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깃털갈이-시조새는 깃털을 어떻게 갈았을까?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7. 13. 06:05

 새가 가진 특징 중 하나라면 깃털입니다. 비늘이 변형되어서 만들어진 이 깃털은 화석 기록을 보면 가장 오래된 깃털은 대략 1억 5천만 년 전에 살았던 시조새에게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만큼 깃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뜻이죠.

베를린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베를린 시조새 표본.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rchaeopteryx

 새의 날개에 난 깃털은 날개에 영원히 달려있지는 않습니다. 오래된 깃털은 빠지고 새로 자란 깃털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죠. 오늘날 새들, 그중에서 날아다니는 새들은 순차적 털갈이(sequential molt)라는 방식으로 깃털 갈이를 합니다. 이 방식은 이름 그대로 깃털이 일정 순서를 따라서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털갈이입니다. 이 방식에는 2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 방법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차례대로 빠지는 깃털을 가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날개의 중앙에서부터 위, 아래로 순서를 거치면서 깃털이 빠지는 방법이죠. 새는 크기에 따라,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각각 다르게 깃털 갈이를 하는데, 전자는 주로 참새처럼 작은 새에서, 후자는 주로 매처럼 크고 사냥을 하는 새에서 보이는 방식입니다. 날아다니지 않는 새들은 비순차적 깃털 갈이 방식(Non-sequential molt)으로 깃털 갈이를 합니다. 이 방식은 새의 날개 외곽과 안쪽에서 깃털이 대칭적으로 빠지는 방식이죠.

새의 깃털이 자라는 방식. a는 순차적 깃털 갈이 방식이며, b는 비순차적 깃털 갈이 방식이다. a는 사진 속 독수리 앵무새처럼 하늘을 나는 새들의 날개에서 보이는 방식이며, b는 가마우지처럼 날지 않는 새들의 날개에서 보이는 방식이다. 출처-Kiat et al (2021).

 그러면 과거 시조새는 어떤 방식으로 털갈이를 하였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시조새가 어떤 방식으로 깃털 갈이를 하였는가를 다룬 논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깃털갈이는 중앙에서 시작

 2020년에 미국과 홍콩 연구팀은 시조새의 깃털에 대한 한가지 연구 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레이저 자극 형광 기법(Laser-Stimulated Fluorescence)으로 미국 와이오밍에서 보관중인 시조새 표본 '서모펄리스 시조새 표본'을 촬영하였습니다. 레이저 자극형광 기법이란 표본에 레이저를 쏘아 자극을 주어서 감추어진 부분을 드러나게 하는 방법이지요. 이 방법으로 시조새의 깃털을 촬영해보니, 첫째 날개 깃털(Primary feather)의 날개깃 중간 부분에서 나뭇가지와 비슷한 모습으로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첫째 날개 깃털이란, 첫째 날개에 부착된 깃털이다.)

새의 날개 구조. 출처-https://infovisual.info/en/biology-animal/wing-of-a-bird

 

 이 나뭇가지와 비슷한 요소는 깃털이 처음 자랄 때 깃털을 덮는 깃털 덮개(feather sheath)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덮개는 새의 깃털이 새로 자랄때 깃털을 감싸다가 깃털이 충분히 자라면 떨어지면서 사라지는 일종의 덮개이죠.

새의 깃털이 자라는 모습. 처음에 깃털을 덮는 덮개가 자라고, 깃털이 다 자라면 덮개가 떨어져 나온다. 출처-https://academy.allaboutbirds.org/feathers-article/
서모펄리스 시조새 표본. 스케일 바 1cm . 출처-Kaye et al (2020)

  이 덮개는 왼쪽 날개에 5번째, 오른쪽 날개에서 5번째, 7번째 주날개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즉, 서모펄리스 시조새 표본의 왼쪽 주날개 깃털 5번째, 오른쪽 5번째, 7번째는 이제 막 새로 자라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보여주지요.

오른쪽 날개(a)와 왼쪽 날개(b). 스케일바 0.5cm. 출처-Kaye et al (2020)

 서모펄리스의 시조새 표본을 통해서 연구를 진행하였던 연구진은 시조새의 깃털이 중앙부터 위, 아래로 수정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중앙에 가까운 6번째 깃털이 바뀌고 난 후, 5번째, 7번째 깃털이 바뀌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죠. 즉, 오늘날 새들과 비슷하게 깃털을 갈았다는 것이죠.

 

2. 반론, 그리고 재반론

 (1). 반론

 그런데 이 연구 결과에 대한 반박이 제기되었습니다. 위 주장에 반론을 펼친 이스라엘과 미국 연구팀은 서모펄리스 시조새 표본이 무조건 중앙에서부터 날개를 순차적으로 갈지는 않았으리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근거는 2가지 였습니다.   첫 번째 근거는 깃털 갈이 방식이 순차적인 방식이라고 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만일 처음 제기되었던 대로 시조새의 깃털이 순차적 깃털 갈이 방식을 따른다면, 중간에 있는 깃털(6번째 깃털)의 위, 아래 깃털(5번째, 7번째 깃털)이 새로 자라는 깃털이여야 합니다. 하지만 만약 날개의 외각과 안쪽의 깃털이 오래된 깃털이 아닌, 새로 자란 깃털이라면 시조새는 비순차적으로 깃털을 갈았다는 뜻이 됩니다. 안쪽에서부터 순서로 자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외곽과 내부의 깃털이 오래된 깃털인지 새로 난 깃털인지를 알아내어야 하는데, 시조새 화석 표본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순차적으로 깃털 갈이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첫 번째 반론입니다.

