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가장 유명한 공룡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공룡이라는 단어를 들면 제일 먼저 티라노사우루스를 뽑을 것입니다. 1905년에 처음 명명된 이래로 많은 대중매체에서 강력한 인상을 남긴 공룡이지요. 저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등장하는 작품 중에서 영화 '쥐라기공원2'에서 나왔던 장면이 잊히질 않습니다. 영화 중반부에서 자동차를 턱으로 물어서 부수고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을 잡아먹는 장면이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부터 잊히지 않았던 장면이었지요.
(영화 쥐라기공원2의 한 장면. 사람을 잡아먹는 장면이 나오니 충격 주의!)
그런데 실제로 티라노사우루스의 턱은 현재까지 측정된 육상생물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합니다. 그래서 티라노사우루스가 사냥하였던 공룡들의 뼈에서 이빨에 물려서 손상된 흔적이 자주 발견되기도 했지요.
티라노사우루스의 무는 힘
그러면 실제 티라노사우루스의 무는 힘은 얼마나 강력하였을까요? 1996년에 미국 몬태나의 헬 크릭층에서 트리케라톱스의 뼈가 발굴된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2cm 깊이의 구멍이 존재한다는 것이었죠. 이 구멍은 바로 티라노사우루스가 물었던 흔적이었습니다. 즉, 이빨 자국이었던 것이죠. 따라서 이 이빨 자국의 깊이를 토대로 티라노사우루스의 무는 힘을 측정해본 결과, 티라노사우루스의 무는 힘은 6,410~13,400N으로 측정되었습니다. 대략 1000kg이 좀 넘는 무게이지요. 이 수치는 오늘날 측정된 육상생물 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치였습니다.
2002년에 미국의 탐파대학교의 메이슨 미어스 박사에 의해서 발표되었습니다. 해당 연구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무는 힘이 최대 183,000~235,000N으로 측정이 되었습니다. 현존하는 포유류(하이에나, 늑대, 여우 등등)와 파충류(왕도마뱀, 거북, 악어 등등)의 악력과 체중의 질량의 비례정도를 비교해 본 결과, 티라노사우루스의 무는 힘이 매우 강했다는 것이죠.
2012년에 영국 리버풀 대학교와 맨체스터 대학교의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 북미 악어, 알로사우루스, 사자, 카르노타우루스, 오랑우탄, 늑대, 인간의 턱 힘을 조사하였습니다. 두개골을 레이저로 스캔해서 3D 그래픽을 제작한 뒤에 근육을 복원하였죠. 그리고 난 뒤에 복원한 근육의 턱 힘을 계산하였습니다. 그 결과, 티라노사우루스의 무는 힘은 35,000 –57, 000 N, kg으로 환산하면 최대 5,000kg 정도의 힘을 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요.
뼈를 부수는데 적합한 턱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 구조는 다른 육식공룡들과 비교해보면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육식공룡들의 머리는 좁은 삼각형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즉, 머리가 좁다는 것이죠. 그런데 티라노사우루스의 경우에는 머리가 넓은 삼각형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냐면, 티라노사우루스의 턱 근육이 얼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육식공룡들과 비교했을 때 엄청 크다는 것이죠. 2002년에 미어스 박사에 의해서 발표된 티라노사우루스의 무는 힘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티라노사우루스의 턱은 위 턱과 아래턱이 서로 마주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위 턱과 아래턱이 서로 마주친다면 힘이 같은 위치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만 적용되기 때문에 뼈를 부수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러데 티라노사우루스는 그렇지를 않았죠. 그 대신, 아래턱이 위 턱보다 더 좁은 위치에 위치해서 먹이를 물었을 때 힘이 4곳(위 턱이 외부에서 2곳, 아랫래 턱이 내부에서 2곳)에 가해지며, 따라서 뼈를 부수기 적합한 구조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2017년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와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보건학 센터의 연구에서 티라노사우루스의 턱 메커니즘은 오늘날 포유류 그중에서 뼈까지 씹어먹는 회색 늑대나 점박이하이에나와 유사하였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회색 늑대나 점박이하이에나는 먹이를 먹을 때 송곳니와 어금니를 이용해서 뼈를 부술 수 있습니다. 송곳니가 폐쇄형 구조를 하고 있어 뼈를 물고 있을 때 뼈에 압력을 가할수 있는 구조이지요. 해당 연구에서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가 뼈를 부술수 있는 이유가 1) 강력한 턱 힘, 2) 뼈를 부술수 있는 압력을 가할수 있는 이빨의 배열, 3) 먹이를 반복적으로 물어서 씹는 턱의 움직임(쉽게 이야기해서, 여러번 먹이를 씹는 것. 대부분의 파충류들은 먹이를 바로 삼킵니다.)이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두개골의 내구도
