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포유류

바다소의 진화(1)-인어의 모티브가 진화한 과정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9. 24. 09:21

1. 인어의 모티브

  인어. 사람과  꼭 닮았지만 하반신이 다리가 아닌 물고기의 꼬리로 이루어져 있는 신비한 존재이지요. 물론 이들은 실존하는 생물은 아닙니다. 다만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전설속에서 존재하지요. 심지어 우리나라에도 인어의 전설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만큼 실존하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존재이지요.

 

물밖으로 튀어나온 인어.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ermaid.jpg

 

  물론 인어는 실제로 존재하는 생물은 아니며 전설로 내려오는 생물입니다. 하지만 전설이 그냥 생기지는 않겠지요. 분명 모티브가 되는 존재가 있었을 겁니다. 바다소는 그 전설의 모티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존재입니다. 물속에서 서식하는 이 포유류들은 새끼들의 젖을 먹일 때 수면으로 올라와서 새끼를 안고 젖을 먹입니다. 그래서 옛 뱃사람들이 오해하였던 것으로 추정되지요. 멀리에서 보면 마치 사람과 비슷하게 보였던 것이겠지요.

  그러면 바다소는 어떻게 진화하였던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바다소목의 진화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바다소의 한 종류인 매너티의 모습.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usfwshq/7636814558

 

2. 코끼리의 친척

  바다소목에는 듀공과 매너티가 속합니다. 이들은 얼핏 보면 물개나 바다사자랑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러면 실제로도 물개랑 가까운 관계일까요? 아닙니다. 애초에 물개, 바다사자는 포유류 중에서 식육목에 속합니다. 이들은 육식성 포유류를 포함하는 분류군입니다. 바다소는 모두 물속에서 서식하는 해초류를 먹는 초식성이기에 식육목에는 속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바다소목은 포유류중 어느쪽과 가까울까요? 바다소목은 코끼리가 속한 장비목과 가깝습니다. 두 분류군은 여러 포유류 분류군중에서 아프로테리아상목이라는 분류군에 들어갑니다. 이 분류군에는 코끼리와 바다소 외에도 땅돼지, 땃쥐 등등이 속합니다. 생긴 모습은 다 다르지만 유전학적으로 볼 때 가까운 사이이기에 이렇게 분류가 된 것이지요.

 

1.땅돼지(Orycteropus afer) 2.듀공(Dugong dugon) 3.코끼리땃쥐(Rhynchocyon petersi) 4.서인도제도매너티(Trichechus manatus) 5.금빛두더지(Chrysochloridae sp.) 6.바위너구리(Procavia capensis) 7.아프리카코끼리(Loxodonta africana) 8.마다가스카르고슴도치붙이 (Tenrec ecaudatus). 생긴 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다 가까운 친척이다.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95%84%ED%94%84%EB%A1%9C%ED%85%8C%EB%A6%AC%EC%95%84%EC%83%81%EB%AA%A9

 

  다른 생물들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이번 글에서는 바다소목만 다루어보겠습니다. 이들은 오늘날 중남미, 아마존강, 아프리카, 중동, 인도,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의 연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북극에서도 서식하였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북극에서 살았던 바다소인 스텔라 바다소는 인간에 의해서 지금은 멸종하였지만 말이죠..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스텔라 바다소의 모형.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Steller%27s_sea_cow#/media/File:Em_-_Hydrodamalis_gigas_model.jpg

 

3. 바다소의 화석기록

(1). 원시적인 바다소

  그러면 이 바다소목에 속한 생물은 언제 지구상에 모습을 나타냈을까요?   2022년 8월에 나온 연구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원시적인 바다소는 대략 5천 6백만 년 전에 오늘날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지금은 사막이지만 이 지역은 과거에는 바다였습니다. 테티스해라고 불렸던 이 바다는 무려 2억 5천만 년 전부터 존재했던 바다로 오늘날에는 사라졌지만 오랜 세월 동안 여러 해양생물의 서식지였습니다. 인도 대륙이 북상하면서 유라시아 대륙과 충돌해서 히말라야산맥을 형성하면서 사라진 이 바다의 흔적은 오늘날 북아프리카에서 고래 바실로사우루스, 히말라야산맥에서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발견되면서 지금까지 그 존재를 우리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신생대 에오세 시기 테티스해의 위치. 출처- https://www.quora.com/What-is-some-evidence-that-the-Tethys-Ocean-was-present-between-the-Indian-and-Asian-plates

 

  자 다시 바다소의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가장 원시적인 바다소의 화석은 튀니지의 참비(Chambi)라는 지역에 있는 대략 5천6백만 년 전에 형성된 지층에서 발견된 화석입니다. CBI-1-542로 명명된 이 화석은 정확한 생김새는 알 수 없었습니다. 발견된 부위는 머리 내부의 측두골(petrosal)이라는 뼈의 일부가 전부였기 때문이지요. 그나마 X-레이 촬영으로 뼈의 내부를 스캔해서 관측한 결과 현재까지 발견된 바다소목에 속한 화석 중에선 가장 오래된 화석임은 분명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아쉽게도 발견된 부위가 워낙 적어서 이 생물의 정확한 생태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CBI-1-542의 CT스캔한 모습. 스케일바 5mm. 출처- Benoit et al (2013).

