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거인의 등장(3)-세계에 퍼진 코끼리의 먼 친척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9. 9. 07:19

(예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dinos119.tistory.com/entry/%EA%B1%B0%EC%9D%B8%EC%9D%98-%EB%93%B1%EC%9E%A52-%EC%BD%94%EB%81%BC%EB%A6%AC%EC%9D%98-%EB%A8%BC-%EC%B9%9C%EC%B2%99-%EA%B1%B0%EB%8C%80%ED%95%B4%EC%A7%80%EB%8B%A4

 

데이노테리움이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럽과 아시아로 진출할 때 오늘날 코끼리의 직접적인 조상이 되는 코끼리아목 역시 아프리카를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물론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대륙의 연결이었지요. 그러면 대륙이 연결되기 전에 코끼리아목 즉, 코끼리의 직접적인 조상은 어떻게 진화하였을까요?

 

(1). 아프리카에서 살던 코끼리아목

 잠시 시간을 뒤로 돌려봅시다. 대략 3천 6백만 년 전 에오세에서 올리고세로 넘어가던 시절에 팔라에오마스토돈 (Palaeomastodon)이라는 동물이 살았습니다. 첫 화석이 20세기 초 이집트에서 보고된 이 동물은 짧은 상아를 가지고 있었던 동물로 사람보다 키가 작았습니다. 이들은 이빨구조에서 이전 글에서 다루었던 원시코끼리아목과는 달리 이빨의 형태가 오늘날 코끼리들처럼 평평해져 가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주 원시적인 코끼리의 조상이기 때문에 오늘날 코끼리들만큼 평평하지는 않지만요.

팔라에오마스토돈의 두개골. 출처-위키피디아.

 원시코끼리아목인 바리테리움이 살던 시절에 팔라에오마스토돈과 오늘날 코끼리 사이의 중간과정이 살았다는 증거가 2006년에 발견되었습니다. 동아프리카의 아프리카의 뿔이 위치한 지역에 있는 에리트레아라는 나라의 이름을 따와서 에리트레움 메라케그헤브레크리스토시(Eritreum melakeghebrekristosi)라는 학명이 붙여진 이 동물은 (1부에서 나왔던 에리테리움과는 다른 동물입니다!) 턱 일부와 어금니 일부만 발견되었지만, 이빨의 형태가 팔라에오마스토돈과 오늘날 코끼리의 납작한 이빨의 중간 과정에 있는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즉, 이빨 구조에서 진화의 흐름이 보였다는 것이죠.

에리트레움이 화석 스케치. 출처-Shoshani et al (2006).

 

(2). 아프리카를 벗어난 마스토돈과

 2천만 년 전에 아프리카 대륙이 마침내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되면서 아프리카에서 살던 코끼리아목들은 친척 데이노테리움처럼 아프리카를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코끼리아목은 다양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대규모로 번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코끼리아목은 여러 분류군으로 나누어집니다. 크게는 북미까지 진출한 마스토돈과 (Mammutidae), 그리고 오늘날 코끼리가 포함되는 분류군인 엘레판티다(Elephantida)로 나누어졌죠. 2007년에 마스토돈의 이빨 화석에서 추출한 DNA를 통한 분자배열 연구 결과 마스토돈과와 엘레판티다는 2천 5백만 년 전에 갈라졌다고 합니다.

 마스토돈과는 일부를 제외하면 본격적으로 아프리카를 벗어나서 유라시아 대륙 전체, 그리고 북미에까지 진출하였습니다. 1천 6백만 년 전 즈음에 유라시아와 북미 사이에 존재하는 베링 육교가 오랜 시간 동안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이에 유라시아 대륙에서 살던 마스토돈과의 이주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후에 진화하게 되는 현재 인류 중 미국 원주민들의 조상들도 이 시기에 이주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스토돈과의 분포도. 출처-위키피디아.

.  마스토돈과는 언제 아프리카를 벗어났을까요? 본래 이들은 2천만 년 전에 아프리카 북쪽에 위치한 바다 테티스해 (공룡 시대 초창기부터 존재했던 바다로 지금은 사라진 바다입니다.)가 닫히면서 자연적으로 육교가 생기면서 건너갔던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때 마스토돈과에 속하는 동물은 얼굴이 길게 늘어난 지골로포돈(Zygolophodon), 그리고 유라시아를 너머서 북미에까지 진출하였던 마스토돈(Mammut), 등 여러 마스토돈과에 속하는 동물들이 2천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게 되었다고 오랜 시간동안 주장되었습니다. 

지골로포돈의 두개골. 출처-위키피디아.
미시간 박물관에 전시된 마스토돈. 출처-위키피디아.

 그런데 중국에서 발견된 화석으로 인해 새로운 가설이 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2020년에 중국에서 마스토돈과 중에서 가장 오래된 마스토돈과인 에오지고돈 (Eozygodon)이라는 동물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동물은 대략 2천 5백만 년 전에 살았으며, 주로 아프리카에서만 화석 기록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아프리카 바깥에서 발견되었죠. 이를 연구하였던 중국과학기술원의 연구진은 아프리카 바깥에서 처음 발견된 에오지고돈에 대해서 2가지 가설을 주장하였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아프리카에서만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던 이 동물들 역시 2천만 년 전에 다른 친척들과 함께 이주했다는 가설이었습니다. 이 가설대로라면 에오지고돈 역시 친척들과 비슷하게 이주를 한 셈이었죠.

