놉스이다. 출처- Bendel et al (2022).

 

  자 위 그림은 여러 수궁류의 복장뼈 형태입니다.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한 것이 고르고놉스의 복장뼈입니다. 위 그림은 빨간색이 쇄골(clavicle), 보라색이 쇄골간(interclavicle), 파란색이 복장뼈(sternum)입니다. 위에서 포유류와 고르고놉스의 복장뼈는 3부분으로 나누어진 형태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마치 숟가락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특징이 다른 수궁류, 그중에서 고르고놉시아와 포유류 사이에 위치한 수궁류에서는 보이지를 않습니다. 심지어 복장뼈가 아예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트리낙소돈은 온전한 골격이 여러 번 발견된 수궁류이나 복장뼈가 보고된 사례는 아직도 없습니다. 그러다가 포유류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다시 뼈로 된 단단하고 여러 구조로 이루어진 복장뼈가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정리해보자면 포유류의 진화사에서 오늘날 포유류의 복장뼈는 화석기록을 봤을때 두번 나타났습니다. 먼저 고르고놉스에서 제일 처음 나타났습니다. 아직 포유류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오늘날 포유류와 유사한 복장뼈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보다 좀 더 이후에 오늘날 포유류의 조상인 원시적인 포유류가 진화하고 난 이후 등장하여서 오늘날 포유류까지 계속 이어진 것입니다. 이 현상에 대해서 연구진은 두가지 가설을 주장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고르고놉스에서 처음 뼈로 이루어진 여러 구조의 복장뼈가 발달하였다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났다는 가설입니다. 두 번째는 고르고놉스와 이후의 수궁류에서 복장뼈가 수렴진화하였다는 가설입니다.

 

(4). 복장뼈와 호흡

  포유류는 진화하면서 여러 신체 변화를 거쳤습니다. 우선 다른 척추동물과는 달리 포유류는 여러 구조로 이루어진 이빨(어금니, 송곳니, 앞니)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척추동물과는 달리 포유류는 1개의 아래턱뼈(치골-dentary-)만 가지고 있습니다. 입천장에 생긴 이차입천장(secondary palate, 이차입천장에 대해서 보러 가기)구조가 있습니다. 또한 잘 발달된 허리와 위에서 이야기한 복장뼈가 있습니다. 복장뼈 덕분에 발달된 앞다리, 효율적으로 보호되는 내장기관등 이점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복장뼈는 그 외에도 또 하나의 이점을 포유류에게 주었습니다. 바로 호흡입니다. 호흡이 복장뼈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봐야 할것은 바로 허리입니다. 우리는 허리가 왜 있을까요? 우리 신체에서 허리에는 호흡과 관련된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횡격막입니다. 횡격막은 우리가 호흡할 때 아래로 내려가면서 허파의 크기를 늘려 산소를 흡입하고 저장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이 횡격막이 제대로 그 기능을 하려면 횡격막이 늘어날만한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이 공간이 바로 허리입니다. 

  그런데 횡격막은 동시에 가슴, 정확히는 늑골에 부담을 주기도 합니다. 허파가 커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횡격막을 발달시키기 위해선 단단하면서 동시에 유연성이 있는 늑골이 필요합니다. 포유류는 이를 단단한 복장뼈를 발달시키면서 해결하였습니다. 단단한 복장뼈는 허파가 커지면서 생기는 부담을 버틸 수 있도록 해줍니다. 늑골에 부착된 연골은 커지는 허파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줄 수 있습니다. 거기에 복장뼈는 횡격막이 부착되는 위치 중 하나입니다. 즉, 복장뼈가 발달하면서 포유류는 횡경막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포유류로 하여금 더욱더 효율적인 호흡을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아마 이 횡격막이 포유류 이전에 단단하고 여러 구조로 이루어진 복장뼈를 가진 수궁류에서 발달하었으리라고 추정하였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phys.org/news/2022-08-life.html?fbclid=IwAR3-ld6n8wDlUsWS0FH_INkGgU0P_fdLSZ375fWFBGlGZFKGFMzV9CwyrJ4 

 

Bendel, E. M., Kammerer, C. F., Luo, Z. X., Smith, R. M., & Fröbisch, J. (2022). The earliest segmental sternum in a Permian synapsid and its implications for the evolution of mammalian locomotion and ventilation. Scientific Reports, 12(1), 1-9.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