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화석의 종류와 보존된 형태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0. 9. 25. 22:55

 화석이란 과거 문명이 생기기 이전, 그리고 인류 이전에 살았던 생물의 유해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따라서 과거 인간이 지은 집이나 유물은 화석에 속하지 않지요. 다만 11만 년 전 인간이 남긴 발자국 같은 경우는 화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도구처럼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것이 아닌 자연적인 것이지요(그래서 우리나라 법에서 화석은 자연유산에 속합니다.).

 화석은 종류가 참 많습니다. 생물도 종류에 따라서 뼈가 있는 척추동물, 뼈가 없는 무척추동물로 나누어지고, 무척추동물에서 또 외골격이 있고 몸이 마디로 이루어진 절지동물, 단단한 껍질 속에 부드러운 살로 이루어진 신체를 지닌 연체동물 등등...많은 종류의 동물이 있지요. 따라서 화석도 종류가 여러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1). 크기에 따라 나누어진다. 미화석과 거화석

 생물은 크기가 매우 다양합니다. 고래처럼 아주 거대한 생물부터 박테리아처럼 현미경으로 봐야 할 정도로 아주 미세한 크기의 생물까지 다양한 크기로 존재하지요. 과거에도 마찬가지여서 화석 또한 아주 작은 미세한 크기의 화석과 거대한 화석으로 나누어집니다. 현미경으로 보아야 할 아주 미세한 크기의 화석을 미화석(micro fossil)이라고 합니다. 박테리아나 미세한 플랑크톤, 개형충 등 크기가 커봐야 5cm를 넘지 않는 크기의 생물의 화석이지요. 아주 미세하기에 별로 멋 있어 보이지 않을수도 있으나 사실 과거의 기후를 알아내거나 과거의 고환경을 알아낼 때 미화석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비다. 미세한 크기의 생물일수록 환경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크기가 작은 생물들은 보통 한 마리만 발견되지 않고 최소 수백 마리가 발견되기 떄문에 연구할 샘플을 구하기 좀 더 용이합니다(물론 이것도 퇴적환경에 따라 크게 좌우됩니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전부 보존률이 안 좋으면 헛수고겠지요.).

 눈으로 봐도 거의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크기의 생물의 화석이기 때문에 미화석을 연구할 때는 현미경, 그중에서 주로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이라고 하는 현미경을 이용합니다.

주사전자현미경의 모습. 출처-https://ko.m.wikipedia.org/wiki/%ED%8C%8C%EC%9D%BC:ZEISS_Crossbeam_550-_Your_FIB-SEM_for_High_Throughput_3D_Analysis_and_Sample_Preparation_(33411552526).jpg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개형충 몬골로키프리스 코히(Mongolocypris Kohi)의 모습. 길이 1.34mm, 높이 0.72mm의 아주 작은 화석이다. 출처-choi&Huh(2016)

 

 그러면 맨눈으로 보이는 생물의 화석은 뭐라고 부를까요? 거화석, 영어로는 macrofossil이라고 합니다. 이 거화석들은 크기가 매우 다양한데, 작은 조개나 소라에서부터 공룡의 뼈 화석까지 전부 거화석에 속합니다. 거화석도 과거의 환경을 알아내거나 고생물에 대해 연구할 때 매우 중요합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두개골. 매우 크 화석으로 거화석이다. 출처-직접촬영

(2). 생물의 신체냐 아니면 흔적이냐. 체화석, 생흔화석

 크기 외에도 생물의 유해 자체가 남은 것인지 아니면 생물이 남긴 흔적이 남은 것인지에 따라서 체화석과 생흔화석으로 나누어집니다. 체화석은 말 그대로 몸이 화석이 된 것을 이야기 합니다. 공룡의 뼈 화석이 대표적인 체화석이지요. 생흔화석은 생물이 활동을 한 흔적이 남아있는 화석을 생흔화석이라고 합니다. 공룡의 발자국, 둥지 등이 생흔화석에 속한다 볼 수 있지요.

