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포유류

상아의 진화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11. 3. 06:22

(1). 사라지는 상아

 최근에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야생의 코끼리들 사이에서 상아가 없이 살아가는 코끼리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죠. 그 원인은 바로 인간의 사냥입니다. 크고 멋진 상아를 가진 코끼리일수록 인간에게 먼저 사냥당하다 보니 갈수록 코끼리들의 상아가 짧아지다가 아예 없어지게 된 것이지요. 코끼리에게 상아는 매우 중요합니다. 물을 찾기 위해서 땅을 파거나, 아니면 먹이가 되는 나무뿌리를 캘 때 사용하지요. 따라서 상아가 없을수록 코끼리들은 살아가기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은 없어져야 합니다.

 

상아를 가진 아프리카코끼리. 상아를 지닌 코끼리는 갈수록 사라지는 추세이다.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frican_Elephant_(Loxodonta_africana)_bull_with_long_tusks_..._(50138452911).jpg

 

 그렇다면 과연 상아는 동물의 역사에서 언제 나타났을까요? 사실 상아라는 건 포유류에게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코끼리 그리고 바다코끼리와 몇몇 멧돼지에서 존재하는 것이 상아이지요. 상아는 이빨, 그중에서 엄니가 길게 자라난 것입니다. 그런데 보통 에나멜로 덮여있고 일정하게 자란 이후에 더 자라지 않는 이빨과는 달리 상아는 1) 에나멜로 덮여있지 않고 (코끼리의 경우엔 상아 끝에만 조금 덮여있습니다.),  2) 멈추지 않고 계속 성장한다는 것이 보통 이빨과 다르지요. 최근에 이 상아의 기원에 대한 연구가 하버드 대학교, 필드 자연사 박물관, 아이다호 주립 대학교, 그리고 워싱턴 대학교의 공동 연구진에 의해서 발표되었습니다.

 

(2). 상아의 기원과 발달

 위에서 언급하였듯 상아는 오직 포유류에서 보이는 특징입니다. 그러면 가장 오래된 상아 역시 포유류, 혹은 그 조상에서만 보이는 특징일까요? 현재까지 화석기록을 통해 직접적으로 확인된 바로는 페름기 말에 살았던 다이익토돈, 그리고 리스트로사우루스가 속하는 디키노돈트류라는 분류군에 속하는 동물들의 화석에서 상아와 비슷한 구조의 엄니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동물들은 언뜻 보면 공룡 같지만 실은 단궁류 즉, 포유류의 조상뻘이 되는 동물들입니다. 공룡보다 사람에 더 가까운 동물들이지요! 이 동물들은 공룡이 나타나기 전인 2억 5천만 년 전 즈음에 살았습니다. 공룡 시대라고 불리는 트라이아스기가 막 시작될 즈음이었지요.

 

디키노돈트류 다이익토돈(좌)과 리스트로사우루스(우). 출처- 다이익토돈: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Diictodon-A72-01.jpg 리스트로사우루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Lystrosaurus_BW.jpg

 

 디키노돈트류 이후에 상아는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장비목 즉, 코끼리와 그 친척에서 다시 진화하였습니다. 초기 장비목에서 본래 엄니였던 이빨이 길게 자라면서 에나멜로 덮여있었던 이빨이 점점 에나멜에서 벗어나다가, 후에 장비목이 다양하게 퍼지면서 각각 에나멜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즉, 에나멜이 한 번에 짠! 하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 코끼리의 친척들이 전 세계로 다양하게 퍼지면서 에나멜도 종류마다 각각 다르게 사라지게 된 것이었죠.

 

(3). 디키노돈트류의 상아

디키노돈트류의 상아에 대한 비밀을 풀기 위해서 연구진은 탄자니아 자연사 박물관,  잠비아 국립 보존 위원회, 워싱턴 대학교의 버크 박물관, 남아공 박물관, 진화 연구 재단, 블룸폰테인 국립 박물관에서 보관중인 총 9종의 디키노돈트류의 화석을 분석하였습니다. 상아와 비슷한 형태의 엄니를 가진 디키노돈트류의 엄니를 X레이 및 CT 스캔으로 조사하였죠. 그 결과 이빨을 이루고 있는 조직의 구성을 알아내었습니다. 결과를 보면, 몇몇 디키노돈트류들은 엄니에 에나멜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코끼리의 상아처럼 말이죠.