여러 연구에서 보듯, 티라노사우루스의 무는 힘은 매우 강력하였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렇게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티라노사우루스의 두개골은 매우 단단하였다고 합니다. 이점이 왜 특이하냐면, 무는 힘이 강할수록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 또한 강해지기 때문이지요. 무언가를 살짝 물었을 때랑 세게 물었을 때의 머리의 느낌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무는 힘이 매우 강력하였기 때문에 티라노사우루스의 두개골은 새나 도마뱀처럼 머리가 운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머리뼈가 움직여서 충격을 분산하였을 것이란 것이죠. 그런데 2019년 미주리 대학교, 에콜스 수의과 서비스, 오하이오 대학교, 남부 인디아나 대학교의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서, 티라노사우루스의 두개골은 운동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간략하게 연구 방법을 이야기하자면, (실제 연구 방법은 상당히 길고 복잡합니다!)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와 게코 도마뱀, 앵무새의 두개골을 스캔해서 뼈의 구조를 컴퓨터로 제작한 뒤에 두개골에서 근육이 붙는 위치를 찾아 컴퓨터에서 근육을 부착시키고 턱을 움직일 때 근육 및 뼈의 움직임을 계산하였습니다. 그리고 턱을 움직일 때 뼈에 압력이 가해지는 방향(무운동성, 입천장~턱 끝, 턱 내부~측면)을 대입하였습니다. 그 결과, 턱을 움직일 때 사용되는 뼈(구개골-입천장을 이루는 뼈 , 방형골-위 턱과 아래턱을 연결하는 뼈, 익상골-구개골과 방형골을 연결하는 뼈)가 압력이 강하게 가해져도 운동성이 크게 없는 단단히 융합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죠. 즉 먹이를 씹었을 때 발생하는 충격을 머리가 그대로 감당을 해낼 정도로 매우 단단하였다는 뜻입니다.
어린 제왕과 다 자란 제왕
최근에 티라노사우루스의 악력에 관해 새로운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의 앤드류 J.로웨 박사와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 대학교의 에릭 스니베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티라노사우루스류는 어린 시절엔 뼈를 부술 만큼 강력한 턱 힘을 지니진 않았으며, 어릴 때와 다 자랐을 때 잡아먹었던 먹이가 달랐을 것이라는 것이죠. 연구진은 다 자란 티라노사우루스와 어린 티라노사우루스, 한때 랍토렉스라고 불렸던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류와 다른 티라노사우루스류들의 두개골을 비교하였습니다(본래 랍토렉스는 지금은 유효한 이름이 아닙니다. 다만 여기선 편의상 랍토렉스라고 쓰겠습니다. 유효한 이름은 아니라는 점 유의해주세요.) 티라노사우루스의 다 자란 개체의 두개골과 랍토렉스의 두개골을 3D로 스캔한 뒤에 근육을 부착한 뒤에 압력이 가해지는 부분을 유추해내었죠. 그 결과, 턱을 이용할 때 압력이 가해지는 방향은 같으나, 압력의 양은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다 자란 티라노사우루스에게 더 강하게 가해지며(어린 다 자란 티라노사우루스는 1173.6~32625.8 N, 다 자란 티라노사우루스는 61523~94729.6 N) 턱의 크기가 훨씬 더 커서 압력을 더 잘 버틸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지요.
이 특징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생태를 유추해낼 수 있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살았던 백악기 말 북미대륙은 수각류 공룡의 다양성이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를 제외하면 다코타랍토르라고 하는 대략 오늘날 불곰 정도 크기의 육식공룡과 아케로랍토르라고 하는 소형 육식공룡이 전부였지요, 따라서 티라노사우루스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소형 포식자의 지위를, 다 자랐을 때는 대형 포식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으리라고 보는 것이죠. 해당 연구애 따르면 티라노사우루스는 어린 시절에는 소형 육식 공룡의 위치를 차지하며 작은 생물을 잡아먹으며 살다가, 다 자랐을 때는 트리케라톱스와 같은 대형 공룡들을 잡아먹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어린 시절에는 작은 먹이를 먹었으며, 다 자랐을 땐 커다란 먹이를 먹었을 것이라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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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Bates, K. T., & Falkingham, P. L. (2012). Estimating maximum bite performance in Tyrannosaurus rex using multi-body dynamics. Biology Letters, 8(4), 660-664.
Cost, I. N., Middleton, K. M., Sellers, K. C., Echols, M. S., Witmer, L. M., Davis, J. L., & Holliday, C. M. (2020). Palatal biomechanics and its significance for cranial kinesis in Tyrannosaurus rex. The Anatomical Record, 303(4), 999-1017.
Erickson, G. M., Van Kirk, S. D., Su, J., Levenston, M. E., Caler, W. E., & Carter, D. R. (1996). Bite-force estimation for Tyrannosaurus rex from tooth-marked bones. Nature, 382(6593), 706-708.
Gignac, P. M., & Erickson, G. M. (2017). The biomechanics behind extreme osteophagy in Tyrannosaurus rex. Scientific Reports, 7(1), 1-10.
Meers, M. B. (2002). Maximum bite force and prey size of Tyrannosaurus rex and their relationships to the inference of feeding behavior. Historical Biology, 16(1),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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