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고생물학은 남성만의 학문인가(4). 냉전시기 폴란드 학자들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0. 11. 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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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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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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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세계는 냉전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냉전은 미국을 위시한 1세계 자유주의 체제 국가들과 소련을 위시한 2세계 공산주의 체제 국가들의 대립, 그리고 그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던 3세계로 이루어진 세계였지요. 냉전이 일어나면서 고생물학 연구에도 한가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몽골의 고비사막은 현재 전 세계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공룡의 화석이 발견되는 지역 중 한곳입니다. 몽골의 공룡 탐사는 1920년대 미국 탐사대가 처음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뉴욕 자연사 박물관의 관장이었던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 박사와 탐사대는 본래 인류의 기원에 대한 단서를 찾고자 몽골로 왔다가(아직 고인류의 화석이 아프리카에서 발견되기 이전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양의 공룡화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초기 뿔공룡 프로토케라톱스와 영화 쥐라기공원 시리즈에서 나와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공룡 벨로키랍토르도 이때 최초로 발견되었지요.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Roy_Chapman_Andrews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되면서 미국 탐사대는 몽골로 갈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시 몽골은 공산주의 국가였기에 소련과 적대관계였던 미국 탐사대는 몽골 탐사가 허가되지 않았지요. 따라서 미국 고생물학자들은 냉전이 끝날 때까지 몽골에서 화석발굴 및 연구를 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몽골의 고생물학 연구는 끊기지 않았습니다. 화석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존재하였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당시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폴란드의 여성 고생물학자들이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들입니다.

 

폴란드의 고생물학자들

 1963년에 폴라드의 탐사팀이 몽골 고비사막을 방문하였습니다. 전 해였던 1962년에 폴란드 과학 학회의 상임간부회에서 파견한 대표단이 몽골의 학회와 협약을 맺게 되었는데, 이 때 몽골에서 화석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것에 대한 허가가 난 덕분이었죠. 탐사팀은 1963년에 처음 파견된 이후 1971년까지 여러 해 동안 몽골에서 화석 발굴을 하였습니다.

 

이 탐사팀에는 4명의 여성 고생물학자들도 다수 참여하였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피아 키엘렌 자보로브스카(Zofia Kielan-Jaworowska)

조피아 키엘렌 자보로브스카. 그녀는 폴란드 탐사대의 대장 이기도 하였다. 출처-https://scientificwomen.net/women/kielan_jaworowska-zofia-178

막달레나 보룩 비아티닉카(Magdalena Borsuk-Biatynicka)

막달레나 보룩 비아티닉카. 출처-http://www.paleo.pan.pl/pl/historia.html

테레사 마리얀스카(Teresa Maryańska)

테레사 마리얀스카. 출처-Borsuk-Bialynicka & Lefeld, J. (2019).

할스츠카 오스몰스카(Halszka Osmólska)

할스츠카 오스몰스카. 출처-http://www.paleo.pan.pl/pl/historia.html
폴란드 탐사팀 사진. 출처-http://www.paleo.pan.pl/pl/historia.html
프로토케라톱스와 싸우는 벨로키랍토르 화석. 일명 '파이팅 다이노소어'라고 명명된 이 화석은 폴란드 팀이 1971년에 발견하였다. 출처-https://www.palaeocast.com/polish-mongolian-expeditions-2/

포유류 연구가

 발굴과정에서 폴란드 팀은 공룡뿐 아니라 다양한 척추동물의 화석(포유류, 도마뱀 등등)을 고비사막에서 발굴하였습니다. 그리고 발굴한 화석들을 연구하면서 많은 신종을 찾아내었지요.

 탐사대의 리더였던 조피아 박사는 몽골에서 첫 번째 다구치목(고대 포유류의 한 분류로, 설치류와 비슷한 구조의 어금니를 지녔다.)의 화석을 보고하였고, 백악기의 다구치목과 그 이전 시기인 쥐라기의 다구치목을 비교하는 연구를 하는등 포유류 화석에 대한 많은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조피아 박사는 여러 저술 활동을 하기도 하였는데, 가장 최근에 저술한 저서는 2013년에 발간된 '초기 포유류 추적'이라는 저서입니다.

조피아 박사의 저서. 출처-https://www.amazon.com/Pursuit-Early-Mammals-Life-Past/dp/0253008174

공룡과 양서류, 파충류 연구

막달레나 보룩 비아티닉카 박사는 고비사막에서 여러 화석 생물들을 명명하였습니다. 목이 긴 공룡인 오피스토코엘리카우디아(Opisthocoelicaudia)와 개구리 에오페로바테스 렉토코라프투스(Eopelobates leptocolaptus), 도마뱀중에서 장지뱀류에 속하는 그로바우라 베누스타(Globaura venusta)와 에오산타 라케르티프론스(Eoxanta lacertifrons)를 명명하였지요. 2009년 그녀가 63살때 그녀는 영국의 고생물학자 수잔 에반스 교수와 함께 폴란드에서 발견된 초기 지배파충류 화석을 발견하였고 오스몰스키나(Osmolskina)라고 명명하였습니다.