 하지만 모든 디키노돈트류의 엄니에서 에나멜이 제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이익토돈의 경우엔 에나멜이 40 µm 이하의 두께로 이빨 바깥을 덮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몇몇 디키노돈트류들 (머리 크기가 20~40cm 정도의 다 자란 개체들)의 이빨 또한 에나멜로 덮인 흔적이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1) 두꺼운 에나멜로 덮이고 턱뼈에 융합되었지만, 단단히 고정되지 않은 엄니, 2) 얇아진 에나멜로 덮이고 턱뼈에 융합되었지만, 단단히 고정되지 않은 엄니, 3) 에나멜이 사라지고 턱뼈에 단단히 고정된 엄니 이렇게 셋으로 나누어졌습니다. 이 중에서 연구진은 진정한 상아를 가진 디키노돈트류는 3번 유형에 속하는 엄니를 가진 디키노돈트류로 인정하였지요. 즉, 상아처럼 보이는 엄니를 가졌다고 모두 상아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리스트로사우루스. 이들은 에나멜이 부재하고 턱뼈에 단단히 융합된 상아를 가지고 있었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Lystrosaurus

 

다이익토돈. 긴 송곳니를 가지고 있었지만, 에나멜이 존재하고 턱뼈에 단단히 융합되지는 않았다. 즉, 완전한 의미의 상아는 아니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Diictodon

 

프리스테로돈. 이들은 에나멜이 두껍고, 턱뼈에 완전히 융합되지 않은 이빨을 가지고 있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Pristerodon

 

 이런 구조를 통해서 학자들은 상아가 포유류에서 어떻게 발달하게 되었는가를 총 4번의 과정에 거쳐서 이루어졌다고 설명하였습니다. 1) 이빨이 턱뼈에 단단하지 않게 붙어 있으며, 평생 이갈이를 할 수 있는 과정. 2) 대치이가 감소. 3) 이갈이 수치 감소하며, 턱뼈에 서서히 단단하게 부착. 4) 에나멜이 사라지며, 턱뼈에 이빨이 단단하게 부착. 동시에 이갈이가 사라지고 상아는 계속 자라는 구조로 진화하였다는 것이죠.

 

상아의 발달과정. 간략히 보면 1) 이갈이가 감소, 2) 턱뼈에 단단히 융합 3) 이갈이가 아닌 하나의 이빨이 계속 자라는 구조 4) 에나멜이 사라지는 구조로 상아가 발달하였다는 결론이 나왔다. 출처-Whitney et al (2021).

 

 그런데 재밌는 것이 있습니다. 우선 이런 상아를 가진 동물들은 오늘날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코끼리 외에도 바다코끼리, 멧돼지 등등 여러 동물에서 보이는 구조죠. 이들은 분류학적으로 딱히 크게 가까운 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각 따로따로 상아를 발달시켰습니다.  즉, 상아는 한 계통에서 발달한 것이 아니라 여러 종의 동물에서 따로따로 진화하였다는 것이죠. 과거 디키노돈트류의 상아는 그중에서 코끼리의 상아와 매우 비슷하게 발달하였다고 합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비슷한 구조로 발달한 것이죠.

 

아프리카코끼리(좌)와 리스트로사우루스(우). 이들은 거리가 꽤 먼 관계이지만 비슷한 구조의 상아를 가지고 있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Tusk#/media/File:Tanzanian_Elephant.jpg (아프리카코끼리), https://en.wikipedia.org/wiki/Lystrosaurus#/media/File:Lystr_georg1DB.jpg (리스트로사우루스).

 

 오랜 과거에서부터 나타난 상아. 앞으로도 이 상아를 가진 동물들이 무사히 살아가는 세상이 돼었으면 합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www.sciencenews.org/article/tuskless-elephants-evolution-poaching?fbclid=IwAR0n2vaLjHb7xasbKktmk-CeGdRIroby4JszsMVpahhfBBJqnJMGs1S-rSM 

 

Whitney M. R., Angielczyk K. D., Peecook B. R. and Sidor C. A. 2021 The evolution of the synapsid tusk: insights from dicynodont therapsid tusk histologyProc. R. Soc. B.2882021167020211670 http://doi.org/10.1098/rspb.2021.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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