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우리나라의 공룡 알 화석과 화석지.-한국에서 발견된 다양한 공룡의 알들-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5. 20. 07:00

하동에서 발견된 최초의 공룡알 화석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공룡의 화석은 무엇일까요? 바로 공룡의 알 화석입니다. 1972년 하동군 금성면 수문동이란는 곳에서 지질조사를 하던 경북대학교의 양승영 교수(현재 경북대학교 명예 교수)님과 연구진이 지질 조사를 하던 중에 우연히 알 화석을 발견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죠. 처음에는 악어나 거북이 같은 파충류의 알 화석으로 판단되었으나, 공동 조사를 하던 일본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 결과에서 공룡의 알 화석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발견은 1976년 대한 지질학회 정기총회에서 처음 발표되었지요. 1996년에는 동일한 지역에서 여러 공룡알의 파편이 발견되었습니다. 발견된 파편을 조사한 결과, 알껍데기는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구조였습니다. 이런 구조는 오늘날 닭, 오리, 거위의 알에서 보이는 특징이었죠. 동시에 중국에서 발견된 초식공룡의 알과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초식 공룡의 것이라고 결론이 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공룡알 화석. 출처-직접 촬영

 

하동군에서 두 변째로 발견된 공룡알의 파편. 2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하고 있다. 출처-Yun (1997)

하동에서 발견 이후 공룡알은 우리나라에서 여러 번 발견되어왔습니다. 현재까지 경기도 화성시, 전라남도 보성군, 부산시, 통영시, 위도에서 공룡의 알 화석이 발견된 전적이 있지요. 이번 글에서는 그 화석지들과 발견된 화석들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보성군 공룡알 화석지

보성군 공룡알 화석지의 모습. 출처-직접 촬영

 보성군 공룡알 화석지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공룡알 화석이 발견된 지역이며, 우리나라에서 온전한 형태의 공룡알 화석이 처음 발견된 지역이기도 합니다. 보성군에서 발견된 공룡알의 첫 발견은 1998년에 전남대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이신 허민 교수님과 한국 공룡연구센터의 연구진의 지질조사에서 이루어졌죠. 1998년에서 2005년까지 이루어진 지질조사 결과 21개의 둥지와 195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공룡알, 공룡 코레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Koreanosaurus boseongensis)의 뼈, 도마뱀 아스프로사우루스 비봉리엔시스(Asprosaurus bibongriensis)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보성 공룡알 화석지에서 발견된 공룡 코레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 출처-직접 촬영

 보성군에서 화석이 발견되는 지층은 8천 5백만 년 전에 만들어진 지층입니다. 이 지역의 같은 층준에서 다량의 공룡의 둥지가 발견되었다는 점(쉽게 이야기해서, 지층을 이루고 있는 여러 층 중에서 1개의 층에서 여러 공룡의 둥지가 발견되었다는 겁니다.)은 이 지역에서 여러 공룡이 집단으로 산란을 하였을 것으로 해석이 되었죠. 즉, 보성군 공룡알 화석지는 과거에 많은 공룡이 찾아와서 집단으로 번식을 하였던 곳이었습니다. 공룡들의 집단 보육원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러면 어떤 공룡이 알을 낳았을까요? 화석지에서 발견된 알 화석은 대부분 공처럼 둥근 모습, 공에 가까운 모습을 한 알들이 주로 발견되었습니다. 둥근 모습이나 공에 가까운 모습을 한 알은 주로 초식공룡의 알이죠. 그중엔 거대한 목 긴 공룡의 알도 있었습니다. 보성에서 발견된 공룡알은 몽골과 중국에서 발견된 공룡의 알과 형태에서 유사합니다. 보성에서 발견된 둥지의 지름은 15-21cm 정도이며, 발견된 공룡 알의 지름도 7.5-8.4cm 정도 됩니다. 

보성에서 발견된 공룡알 둥지. 출처-직접 촬영
보성에서 발견된 공룡알 둥지. 출처-직접 촬영
보성에서 발견된 공룡알 둥지. 출처-직접 촬영

 보성군에서 공룡알이 온전하게 발견될 수 있었던 것에는 토양의 역할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화석지의 토양은 석회질 성분이 다량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알칼리성 성분으로 이루어진 공룡알이 온전히 보존되기 좋은 환경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화성시 공룡알 화석지

 보성군 이후로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시화호에서 공룡알 화석지가 발견되었습니다. 시화호 일대는 개펄과 바닷가였습니다. 그러다가 1999년에 이 지역에서 간척공사를 하였죠. 그러던 중에 공룡의 알이 발견되었습니다. 현재까지 20개의 둥지와 140 여개의 공룡 알이 발견되었는데, 대부분 둥지의 형태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즉, 파편이 흩어진 게 아니라 공룡이 만든 둥지와 공룡이 낳은 알 자체가 화석으로 남은 것이었죠. 이렇게 많은 숫자의 알과 둥지가 발견된 사례는 매우 드문데, 미국의 몬태나주와 중국의 허베이성,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와 함께 시화호 공룡알 화석지는 공룡의 알과 둥지를 연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고 합니다.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시화호 공룡알 화석지는 현재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지정하였습니다.

