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고생물학은 남성만의 학문인가(2). 매리 애닝의 두 친구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0. 10. 21. 21:46

엘리자베스 필폿

 저번 글(https://dinos119.tistory.com/50?fbclid=IwAR11Crb2lPjSOx95ta1nxbQg5eGx3DxEZUAXvBtZcJiOo7mSNM_2B8yCr4o)에서 잠시 언급되었던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엘리자베스 필폿이라는 분이었지요. 이분은 매리 애닝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시에 화석 수집가, 고생물학자이기도 하였지요. 가난하 환경에서 살아서 화석 판매가 주요 수입원이었던 매리 애닝과는 달리 그녀는 제법 부유한 환경에서 살았으며 덕분에 발견한 화석을 판매할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현재 그녀가 수집하였던 화석들은 영국 라임에지스에 있는 필폿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라고 합니다.

엘리자베스 필폿. 출처-https://alchetron.com/Elizabeth-Philpot
필폿 박물관의 모습. 출처-https://www.dorsets.co.uk/attractions/lyme-regis-philpot-museum.htm
엘리자베스 필폿이 발견한 어류 화석. 현재 필폿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출처-https://alchetron.com/Elizabeth-Philpot

 

그녀는 화석어류에 대한 지식이 상당하였는데, 그에 대한 한가지 일화가 있습니다. 1834년 윌리엄 버클랜드의 주선으로 스위스 고생물학자 루이스 아가시즈가 라임으로 화석을 찾으러 왔을때 매리 애닝과 엘리자베스 필폿과 동행을 하였습니다. 그곳에서 34종의 어류 화석을 발견하였지요. 당시 아가시즈는 매리와 엘리자베스의 화석에 대한 지식에 감탄하여 다음과 같은 회고를 남겼습니다. '필폿양과 매리 애닝은 여러 종류의 상어의 등지느러미 뼈 화석을 확실하게 구별해서 보여줄 수 있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만큼 화석 어류에 대한 지식이 뛰어나다는 뜻이지요. 1839년 아가시즈는 신종 화석  어류에 필폿의 이름을 따와서 에우그나투스 필포타에(Eugnathus philpotae)라는 어류화석을 보고하였습니다. 

ps. 엘리자베스뿐만 아니라 그녀의 두 자매 마가랫 필폿과 매리 필폿 역시 화석을 찾는 일을 하는 화석 수집가였다고 합니다.

 

샬롯 머치슨

샬롯 머치슨. 출처-https://www.geni.com/photo/view/6000000019324117638?album_type=photos_of_me&photo_id=6000000019785156001

매리 애닝이 살았던 19세기 영국. 이 시기 영국에 지질학자 부부가 살았습니다. 그들은 로데릭 머치슨과 샬롯 머치슨 부부였지요. 이번에는 샬롯 머치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녀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정확한 기록은 아쉽게도 남아있지 않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남아있는 기록 중에서 그녀는 왕립 아카데미의 회원이자 지도제작자였던 폴 샌드비에게 그림을 배웠다고 합니다. 동시에 화석을 찾으러 매리 애닝과 함께 해안가를 다니거나 지질학적 명소를 그림으로 남기는등 지질학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었음을 알수 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천문학자였고 어머니는 식물학자였다고 합니다. 아마 부모님 두 분이 자연과학을 하시는 분들이라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듯 하네요.

 1813년 27살이 되었을 때 군인이었던 로데릭 머치슨을 처음 만났고 1815년에 결혼을 하였습니다. 결혼 후 1816년부터 1818년까지 프랑스, 이탈리아를 알프스를 지나면서 첫 유럽 여행을 하였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부부는 지질학과 관련된 활동 보다는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는 등 즐기기 위주의 여행을 하였습니다. 

 1828년에 머치슨 부부는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과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났습니다. 찰스 라이엘은 '지질학 원리'라는 책을 쓴 현대 지질학의 아버지와 같은 인물로  그와 동행한 두 번째 여행에서는 첫 번째 여행보다 더 지질학적인 여행을 하게 되었지요. 그들은 프랑스의 화산중 하나인 퓌드돔산을 등반하기도 하였고 샬롯은 그 과정에서 스케치를 남기기도 하였지요.

샬롯 머치슨과 로데릭 머치슨, 찰스 라이엘이 탄 마차 그림. 출처-Kölbl-Ebert, M. (2007). The geological travels of Charles Lyell, Charlotte Murchison and Roderick Impey Murchison in France and northern Italy (1828). Geological Society, London, Special Publications, 287(1), 109–117. doi:10.1144/sp287.9
샬롯 머치슨의 작품 '고사우 계곡' 출처-https://minervascientifica.co.uk/charlotte-murchison/

 여행을 하면서 샬롯은 꾸준히 화석을 발굴하거나 판매상에게서 구매를 하였습니다. 그녀가 수집한 화석들은 나중에 윌리엄 버클랜드나 제임스 데 칼 쇼비등 여러 학자들이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샬롯이 발견한 화석중에 암모나이트 화석이 있었습니다. 이 화석은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스카이섬에서 포트리라는 지역의 강변에 있는 백악기에 형성된 사암으로 이루어진 절벽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석회질 단괴(퇴적암이 형성되면서 퇴적물의 특정 성분이 뭉쳐져서 만들어진 덩어리. 간혹 화석이 내부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속에서 다른 암모나이트 화석들과 함께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샬롯은 이 화석을 쇼비에게 연구를 할 수 있게 기증을 하였습니다. 1827년 화석 연구 결과를 발표 할 떄 쇼비는 기증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암모나이트에 샬롯의 성을 따와서 암모나이트 머치소나에(Ammonites Murchisonae)라고 명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샬롯은 이 화석의 그림을 스케치하였습니다.

암모나이트 머치소나에 스케치. 샬롯 머치슨이 직접 그렸다. 출처-https://www.geolsoc.org.uk/Library-and-Information-Services/Exhibitions/Women-and-Geology/Charlotte-Murchison/Ammonites-Murchisonae

본래 군인이었던 로데릭은 샬롯과 결혼할 후로 지질학자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샬롯의 친구였던 이탈리아의 과학 저술가 매리 소메르빌레는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습니다.


'로마에 사는 영국인 중에서 로데릭 머치슨경과 그의 아내는 위대한 지질학자였다. 로데릭은 당시에 돌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는 용기병의 장교였고, 말을 잘 탔으며,  열정적인 여우 사냥꾼이었다. 머치슨 부인-당시 여성들이 거의 가지지 않았던 능력을 지닌 활기차고 재주가 많은 여성-이 그를 지질학 연구로 이끌었고, 곧 그녀의 남편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질학자가 되는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ps. 샬롯의 남편인 로데릭 머치슨은 후에 지질연대 중 실루리아기와 페름기를 명명하기도 하였습니다.

2020년에 매리 애닝과 엘리자베스 필폿, 샬롯 머치슨에 대한 영화 '암모나이트'가 개봉될 예정입니다. 다만 이 영화는 매리 애닝과 샬롯 머치슨이 동성애자라는 설정이 들어가서 많은 비난이 있습니다. 특히 매리 애닝의 후손들이 매우 불쾌해하며 '헐리우드식 헛소리'라고 까지 하였습니다. 다만 고증 여부와는 달리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나다고 합니다. 북미에서 11월에 개봉 예정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언제 개봉할지 궁금하네요.

(계속)

 

자료 출처-

Turner, S., Burek, C. V., & Moody, R. T. (2010). Forgotten women in an extinct saurian (man's) world. Geological Society, London, Special Publications, 343(1), 11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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