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부드러운 발 -무거운 체중을 견딜수 있는 구조-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8. 20. 07:31

  영화 쥐라기공원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 마치 공포의 존재가 다가오는 듯한 연출이 나옵니다. 자동차 안에 있는 물컵이 티라노사우루스가 땅을 밟을 때 나타나는 진동으로 인해서 울리는 모습이 등장하죠. 거기에 쿵,쿵 거리는 발걸음 소리도 같이 나오니 나름 공포감을 연출한 자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대형 동물과 육식 공룡의 발바닥

  이런 연출은 영화적 표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의문점을 우리에게 남겨줍니다. 과연 공룡은 어떻게 그 거대한 체중을 견디고 걸어 다닐 수 있었을까라는 것이죠. 특히 건물만 한 크기의 거대한 목 긴 공룡들은 과연 자신들의 그 거대한 무게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오늘날 코끼리를 보면 답을 알수 있습니다. 코끼리는 발바닥에 특수한 패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패드는 동물이 걸어다닐 때 지면과 닿는 부분을 부드럽게 하여서 발에 전해지는 부담을 줄여줍니다. 우리가 걸음을 걸을 때 우리의 다리는 우리의 체중을 모두 부담하게 됩니다. 따라서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동물일수록 특히 발바닥에 전해지는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묘책인 것이죠. 거기에 더해서 이 발바닥 패드는 발걸음을 옮길때 탄성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 탄성은 발걸음을 더 가볍게 할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오늘날 육지 위를 걷는 거대한 동물 코끼리.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Elephant

 

 

코끼리의 발과 뼈 스케치. 코끼리는 자신의 체중을 감당하기 위해서 발바닥에 패드를 가지고 있다. 출처-https://elephantaidinternational.org/?attachment_id=7072

  그러면 공룡도 이런 패드가 있었을까요? 비록 지금은 패드의 모습이 발바닥에 직접 남아있는 건 아니지만 화석을 비교해보면 공룡도 발바닥에 이러한 패드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브라질의 2억 2천만 년 전 즈음에 만들어진 카툴리타 층(Caturrita Formation)에서 발견된 거대한 육식공룡의 발자국이 그 대표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우브론테스(Eubrontes)라고 명명된 이 발자국은 어떤 공룡이 남긴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거대한 육식공룡에게 발바닥 패드가 있었다는 것은 확실히 보여줍니다.

 

에우브론테스 발자국의 모습 출처- da Silva et al (2012).
브라질에서 발견된 육식공룡 및 발자국을 남긴 공룡의 크기 비교도. 출처- da Silva et al (2012).

 

(2). 목 긴 공룡들의 발바닥 패드

  육지 위를 걸었던 모든 생물을 통틀어서 가장 크기가 거대했던 생물이라면 용각류 즉, 목이 긴 공룡들일 겁니다. 이 공룡들은 1억 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땅 위를 활보하면서 걸어 다녔습니다. 그러면 이 거대한, 빌딩만 한 크기의 공룡들에게는 과연 발바닥 패드가 있었을까요? 있었다면 언제부터 발바닥 패드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최근에 용각류의 발바닥 패드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와 모나쉬 대학교의 연구진은 원시적인 목 긴 공룡부터 쥐라기 후기까지 살았던 목 긴 공룡들의 발화석을 분석하였습니다. 분석한 결과, 이들의 발바닥에도 패드가 있었으리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들의 발바닥 패드는 발바닥 중앙과 뒤쪽에 걸쳐서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오늘날 코끼리와 유사한 형태로 말이죠.

  코끼리는 발바닥이 지면에 닿을 때 무게가 발바닥 측면으로 분산이 된다고 합니다. 가해지는 힘이 중앙에 몰려있는 것보다 주변부로 퍼지는 것이 더 버티기 쉽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목 긴 공룡의 발바닥 패드는 역할이 좀 달랐던듯 합니다. 오히려 발자국의 안쪽으로 무게가 더 실린 듯 합니다. 실제로 목 긴 공룡의 발자국 화석을 보면 발바닥의 안쪽인 1번째, 2번째 발가락의 굵기가 더 굵습니다. 거기에 몇몇 발자국 중에는 발바닥의 중앙-후면부가 더 깊게 파인 발자국도 있다고 합니다.

