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바 선생의 과거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9. 30. 06:04

 바퀴벌레는 아마 많은 분이 가장 맞이하고 싶지 않은 손님 중 하나일 겁니다. 굉장히 혐오스러운 모습에다가 몰려다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바퀴벌레는 사실 생명력이 굉장히 강력한 존재입니다. 지구 역사상 있었던 여러 번의 대멸종 사건을 겪고도 살아남은 존재이기 때문이죠. 공룡의 멸종은 물론, 심지어 90%가 넘는 생물이 멸종한 페름기 말 대멸종도 견디고 살아남은 존재가 바로 바퀴벌레입니다. 아 후자의 경우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원시적인' 바퀴벌레이죠.

 바퀴벌레는 왜 그렇게 생명력이 강할까요?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이들은 잡식성입니다. 말 그대로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는 식성을 가지고 있죠. 이렇게 말하면 감이 잘 안 오실 수 있겠네요.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바퀴벌레에 속하는 곤충들은 나무, 가죽, 종이, 털 등등... 유기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거의 다 먹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우표에 붙이는 풀도 먹으면서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식성이 다양할수록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요. 거기에 먹을것이 없어도 한 달 정도의 기간은 버틸 수 있다는 점 또한 바퀴벌레의 생존력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인간과는 달리 머리가 떨어져 나가도 죽지 않고 어느 정도는 살 수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지금 현재 바퀴벌레는 총 4600여 종 정도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중 인간과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종은 30여 종 정도라는군요.

과연 이 무시무시한 생명체인 바 선생의 기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바 선생. 그들의 기원은 어떻게 될까? 출처-https://freesvg.org/vector-image-of-a-cockroach

1. 원시 바퀴벌레

 바퀴벌레는 사마귀, 흰개미와 함께 망시목(Dictyoptera)에 속합니다. 이 분류군의 화석기록은 매우 오래전인데, 석탄기라고 하는 시기인 3억 6천만 년 전 즈음부터 화석기록이 등장하였습니다 (석탄기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보통 화석연료로 많이 쓰이는 석탄이 이 시기 살았던 나무가 탄화되어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발견된 원시 바퀴벌레 화석 칠리아니브라타 나무렌시스(Qilianiblatta namurensis). 석탄기 후기에 살았던 원시적인 바퀴벌레중 하나이다. 출처-Zhang & Hong (2013).
아르키미라크리스 에긴토니의 화석. 출처-Garwood (2011).

 하지만 이들은 오늘날 바퀴벌레는 아닙니다. 오늘날 바퀴벌레의 원시적인 조상이죠. 이들은 오늘날 바퀴벌레와는 날개구조, 생식기 구조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바퀴벌레, 사마귀, 흰개미를 통틀은 공통조상입니다. 분자배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퀴벌레의 조상은 여러 번에 걸쳐 분화하고 또 분화하였습니다.

 

2. 오늘날 바퀴벌레의 진화

.2017년에 발표된 바퀴목의 분자생물학적 분석 결과 바퀴벌레가 속하는 망시목은 여러 번 분화를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 분화는 약 2억 9천만 년 전에서 2억 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데, 사마귀 무리(Mantodea)와 바퀴벌레 무리(Blattodea)로 나누어졌습니다 (참고로 2억 9천만 년 전이면 모든 대륙이 판게아라고 하는 하나의 큰 대륙으로 합쳐진 때였습니다. 즉, 바퀴벌레는 대륙이 분화하기 전에 이미 원시적인 조상이 존재한 것이죠. 바퀴벌레가 거의 모든 대륙에 퍼질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즉, 사마귀와 바퀴벌레의 분기점이 이 시절인 것이죠.

 현대 바퀴벌레는 언제 진화하였을까요? 사실 현대 바퀴벌레의 정확한 기원이 언제인가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논쟁거리입니다. 분자배열 연구 결과는 대략 트라이아스기 초기~쥐라기 초기인 2억 4천~1억 8천만 년 전으로 측정되었지만, 화석 기록은 그보다 좀 더 이후인 1억 3천 9백만 년 전 백악기 초기~쥐라기 후기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2019년에 바퀴벌레의 분류와 기원에 대한 연구 결과, 바퀴벌레의 기원은 대략 백악기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바퀴벌레의 화석기록을 통해 본 결과, 바퀴벌레는 진화 과정에서 형태적인 차이점은 그리 크지 않았던 듯 합니다. 즉, 바퀴벌레는 백악기에 본격적으로 진화한 뒤에 오늘날까지 그 모습을 큰 차이 없이 유지해왔다는 것이죠. 과연 끈질길 생명력을 지닌 존재답습니다.

크레타홀로콤프사 몬세카나(Cretaholocompsa montsecana). 스페인에서 발견된 1억 3천만 년 전에 살았던 가장 오래된 바퀴벌레의 화석중 하나이다. 출처-Martinez-Delclos (1993).

3. 우리나라의 바퀴벌레 화석

 우리나라에서도 바퀴벌레의 화석이 여러 종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충남 보령에 분포하는 트라이아스기 시기에 만들어진 아미산층이란 지층에서 멸종된 바퀴벌레과인 메소블라티나과(mesoblattinidae)의 화석 2속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외에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는 사천, 대구, 고령, 군위 등에 분포하는 동명층이란 지층에서 메소블라티나과에 속하는 총 5속의 바퀴벌레 화석들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외에 진주에서도 바퀴벌레 화석이 발견되었지만, 아직 정확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보령 아미산층에서 발견된 바퀴벌레 사마로블라타(Samaroblatta)의 화석. 출처-남기수 (2015). 
경북 군위군에서 발견된 백악기 바퀴버레 메소블라티나(Mesoblattina)의 화석. 출처-백광석, & 양승영. (2004).

