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공룡 관련 짤방이 하나 있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와 관련된 것인데요. 바로 이런 짤방이지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2017년에 티라노사우루스의 피부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온전한 비늘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며 깃털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깃털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는건 아니지만, 최소한 저 짤방에서 나온 것처럼 온몸이 북슬북슬한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궁금해집니다. 분명 어릴 때 보던 공룡책이나 영화 쥐라기공원에서는 공룡에게 깃털이 있거나 하는 묘사는 못 본 거 같은데 왜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공룡에게 깃털이 달리게 된 것일까요?
1. 처음 보고된 깃털 공룡
1998년 중국 요동반도가 있는(과거 고구려의 영토였던 그 지역 맞습니다...)라오닝성에서 새로운 공룡이 보고되었습니다. 몸길이 1m 정도의 작은 육식공룡으로, 살았던 시기는 1억 3천만 년 전 즈음의 백악기 전기였습니다. 이 공룡은 전신이 모두 보존된 공룡이었지요. 그런데 보존율이 워낙 좋아서였을까요? 이 공룡에게서 깃털의 흔적이 발견되었던 것이죠! 이것은 매우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기존에도 물론 공룡이 새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은 있었지만(이 주장은 19세기부터 있었습니다!) 깃털이 보고된 기록은 이 공룡이 처음이기 때문이지요. 이 공룡을 연구한 학자들은 이 새로운 공룡에게 시노사우롭테릭스 프리마(Sinosauropteryx prima)라는 학명을 붙였습니다. 한자로는 중화용조(中華龍鳥)라고도 하지요.
이 공룡의 발견을 통해서 학자들은 공룡에게 깃털이 달려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깃털이 달려있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은 있었지만(예를 들어서 쥐라기 공원 2편 소설에서 마이클 크라이튼 작가는 티라노사우루스 새끼에게 깃털이 있다는 묘사를 하였습니다. 소설이 나온 시기는 1995년으로 시노사우롭테릭스가 보고되기 전이었지요.), 실질적으로 그 존재가 확인된 것은 이 공룡의 발견이 처음인 셈이죠.
2. 공룡의 몸 색깔
처음으로 깃털의 존재가 확인된 것 외에도 시노사우롭테릭스는 또 한 가지 최초의 업적을 남겼습니다. 바로 색깔을 알아낸 최초의 공룡이란 점이죠. 본래 공룡의 색깔은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공룡의 시체가 땅속에 묻혀서 화석이 될 때 공룡 피부색을 이루는 멜라닌 색소 역시 파괴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그동안 공룡 책에서 나온 복원도들은 주로 새나 아니면 다른 파충류 혹은 다른 동물들의 몸 색깔을 참고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상상해서 그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시노사우롭테릭스에 대한 2010년 연구에 따르면, 시노사우롭테릭스의 깃털에서 깃털의 색을 결정짓는 멜라닌 색소를 보관하는 멜라노좀의 흔적이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사실 이 흔적은 이미 기존에 연구를 할 때 그 존재가 발견되었지만, 처음에는 멜라노좀이 아닌 화석이 퇴적 되었을 당시 퇴적의 흔적으로 보았지요. 쉽게 말해서, 처음에는 그냥 광물구조로 생각되었는데 알고보니 공룡의 색깔을 알아내는 열쇠였던 것이죠! 멜라노좀의 흔적을 따라 복원한 시노사우롭테릭스의 몸 색깔은 매우 특이했는데, 마치 오늘날에 살아있는 래서팬더와 비슷한 색깔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시노사우롭테릭스는 '작은 크기'의 공룡입니다. 실제로 몸길이가 1m 정도에 키는 성인의 무릎까지 오지도 못하는 아주 작은 공룡이었지요. 그런데 왜 거대한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에게까지 깃털의 존재 여부가 이야기로 나왔던 걸까요? 그 이유는 다음 글에서 밝혀집니다.
ps.참고로 시노사우롭테릭스는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표본은 몸 색깔이 구현되기 전에 제작된 모형인지 몸 색깔은 구현되지 않았지요.
그 외에 대전에 위치한 지질박물관에서도 시노사우롭테릭스를 볼수 있습니다. 이곳에 전시된 시노사우롭테릭스는 색깔도 연구 결과에 맞추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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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Bell, P. R., Campione, N. E., Persons IV, W. S., Currie, P. J., Larson, P. L., Tanke, D. H., & Bakker, R. T. (2017). Tyrannosauroid integument reveals conflicting patterns of gigantism and feather evolution. Biology letters, 13(6), 20170092.
Chen, P. J., Dong, Z. M., & Zhen, S. N. (1998). An exceptionally well-preserved theropod dinosaur from the Yixian Formation of China. Nature, 391(6663), 147-152.
Zhang, Fucheng; Kearns, Stuart L.; Orr, Patrick J.; Benton, Michael J.; Zhou, Zhonghe; Johnson, Diane; Xu, Xing and Wang, Xiaolin (2010). Fossilized melanosomes and the colour of Cretaceous dinosaurs and birds. Nature, 463(7284) p. 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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