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최초로 발견된 깃털 화석-시조새의 것인가 아닌가. 그것이 문제로다.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5. 27. 06:21

 새의 특징을 이야기 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가장 먼저 깃털을 떠올릴 겁니다. 깃털은 비늘이 변화해서 만들어진 구조인데, 몸을 따뜻하게 하는 기능 외에도 이성을 유혹하거나 하늘을 날 때 사용됩니다. 날개에 달린 비대칭 형태의 칼깃과 비슷하게 생긴 깃털이 양력을 만들어내서 몸을 띄울 수 있게 하죠. 새에게 있어 깃털은 그만큼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화석 기록을 보면 새, 그리고 더 나아가서 공룡은 깃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깃털이 이 생물에게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는 것이죠.

(공룡의 깃털에 대한 이야기. https://dinos119.tistory.com/entry/%EC%99%9C-%EA%B0%91%EC%9E%90%EA%B8%B0-%EA%B3%B5%EB%A3%A1%EC%97%90%EA%B2%8C-%EA%B9%83%ED%84%B8%EC%9D%B4-%EC%83%9D%EA%B8%B4%EA%B2%83%EC%9D%BC%EA%B9%8C-1-%EA%B3%B5%EB%A3%A1%EC%97%90%EA%B2%8C-%EA%B9%83%ED%84%B8%EC%9D%B4-%EC%83%9D%EA%B8%B4-%EC%82%AC%EC%97%B0

https://dinos119.tistory.com/entry/%EC%99%9C-%EA%B0%91%EC%9E%90%EA%B8%B0-%EA%B3%B5%EB%A3%A1%EC%97%90%EA%B2%8C-%EA%B9%83%ED%84%B8%EC%9D%B4-%EC%83%9D%EA%B8%B4%EA%B2%83%EC%9D%BC%EA%B9%8C-2-%EA%B1%B0%EB%8C%80%ED%95%9C-%EA%B3%B5%EB%A3%A1%EA%B3%BC-%EC%B4%88%EC%8B%9D%EA%B3%B5%EB%A3%A1?category=891081)

깃털. 출처-https://www.publicdomainpictures.net/en/view-image.php?image=25843&picture=bird-feather

그런데 어느 깃털 화석에 대해서 논쟁이 하나 있었습니다. 논쟁의 쟁점은 깃털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것이었죠.

 

첫 번째로 발견된 깃털 화석

 아무리 화석이나 고생물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독자분들이라도 시조새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시조새는 독일에서 발견된 새로, 발견된 시점이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간하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에 당시 사람들에게 충격이 컸던 화석이죠. 지금도 진화생물학 연구에서 큰 의미가 있는 화석입니다. 그런데 사실 시조새라는 학명, 그러니까 아르카이옵테릭스(Archaeopteryx)라는 학명은 사실 깃털에 붙은 학명이었습니다. 1861년에 독일 졸렌호펜 지역에서 석회암에 보존된 깃털에 시조새라는 학명이 처음 붙여졌던 것이었죠. 그리고 얼마 후에 깃털이 처음 발견된 지역 인근에서 완전한 골격이 발견되면서 시조새는 깃털 화석에서 공룡의 화석을 나타내는 학명이 되었습니다.

시조새의 첫 화석.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Archaeopteryx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시조새 화석. 깃털이 처음 발견된 이후로 이 화석이 발견되면서 시조새는 깃털에서 공룡의 화석을 나타내는 이름이 되었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Archaeopteryx
깃털 화석을 처음 발견한 헤르만 폰 마이어.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Specimens_of_Archaeopteryx

 그런데 처음에 발견된 깃털이 정말 시조새의 깃털이 맞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어왔습니다. 첫 번째 의문은 1996년에 제기되었습니다. 처음 의문을 제시한 연구에서는 시조새의 첫 표본 즉, 깃털 화석이 실은 시조새보다 더 큰 생물의 깃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시하였습니다.

 

시조새의 것이 아니다!

  2019년에 최초로 발견된 깃털 화석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미국 애리조나의 과학부흥재단의 토마스 카예박사가 주 저자로 참여한 독일, 홍콩, 중국 연구진 발표되었습니다. 연구진은 레이저 자극 형광(Laser-Stimulated Fluorescence)이라는 기법을 사용해서 깃털 화석을 조사하였습니다. 이 방법은 레이저를 쏴서 강한 에너지를 주입하여서 에너지를 주입받은 쪽에서 분자를 돌출하게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즉, 레이저로 자극을 해서 감추어진 부분을 드러나게 하는 방법이죠. 처음 깃털을 발견한 학자 마이어 박사는 깃털을 묘사할 당시에 깃털에 강한 깃이 있는 것을 묘사하였으나, 그 깃의 정확한 모습이 드러나지를 않아서 이런 분석을 하였죠. 레이저 자극 형광으로 되살려낸 깃을 통해서 살펴본 결과, 깃털은 주 덮개(Primary covert)에 해당하는 날개인 것으로 보입니다. 

