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는 우리나라 경상남도에 위치한 도시로, 딸기, 멜론, 마, 호박등 다양한 특산품이 나오는 지역입니다. 유명한 관광지로는 진주성이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충무공 김시민 장군이 일본군의 침략으로부터 치열하게 맞서 싸운 진주대첩이 일어났던 곳이죠. 진주시는 고생물학을 공부하는 학생, 학자들, 그중에서 발자국이나 우리나라 중생대 화석을 연구하시는 분들에겐 다른 의미로 매우 특별한 장소일 겁니다. 진주시의 이름을 따온 지층이 있기 때문이죠. 이 지층은 과거 백악기 후기에 강 하구에서 호수환경이 있었을 때 만들어졌습니다. 현재까지 많은 숫자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어 왔죠. 발자국 화석과 곤충, 그 외에 많은 화석이 발견된 이 지층은 진주시의 이름을 따와서 진주층이라고 명명되었습니다. 단, 진주시에만 분포하는 지층은 아니고, 사천시, 합천시등 경상남도에 분포하고 있는 백악기 시기 지층 중 하나입니다.
(진주층에서 발견된 강남스타일
최근에 진주층에서 새로운 발자국 화석이 보고되었습니다. 물갈퀴를 지닌 새가 남긴 발자국 화석으로, 현재까지 발견된 물갈퀴를 가진 새의 발자국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이 발자국은 그동안 많은 발자국들이 보고되어온 진주시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새 발자국이라고 합니다.
1. 물갈퀴를 가진 새의 발자국 화석
물에서 사는 많은 새는 육지에서 사는 새들과는 달리 발에 막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갈퀴라고 부르는 이 막은 새가 물에서 유영할 때 물살을 가르고 앞으로 나가는, 일종의 지느러미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요. 그래서 이 새들은 발자국을 남길 때도 일반 새들과는 다른 형태의 발자국을 남깁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새들은 오래전부터 이 물갈퀴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갈퀴의 흔적이 처음 발견된 때는 무려 1931년 미국이었습니다. 당시 발자국 화석을 연구하였던 학자 메흘(M.G.Mehl)은 콜로라도의 다코타 지역에서 처음으로 물갈퀴를 가진 새 발자국을 보고하였고, 이그노토르니스 코넬리(Ignotornis mcconnelli)라는 학명을 붙였습니다. 이후에도 캐나다, 그리고 우리나라 경상남도 함안에서도 이그노토르니스의 화석이 발견되었죠.
메흘이 처음 이그노토르니스를 보고한 지 90년이 지난 2021년에 새로운 이그노토르니스의 화석이 진주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발견된 발자국은 이그노토르니스 세옹죠서이(Ignotornis seoungjoseoi)라고 명명하였습니다*. 함안에 이어서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또 다른 이그노토르니스인 것이죠.
2. 비토섬에서 발견된 발자국
진주시에서 발견된 이그노토르니스는 경상남도 사천시에 위치한 비토라는 이름의 섬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 섬은 사천시의 서쪽에 위치한 섬으로 도로가 연결되어 있어 차를 타고도 갈 수 있는 섬입니다. 2013년 1월에 진주교대 대학원생이자 덕산 초등학교 교사인 강승협 교사가 발굴작업에서 처음 발견하였죠.
2013년과 2017년에 걸친 두 번의 발굴 조사결과 이 지역에서 총 2가지 형태의 새 발자국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가늘고 긴 발가락의 흔적이 남아있는 진동고르니페스(cf. Jingondgornipes)로 추정되는 발자국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번 글의 메인 주인공인 이그노토르니스 세옹죠서이이죠. 종명 세옹죠서이는 진주교대에서 교수로 재임하시면서 여러 고생물학적 업적을 이루신 서승조 명예교수님을 기리기 위해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3. 긴 물갈퀴
이그노토르니스 세옹죠서이는 길이 63.3mm에 4개의 발가락이 보존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발가락 사이와 사이에는 물갈퀴의 흔적이 길게 남아있었죠. 마치 그 형태가 미국의 왜가리인 그레이트 블루 헤론이나 황로의 발자국과 비슷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비토섬에서 발견된 이그노토르니스는 함안에서 발견된 이그노토르니스, 그리고 그 외에 북미에서 발견된 이그노토르니스 보다 발에 달린 물갈퀴가 더 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렇게 물갈퀴가 길다는 점은 주로 발을 끌었을 때 생기는 발자국이죠. 연구진은 물갈퀴가 길게 발견되는 때는 주로 하늘에서 땅으로 착지할 때 생긴다는 점을 들어서 이그노토르니스 세옹죠서이를 남긴 새도 땅으로 착지하면서 발자국을 남긴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착지하면 발이 살짝 끌리니까요.
4. 물갈퀴를 가진 발자국이 의미하는 바는?
이번에 보고된 이그노토르니스화석을 포함한 수많은 새의 발자국 화석이 우리나라, 중국, 그리고 북미에서 발견되어 왔습니다. 이는 당시 아시아와 북미대륙에서 살았던 새들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였다는 것을 보여주지요. 심지어 중국에서는 물가 근처에서 사는 섭금류에 속하는 새 화석 아르카에오르니투라 메에만나에(Archaeornithura meemannae)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죠. 이는 그만큼 당시에 물갈퀴를 가진 새들이 매우 다양하였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백악기 당시 대륙의 형태는 지금과 달랐습니다. 북미와 아시아 대륙을 이루는 로라시아 대륙은 오늘날보다 훨씬 더 거리가 가까웠었죠. 어쩌면 당시 비행을 하던 새 중에서 물갈퀴를 가진 새들은 대륙을 오가며 비행을 하였을지도 모릅니다. 두 대륙에서 물갈퀴를 가진 새의 발자국 흔적이 발견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중엔 형태가 매우 비슷해서 겹치는 발자국도 발견되기 때문이죠. 다만 아직 뼈 화석 기록이 부족하기 때문에(현재 북미에서 발견된 백악기 새 화석 중에서 물갈퀴를 가진 새로 보이는 화석이 발견된 사례가 없습니다.), 연구진은 당시 새들이 두 대륙을 오가는 이동을 하였을 거란 가설은 아직 확신하기는 조금 이를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진주층에서는 그동안 많은 화석이 발견되어 왔습니다. 앞으로 진주층에서 보고된 여러 발자국 화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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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Kang, S. H., Buckley, L. G., McCrea, R. T., Kim, K. S., Lockley, M. G., Lim, J. D., ... & Kim, C. B. (2021). First report of bird tracks (Ignotornis seoungjoseoi ichnosp. nov.) from the Jinju Formation (Lower Cretaceous), Sacheon City, Korea. Cretaceous Research, 104899.
Mehl, M. G. (1931). Additions to the vertebrate record of the Dakota Sandstone. American Journal of Science, 5(125), 441-452.
Wang, M., Zheng, X., O’Connor, J. K., Lloyd, G. T., Wang, X., Wang, Y., ... & Zhou, Z. (2015). The oldest record of ornithuromorpha from the early cretaceous of China. Nature Communications, 6(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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