 언뜻 보기엔 체화석이 제일 쓸모 있고 멋있어 보일 수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공룡의 발자국을 보는것과 공룡의 웅장한 뼈 화석을 보는 것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더 멋진 후자를 선택할 듯 한데요. 사실 고생물학 연구에서는 체화석도 중요하지만, 생흔화석도 매우 중요합니다. 발자국의 보행렬을 통해서 공룡이 얼마나 빠르게 달렸는지, 구애는 어떻게 하였는지, 어떤 모습의 알을 낳았는지 등등은 생흔화석을 통해서만 알 수 있기 떄문이지요. 동시에 발자국 화석의 경우 지층이 퇴적될 당시의 환경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요소라고 볼수 있습니다. 발자국이 잘 보존되었다는 것은 곧 그 지층이 생성될 당시 매우 고운 입자의 진흙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갯벌과 모래사장중 어디에 발자국이 뚜렷하게 남는가를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의 아크로칸토사우루스. 이렇게 생물의 신체가 화석이 된 것을 체화석이라고 한다. 출처-직접 촬영
아크로칸토사우루스가 구애한 흔적. 출처-Lockley et al(2016)

여기까지 화석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정리하자면 화석은 크기에 따라 미화석, 거화석으로 나누어지고, 생물의 신체인가 아니면 활동의 흔적인가에 따라 체화석과 생흔화석으로 나누어집니다. 그러면 화석은 어떤 형태로 발견될까요?

 

(1). 돌과 같은 성분이 되는 경우

 가장 흔한 경우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화석이 여기에 속하지요. 화석이라는 한자를 풀이해보면 될 화(化)에 돌 석(石) 즉, 돌이된다라는 뜻이지요. 대부분의 화석은 그래서 주변의 암석들과 같은 성분으로 치환되어 있습니다. 치환이란 어떤 특정 성분이 다른 성분으로 교체되는 것을 뜻하며, 여기서는 본래 생물의 신체를 이루고 있던 성분이(뼈의 경우에는 인, 조개껍질의 경우에는 탄산염) 주변 암석을 이루는 광물과 같은 성분으로 바뀐 것을 이야기합니다.돌이 아니었던 것이 돌이 된 것이지요. 매우 희귀한 경우로는 보석이 된 화석인데, 보석을 이루는 광물 성분이 생물의 유해에 침투할 경우 보석이 되기도 합니다.

오팔 성분이 침투하여 오팔로 변한 암모나이트와 공룡 이빨, 소라의 화석. 출처-http://www.geologyin.com/2017/03/how-do-opalised-fossils-form.html

(2). 본체인가 찍힌 흔적인가. 몰드와 캐스트

 조개나 삼엽충 처럼 단단한 신체를 지닌 생물은 간혹 바닥이 진흙일 경우 바닥에 자신의 신체가 찍히기도 합니다. 또는 매몰된 후에 생물의 신체를 덮은 퇴적물에 생물의 신체가 찍히는 경우도 있지요. 이렇게 생물의 유해가 찍힌 흔적의 경우를 몰드, 몰드를 만든 생물의 유해 자체를 캐스트라고 합니다. 야외에서 화석발굴을 할 때 특히 이암이나 셰일처럼 진흙으로 만들어진 암석에서 화석이 발견될 때 이런 식으로 발견되지요. 몰드와 캐스트는 한 생물의 유해가 두 형태로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에 생긴 모습은 대체로 동일합니다.

암모나이트 화석의 몰드(좌)와 캐스트(우). 출처-http://petrifiedwoodmuseum.org/MoldsCasts.htm

(3). 생물 자체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는 경우

 아주 드문 일입니다만 간혹 생물의 모습 자체가 그대로 남아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생물의 유해가 썩지 않고 보존되는 것은 아니고 산소가 차단되어서 박테리아가 접근하지 못해 보존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주로 호박이라고 하는 과거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송진에 곤충이나 작은 생물이 덮인 경우, 빙하기 시대에 얼어붙은 매머드나 포유류의 유해가 여기에 속합니다. 영화 쥐라기공원에서 호박속에 있는 모기에서 공룡의 피를 뽑아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호박 속에 갇힌 모기도 이 경우에 속합니다!

호박에서 발견된 공룡의 꼬리 화석 출처- https://www.nationalgeographic.co.uk/history-and-civilisation/2017/11/first-dinosaur-tail-found-preserved-amber

 화석은 여러 가지 종류로 나누어지며, 여러 형태와 모습으로 보존되어서 우리에게 발견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석들을 통해 과거의 지구의 환경 및 과거에 살았던 생물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 그것이 고생물학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료 출처-

Choi, B. D., & Huh, M. (2016). Mongolocypris kohi sp. nov.: A new Early Cretaceous non-marine ostracod species from the Jinju Formation, South Korea. Cretaceous research, 57, 239-247.

 

Lockley, Martin G., et al. "Theropod courtship: large scale physical evidence of display arenas and avian-like scrape ceremony behaviour by Cretaceous dinosaurs." Scientific reports 6 (2016): 18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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