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분류의 중요성
2020년 현재 전 세계에는 수많은 생명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을 제외하더라도 말이지요. 개미보다 더 작은 박테리아부터(참고로 바이러스는 생물이 아닙니다! 생물에 가깝게 보는 추세이긴 하지만요.) 바다에 사는 아주 거대한 고래까지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지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많은 생물들이 발견되었고 또 발견되어왔지만 아직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물이 존재하고 있는지 다 알아내지 못했으니 얼마나 많은 걸까요.
이 모든 생물을 자세히 보면 생물마다 구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뼈를 가진 생물이 있는가 하면 곤충처럼 몸의 바깥에 단단한 골격(외골격이라고 합니다.)을 가진 생물도 있지요. 그 외에도 아주 많은 생물들이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인류에게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바로 이 생물들을 분류하는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식량이기 때문이지요. 식량이 넘쳐나는 현재에 사는 우리에게는(아직도 존재하는 빈곤과 기아는 식량이 모자라 서기보다는 국가의 부정부패 및 부의 불균형, 운송비나 관리비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식량문제가 크게 와닿지는 않지만 사실 오랜 세월 동안 인류의 가장 큰 적은 기아였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는 것도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단단해서 먹을 수 없는 부위가 대부분인 생물을 잡다가 생물에서 얻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수도 있고, 심지어 독이 들어 있는 생물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인류는 생물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하였지요. 처음에는 먹을수 있는것, 다른 생물보다 더 몸에 좋거나 먹을수 있는 부위가 더 많은 생물로 분류를 시작하였겠지요.
처음으로 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사람
그렇다면 생물을 체계적인 방식으로 처음 분류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주 유명한 사람입니다. 누구냐고요?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지구가 둥글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였고 천동설을 이야기하기도 하였던 바로 그 사람이지요.
그는 자신의 저서 《동물의 발생》에서 생물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분류하였습니다. 가장 큰 기준은 붉은색 피를 가지고 있는가 아닌가였지요.
1. 유혈동물
(붉은 피를 가진 생물)
-태생(새끼를 낳는 생물)
인류
수생포유류
네발포유류
-난태생(배에서 알로 태어나 새끼로 출산하는 생물)
연골어류
-난생(알을 낳는 생물)
조류
알을 낳는 파충류, 양서류
알을 낳는 발이 없는 파충류, 양서류
-불완전한 난생
어류
2. 무혈동물
(붉지 않은 피를 가진 생물)
-불완전한 난생
연체류
절지류
-자연발생
유절류(속새식물)
-무성생식
갑각류
기타 생물
이 분류법은 다른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이론처럼 중세-근세 시기동 안 계속 사용되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피 색깔 및 알을 낳는지 새끼를 낳는지를 구분하는 방식은 현재에는 더는 사용하지 않는 아주 옛날 방식이지요. 그러면 우리가 아는 방식의 분류학은 언제 처음 등장하였을까요?
근대적인 생물 분류
근대적인 의미의 생물분류는 1700년대에 이루어졌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로 무려 2000년 정도 지난 후이지요. 1758년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는 자신의 저서 <자연의 체계, 제10판>에서 이명법이라는 것을 제안하게 됩니다. 이명법이란 생물을 분류하는 것이죠. 쉽게 이야기해서,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종-속-과-목-깅-문-계 체계를 뜻합니다. 이 체계를 처음 제안해낸 사람이 바로 린네였지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하나님의 창조물인 생물을 분류하는 체계를 제작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는 믿음으로 이명법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는 생물을 식물과 동물 둘로 나누는 2계 체계를 제안하였습니다. 놀라운 점은 사람도 예외로 두지 않고 이명법으로 분류를 하였다는 것이죠. 당시에는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자 다른 어떤 생물보다도 더 우월한 존재이며 다른 동물과는 다르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매우 놀라운 점이죠. 당시 그와 같이 살았던 사람, 그리고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을 린네는 당시 유럽의 공용어였던 라틴어를 이용하여서 이렇게 분류하였습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 뜻은 '지혜롭고(sapiens) 지혜로운(sapiens) 사람(homo)'입니다.