 두 번째 근거는 5번째, 7번째 덮개가 사실은 다 자란 깃털의 깃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시조새의 표본과 비교해 본 결과, 4번째부터 6번째까지의 날개는 길이가 비슷하였습니다. 즉, 거의 동시에 깃털 갈이를 하였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5번, 7번이 진짜 자라고 있던 깃털인가는 좀 있는데, 원시적인 새들과 다른 시조새의 날개를 살펴본 결과, 이 위치는 주 날개가 아니라 후피막(postpatagium)이 위치한 곳입니다. 새가 비행을 할 때 사용하는 칼깃 형 깃털의 뿌리는 바로 이 막의 아래쪽에서 자라고 있지요. 따라서 이 피막이 위치한 곳에 케라틴 성분의 깃과 비슷한 것이 남아있다면, 이는 깃털 덮개라기보다는 더 두꺼운 깃털 깃의 뿌리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두 번째 반론입니다.

새의 날개 피막. 출처-https://veteriankey.com/avian-deflighting-techniques/

 결론을 내리자면 반론으로 제기된 주장은 1) 깃털이 순차적인 순서로 자랐다고 하기엔 근거가 부족하고, 2) 깃털 덮개라고 제시한 것이 깃털 덮개가 아니라 깃털 깃의 뿌리일 수 있으며, 이를 정확히 하기 애매하다는것이죠.

 

(2). 재반론

 하지만 이 반론은 금방 반박되었습니다. 처음 연구를 보고하였던 토마스 케이(Thomas kaye)박사와 마이클 피트만(Michael pittman)박사는 2가지를 근거로 반론을 제기하였습니다. 

 첫 번째 근거는 깃털에 포함되어 있는 인(phosphorus)의 차이입니다. 인은 깃털에서 처음 자랄 때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으며, 다 성장한 깃털은 인의 함유량이 줄어들죠. 그런데 서모펄리스의 시조새 표본의 깃털을 살펴본 결과, 인의 함유량에서 차이점이 보입니다. 5번째, 7번째에서 함유량이 높고, 그 외에는 함유량이 적었죠. 즉, 5번째, 7번째는 자라고 있는 깃털이고, 나머지는 성장이 끝난 깃털이란 뜻입니다. 즉, 깃털이 순차적으로 갈이를 하였다는 뜻입니다.

서모펄리스의 시조새 표본의 날개. 성장이 시작된 깃털 덮개(빨간색)와 성장이 끝난 깃털(검은색)의 인의 함유량에 따른 차이점이 뚜렷하게 보인다. 출처-Kaye and Pittman (2021).

 또한 반론을 제기한 연구진은 오늘날 병아리의 날개의 후피막에서 깃털 덮개가 자라는 것을 또 다른 반론으로 제기하였습니다. 병아리들의 날개의 후피막이 위치한 부위에서 깃털 덮개가 발견되었다는 점은, 시조새의 날개 역시 비슷하였을 수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후피막에서 날개 깃털이 자란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죠, 즉, 후피막에서 발견된 것이 깃털 덮개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병아리의 후피막에서 보이는 깃털 덮개의 모습. 출처-Kaye and Pittman (2021).

 반론을 제기한 연구진은 깃털 덮개라고 주장하였던 것을 통계적으로 분석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시조새의 깃털은 순차적인 깃털 갈이를 하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더 정확히는 중앙에서 위, 아래로 순차적으로 깃털 갈이를 하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론을 내자면, 시조새의 깃털에 대한 연구 결과, 시조새는 깃털 갈이를 할 때 중앙에서부터 순차적으로 깃털 갈이를 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이번 글은 이해하기 좀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글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조새의 날개는 중앙에서 위, 아래로 순차적으로 깃털 갈이를 하였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2). 시조새의 깃털이 정말로 그렇게 깃털 갈이를 하였는가는 애매하다는 반론이 제기되었다(날개의 외곽과 내부의 깃털이 오래된 깃털인지 알기 어렵다, 깃털 덮개가 사실은 깃털 깃의 뿌리일 수 있다.).

 

(3). 추가 분석 결과, 시조새의 깃털은 중앙에서 위, 아래로 순차적으로 깃털 갈이를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인 함유량 차이, 병아리의 깃털이 자라는 위치와 시조새의 깃털 덮개 위치가 일치, 통계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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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Kaye, T. G., Pittman, M., & Wahl, W. R. (2020). Archaeopteryx feather sheaths reveal sequential center-out flight-related molting strategy. Communications biology, 3(1), 1-5.

 

Kiat, Y., Pyle, P., Balaban, A. et al. Reinterpretation of purported molting evidence in the Thermopolis Archaeopteryx. Commun Biol 4, 837 (2021). https://doi.org/10.1038/s42003-021-02349-x

 

Kaye, T. G., & Pittman, M. (2021). Reply to: Reinterpretation of purported molting evidence in the Thermopolis Archaeopteryx. Communications biology, 4(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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