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1억 6천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구를 지배해왔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지구를 지배해온 만큼, 공룡은 매우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적응하며 살아왔습니다. 그중에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모습이 발견되는 경우도 많지요. 제가 예전에 쓴 글에서 특이한 모습의 공룡들에 대해서 간략히 다룬적이 있었죠.
그리고 이번 글에서는 2017년에 보고된 아주 특이한 모습의 공룡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공룡은 매우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지요. 바로 백조와 비슷한 느낌의 공룡입니다. 이 공룡을 연구한 학자들은 몽골을 탐사하였던 폴란드의 위대한 고생물학자 할스즈카 오스몰스카의 이름을 따와서 할스즈카랍토르 에스쿠일리에이(Halszkaraptor escuilliei)라고 명명하였습니다.
백조와 비슷하게 생긴 공룡
할스즈카랍토르는 2017년 몽골에서 발견된 7천 5백만 년 전에 살았던 공룡입니다. 이 공룡은 몸길이 60cm의 아주 작은 육식공룡 이었지요. 단순히 작은것 뿐만 아니라 생김새에서 여러 가지로 특이한 공룡이었죠. 할스츠카랍토르의 주둥이는 길쭉하고 납작한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백조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거기에 주둥이 끝에 신경이 조밀하게 모여있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특징은 오늘날 살아있는 생물 중에서는 악어에게서 보이는 특징입니다. 이런 구조는 물속에서 물의 흐름을 감지하여 물고기를 사냥하는 데 도움이 되는 특징이지요.
할스츠카랍토르의 특이한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바로 목에 있지요. 다른 육식공룡들과 비교해보면, 할스츠카랍토르의 목은 수직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왜일까요? 대부분의 육식공룡과는 달리 할스츠카랍토르의 목은 매우 깁니다. 주둥이에서 골반까지의 길이의 50% 정도를 차지할 정도이지요. 그에 반해서 신체에서 꼬리의 비중이 짧은 편입니다. 따라서 이 공룡들은 몸의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향하고 있지요. 만약 목이 아래를 향하고 있으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금방 앞으로 꼬구라질 겁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위로, 수직으로 뻗은 것이지요. 이러한 신체 구조 때문에, 할스츠카랍토르는 마치 백조와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습니다.
물에 살았던가 아니었는가?
할스츠카랍토르와 관련해서 학계에서는 한가지 논쟁이 있었습니다. 바로 물에 살았던 생물인가 아닌가에 대한 것이었지요. 처음 할스츠카랍토르가 보고될 당시 학자들은 주둥이 끝에 몰려있는 신경과 긴 목 등등 신체구조를 근거로 할스츠카랍토르가 물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물에서 살며 물고기를 잡아먹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죠. 물에 살았을 것이라고 주장한 근거 중에서 몇 가지를 추려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아래에 나온 예시 외에도 이빨의 개수등 다른 근거들이 더 있으나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1. 주둥이 끝에 몰려있는 신경-물의 흐름을 감지하기 위한 것.
2. 기다란 목-물에서 사는 육식성 파충류들에게서 보이는 특징(ex:수장룡)이며 할스츠카랍토르의 목뼈와 목뼈의 연결점은 오늘날 백조의 목뼈에서 보이는 것과 유사.
3. 납작한 앞다리-물에서 사는 파충류들과 물속으로 다이빙을 하는 새들에게서 보이는 특징.
그런데 2019년에 이를 반박하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미국의 스탬포드 대학교의 체우스 브라운스테인 박사는 할스츠카랍토르가 반수생이라고 판단되는 근거들이 꼭 물에서 살았다는 것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반박의 논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주둥이 끝에 신경이 몰려있는 경우는 다른 육식공룡에서도 보이는 특징.
2. 기다란 목은 오르니토미무스류(흔히들 타조공룡으로 부르는 공룡)에서도 보이는 특징.
3. 납작한 앞다리는 물에서 살지 않는 다른 원시 조류(Paraivian)에 속하는 공룡들에서도 보이는 형태.
그러면 정말 할스츠카랍토르는 물에서 살았던 공룡이 아니었던 걸까요? 2020년에 할스츠카랍토르를 처음 보고한 연구에 참여하였던 안드레아 카우 박사가 논문을 통해서 이를 다시 반박하였습니다.
1. 다른 육식공룡에서도 주둥이 끝에 신경이 몰려있는 경우는 존재한다. 하지만 할스츠카랍토르만큼 신경이 발달하여 있지 않다.
2. 단순히 목이 긴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목뼈의 형태에서 백조와 할스츠카랍토르에서 유사점이 보인다. 즉, 목의 움직임에서 유사함을 보였다.
3. 할스츠카랍토르의 앞다리가 납작한 형태는 기하학적 분석 결과 오늘날 물속으로 다이빙해서 물속에서 유영하는 새들과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지금은 할스츠카랍토르는 물에서 살았던 공룡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아마 오늘날 백조와 비슷하게 유영을 하면서 물속에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아먹었던 공룡이었겠지요.
공룡이 처음 발견될 당시, 그리고 쥐라기공원이 처음 개봉할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는 할스츠카랍토르와 같은 특이한 모습의 공룡을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특이한 모습의 공룡이 또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낼지 모릅니다. 새로운 공룡의 모습, 기대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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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Brownstein, Chase D. "Halszkaraptor escuilliei and the evolution of the paravian bauplan." Scientific reports 9.1 (2019): 1-16.
Cau, Andrea, et al. "Synchrotron scanning reveals amphibious ecomorphology in a new clade of bird-like dinosaurs." Nature 552.7685 (2017): 395-399.
Cau, A. (2020). The body plan of Halszkaraptor escuilliei (Dinosauria, Theropoda) is not a transitional form along the evolution of dromaeosaurid hypercarnivory. PeerJ, 8, e8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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