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무리를 지었던 공룡이 남긴 흔적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9. 17. 08:27

  세상에는 수많은 생물이 살아갑니다. 그중에는 혼자서 살아가는 생물도 있지만, 무리를 지으며 살아가는 생물도 있습니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데에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 효과적인 분업을 하기 위해서, 먹이 사냥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공룡 역시 예외는 아니었을겁니다. 비록 지금은 많은 반박 근거가 있지만, 한때 데이노니쿠스라는 육식공룡을 통해서 소형 육식공룡이 무리를 지어서 사냥하였으리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영화 쥐라기공원에서 나온 벨로키랍토르는 바로 그 주장에 근거한 모습으로 나왔지요.

 

영화 쥬라기월드에서 등장한 벨로키랍토르 무리. 이들은 무리생활을 하는 공룡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벨로키랍토르가 무리생활을 하였다는 근거는 없다. 출처- https://movie-monster.fandom.com/wiki/Blue,_Delta,_Echo_and_Charlie

 

  다만 예전에도 언급하였듯 벨로키랍토르나 데이노니쿠스가 무리 사냥을 하였다는 주장은 현재 그리 지지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러 가기). 그런데, 저 육식공룡과는 별개로 공룡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였다는 연구는 발표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무리를 지어서 사회생활을 하였던 초식공룡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 무리를 지으며 생활하였던 초창기 초식 공룡

  레소토사우루스 디아그노스티쿠스(Lesothosaurus diagnosticus)는 남아프리카의 레소토와 남아공에서 발견된 초기 초식공룡입니다. 이 공룡은 트라이아스기 말기의 대멸종이 끝난 거의 직후에 살았던 공룡이었습니다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에 대해서 보러 가기 1 2). 최근에 이 공룡이 무리생활을 하였다는 주장이 발표되었습니다. 남아공과 영국 연구진은 레소토사우루스 27개체의 골격, 정확히는 윗팔뼈, 허벅지뼈, 종아리뼈, 아랫다리뼈를 조사하여 이들의 나이를 파악하였습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 뼈들을 잘라서 단면구조를 관찰하였죠. 

레소토사우루스의 모습.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Lesothosaurus

 

연구에 사용된 레소토사우루스의 골격. 스케일바 A:10cm, B:5cm, C:3cm. 출처- Botha et al (2022).

 

  레소토사우루스의 골격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여러 나이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가장 작은 개체는 1살, 가장 큰 개체는 6살이었습니다. 그런데, 뼈의 골조직을 살펴본 연구진은 이들이 2살-4살에 들어서면 성장이 느려진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최소한 2살부터 성체에 가까이 성장하였다는 뜻이지요. 사람의 사춘기와 비슷하게 자손을 낳을 수 있는 나이가 그렇게 되었던 것일 겁니다. 다만 그렇다고 성장 자체가 4살이 되면 뚝 끊기는 것은 아니고 6살이 지날 때까지 느리게나마 성장을 계속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2. 어린 공룡의 무리생활

  그러면 어떻게 이 어린 공룡들이 무리를 지었다는 결론이 나왔던 것일까요? 여러 나이의 이 공룡들은 모두 1개의 층에서 동시에 발견되었습니다. 즉, 이 공룡들은 한 번에 묻혀서 화석이 되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이를 통해서 무리를 지었던 어린 공룡들이 다 같이 한번에 묻혀서 화석이 되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연구를 진행하였던 남아공의 비트바테르스란트대학교의 교수이자 영국 자연사 박물관 소속의 폴 바렛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현재까지 레소토사우루스가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였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었습니다. 후대에 등장한 조반류-골반의 형태가 새와 유사한 공룡 무리-에겐 특별한 특징이 있었습니다. 가령 트리케라톱스의 뿔과 프릴처럼 사회활동이나 소통을 위한 것이 있었죠. 하지만 레소토사우루스에겐 이러한 특징이 전무하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레소토사우루스가 이러한 특징이 발달하기 전부터 이미 사회 행동을 하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는 것은 이 공룡들에게 오늘날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생물과 같은 이점을 줍니다. 무리는 포식자로부터 공격당할 확률을 줄여주고 포식자에게 더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게 할 수 있지요.".

