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우리나라의 발자국 화석(5). 다량의 육식 공룡 발자국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8. 16. 03:53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됩니다.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해서, 초식공룡, 목이 긴 공룡, 육식공룡 등 여러 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다양한 형태 및 다량의 숫자로 발견되어왔지요. 이번 글에서는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 서유리에 위치한 공룡 발자국 화석지와 발자국 화석을 통해서 공룡의 행동에 대해서 연구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화순읍 서유리에 있는 공룡 발자국 화석지는 1999년 채석장에서 처음 발견이 되었으며, 현재까지 1500 여점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지역입니다. 공룡 발자국 외에도 식물, 규화목(규산질 성분으로 내용물이 바뀐 나무 화석)등 여러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죠.

화순 공룡 발자국 화석지. 출처-https://www.namdokorea.com/tour/info/area/areaList.do?menuCd=T002001011&area=AREA_HWASUN&infoId=0000008760

 

1. 화순읍 서유리 발자국 화석지

 화순읍에 위치한 공룡 발자국 화석지는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공룡 화석 발굴지와 비슷하게 백악기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발자국 화석지를 이루는 지층을 이루는 암석은 화산재가 포함된 사암, 이암, 실트암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과거 호수 환경이었음을 암시하는 퇴적작용의 흔적이 보인다고 합니다. 공룡의 발자국은 장동응회암이라는 층에서 주로 사암에서 발견이 되었습니다. 응회암은 화산재가 쌓이고 굳어져서 만들어진 암석입니다. 실제로 장동음회암층을 이루는 사암에서 화산재 성분이 검출되기도 하였는데, 아마 화산활동이 활발하던 과거 백악기 시기에 호숫가 근처에서 공룡이 화산재가 들어간 모래를 밟으면서 다녔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과는 달리 공룡이 살던 시기, 그중에서 백악기 시기에 현재의 한반도는 화산활동이 매우 강력하게 일어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중생대 백악기 암석에서는 화산분출의 흔적이 남은 퇴적암이나 아예 마그마가 굳어져서 만들어지는 화강암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화순읍 발자국 화석지에서 발견되는 발자국 화석은 크게 육식공룡과 목이 긴 공룡의 것으로 나누어집니다. 그중 육식 공룡의 발자국은 대략 87%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요. 대부분의 발자국이 육식 공룡의 발자국 이라는 점이 화순 공룡 발자국 화석지의 특징입니다.

 화순 공룡 발자국 화석지에서는 총 5개의 층준에서 발자국 보행렬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 최하부 층준에서 발견된 육식 공룡의 발자국 화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 화순읍의 육식 공룡 발자국

 이번 글의 주제인 화순 발자국 화석지 최하부 층준의 육식 공룡의 발자국은 총 8개의 보행렬이 발견되었습니다. 7개의 보행렬은 소형 육식 공룡, 1개의 보행렬은 대형 육식공룡의 것이었죠. 발자국만으로 소형 공룡인지 대형 공룡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었냐면 발자국의 길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소형 육식 공룡의 발자국은 대략 25cm 이내의 길이였습니다. 소형 육식 공룡의 발자국은 2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지는데, 갈라지는 분기점이 크고 가느다란 발가락인 유형과 발가락이 더 굵고 발가락 끝이  좁아지는 유형으로 나누어집니다. 발자국의 길이를 통해서 측정한 공룡의 골반까지의 키는 대략 0.684에서 1.945 cm 정도였습니다. 대형 육식 공룡의 발자국 길이는 6.3 cm였습니다. 골반까지의  키는 대략 2.5 m 정도 되었죠. 

화순 서유리 발자국 화석지에서 발견된 육식공룡의 발자국. 출처- 황구근 et al (2006).

 

화순 공룡 발자국 보행렬(A), 대형 공룡의 보행렬 (B), 여러 종류의 육식 공룡의 발자국 (C). 출처-Huh et al (2006).

 

화순 발자국 화석지의 최하부 층준에서 발견된 육식 공룡의 보행렬. H는 대형 육식 공룡의 보행렬이며 그외에는 모두 소형 공룡의 보행렬이다. 출처-황구근 et al (2006).