 

(2).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아메리카로

  몇몇 원시적인 바다소들은 북아프리카를 벗어나기도 하였습니다. 4천 7백만 년 전에 오늘날 서북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 세네갈에 있는 타이바층(Taıba Formation)에서는 바다소의 등뼈가 하나 발견되었습니다. 역시 불완전한 발견이었지만, 이 등뼈는 후술할 카리브해로 진출한 원시적인 바다소들과 같은 무리에 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세네갈에서 발견된 원시적인 바다소의 등뼈. 출처- Hautier et al (2012)

 

  유럽으로 이주한 원시적인 바다소의 화석은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프로토테리움(Prototherium), 소브라르베시렌(Sobrarbesiren)이라고 명명된 이 두 종류의 원시적인 바다소는 다리는 존재하지만 골반의 형태로 미루어볼 때 육지에서 보행하기보다는 주로 물속에서 유영을 하면서 살았으리라고 추정됩니다. 즉, 바다소는 물속에서 사는 것에 꽤 원시적인 시기부터 적응하였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려 4천만 년 전부터 말이죠.

 

소브라르베시렌의 모습.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obrarbesiren
프로토테리움의 골격.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Prototherium

 

  테티스해를 따라서 유럽으로 향한 바다소는 또 먼 곳으로 향하였습니다, 아메리카 대륙,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날 자메이카 지역으로 이주하였습니다. 자메이카에서는 지금까지 2종류의 원시적인 바다소의 화석이 보고되었습니다 하나는 4천만 년 전에 살았던 프로라스토무스 시레노이데스(Prorastomus sirenoides)라는 생물입니다. 또 다른 포유류는 페조시렌 포르텔리(Pezosiren portelli)라는 동물로, 이 동물 역시 프로라스토무스와 비슷한 시기에 자메이카에서 살았습니다. 이들은 앞서 이야기하였던 세네갈에서 발견된 바다소와 모두 같은 분류군인 프로라스토무스과(Prorastomidae)에 속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바다소의 오래전 조상은 북아프리카=>서북부 아프리카 및 유럽=>자메이카로 이동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원시적인 바다소는 지구에 해수면 하락 및 기후변화로 인해서 여러 격변이 일어나 많은 생물이 멸종한 에오세-올리고세 경계 시기 (대략 3천 6백만 년 전후)를 지나서도 번성하였습니다. 

 

프로라스토무스의 화석.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Prorastomus
페조시렌 포르텔리의 화석,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Pezosiren

 

(3). 다른 방향으로 향한 일부 바다소

원시적인 바다소가 북아프리카에서 유럽,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할 동안 일부 원시적인 바다소는 다른 곳으로 향하였습니다. 바로 남아시아와 인도입니다. 오늘날 인도 북부에는 히말라야산맥이 아주 크게 존재하지만, 이 시기에 인도는 아직 유라시아 대륙과 부딪히기 전이었습니다. 즉, 히말라야산맥도 없던 시절이었지요. 오늘날 인도가 위치한 지역에서는 4천만 년 전에 아소키아 안티쿠아(Ashokia antiqua)라는 원시적인 바다소가 살았습니다. 비록 머리뼈만 발견되었습니다만, 형태를 보면 분명 오늘날 바다소와 연관이 있다는 건 분명하였습니다. 

 

아소키아 안티쿠아의 두개골. 출처- Bajpai et al (2009)

 

  원시적인 바다소목의 이 넓은 분포는 바로 테티스해의 존재 덕분이었습니다. 과거에 오랫동안 존재하였던 이 고대의 바다는 바다소가 진화하는 데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다가 닫히면서 바다소의 분포 역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인도로 이주한 바다소는 다시 아프리카 방향으로 이주하였습니다. 한편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바다소는 남아메리카로 이주하였습니다. 이들의 이주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다음 편에서 계속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irenia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22/08/220825120334.htm

 

Bajpai, S., Domning, D. P., Das, D. P., & Mishra, V. P. (2009). A new middle Eocene sirenian (Mammalia, Protosirenidae) from India. Neues Jahrbuch für Geologie und Paläontologie, Abhandlungen, 252(3), 257-267.

 

Benoit, J., Adnet, S., El Mabrouk, E., Khayati, H., Ben Haj Ali, M., Marivaux, L., ... & Tabuce, R. (2013). Cranial remain from Tunisia provides new clues for the origin and evolution of Sirenia (Mammalia, Afrotheria) in Africa. PLoS One, 8(1), e54307.

 

Duke University. "New research tracks the history of manatees across Earth's oceans: Sea cows once roamed the seven Seas, including a 12-ton Alaskan monster." ScienceDaily. ScienceDaily, 25 August 2022. <www.sciencedaily.com/releases/2022/08/220825120334.htm>.1

 

Hautier, L., Sarr, R., Tabuce, R., Lihoreau, F., Adnet, S., Domning, D. P., ... & Hameh, P. M. (2012). First prorastomid sirenian from Senegal (Western Africa) and the Old World origin of sea cows.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32(5), 1218-1222.

 

Heritage, S., & Seiffert, E. R. (2022). Total evidence time-scaled phylogenetic and biogeographic models for the evolution of sea cows (Sirenia, Afrotheria). PeerJ, 10, e13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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