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밤의 포식자 슈부우이아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5. 1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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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야행성인 새들

 인간은 주로 낮에 활동하는 생물입니다. 낮에 태양이 떠 있을 때 내뿜는 햇빛에 의존해서(현대인은 거기에 추가로 더해서 전기로 작동하는 조명도 있죠)활동을 하지요. 하지만 모든 생물이 인간처럼 밝은 낮에 활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올빼미나 부엉이, 소쩍새 같은 경우에는 낮에는 활동을 거의 안 하고 주로 어두운 밤에 활동합니다.

큰소쩍새의 모습. 이 새는 밝은 낮이 아닌 어두운 밤에 활동한다.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ollared_Scops_Owl(Otus_lettia)_by_Jack_Walf_.jpg

 부엉이나 올빼미가 밤에 활동할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 비밀은 눈과 귀에 있습니다. 밤은 낮에 비하면 빛이 적어서 어두운 환경입니다. 하지만 밤에도 달빛이 있어서 완전히 빛이 없지는 않지요. 따라서 이런 환경에서 밤에 활동하는 새들은 눈의 크기가 매우 큽니다. 그래서 더 많은 빛을 흡수해서 밤에도 잘 볼 수가 있지요. 거기에 더해서 이들은 귀가 매우 잘 발달하였습니다. 귓속에 들어 있는 달팽이관이 미세한 공기의 흐름도 감지할 수 있도록 길게 늘어져서 발달하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올빼미나 부엉이는 다른 새들보다 청각에 더 민감합니다.

 

2. 그렇다면 공룡은?

 그렇다면 공룡들은 어땠을까요? 공룡이 야행성이었는가를 직접 볼 수는 없으나(살아있는 공룡은 조류를 제외하면 없으니까요.), 공룡의 생김새를 통해서 유추해낼 수 있습니다. 어떻게 유추해낼 수 있을까요? 포유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척추동물에게는 공막륜이라는 뼈가 있습니다. 이 뼈는 눈을 감싸는 뼈로 눈구멍 안에 위치한 뼈지요. 비록 공룡의 눈 자체는 오래전에 썩어 없어졌어도(눈은 굉장히 빨리 썩는 부위입니다!) 이 공막륜은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이 뼈를 통해서 공룡의 눈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그를 통해서 야행성인가 주행성인가를 예상해볼 수 있지요.

공막륜의 크기로 유추한 공룡의 야행성 행동의 가능성. B는 야행성 조류이며 D는 주행성 조류이다. 그 비율에 따라 C와 E는 각각 야행성, 주행성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출처-

 공룡의 청각 같은 경우는 머리뼈를 CT로 스캔하면 알 수 있습니다. CT 스캔을 하면 머리뼈 내부를 관측할 수 있는데(병원에서 CT 촬영을 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죠?), 이렇게 관측한 머리뼈 내부에서 달팽이관이 위치한 부분을 따라서 달팽이관의 형태를 복원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공룡의 청력을 가늠해볼 수 있지요.

 공룡의 공막륜과 달팽이관을 조사한 결과, 슈부우이아라고 하는 백악기 후기 몽골에서 살았던 공룡은 큰 공막륜을 지녔으며 오늘날 원숭이올빼미와 비슷하게 길게 늘어진 달팽이관을 가졌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즉, 눈이 크고 청각이 매우 발달했다는 것이죠.

슈부우이아(좌)와 원숭이올빼미(우). 출처-슈부우이아= https://en.wikipedia.org/wiki/Shuvuuia  원숭이 올빼미=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yto_alba_-British_Wildlife_Centre,_Surrey,_England-8a_(1).jpg
슈뷰우이아와 원숭이 올빼미의 머리뼈를 CT로 스캔해서 달팽이관의 모습을 복원한 모습. (A,D), (B,E)는 머리뼈를 아래에서 본 모습이며, C, F는 달팽이관의 모습이다. 출처-Choiniere et al (2021)

 

3. 야행성 활동과 생태

  본 연구에서 등장하였던 공룡 슈부우이아는 알바레즈사우루스류에 속했던 공룡입니다. 이들은 매우 짧게 퇴화한 앞발을 지닌 공룡이었죠. 이번 연구를 통해서 몇몇 알바레즈사우루스류의 공룡들은 전반적으로 야행성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이들이 야행성이었다면 이들의 생태는 어떘을까요? 본래 학자들은 알바레즈사우루스류에 속하는 공룡들의 생태는 오늘날 개미핥기와 유사하였을 것으로 봤습니다. 매우 짧은 앞발은 개미 굴을 팔 때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지요. 그러나 본 연구를 통해서 슈부우이아 같은 몇몇  야행성 알바레즈사우루스류들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좀 더 다양항 먹이를 먹었을 가능성이 제시되었습니다. 훌륭한 청각과 어두운 밤에서도 잘 볼 수 있는 눈은 밤의 사냥꾼에게 필수적인 능력이기 때문이죠.

밤에 활동하는 슈부우이아. 출처-https://theconversation.com/nocturnal-dinosaurs-night-vision-and-superb-hearing-in-a-small-theropod-suggest-it-was-a-moonlight-predator-160152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점은 공룡들의 야행성 활동이 일종의 수렴진화(같은 분류군에 속하지 않는 생물이 진화과정에서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것. 돌고래, 상어가 포유류, 어류라는 매우 먼 분류군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체형을 가진 것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를 거쳤다는 것입니다. 파충류와 조류는 주로 낮에 활동합니다. 한밤중에 활동하는 야행성 조류, 파충류는 그 특성을 진화 과정에서 따로 발달시키는데(Ex: 조류-올빼미, 부엉이, 파충류-게코도마뱀), 공룡 역시 야행성 행동을 진화 과정에서 각각 따로따로 발달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몇몇 알바레즈사우루스류가 야행성으로 진화하였다는 본 연구가 그 예시이죠.

 

밤에 활동 중인 게코 도마뱀. 출처-https://www.cuteness.com/article/kinds-lizards-nocturnal

 제가 어릴 적에 나왔던 책들을 보면 공룡들은 주로 낮에 활동하며 밤에는 모두 잠이 들었을 것이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밤은 주로 작은 포유류들이 공룡을 피해 활동하던 시간으로 나왔었지요. 그러나 슈부우이아와 같은 특정 공룡들은 독자적으로 야행성 공룡으로 진화하였다는 것이 본 연구에서 이야기하는 점이었습니다. 공룡의 생태에 대해서 또 어떤 것이 밝혀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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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Choiniere, J. N., Neenan, J. M., Schmitz, L., Ford, D. P., Chapelle, K. E. J., Balanoff, A. M., ... & Benson, R. B. J. (2021). Evolution of vision and hearing modalities in theropod dinosaurs.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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