 

 발자국 화석을 연구한 전남대학교 한국 공룡 연구센터와 부경대학교의 공동 연구에서 당시 발자국이 어떤 상황에서 남겨진 것인가에 대해서 예측이 이루어젔습니다. 발자국을 남긴 소형 육식 공룡의 보행렬은 갑작스럽게 달리는 흔적, 미끄러지듯 발자국이 남은 흔적이 관측되었다고 합니다 (위 그림에서 보행렬 G). 그러면 대형 공룡의 보행렬은 어떨까요? 대형 공룡의 보행렬은 시속 8.36km/h 정도의 속도로 걸었던 것으로 측정되었습니다.

 이 발자국들을 남긴 공룡들은 어떤 상황이었을까요? 호주에 있는 국립 라크 쿼리 공룡 보행렬 보존 공원(Dinosaur Stampede National Monument at Lark Quarry Conservation Park)에는 육식 공룡의 보행렬 중에서 화순에 찍힌 보행렬과 매우 유사한 보폭으로 찍힌 대형 육식 공룡의 보행렬이 있는데, 해당 보행렬은 대형 육식 공룡이 사냥을 하던 때에 찍혔던 발자국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왜 달리지 않고 걸었냐면, 대형 육식 공룡들은 거대한 체형과 체중을 두 다리로 버텨야 했기 때문에 소형 공룡들처럼 쉽게 달리지는 못했습니다. 다리에 무리가 크게 가기 때문이죠.). 따라서 발자국 화석을 연구한 연구진은 호숫가에서 소형 육식 공룡들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대형 육식 공룡을 피해서 도망을 쳤고, 대형 육식 공룡은 사냥을 하기 위해서 소형 육식 공룡을 따라가면서 발자국을 남겼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립 라크 쿼리 공룡 보행렬 보존 공원의 육식 공룡 보행렬. 출처-Thulborn & Wade (1979).

   보통 공룡 하면 대중들의 관심은 뼈 화석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뼈는 멋지죠. 박물관에서 거대한 크기로 전시된 공룡의 뼈 화석은 볼수록 멋지고 경이롭습니다. 하지만 화순의 발자국 화석지에 남겨진 육식 공룡의 발자국 화석은 뼈 화석 외에도 공룡이, 그리고 다른 동물들이 남긴 발자국과 다른 화석들에도 학술적으로 매우 큰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발자국을 통해서 공룡의 행동을 알 수 있기 때문이죠.

 

3. 번외

 그런데 잠깐, 발자국만 보고 그게 육식 공룡의 발자국인지를 알 수 있는 걸까요? 여러분은 혹시 닭발을 좋아하시나요? 닭발은 콜라겐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피부에 좋다고 많이들 먹지요 (물론 실제로 콜라겐은 먹는다고 흡수되지 않습니다. 즉, 의미 없는 짓이죠...). 그런데 먹기 전에 닭의 발 모양을 한번 살펴봅시다. 혹시 닭발이 싫다면, 길거리를 다니는 비둘기의 발을 살펴봅시다. 새들의 발은 발가락 끝에 뾰족한 발톱이 있으면서 발가락의 너비는 끝으로 갈수록 좁아집니다. 거기에 새 발자국을 보면 전방으로 발가락이 3개 (2번째-4번째 발가락)가 찍혀 있습니다. 첫 번째 발가락은 짧게 퇴화되어서 줄어들었기에 발자국으로 찍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런 형태는 육식 공룡의 발에서 매우 유사하게 보이는 특징입니다. 즉, 새 발자국과 매우 비슷한 모양으로 찍히는 발자국이 있으면 육식 공룡의 발자국인 것이죠.

새의 발자국(좌)과 육식공룡의 발자국(우). 둘 다 형태(앞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발가락, 전방을 향하는 3개의 발가락가 매우 유사하다. 출처-https://www.flickr.com/photos/wapster/1871480771/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8/88/Theropod_track_BYU.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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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황구근, 허민, & 백인성. (2006). 화순 서유리에서 발견된 소형 수각류 공룡의 특이 보행렬. 지질학회지, 42(1), 69-78.

 

Huh, M., Paik, I. S., Lockley, M. G., Hwang, K. G., Kim, B. S., & Kwak, S. K. (2006). Well-preserved theropod tracks from the Upper Cretaceous of Hwasun County, southwestern South Korea, and their paleobiological implications. Cretaceous Research, 27(1), 123-138.

 

Thulborn, R. A., & Wade, M. (1979). Dinosaur stampede in the Cretaceous of Queensland. Lethaia, 12(3), 275-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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