분류학과 진화생물학의 콜라보레이션
1859년 인류 역사상 아주 큰 획을 긋는 책이 영국에서 출간하게 됩니다. 그 책은 바로 찰스 로버트 다윈이 저술한 '종의 기원'이며 그는 이 책을 통하여서 자연 선택설 및 인간 역시 동물에서 진화한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주장해내어서 인류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냈지요. 그 이전에는 인간은 하나님이 특별히 창조한 존재이며 다른 동물과는 다르고 더 우월하다는 인식이 주였기 때문에 다윈의 이러한 주장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인간 역시 하나의 동물이라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종의 기원 및 진화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다시 분류학으로 돌아가 봅시다. 린네가 분류법을 제안한 이래로 모든 생물은 종-속-과-목-강-문-계로 나누어져 분류되어왔습니다. 그런데 진화생물학이 발전하게 되면서 한 가지 애매한 문제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린네가 살아있을 시절만 해도 생물 간에 유연관계가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파충류는 파충류, 양서류는 양서류, 조류는 조류, 포유류는 포유류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진화 생물학이 발전해나가면서 생물들은 서로 간에 유연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조류와 파충류. 이 둘은 언뜻 보기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입니다. 조류는 항온동물(체온이 유지되는 동물), 파충류는 변온동물(체온이 변화하는 동물)이며 파충류는 비늘이 있는 반면 조류는 깃털이 있지요(단 조류도 발에는 비늘이 있습니다. 닭발을 먹을 기회가 있으면 한번 살펴보세요!). 그런데 시조새가 발견되고 깃털이 달린 공룡 및 다리가 없는 양서류 등등 희한한 생물들이 살아있는 채로, 또는 화석으로 발견이 됩니다. 여기서 생물학자들은 고민에 빠지게 되지요. 과연 생물이란 칼로 무 자르듯이 딱딱 나누어지는가? 그렇다면 시조새는 조류일까 파충류일까? 다리가 없는 무족영원류는 양서류일까? 아니면 뱀일까? 이러한 문제로 인해서 린네가 처음 제안한 분류체계는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1970년 미국의 곤충학자 찰스 던컨 미체너와 동료들은 계통분류학(Systematics)이라는 분류법을 제안합니다. 이 분류법은 생물의 형태적, 생리적, 지리적, 생태적, 행동학적 특징에 따라 생물을 나누되, 진화의 흐름을 따라서 생물간의 유연관계를 분류해내는 방법입니다. 잘 이해가 가지 않으면 나무를 생각해봅시다. 나뭇가지가 아주 많이 달린 나무. 큰 줄기에 여러 개의 가지가 달려 있고, 그 가지에 또 다른 가지가 달려있고, 또 작은 나뭇가지에 여러 개 달려있고... 이런 모습을 하는 나무를 상상해보면 이 계통분류학이란 개념이 쉽게 이해가 갈 겁니다. 모든 생물을 하나의 나뭇가지로 비유해봅시다. 나뭇가지마다 어디에 달려있느냐에 따라 다른 나뭇가지와 가깝거나 더 멀거나 하지요? 계통분류학 방식으로 생물을 나누는 모습이 그와 비슷합니다. 즉, 과거 아리스토텔레스와 린네가 생물을 '나누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계통분류학은 '생물을 나누고 생물간의 거리가 얼마나 가깝거나 먼지를 나타내는 것'에 가깝지요. "사람에 가장 가까운 동물은 침팬지이다"라거나 또는 "늑대는 개와 매우 가깝다(사실 이 둘은 가까운 정도가 아니고 같은 종에 속합니다. 아종에서 나누어지기는 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종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겁니다. 이게 다 계통분류학 방식으로 생물을 나눈 결과입니다.
작게 미시적으로 보면 생물의 종, 또는 아종 간의 거리에서 크게는 생물의 강, 계 수준의 거리에서 속하는 기준까지 계통분류학으로 나눌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사람은 악어보다는 코끼리와 더 가깝고, 포유류는 양서류보다 파충류와 더 가까운 것처럼 말이죠. 그러면 조류의 위치는 어디일까요? 조류는 공룡에 속합니다. 정확히는 공룡의 한 부류인 수각류에 속하지요. 그리고 공룡은 파충류에 속합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볼 때 조류는 파충류에 속하는 것이지요! 비슷하게 사람은 영장류에 속합니다. 그리고 그 영장류는 포유류에 속하지요. 그리고 포유류는 사지류(네발 달린 모든 생물)에 속하는데, 그 사지류는 어류, 정확히는 총기어류에 속하지요. 그러면 사람은 크게 보면 어류에 들어가는 겁니다. 즉, 우리는 하나의 진화한 어류에 속하는 것이지요! 아 참고로 여기서 진화란 진보하였다는 뜻이 아니라 변형되었다는 뜻입니다. 생물학에서 진화란 진보보다는 다양성을 가진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즉, 덜 진화하였다, 더 진화하였다는 개념이란 애초에 있을 수 없지요.
진화의 의미가 어쨌든 아마 이 글을 읽으신 분들중 충격을 받은 분들이 계실 겁니다. "사람을 물고기라고 하다니! 저 어항에 있는 금붕어나 나나 똑같은 물고기라니! 말도 안 돼! 생물학자들은 뭐 인간혐오라도 하는 건가?"아닙니다. 생물학은 인간을 혐오하지 않습니다(생물학자중에서 인간을 혐오하는 경우가 있을지는 모르지만요). 생물학, 정확히 계통분류학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인간 역시 지구상에 살아가는 생물의 일부이며 한 종이라는 것이죠. 인간은 인간이라는 종으로 분류될 특별한 특징을 가진 생물이며, 다른 생물들과 생물학적으로 유연관계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생물이다. 현대 분류학은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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