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고질라 vs. 콩 특집-거대한 오랑우탄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4. 3. 22:34

 최근에 아주 재미있는 괴수영화가 개봉했습니다. 고질라 vs. 콩이라는 영화이죠. 고질라라는 거대 괴수와 킹콩이라는 거대 괴수가 맞붙는 것을 영화로 다룬 것이지요. 전 이 영화를 친구랑 아이맥스로 보고 왔는데,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고질라 vs. 콩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물론 실제 현실에서 고질라나 킹콩만큼 거대한 괴수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신체가 크면 클수록 신체를 감싸는 근육의 비율이 갈수록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고질라나 킹콩만큼 거대한 괴수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근육이 거대한 신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두 괴수는 두 발로 걷기 때문에 다리가 부담해야 하는 무게는 네 발로 걷는 것보다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고요.

콩: 스컬 아일랜드에서 등장한 콩. 실제로 이렇게 거대한 생물은 존재할 수 없다. 출처-https://confessionsfromageekmind.com/2017/03/27/we-dont-belong-here-kong-skull-island-review/

 그런데 영화에서 나온 것 만큼 거대한 크기는 아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어떤 영장류보다 더 거대했으리라고 추정되는 영장류가 화석으로 발견된 기록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신체의 극히 일부만 보존되어서 전체 크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발견된 일부만 해도 아주 거대한 크기의 영장류였죠. 학자들은 이 화석 영장류에게 기간토피테쿠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한때는 고인류에 속한다고 생각되기도 하였으나, 아프리카에서 고인류의 화석이 발견되면서 현재는 인류과(Hominidae)에 속하는 영장류인 것으로 결론이 났지요.

 

1. 한약방에서 발견된 이빨 화석

 고대서부터 중국 사람들은 척추동물의 뼈 화석을 용의 뼈로 생각하고 그것을 갈아서 약으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화석은 주변 퇴적환경과 유사한 광물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무 효능이 없지요. 그래도 아직 중국의 많은 한약방에서 척추동물의 화석을 약재료로 쓰고 있다고 합니다. 1935년 독일의 고생물학자인 랄프 본 쾨니히스발트(Ralph von Koenigswald)박사는 어느 중국의 한약방에서 발견한 이빨 화석을 보고하였습니다. 이빨은 어금니로 길이가 22mm, 너비가 18mm인 큰 이빨이었지요. 비록 이빨뿐이었지만 그는 이것이 거대한 유인원의 이빨이라고 생각하여 기간토피테쿠스 브라키(Gigantopithecus blacki)라고 명명하였습니다.

랄프 본 쾨니히스발트 박사가 보고한 이빨 화석들. 출처-Von Koenigswald (1935).

그러나  중일전쟁이 발발하게 되면서 쾨니히스발트 박사는 연구를 진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기간토피테쿠스에 대한 연구는 좀 더 이후인 1955년에 이루어졌지요.

 

2. 추가 발견

 중국 남쪽에는 광시 좡족 자치구가 있습니다. 1956년 이 자치구에 있는 산에 위치한 동굴에서 어느 농부가 용의 이빨이라고 알려진 이빨을 발견하였습니다. 사실은 기간토피테쿠스의 이빨이었던 이 화석을 발견한 농부는 이 화석을 팔려고 하였으나 곧 포기하였습니다. 그 전 해에 중국 정부에서 용의 이빨 거래를 법으로 금지하였기 때문이지요. 대신 이 이빨은 해당 지역의 은행장 이었던 야오쉬 웨이의 설득으로 정부에 기증하기로 하였습니다. 농장으로 돌아온 농부는 이빨을 발견한 지역을 자신의 자식들과 함께 더 살펴보았고 마침내 기가토피테쿠스의 턱뼈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빨만 발견되어 왔던 기간토피테쿠스의 턱뼈가 처음 발견된 것이죠. 1960년도~1970년도 사이에 중국의 척추 고생물과 고인류 재단(Institute of Vertebrate Paleontology and Paleoanthropology)에서 후베이성을 탐사하였고 기간토피테쿠스의 턱뼈가 추가로 발견되었죠. 비슷한 시기에 베트남 북부에서 베트남, 독일 학자들이 기간토피테쿠스의 턱뼈를 발견하였죠. 그 지역의 연대는 대략 47만 5천 년 전 즈음이었습니다. 

기간토피테쿠스가 발견된 지역. 출처-Zhang et al (2017).

