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살아있는 동물 중에서 가장 큰 동물을 말하라고 하면 코끼리를 떠올리실 분이 많으실 겁니다. 다른 동물에서는 보이지 않는 상아가 있는 긴 코를 가진 멋진 동물! 공룡을 생각나게 하는 거대한 이 거대한 동물은 크게 아프리카코끼리, 둥근 귀 코끼리, 아시아코끼리로 나누어집니다. 학술적으로 보면, 아프리카코끼리와 둥근 귀 코끼리는 록소돈타속 (Loxodonta)에 속하고, 아시아코끼리는 엘레파스속 (Elephas)에 속합니다.
현재는 모든 코끼리가 멸종 위기에 처해져 있으나, 과거에 코끼리, 그리고 코끼리의 친척은 꽤 많은 종이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연구된 바로는 아프리카코끼리의 경우 4종, 아시아코끼리는 10종이 멸종한 것으로 보입니다.). 코끼리는 과연 어떻게 지구상에 모습을 등장하게 된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코끼리의 과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장비목의 첫 기원
코끼리는 장비목 (Proboscidea)이라는 분류군에 속합니다. 이 분류군의 가장 오래된 화석기록은 6천만 년 전에 살았던 에리테리움 아조우조룸 (Eritherium azzouzorum)이라는 동물입니다. 비록 이 동물은 턱 일부와 이빨, 광대뼈만 발견되었지만, 이빨의 생김새, 그리고 턱뼈 안의 관 (신경과 혈관이 지나는 통로)이나 턱벼에 존재하는 돌기등 형태구조가 오늘날 코끼리로 진화해가는 모습을 하고 있었죠. 에리테리움의 화석은 모로코의 올드 아브둔 분지 (Ouled Abdoun Basin)라는 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분지는 공룡 시대 최후반부였던 백악기 말기부터 신생대 극 초기인 팔레오세 시기의 지층이 분포하는 곳이죠.
코끼리는 오늘날 땅에서 사는 동물 중에서 가장 큰 동물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에리테리움은 턱뼈의 길이로 봤을 때 대략 개 정도 크기의 동물이었을 겁니다. 오늘날 코끼리가 매우 거대한 동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코끼리의 초기 조상이 매우 작았다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지요. 하지만 화석기록은 우리에게 코끼리의 과거 조상은 매우 작았음을 보여줍니다.
에리테리움 다음으로 장비목의 화석기록은 역시 모로코에서 발견되었습니다. 5천 6백만 년에 살았던 포스파테리움 (Phosphatherium escuillei)이라는 동물로, 에리테리움과 마찬가지로 모로코에 있는 올드 아브둔 분지 (Ouled Abdoun Basin)라는 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동물도 턱뼈 일부만 발견되었지요.
에리테리움과 포스파테리움은 턱뼈의 형태가 원시적인 장비목이었음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아직 어금니의 형태는 오늘날 코끼리나 후대의 장비목과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오늘날 코끼리는 어금니가 주름져 있지만 에리테리움이나 포스파테리움의 어금니는 주름져 있지는 않았죠. 턱의 형태는 오늘날 장비목과 비슷하였지만, 이빨의 진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즉, 이빨이 주름져가는 형태가 언제부터 이루어졌는가는 오랫동안 코끼리의 진화에서 미스터리였습니다. 이 의문점은 2019년에 세네갈에서 보고된 4천 5백만 년 전에 살았던 동물의 이빨 화석으로 풀리게 되었습니다. 비록 이빨만 발견되었기에 전체 모습은 알 수 없었지만, 이빨의 맨 바깥 부분을 덮는 에나멜이 주름진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후대의 장비목, 그리고 오늘날 코끼리에서도 보이는 특징이지요. 비록 오늘날 코끼리만큼 주름져있지는 않았지만, 주름지기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후대의 장비목과 오늘날 코끼리로 진화해가는 과정에 있는 화석임은 분명하였습니다. 따라서 학자들은 이 화석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살로우미아 고로디스키 (Saloumia gorodiskii)라는 학명을 부여하였습니다. 즉, 장비목의 진화과정에서 이빨의 주름은 대략 4천 5백만 년 전 즈음부터였다고 볼수 있지요.
2. 상아의 발달
오늘날 코끼리의 특징이라면 긴 코가 있습니다. 그러면 위에서 살펴본 원시적인 장비목, 에리테리움과 포스파테리움, 살로우미아에게도 긴 코가 있었을까요? 아마 아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들보다 이후에 등장한 장비목에서도 아직 긴 코는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긴 코는 좀 더 이후에 진화하였습니다.
긴 코를 지니기 이전에, 코끼리의 조상은 한가지 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빨의 변화이죠. 더 정확히는 후에 다양한 종류의 상아를 이루게 되는 이빨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빨이 발전하게 되는 시기는 대략 에오세 초중기 즈음인 4천 5백만~7백만 년 전 즈음에 모로코에서 살았던 누미도테리움 코호렌세 (Numidotherium koholense)와 에오세 후기인 3천 7백만 년 전에 이집트에서 살았던 모에리테리움 리온시 (Moeritherium lyonsi)가 발견되면서 그 기원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아직 긴 코는 없었지만, 그 외에 이빨도 후대의 장비목의 것과 비슷하였죠 (주름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빨입니다. 위턱, 아래턱에 달린 송곳니가 크게 발달되어 있었죠. 오늘날 코끼리의 상아가 송곳니가 길어져서 생긴 것이라는걸 감안해보면, 그 기원은 대략 에오세 초중기 정도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코끼리의 조상들은 이빨의 형태에서 코끼리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코끼리 하면 흔히 생각하는 큰 상아나 거대한 몸집은 아직 보이지를 않습니다. 상아의 경우, 지금까지 살펴본 가장 마지막 단계인 누미도테리움과 모에리테리움에서 송곳니가 발달하기 시작하였지만, 정작 코가 길거나 몸이 거대하거나 하는 오늘날 코끼리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코끼리의 조상은 언제부터 몸이 거대해지고 좀 더 그럴듯해 보이는 상아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그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Gheerbrant, E., Sudre, J., & Cappetta, H. (1996). A Palaeocene proboscidean from Morocco. Nature, 383(6595), 68-70.
Gheerbrant, E. (2009). Paleocene emergence of elephant relatives and the rapid radiation of African ungulat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6(26), 10717-10721.
Prothero, D. R. (2007). Evolution: what the fossils say and why it matters. Columbia University Press.
Tabuce, R., Sarr, R., Adnet, S., Lebrun, R., Lihoreau, F., Martin, J. E., ... & Hautier, L. (2020). Filling a gap in the proboscidean fossil record: a new genus from the Lutetian of Senegal. Journal of Paleontology, 94(3), 580-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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