 

(3). 목 긴 공룡의 발바닥 패드의 기원

  그러면 목 긴 공룡은 과연 언제부터 발바닥 패드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목 긴 공룡의 발바닥 패드를 연구한 연구진은 목 긴 공룡의 조상 격에 속하는 원시적인 용각아목이라는 분류군에 속하는 공룡에서부터 발바닥 패드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2억 3천만 년 전 즈음에 살았던 판파기아 프로토스(Panphagia protos)라는 공룡이 있습니다. 이 공룡은 체중이 150kg 이하로 추정되는 두발로 걸어 다니는 공룡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공룡, 그리고 비슷한 공룡들의 발 골격을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이들은 발바닥 패드가 없었다면 두발로 체중을 온전히 버티면서 걸어 다니기 부족하였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판파기아의 모습.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Panphagia

  또한 초기 용각아목에 속하는 공룡이 남긴 발자국에서도 패드가 존재하였음을 유추할 수 있는 흔적이 있었습니다. 에반조움(Evanzoum), 오토조움(Otozoum)이라고 하는 발자국 화석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발자국들은 4발로 걸었던 목 긴 공룡이 남긴 발자국입니다. 이 발자국에는 4개의 발가락이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발가락들은 크게 눌려 있거나 심지어 발가락이 밟혀서 남은 흔적이 합쳐진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습니다. 즉, 발바닥 밑에 연부조직이 있었다는 증거라 볼 수 있지요. 

오토조움의 모습. 거대한 공룡이 남긴 발자국이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Otozoum

 

  그러면 목 긴 공룡은 그 이후로 꾸준히 발바닥 패드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사실 아쉽게도 원시적인 목 긴 공룡, 그러니까 용각아목 이후와 후에 대중매체에서 자주 등장하는 초거대 목 긴 공룡이 살던 시대 사이에 등장한 목 긴 공룡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온전한 발 골격이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발바닥 패드가 가진 특성을 볼 때, 연구진은 발바닥 패드 없이 목 긴 공룡이 그렇게 거대해지고 다양해지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결론을 내리자면, 목 긴 공룡은 조상뻘에 속하는 원시적인 용각아목에 속하는 공룡에서부터, 그러니까 2억 3천만 년 전 즈음부터 이미 발바닥 패드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코끼리와는 다르다....?

  그런데 발바닥 패드를 연구한 연구진은 한가지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연구진은 목 긴 공룡의 발 골격의 형태 변화를 조사한 연구진은 목 긴 공룡은 코끼리와는 발의 형태가 달랐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코끼리의 경우, 걸음을 걸을 때 발바닥 전체를 활용해서 걷습니다. 일반적으로 포유류들은 발바닥 전체를 이용해서 걷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발굽이 있는 소, 말, 그리고 발가락 끝으로 걷는 갯과와 고양잇과에 속하는 동물들이지요. 그 반면에 목 긴 공룡의 경우에는 기능은 발바닥 전체가 지면에 닿는 것과 비슷한 작용을 하지만, 발가락 끝에서 발굽과 비슷한 형태의 발로 걸음을 걷는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공룡, 그리고 오늘날 조류는 발가락만 지면에 닿는 형태로 걸음을 걷습니다. 즉, 까치발을 한 상태로 걸어 다닌다는 뜻입니다. 목 긴 공룡은 코끼리보다 더 거대해졌음에도 이런 구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발바닥 패드의 진화 시나리오 또한 코끼리와는 달랐으리라고 연구진은 이야기하였습니다. 똑같은 거대한 동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바닥 패드의 진화사에서 차이점이 있었으리라는 것이죠.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여러 신체 구조가 필요합니다. 발바닥 패드 또한 마찬가지이지요. 이런 발바닥 패드가 있었다면....아마 제 생각에 실제 티라노사우루스는 영화에서처럼 크게 쿵쿵대면서 걸어 다니지는 않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부드러운 발바닥 패드가 소음도 줄였을 테니까요.

 

ps. 참고로 강아지나 고양이의 발바닥에도 패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패드는 목 긴 공룡인나 코끼리의 패드와는 달리 체중 부담이 아니라 지면의 진동 감지 및 발소리를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기능은 육식동물에겐 필수적인 기능이라 할수 있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www.tuftscatnip.com/everydaycatcare/about-that-extra-pad-on-each-of-your-cats-front-paws/

 

da Silva, R. C., Barboni, R., Dutra, T., Godoy, M. M., & Binotto, R. B. (2012). Footprints of large theropod dinosaurs and implications on the age of Triassic biotas from Southern Brazil. Journal of South American Earth Sciences, 39, 16-23.

 

Jannel., A, Salisbury., S.W., Panagiotopoulou., O. Softening the steps to gigantism in sauropod dinosaurs through the evolution of a pedal pad, Science Advances (2022). DOI: 10.1126/sciadv.abm8280 , 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m8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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