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늘을 두른 어류
오늘날 지구에는 아주 많은 숫자의 어류가 살고 있습니다. 바다, 호수, 강, 냇가 등등 어류가 살지 않는 지역은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어류가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지요. 대부분의 어류는 아주 매끈한 비늘을 지니고 있습니다(예외가 있다면 상어정도인데, 상어는 보통 매끈하기보다는 거친 비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류의 비늘은 어류가 물속에서 유영할 때 물에서 미끄러지듯 빠르게 이동을 할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살았던 모든 어류가 전부 매끄러운 비늘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중에는 딱딱한 껍질을 몸에 두른 어류도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원시적인 어류 중에서 몸에 단단한 껍질을 둘렀던 갑주어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 원시적인 어류
갑주어류라는 분류군은 1844년에 명명되었습니다. 1830년에 스코틀랜드에서 발견된 표본들이 최초였지요. 이 표본들은 스위스의 해부학자 루이스 아가시즈(Louis Agassiz)가 처음 연구를 하였죠. 아가시즈는 이 표본들이 처음에는 어떤 동물인지 분간을 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갑주어류는 매우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머리는 다른 어류와는 전혀 다른 딱딱한 갑주를 두르고 있으며, 턱이 없었죠. 그래서 14년이란 긴 연구 끝에 그는 마침내 껍질 피부라는 뜻으로 갑주어류라는 분류군을 명명하였습니다.
갑주어류는 언제 살았던 어류일까요? 화석기록을 보면 갑주어류는 캄브리아기 이후 4억 8천만 년 전~4억 2천만 년 전 시기인 오르도비스기 시기에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화석은 중국, 유럽, 호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발견되지요. 그만큼 널리 번성한 어류였다는 뜻입니다.
갑주어류는 턱이 없는 어류 즉, 무악어류입니다. 오늘날 살아있는 어류중 이들과 가장 가까운 친척은 칠성장어나 먹장어와 같은 턱이 없는 무악어류들이죠. 이들은 주로 물에 떠다니는 먹이(플랑크톤)를 걸러먹거나 다른 어류의 몸에 붙어서 피를 빨아먹거나 물속에 가라앉은 동물의 시체를 먹으며 살아갑니다. 아마 갑주어류도 비슷하였겠지요.
3. 갑주어류의 종류
갑주어류라는 분류군에는 신체의 구조(뇌실, 지느러미, 껍질의 위치 등)에 따라서 크게 4개의 분류균으로 나누어집니다. 두갑류(Cephalaspidomorphi)와 익갑류(Pteraspidomorphi), 강인류(Thelodonti), 결갑류(Anaspida)로 나누어지지요. 이중에서 두갑류는 골갑강(Osteostraci), 피투리아스피스강(Pituriaspida), 갈레아스피스강(Galeaspida)으로 나누어집니다. 그런데 분류학적으로 갑주어류라는 분류군은 사실 축계통군, 혹은 다계통군 형태의 분류군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모든 갑주어류는 하나의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것이 아니라 각각 따로따로 다른 분류군에 속하는 어류들을 묶은 분류군이란것이죠.
3. 갑주어류의 멸종
갑주어류는 3억 6천만 년 전 즈음에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멸종에 대한 첫 번째 가설은 환경 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두 번째 가설은 턱을 가진 어류인 유악어류가 번성하면서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서 멸종에 이르렀다는 가설입니다. 가설이 두가지인 이유는 화석기록을 보면 갑주어류가 멸종을 시작한 시기에 들어서면서 유악어류가 번성을 하면서 동시에 해수면의 변화로 인한 환경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지요.
2011년에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와 옥스포드 대학교, 독일 홈볼트 대학교와 네덜란드의 공동 연구진은 유악어류가 번성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갑주어류들은 턱을 가진 어류와도 대략 3천만 년 동안 공존하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갑주어류는 유악어류와 경쟁을 한 것이 아니라 실은 공존을 하였다는 뜻이 되지요. 2015년에 발표된 영국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서도 이들은 서로 공존을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결과는 갑주어류의 멸종은 해수면의 변화로 인해서 갑주어류의 서식지가 점차 줄어들게 되어서 멸종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유억어류와의 경쟁이 멸종의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19년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결과에서 (공교롭게도 2015년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영국의 연구진이 발표한 결과입니다.) 갑주어류중 익갑류에 속하는 헤테로스트라칸스라는 분류군에 속하는 갑주어류의 화석에서 유악어류의 것으로 보이는 물린 자국이 여럿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유악어류중에서 갑주어류를 먹이로 하였던 어류가 있었다는 뜻이죠. 그래서 연구진은 어쩌면 유악어류와의 경쟁도 갑주어류의 멸종에 영향을 미친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퍼가실 때는 댓글과 출처! 재미있으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연구 출처-
Anderson, P. S., Friedman, M., Brazeau, M. D., & Rayfield, E. J. (2011). Initial radiation of jaws demonstrated stability despite faunal and environmental change. Nature, 476(7359), 206-209.
Nelson, J. S., Grande, T. C., & Wilson, M. V. (2016). Fishes of the World. John Wiley & Sons.
Pradel, A., Sansom, I. J., Gagnier, P. Y., Cespedes, R., & Janvier, P. (2007). The tail of the Ordovician fish Sacabambaspis. Biology Letters, 3(1), 73-76.
Randle, E., & Sansom, R. S. (2019). Bite marks and predation of fossil jawless fish during the rise of jawed vertebrate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86(1917), 20191596.
Sansom, R. S., Randle, E., & Donoghue, P. C. (2015). Discriminating signal from noise in the fossil record of early vertebrates reveals cryptic evolutionary history.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82(1800), 20142245.
'고생물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인의 등장(1)-코끼리의 먼 조상 (5) | 2021.09.01 |
---|---|
새는 어떻게 살아남을수 있었을까?-새만 살아남을수 있었던 이유! (4) | 2021.07.29 |
최초로 발견된 깃털 화석-시조새의 것인가 아닌가. 그것이 문제로다. (2) | 2021.05.27 |
고질라 vs. 콩 특집-거대한 오랑우탄 (0) | 2021.04.03 |
왜 갑자기 공룡에게 깃털이 생긴것일까? (2). 거대한 공룡과 초식공룡 (0) | 2021.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