  두 번째 가설은, 어쩌면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2천만 년 전에 연결되기 전에 남아시아의 일부가 아프리카와 연결되었으며,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본격적으로 연결된 2천만 년 전보다 이전에 이미 일부 마스토돈과의 동물들이 동아시아로 이주해서 살지 않았을까 하는 가설입니다. 이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유럽과 아시아 쪽의 장비목의 분포도가 다르다는 점, 파키스탄에서 대략 2천 5백만 년 전 즈음인 올리고세 후기 지층에서 코끼리상과의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의 이빨이 발견되었다는 점을 토대로 하였죠.  만약 두 번째 가설대로라면 코끼리의 원시적인 친척들은 아프리카에서 총 2번 이주를 한 셈이 됩니다. 처음에 아시아로, 그리고 그 이후에 유럽으로, 그리고 북미로까지 이주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유라시아와 북미, 남미에 진출한 코끼리의 친척

 어느 시점에서든 장비목은 최소 2천만 년 이후에는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라시아에 진출하였음은 분명한듯 합니다. 이때 마스토돈과와 함께 오늘날 코끼리와 가까운 분류군인 엘레판티다 역시 유라시아, 그리고 북미대륙에 진출하였습니다. 즉, 이들은 오세이나와와 남극 대륙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대륙에서 분포하며 살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엘레판디타는 크게 둘로 나누어집니다. 유라시아 여러 지역에서 살았던 코엘로포돈과 (Choerolophodontidae), 아메벨로돈과 (Amebelodontidae), 곰포테리움과 (Gomphotheriidae), 그리고 오늘날 코끼리가 속하는 분류군인 코끼리상과(Elephantoidea)로 나누어지지요. 이들은 지구상에서 매우 넓게 퍼져나갔으며, 심지어는 우리나라에서도 화석이 발견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함경북도지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종명은 곰포테리움 안넥텐스 (Gomphoterium annectens)라는 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신생대 대형 포유류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떄 북한지역에서 발견된 이후로 지금까지 연구가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내몽골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아메벨로돈과의 플라티벨로돈. 출처-위키피디아.
노티오마스토돈. 오늘날 남미에서 발견되는 곰포테리움과. 출처-위키피디아.
독일 젠켄베르크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곰포테리움. 이들은 오세아니아와 남극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륙에서 살았다. 출처-위키피디아.

(4). 왜 이들은 멸종하게 된 것일까? 

그런데 이렇게 널리 번성하던 동물들이 지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화석기록을 보면 이 동물들은 1천만 년 전에는 어마어마하게 번성하였지만, 빙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부터 서서히 멸종의 길로 들어섰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만 년 전 즈음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멸종하게 되었죠. 2020년에 마스토돈의 분자배열 연구 결과,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해서 멸종한 것으로 보입니다. 본래 장비목은 주로 따뜻한 기후에서 주로 살았습니다 (오늘날 코끼리들도 주로 열대기후에서 살고 있죠.). 이들이 북미대륙에 진출하던 시기에는 기후가 따뜻하며 동시에 숲이 번창하였죠. 그런데 빙하기가 시작되면서 지구의 온도가 서서히 내려가자 이 동물들은 본래 따뜻한 기후의 숲에서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하게 되었죠. 즉, 기후 변화로 인해서 이들의 주 서식지는 점점 감소하게 되었고, 그 결과 멸종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코끼리의 기원, 그리고 전 세계에 퍼진 코끼리의 먼 친척들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에게 익숙한 매머드, 그리고 지금 우리와 살고 있는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시작을 안 했습니다. 이제 다음 글에서는 마지막으로 오늘날 코끼리, 그리고 매머드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youtu.be/ZNO-MM8ugFw

 

https://www.nature.com/news/2007/070723/full/news070723-3.html

 

Antoine, P. O., Welcomme, J. L., Marivaux, L., Baloch, I., Benammi, M., & Tassy, P. (2003). First record of Paleogene Elephantoidea (Mammalia, Proboscidea) from the Bugti Hills of Pakistan.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23(4), 977-980.

 

Choi, S., & Lee, Y. N. (2017). A review of vertebrate body fossils from the Korean Peninsula and perspectives. Geosciences Journal, 21(6), 867-889.

 

Karpinski, E., Hackenberger, D., Zazula, G., Widga, C., Duggan, A. T., Golding, G. B., ... & Poinar, H. N. (2020). American mastodon mitochondrial genomes suggest multiple dispersal events in response to Pleistocene climate oscillations. Nature communications, 11(1), 1-9.

 

Shoshani, J., Walter, R. C., Abraha, M., Berhe, S., Tassy, P., Sanders, W. J., ... & Zinner, D. (2006). A proboscidean from the late Oligocene of Eritrea, a “missing link” between early Elephantiformes and Elephantimorpha, and biogeographic implication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3(46), 17296-17301.

 

Zhang, X., & Wang, S. (2020). First report of Eozygodon (Mammutidae, Proboscidea) in Eurasia. Historical Biology,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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