 

3. 발자국에서 보이는 무리 생활

그 외에 공룡이 무리를 지었다는 흔적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요? 알래스카에서 그 흔적이 발견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2014년에 미국 알래스카에 분포한 백악기 말기 지층인 캔트웰층(Cantwell formation)에서 어린 개체부터 다 자란 개체까지 여러 나이대에 속한 공룡들이 집단으로 보행을 한 흔적이 발자국으로 남아있었습니다. 발자국을 보면 이 공룡들은 어린 시절에 매우 급격한 속도로 성장을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발자국 보행렬을 연구하였던 연구진은 발자국의 크기를 기준으로 공룡의 성장 과정을 총 4단계로 나누었습니다. 그중에서 2단계 과정에 속한 공룡의 성장이 가장 급격하고 빨랐다고 합니다 (알래스카에서 살았던 공룡의 성장 보러 가기).

 

알래스카에서 발견된 하드로사우루스류의 발자국 출처- Fiorillo et al (2014)
발자국의 비율을 토대로 그린 공룡의 성장 그래프. 출처- Fiorillo et al (2014)

 알래스카에서 살았던 공룡은 추운 환경이었던 만큼 항상 그 지역에서 살지는 않고 주기적으로 무리이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오늘날 철새처럼 말이죠. 이렇게 무리 이동을 하는 동물들은 오늘날에도 집단으로 모여서 무리 이동을 합니다. 집단으로 뭉쳐서 이동하면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하기 쉽습니다. 동시에 동료가 어려움에 처할 때 서로를 도와줄수 있지요. 즉, 생존율이 올라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린 개체들을 보호하기 더 유리하지요. 급격히 성장한 어린 개체는 또 다음 해에 무리 이동을 할 때 태어난 다음 어린 개체를 보호하였을 겁니다.

 

4. 복잡한 사회구조를 만들었던 공룡

 

  무리를 지으며 살았던 공룡은 사회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었을까요? 2021년에는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에서 공룡이 집단으로 살았다는 흔적이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아르헨티나, 남아공, 미국, 프랑스 연구진은  2억2천만 년 전 즈음에 만들어진 지층인 라구나 콜로라다층(Laguna Colorada formation)에서 100개의 알과 80마리의 어린 공룡과 다 자란 공룡의 골격이 집단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발견된 공룡은 무스사우루스 파타고니쿠스(Mussaurus patagonicus)라는 공룡으로, 매우 작은 크기의 용각형류, 즉 원시적인 용각류의 조상뻘에 속한 공룡이었습니다. 알을 직접 깨보지는 않았지만 X-ray로 단층촬영한 결과 알과 어린 개체 모두 동일한 공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무스사우루스의 모습.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ussaurus

 그런데 재미있는 건 알과 공룡 골격이 다 한 지역에 몰려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알, 그리고 갓 태어난 개체는 따로 집단을 이루고 있었고 어린 공룡들은 어린 공룡들만의 집단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다 자란 공룡은 다 자란 공룡 호자, 또는 몇몇 쌍을 이루면서 발견되었습니다. 즉, 어린 개체들은 성체와 떨어져서 집단으로 무리생활을 하였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어린 개체가 따로 떨어져 있다는 건 무슨 뜻인 걸까요? 연구진은 다 자란 공룡이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닐 동안 어린 개체들만 모여서 일종의 학교 비슷한 생활을 하였던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즉, 이 공룡들은 상당히 복잡한 사회구조를 이루었던 것입니다. 후에 등장한 목 긴 공룡의 무리 생활의 진화가 꽤 예전부터 있었다는 것이죠.

무스사우루스의 성장. 출처- Pol, D et al (2021)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news.mit.edu/2021/dinosaurs-may-have-lived-social-herds-early-1021

 

Botha, J., Choiniere, J. N., & Barrett, P. M. (2022). Osteohistology and taphonomy support social aggregation in the early ornithischian dinosaur Lesothosaurus diagnosticus. Palaeontology, 65(4), e12619.

 

Pol, D., Mancuso, A. C., Smith, R. M., Marsicano, C. A., Ramezani, J., Cerda, I. A., ... & Fernandez, V. (2021). Earliest evidence of herd-living and age segregation amongst dinosaurs. Scientific reports, 11(1), 1-9.

 

Fiorillo, A. R., Hasiotis, S. T., & Kobayashi, Y. (2014). Herd structure in Late Cretaceous polar dinosaurs: A remarkable new dinosaur tracksite, Denali National Park, Alaska, USA. Geology, 42(8), 719-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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