화성시 공룡알 화석지의 갈대밭.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ED%99%94%EC%84%B1_%EA%B3%B5%EB%A3%A1%EC%95%8C_%ED%99%94%EC%84%9D%EC%A7%80.jpg

 시화호에서 발견된 공룡알은 크게 3종류로 나누어집니다. 두 종류의 초식공룡의 알과 한 종류의 육식공룡의 알이죠. 초식공룡의 알은 숨구멍과 알 껍질의 구조에서 차이점을 보입니다. 한 유형은 숨구멍이 고르게 발달되어 있지만, 다른 유형은 숨구멍이 한쪽에 몰려있는 구조입니다. 거기다가 후자에 속하는 공룡의 알은 알껍질의 두께가 훨씬 더 두꺼웠죠(그 두께가 3.4~4.9cm나 된다고 합니다.). 두 번째 알의 경우는 두꺼운 두께나 알껍질의 구조가 목 긴 공룡의 알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특히 크기는 좀 더 작지만 두께가 엄청 두껍다는 점은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알껍질의 두께가 두꺼운 공룡의 알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어찌 됐든, 두 종류의 초식공룡의 알은 모두 둥근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즉, 시화호에서는 과거 최소 2종류 이상의 초식공룡이 알을 낳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할 수 있지요.

시화호에서 발견된 초식공룡의 알. 출처-직접 촬영
시화호에서 발견된 다른 초식공룡의 알. 출처-직접 촬영

  세 번째 유형의 공룡알은 파편으로 발견되었는데, 다른 두 알과는 달리 타원형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알은 보통 육식공룡의 알이기에 시화호에서 발견된 알 역시 육식공룡의 알인 것으로 보고 있죠. 

시화호에서 발견된 육식공룡의 알. 출처-직접 촬영

공룡알 외에도 시화호 공룡알 화석지에서는 공룡의 뼈가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2008년에는 시화호 일대에서 공룡의 늑골 화석이 발견되어 보고되었고 2010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뿔공룡인 코레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Koreaceratops hwaseongensis)의 화석이 발견되어 보고되기도 하였죠.

화성시 시화호에서 발견된 공룡의 늑골. 출처-이융남 (2008)
코레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화석 출처-Lee et al (2010)

 2007년 한국 고생물학회 학술 발표회에서는 화성시 송산면 삼존리라는 지역에서 새로운 공룡알이 발견이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알들은 고정리에서 발견된 두번째 유형의 공룡알(숨구멍이 밀집되어 있고 알껍질의 두께가 매우 두꺼운 유형의 공룡알)과 흡사하다고 합니다.

 

기타 공룡의 알 화석지

 보성, 화성에서 무수한 숫자의 공룡알과 둥지가 발견된 것외에도 여러 지역에서 공룡알이 발견되었습니다. 통영시에는 백악기 후기의 지층인 고성층이 분포해있습니다. 2011년에 이곳에서 최소 6개의 둥지와 55개 이상의 공룡알이 보고되었습니다. 통영에서 발견된 공룡알은 2종류로, 모두 처음 발견된 신종 공룡알이었습니다. 첫 번째 유형은 몽골에서 발견된 소위 알 도둑이라고 불리는(그러나 실제로 알도둑은 아닌) 오비랍토르류나 그와 유사한 공룡의 알인 것으로 동정 되었습니다. 다른 종류의 알은 중국 남부 허난성에서 발견된 알과 같은 속(oogenus)에 속하는 알로, 목 긴 공룡의 알이었습니다. 이는 이 알을 낳았던 공룡의 분포도가 중국 남부에서 한반도까지 퍼져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수 있습니다.

오비랍토르의 모습.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Oviraptor_Restoration.png
통영시에서 발견된 육식공룡의 알. 출처-Kim et al (2011)
통영시에서 발견된 목 긴 공룡의 알. 출처-Kim et al (2011)

 2014년 신안군 압해도라는 섬에서 매우 거대한 크기의 공룡의 둥지 화석이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알의 길이는 무려 39~52cm이며, 둥지의 지름은 2.3m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라고 합니다. 이 둥지에는 19개의 공룡알이 확인되었습니다(실제로는 더 많았겠지만 보존된 숫자가 19개인 거죠.). 알은 육식공룡의 알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압해도에서 발견된 공룡알은 1억년 전 중국에서 발견된 공룡알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압해도의 중생대 지층의 연대는 대략 8천 3백~7천 7백만 년 전으로 측정이 되었죠. 따라서 이를 통해서 알을 낳았던 공룡의 생존 시기가 대략 1억 년~7천7백만 년 전 즈음 인것으로 추측할 수 있지요. 이 화석은 현재 목포에 있는 목포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중입니다.