현재 몽골의 대형 백화점 훈누몰에서 전시중인 오피스토코엘리카우디아의 화석. 출처-직접 촬영

초식공룡 연구가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다른 화석보다도 공룡화석에 특히 더 흥분하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폴란드 연구팀 중에서 테레사 박사와 할스즈카 박사가 몽골의 공룡화석을 많이 연구하였습니다. 테레사 박사는 갑옷공룡과 오리주둥이 공룡을 주로 연구하였고 할스즈카 박사는 육식공룡을 주로 연구하였지요.

 테레사 박사는 몽골에서 피나코사우루스라고 하는 갑옷공룡의 어린 개체의 두개골을 추가로 발견하면서 갑옷공룡의 머리 복원에 대해서 새로운 데이터를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갑옷공룡이 어린 시절에 머리에 존재하는 골판이 완전히 융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갑옷공룡의 성장에 대해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다는 점에서 이는 중요한 발견이라 할 수 있습니다.

테레사 박사가 발견한 피나코사우루스 두개골. 출처-T. Maryańska (1971)

 피나코사우루스의 두개골외에도 그녀는 몽골에서 발견된 갑옷공룡들을 총정리하면서 북미의 갑옷공룡이 아시아에서 기원하였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오리주둥이 공룡의 한 종류인 바스볼디아를 학계에 보고하기도 하였지요. 이 외에도 몽골에서 발견된 초식공룡들에 대한 연구를 하였습니다.

바스볼디아의 복원도.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Barsboldia#/media/File:Barsboldia_sicinskii_(2).jpg

육식공룡 연구

 영화 쥐라기공원에서 잠깐 나왔던 공룡 중에서 타조와 비슷하게 생긴 공룡이 나왔습니다. 갈리미무스라고 하는 공룡이었지요. 이 공룡은 몽골에서 발견된 공룡으로 실제로 타조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이 공룡을 학계에 보고하신 분이 바로 폴란드 탐사팀의 할스츠카 박사였습니다.

영화 쥐라기공원(1993)에서 나온 갈리미무스. 출처-http://kaiju.wikidot.com/wiki:gallimimus
할스즈카 박사가 그린 갈리미무스 골격. 출처-H. Osmólska, E. Roniewicz, and R. Barsbold (1972)

할스츠카 박사는 테레사 박사와 함께 초식공룡을 연구하였을뿐만 아니라 여러 육식공룡을 명명하였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갈리미무스 외에도 훌산페스 페르레이(Hulsanpes perlei ), 보로고비아 그라키리크루스(Borogovia gracilicrus), 토키사우루스 네메그텐시스(Tochisaurus nemegtensis)라는 육식공룡을 명명하였습니다. 대부분 소형 육식공룡들이었지요. 

토키사우루스의 왼쪽 발뼈.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Tochisaurus#/media/File:Tochisaurus.jpg

거대한 앞발

 할스츠카 박사의 업적은 이 외에도 여럿 있지만 대중들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남을 공룡은 아마 데이노케이루스라는 공룡이 아닐까 싶습니다. 1965년 탐사 때 처음 발견된 이 공룡은 앞발만 발견되었는데 그 길이가 2.4m나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였지요.

데이노케이루스의 거대한 앞발. 출처-https://www.thoughtco.com/deinocheirus-the-hand-dinosaur-1093782

 꽤 오랜 시간 동안 데이노케이루스의 정체는 미스터리였습니다. 대부분의 대형 육식공룡들은 앞발이 작고 머리가 큰 형태인데 이 데이노케이루스는 앞발이 매우 거대하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른 친척 공룡들과 비교해보면 데이노케이루스는 몸길이가 11m가 넘는, 오르니토미무스상과(갈리미무스와 데이노케이루스 등 타조와 비슷하게 생긴 공룡들을 묶은 분류군)중에서 가장 거대한 공룡으로 추정되었습니다. 할스즈카 박사가 발견한 데이노케이루스의 정체는 2014년 현재 서울대학교에 교수로 재직 중이신 이융남 교수와 국제 몽골 공룡탐사팀이 발표한 논문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데이노케이루스의 모습. 출처-https://namu.wiki/w/%EB%8D%B0%EC%9D%B4%EB%85%B8%EC%BC%80%EC%9D%B4%EB%A3%A8%EC%8A%A4

 할스츠카 박사는 몽골의 여러 업적을 남긴 위대한 학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은 여러 공룡의 학명에 쓰이고 있습니다. 학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명예이지요!

할스츠카랍토르. 이 공룡의 학명은 할스츠카 박사의 이름을 따왔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Halszkaraptor#/media/File:Halszkaraptor_reconstruction_by_Tom_Parker.png

(계속)

 

ps. 본문에서 나온 학자들은 몽골에서 척추동물의 화석 연구를 하였으나 처음부터 척추동물을 전공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탐사대의 대장이었던 조피아 박사와 할스츠카 박사의 학부~대학원 전공은 삼엽충이었고, 테레사 박사의 본래 전공은 무척추동물, 그중에서 태형동물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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