A: 최초로 발견된 깃털 화석. B:처음 묘사될 달시 깃털 화석의 그림. C:레이저 자극 형광으로 드러난 깃털의 모습. 출처-Kaye et al (2019)
새의 날개 구조. 출처-https://infovisual.info/en/biology-animal/wing-of-a-bird

 그동안 시조새의 것으로 알려진 이 깃털. 그런데 연구진은 이 깃털이 시조새의 깃털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1) 시조새의 주 날개 깃털은 일직선 구조를 하고 있으나 깃털 화석은 휘어진 구조를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깃털은 시조새의 주 날개의 깃털이라 보기 어렵다는 점, 2) 대칭 구조를 이루는 시조새의 꼬리 날개 깃털과는 달리 깃털 화석은 비대칭 구조를 하고 있다는 점, 3) 두 번째 날개의 깃털과 형태는 유사하지만 길이는 더 짧다는 점을 들어서 시조새의 깃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시조새의 두 번째 날개 깃털(긴 것)과 최초로 발견된 깃털 화석(짧은 것). 출처-Kaye et al (2019)

  그렇다면 다른 새의 깃털이었을까요? 오늘날 새들의 깃털을 지탱하는 깃은 S자 형태와 비슷하게 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반면에 깃털 화석의 깃은 휘어있지만, S자 형태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이 깃털이 새의 깃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이 깃털은 누구의 깃털인 걸까요? 연구진은 아마 이 깃털 화석의 본래 주인은 발견되지 않은 깃털이 있는 육식공룡의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즉, 해당 연구의 결론을 따르면, 새조새라는 학명을 만드는 계기가 되는 깃털이 실은 시조새의 것이 아닌 것이 된 셈이죠. 여기까지 보면 최초로 발견된 깃털 화석은 시조새의 것이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시조새의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다음 해인 2020년에 해당 연구를 반박하며 깃털화석의 주인이 시조새가 맞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반박 연구를 진행한 미국의 남부 플로리다 대학교의 라이언 카르니 박사와 독일, 벨기에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시조새의 깃털일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첫 번째 근거로 최초로 발견된 깃털 화석이 발견된 지역에서 4개의 시조새 표본이 발견된 기록이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다른 육식공룡'보다는 '해당 지역에서 여러 개체가 발견된 생물'의 깃털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었죠. 두 번째로 시조새의 깃털과 비교를 한 결과, 깃털 화석은 카예 박사와 연구진이 주장하였던 것보다 시조새의 깃털과 더 유사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알트 뮐 강에서 발견된 시조새의 표본에 있는 깃털은 최초로 발견된 깃털 화석과 매우 일치하였습니다. 

알트 뮐 강에서 발견된 시조새의 표본의 왼쪽 날개. 최초로 발견된 깃털 화석과 형태가 매우 유사하다. 출처- Carney et al (2020)

 또한 연구진은 고출력 스캐닝 전자 현미경이란 기구로 깃털 화석을 관찰하였습니다. 그 결과 이 깃털 화석에서 멜라노좀의 흔적을 발견하였습니다. 멜라노좀은 깃털의 색깔을 결정짓는 멜라닌 색소의 집합체로, 멜라노좀의 흔적을 통해서 본래 색깔을 알아낼 수 있죠. 밝혀진 깃털의 색깔은 검은색이었습니다. 이는 시조새 또한 검정색이었을 것이란 기존의 연구와도 일치한 결과입니다.

 연구진은 이 깃털 화석이 진짜 시조새의 깃털 화석이라고 100%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화석화 과정에서 깃털의 형태가 변형되었을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재까지 지식을 통해 결론을 내보자면, 최초로 발견된 깃털 화석은 시조새의 깃털이 맞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861년에 처음 발견되어 시조새라는 이름을 만들고 진화의 상징이 되었으나 현재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화석. 과연 시조새의 깃털이 맞을까요? 아니면 아닐까요? 아니라면 과연 누구의 깃털이었을까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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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Carney, R. M., Tischlinger, H., & Shawkey, M. D. (2020). Evidence corroborates identity of isolated fossil feather as a wing covert of Archaeopteryx. Scientific reports, 10(1), 1-12.

 

Kaye, T. G., Pittman, M., Mayr, G., Schwarz, D., & Xu, X. (2019). Detection of lost calamus challenges identity of isolated Archaeopteryx feather. Scientific Reports, 9(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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