 그 이후에도 기간토피테쿠스의 화석은 여러 번 보고되었습니다. 현재까지 보고된 가장 오래된 표본은 후베이성 서쪽에서 발견된 215만 년 된 표본이며 가장 최후의 표본은 광시 좡족 자치구에서 발견된 대략 30만 년 전에 살았던 화석의 표본이었지요. 아마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살았더 원시 인류 호모에렉투스와 공존하였을 겁니다. 기간토피테쿠스의 또 다른 화석 표본이 1969년에 인도에서 발견되고 기간토피테쿠스 기간테우스(Gigantopithecus giganteus)로 명명되었으나, 현재 이 종은 기간토피테쿠스보다 먼저 보고되었던 인도피테쿠스(Indopithecus)라는 다른 영장류의 것으로 재 분류 되어서 현재 기간토피테쿠스 기간테우스는 인도피테쿠스 기간테우스로 재분류 되었습니다. 즉, 현재는 기간토피테쿠스 블라카이종만 유효한 종이지요.

 

3. 거대한 크기

 그런데 현재까지 발견된 기간토피테쿠스의 화석은 턱뼈의 일부가 전부입니다. 아직까지 전신 골격이 발견된 사례가 없었지요. 따라서 기간토피테쿠스의 전신이 정확히는 아직 정확히는 알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크기를 유추해볼 수는 있었습니다. 기간토피테쿠스의 거대한 턱과 이빨을 통해서 대략적인 크기를 유추해낼 수 있었지요. 처음으로 기간토피테쿠스의 크기를 측정한 시도는 1945년 미국 학자 웨이덴레이크의 계산 결과로, 기간토피테쿠스는 고릴라의 2배 정도 크기에 몸무게는 169kg으로 계산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여려 시도가 있었는데, 체중이 대략 225kg에서300kg, 키는 9피트에서 12피트(2.7m에서 3.6m)로 계산되었습니다. 현재는 대략 200~300kg 체중의 거대한 영장류로 보고 있습니다.

기간토피테쿠스의 턱뼈. 출처-Zhang et al (2017).
기간토피테쿠스의 이빨. 출처-Zhang et al (2017).
기간도피테쿠스와 다른 영장류, 인간의 크기 비교. 출처-https://www.newscientist.com/article/2088989-jungle-tales-the-real-king-louie-was-the-biggest-ape-of-all/

하지만 아직도 이 계산된 결과가 얼마나 정확한지에 대해서 아직 의문을 품는 의견은 존재합니다. 분명 현재 사는 영장류보다 큰 듯 하지만 정확히 얼마나 큰지는 아직도 모르죠. 결국 더 많은 표본의 확보가 필요한 것이죠.

 

3. 거대한 오랑우탄

  이 거대한 영장류는 그러면 어느 영장류랑 가까울까요? 2019년 코펜하겐 대학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간토피테쿠스는 오늘날 오랑우탄이 속하는 분류군인 오랑우탄아과(Ponginae)에 속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간토피테쿠스의 어금니 화석에서 기간토피테쿠스의 단백질을 발견한 것이죠. 단백질에 있는 아미노산을 추출해서 그 속에 담기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기간토피테쿠스는 오늘날 오랑우탄아과에 속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즉, 기간토피테쿠스는 거대한 오랑우탄이었던 것이죠.

 

 기간토피테쿠스는 아열대 기후의 낙엽수와 상록수 나무가 자라던 숲에서 살았던 영장류였습니다. 아열대의 습한 지역이었죠. 기간토피테쿠스의 턱과 이빨을 살펴본 결과, 이 거대한 영장류들의 턱은 튼튼하여 단단한 먹이를 먹을 때 충격을 흡수하는 데에 적합하였습니다. 동시에 에나멜이 두꺼운 이빨은 질긴 먹이라도 잘 씹는 데에 적합하였죠. 그래서 이들은 나뭇잎, 식물 줄기, 덩이줄기 및 뿌리, 단단한 열매 등 다양한 먹이를 먹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기간토피테쿠스는 2016년에 개봉한 디즈니 영화 정글북 실사판에서 등장하였습니다. 원작 에니메이션에서 킹 루이로 나왔던 오랑우탄이 있었는데, 배경인 인도에서는 오랑우탄이 살지 않기에 대신 기간토피테쿠스가 등장하였죠.

정글북에서 등장한 킹 루이 기간토피테쿠스. 출처- 네이버 영화

 킹콩만큼 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거대한 영장류. 과연 앞으로 기간토피테쿠스에 대해서 어떤 연구가 이루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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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Welker, F., Ramos-Madrigal, J., Kuhlwilm, M., Liao, W., Gutenbrunner, P., de Manuel, M., ... & Cappellini, E. (2019). Enamel proteome shows that Gigantopithecus was an early diverging pongine. Nature, 576(7786), 262-265.

 

Von Koenigswald, G. H. R. (1935). Eine fossile Saugetierfauna mit Simia aus Sudchina. In Proc. Kon. Ned. Akad. Wetensch. (Vol. 38, pp. 872-879).

 

Zhang, Y., & Harrison, T. (2017). Gigantopithecus blacki: a giant ape from the Pleistocene of Asia revisited. American journal of physical anthropology, 162, 153-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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