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발로 뛰어다닌 포유류
제가 어릴 때 자주 즐겨보던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영국 BBC에서 제작한 공룡 대탐험(Walking with dinosaur) 시리즈였지요.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공룡 시대를 다룬 공룡 대탐험과, 공룡 시대 이후를 다룬 고대 야생동물 대탐험(Walking with beast), 공룡 시대 이전을 다룬 공룡 이전의 생명체(Walking with monster) 3부작으로 나누어지지요. 그중 어릴 적 우연히 TV에서 고대 야생동물 대탐험을 방영하는 걸 보고 DVD까지 구매해서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납니다.
고대 야생동물 대탐험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공룡 시대에서 대략 1천 5백만 년 이후의 독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의 메셀층이란 곳에서 여러 포유류와 파충류의 화석이 발견되는데, 그중 렙틱티디움이라는 포유류가 나옵니다. 꽤 귀엽게 생긴 포유류이죠. 작중에서 이 포유류는 긴 꼬리로 몸의 중심을 잡은 채로 두발로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이동을 하였습니다. 마치 캥거루와 비슷하였죠.
이렇게 작고 두발로 뛰어다니는 포유류는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사는 껑충쥐(Notomys)에 속하는 쥐들은 이동을 할 때 두 발로 걷는 뛰어다니며 사는 설치류입니다. 주로 밤에 돌아다니는 이 쥐들은 땅속에 굴을 파면서 살지요.
2017년에 이 포유류들과 비슷하게 두 발로 뛰어간 흔적이 진주시 발자국 화석지에서 보고되었습니다. 이 발자국을 남긴 장본인이 렙틱티디움이나 껑충쥐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비슷하게 두발로 뛰어다니건 포유류가 과거 우리나라에서 살았던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석을 연구한 진주교대의 김경수 교수님과 연구진은 이 발자국에 코레아살티페스 진주엔시스(Koreasaltipes Jinjuensis)라는 학명을 붙였습니다.
2. 진주시에서 발견된 두 발로 뛴 발자국
코레아살티페스는 아주 작은 보행렬입니다. 발자국의 지름이 대략 1cm내외인 아주 작은 발자국 보행렬이 9쌍으로 찍혀있었죠. 이 발자국은 4.1cm 정도의 간격을 두고 나란히 찍힌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발가락은 1개~5개로 찍혀있었습니다. 즉, 이 발자국을 남긴 장본인은 1cm 내외의 크기의 발에 5개의 발가락을 가진 포유류로 4.1cm 간격으로 뛰면서 보행렬을 남겼던 것이죠. 꼬리를 끌었던 흔적은 없는 것으로 보아 꼬리를 들고 뛰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것만 보고 어떻게 포유류임을 알 수 있었을까요? 소형 포유류의 발자국은 폭이 비슷비슷하고 3번째 발가락의 길이가 긴 특징이 있습니다(참고로 도마뱀 같은 경우는 4번째 발가락이 가장 깁니다.). 코리아살티페스에서도 이 흔적이 보이기 때문에 포유류의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죠.
코리아살티페스는 백악기 시대의 두 발로 뛴 포유류의 발자국이 처음으로 보고된 사례입니다. 기존에는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된 아메기니크누스 파타고니쿠스(Ameghinichnus patagonicus), 아메기니크누스 마난티아렌시스(Ameghinichnus manantialensis)와 북미에서 발견된 신생대 고제3기 에오세 때 발자국 화석인 무살티페스 오키덴스(Musltipes occidens)와 무살티페스 롱기디기투스(Msaltipes longidigitus)뿐이었습니다. 따라서 코리아살티페스는 백악기 시대에 두 발로 뛰었던 포유류의 발자국이 처음으로 발견된 사례이며 동시에 오늘날 한반도가 되는 지역에서 백악기 시기에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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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Kim, K. S., Lim, J. D., Lockley, M. G., Xing, L., & Choi, Y. (2017). Korean trackway of a hopping, mammaliform trackmaker is first from the Cretaceous of Asia. Cretaceous Research, 74, 188-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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