 남한 외에도 북한에서도 바퀴벌레 화석이 최근에 보고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발견지는 중국과의 접경지대인 신의주에 있는 신의주층으로, 이 지역은 백악기 시기 퇴적층이 있는데, 여러 곤충화석이 신의주층에서 보고되었죠. 그중엔 중국에서 화석이 자주 발견되는 랴오닝성과 같은 곤충 화석이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랴오닝 성과 신의주의 지층이 지질학적으로 연관성이 있다는 뜻이지요.

https://dinos119.tistory.com/entry/%EB%B6%81%ED%95%9C%EC%97%90%EC%84%9C-%EB%B0%9C%EA%B2%AC%EB%90%9C-%ED%99%94%EC%84%9D2-%EC%8B%A0%EC%9D%98%EC%A3%BC%EC%9D%98-%EA%B3%A4%EC%B6%A9%ED%99%94%EC%84%9D%EB%B6%88%EC%99%84%EC%A0%84-%EB%B3%80%ED%83%9C%EB%A5%BC-%ED%95%98%EB%8A%94-%EA%B3%A4%EC%B6%A9

 

https://dinos119.tistory.com/entry/%EB%B6%81%ED%95%9C%EC%97%90%EC%84%9C-%EB%B0%9C%EA%B2%AC%EB%90%9C-%ED%99%94%EC%84%9D3%EC%8B%A0%EC%9D%98%EC%A3%BC%EC%97%90%EC%84%9C-%EB%B0%9C%EA%B2%AC%EB%90%9C-%EA%B3%A4%EC%B6%A9%ED%99%94%EC%84%9D%EB%82%B4%EC%8B%9C%EB%A5%98

(북한 신의주에서 발견된 곤충화석들)

신의주에서 발견된 백악기 바퀴벌레 페르루키펙타 아우레아 (Perlucipecta aurea). 출처- won & jon (2021a).
신의주에서 발견된 하르브로블라툴라 드레파노이데스 (Habroblattula drepanoides). 이 곤충화석은 중국 라오닝성에서 처음 보고되었다. 즉, 라오닝성과 신의주의 백악기 퇴적층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석이다. 출처-won & jon (2021b).

 3억 년의 시간 동안 여러 대멸종을 모두 넘기고 현재까지 살아있는 바퀴벌레. 과연 이들은 언제까지 살아남을까요? 과연 이들은 핵전쟁이 발발해도 그 이후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입니다.

 

자료 출처-

https://www.haaretz.com/science-and-health/scientists-figure-out-the-origin-of-cockroaches-1.5804114

 

https://en.wikipedia.org/wiki/Cockroach

 

Evangelista, D. A., Wipfler, B., Béthoux, O., Donath, A., Fujita, M., Kohli, M. K., ... & Simon, S. (2019). An integrative phylogenomic approach illuminates the evolutionary history of cockroaches and termites (Blattodea).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86(1895), 20182076.

 

Evangelista, D. A., Djernaes, M., & Kohli, M. K. (2017). Fossil calibrations for the cockroach phylogeny (Insecta, Dictyoptera, Blattodea), comments on the use of wings for their identification, and a redescription of the oldest Blaberidae. Palaeontologia Electronica, 20(1FC), 1-23.

 

Garwood, Russell. (2011). Palaeontology In The Digital Age. Part Two: Computerized Carboniferous Creatures. Magazine of the Geologists' Association. 10. 10-11. 

 

Martinez-Delclos, X. (1993). Blátidos (Insecta, Blattodea) del Cretácico Inferior de España. Familias Mesoblattinidae, Blattulidae y Poliphagidae. Boletín Geológico y Minero, 104(5), 516-538.

 

So, K. S., Won, C. G., Ri, C. J., & Jon, S. H. (2021a). First record of a cockroach (Insecta: Blattaria: Mesoblattinidae) from the Sinuiju Formation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Cretaceous Research, 124, 104826.

 

So, K. S., & Won, C. G. (2021b). First cockroaches (Insecta: Blattaria: Blattulidae) from the Lower Cretaceous Sinuiju Formation,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associated fossil plant assemblages and paleoclimatic inferences. Cretaceous Research, 104913.

 

Wang, Z., Shi, Y., Qiu, Z., Che, Y., & Lo, N. (2017). Reconstructing the phylogeny of Blattodea: robust support for interfamilial relationships and major clades. Scientific Reports, 7(1), 1-8.

 

Zhang, Z., Schneider, J. W., & Hong, Y. (2013). The most ancient roach (Blattodea): a new genus and species from the earliest Late Carboniferous (Namurian) of China, with a discussion of the phylomorphogeny of early blattids. Journal of Systematic Palaeontology, 11(1), 27-40.

 

 

백광석, & 양승영. (2004). 경상층군산 바퀴류 화석. 고생물학회지, 20(2), 71-98.

 

남기수 (2015) 보령지역 아미산층에서 산출된 중생대 화석 곤충군 및 그 지질학적 의미. Phd 학위 논문. 공주대학교 대학원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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