압해도에서 발견된 거대한 육식공룡의 둥지 출처- Huh et al (2014)

 2019년 서울대학교의 연구팀은 전라북도 부안군에 위치한 위도라는 섬에서 여러 종류의 알 화석을 보고하였습니다. 그중에는 처음에 보고할 당시에는 초식 공룡의 알로 판단되었던 알도 있었죠. 그러나 그 화석을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scopy)이라는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위도에서 발견된 알 화석 중에서 지배파충류의 알인 것은 맞지만, 공룡의 알보다는 악어, 또는 다른 지배파충류의 알과 더 유사한 알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공룡 이외의 다른 파충류의 알 화석이 발견된 것이었죠.

(지배파충류란: https://dinos119.tistory.com/entry/%EC%A7%80%EB%B0%B0%ED%8C%8C%EC%B6%A9%EB%A5%98-%EA%B3%B5%EB%A3%A1%EA%B3%BC-%EC%9D%B5%EB%A3%A1-%EC%95%85%EC%96%B4%EB%A5%BC-%ED%8F%AC%ED%95%A8%ED%95%98%EB%8A%94-%EB%B6%84%EB%A5%98%EA%B5%B0)

위도에서 발견된 알 화석. 출처-kim et al (2019)

 2019년에는 위도에서 발견된 알 화석 중에서 영화 쥐라기공원의 벨로키랍토르의 모델이 된 육식공룡 데이노니쿠스의 알과 유사한 알이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위도에서 발견된 9개의 알껍질을 분석한 결과, 알껍질의 구성이 기존에 보고되었던 데이노니쿠스의 알과 유사하다는 결론이 나왔죠. 데이노니쿠스의 알인지는 100%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동아시아에서 데이노니쿠스나 벨로키랍토르와 같은 육식공룡의 화석은 여러 번 보고된 적이 있음으로 기존의 연구와도 잘 맞지요.

데이노니쿠스.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Deinonychus_ewilloughby.png
위도에서 발견된 데이노니쿠스의 알과 유사한 알 껍질. 출처-Choi and Lee (2019)

  위에서 나열한 연구결과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경상남도 사천시 신수도, 공룡발자국으로 유명한 고성군, 부산의 다대포와 전라남도 구례군에서 공룡알이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다양하고 많은 숫자의 공룡알과 공룡의 둥지 화석은 오늘날 한반도가 위치한 지역에서(공룡이 살던 시절에는 한반도가 없었습니다.) 다양한 공룡이 살았음을 보여줍니다. 다양한 공룡들이 살았던 과거의 한반도의 모습이 어땠을지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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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이융남. (2004). 공룡알. 한국고생물학회 단행본, 285-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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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백인성, 박준, 황구근, 이용일, 양승영, ... & 문기현. (2006). 남한의 공룡알화석 산출 현황. 지질학회지, 42(4), 523-547.

 

Choi, S., & Lee, Y. N. (2019). Possible Late Cretaceous dromaeosaurid eggshells from South Korea: a new insight into dromaeosaurid oology. Cretaceous Research, 103, 104167.

 

Huh, M., Kim, B. S., Woo, Y., Simon, D. J., Paik, I. S., & Kim, H. J. (2014). First record of a complete giant theropod egg clutch from Upper Cretaceous deposits, South Korea. Historical Biology, 26(2), 218-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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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J. Y., Yang, S. Y., Choi, H. I., Seo, S. J., & Kim, K. S. (2011). Dinosaur eggs from the Cretaceous Goseong Formation of Tongyeong City, southern coast of Korea. 고생물학회지, 27(1), 13-26.

 

Kim, J. Y., & Huh, M. (2018). Dinosaurs, Birds, and Pterosaurs of Korea.

 

Kim, N. H., Choi, S., Kim, S., & Lee, Y. N. (2019). A new faveoloolithid oogenus from the Wido Volcanics (Upper Cretaceous), South Korea and a new insight into the oofamily Faveoloolithidae. Cretaceous Research, 100, 145-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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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C. S. (1997). Dinosaur eggshells from the Hasandong Formation, Gyeongsang Supergroup, Korea. Journal of the Paleontological Society of Korea, 1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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