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성장하면서 모습이 바뀌는 공룡(1) -자라면서 변하는 걸음걸이-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4. 25. 06:32

 사람은 성장하면서 신체에 몇 가지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남성은 성대가 발달하고 수염이 자라며, 여성은 가슴과 엉덩이가 커지게 되지요. 이 모든 것은 사람이 어린 시절을 지나 사춘기를 지나면서 생기는 변화입니다. 또한 남성은 목소리가 저음에 가깝게 변화하나, 여성은 고음에 가깝게 변화하지요. 이 모든 것은 사람이 성장하면서 신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통한 변화입니다. 

 공룡은 어떨까요? 공룡의 성장에 대해서 몇 가지 다루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보러가기1  보러가기2 그런데 공룡의 성장에 대해서는 몇 가지 더 재밌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 네 다리에서 두 다리로 그리고 두다리에서 네다리로 바뀌는 걸음걸이

(1). 네 다리에서 두 다리로 성장한 원시적인 목 긴 공룡

 사람은 태어나서 잠깐 바닥을 기어 다니지만 걸음마를 시작하게 되면 그 이후로는 죽을 때까지 두 발로 걸어다닙니다. 그런데 공룡 중에서는 태어났을 땐 앞다리, 뒷다리해서 네 다리로 걸어 다니다가 성장하면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공룡이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2억 2천만 년 전에 아르헨티나에서 살았던 무스사우루스(Mussaurus)라고 하는 이 원시적인 목 긴 공룡은 알에서 부화하기 전 배아에서부터 성장한 성체까지 여러 표본이 발견된 공룡입니다. 2019년에 아르헨티나의 라 플라 타 박물관(Museo de La Plata)의 알레산드로 오테로(Alejandro Otero)박사와 영국의 연구진은 무스사우루스의 갓 태어난 개체와 1년 자란 개체, 3마리의 성체 화석을 비교하였습니다. CT로 스캔한 뒤로 3D 이미지를 제작하여 신체의 질량 및 무게중심을 측정하였죠.

 

무스사우루스의 모습.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ussaurus_patagonicus_life_restoration.png
상장에 따른 무스사우루스의 골격. 출처- Otero et al (2019).

 

 공룡이 성장하면서 신체의 질량과 무게중심을 측정한 결과, 어린 시절에는 복부의 중심에 위치한 신체의 무게중심이 1년이 지나 성체가 되고 난 후에는 골반 쪽으로 이동하였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자라면서 무게중심이 몸의 뒤쪽으로 이동하였다는 것이죠. 쉽게 이야기하자면 어린 시절에는 공룡이 두 발로는 제대로 서 있기 어렵고 몸이 앞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앞다리까지 해서 네 발로 걸어야 무게중심을 잡고 균형을 잡기 더 쉽지요. 그러다가 성장하게 되면 무게중심이 골반 쪽으로 이동하면서 두 발로도 몸의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되어 두 발로 설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재밌는 건 이런 식으로 성장을 하면서 네 다리에서 두 다리로 걸었다는 가설은 무스사우루스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마소스폰딜루스(Massospondylus)라고 하는 원시적인 목 긴 공룡에서도 존재합니다. 이 공룡 역시 알에서 갓 태어난 어린 시절부터 성체까지 여러 성장단계의 표본이 발견되었습니다. 어린 시절과 성체의 다리 길이 비율을 측정한 결과 네 발에서 두 발로 걸었을 것이란 가설이 2005년에 마소스폰딜루스의 배아 화석을 보고한 토론토 대학교의 로버트 레이스즈(Robert R. Reisz)교수와 연구진이 주장하였습니다.

 다만 이 주장에는 반론도 존재하는데, 2019년에 발표된 마소스폰딜루스의 내이를 통해서 성장 동안 신체의 무게중심의 변화 과정을 연구한 한 연구에서는 이 공룡의 신체가 성장하면서 변화를 겪기는 하였지만, 걸음걸이가 큰 변화를 거치진 않았을 것이란 결론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아직 이 공룡은 연구가 좀 더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마소스폰딜루스의 배아 화석, 출처-  Reisz et al (2005).
다 자란 마소스폰딜루스의 골격.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assospondylus_ROM_2.jpg

(2). 네 다리에서 두 다리로 성장한 원시적인 뿔 공룡

 원시적인 목 긴 공룡 외에도 원시적인 뿔공룡 프시타코사우루스도 어릴 땐 네 발로 걷다가 성장하면 두 발로 걸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의 치 자오(Qi Zhao) 연구원과 영국, 독일 연구원은 프시타코사우루스 루지아투넨시스(Psittacosaurus lujiatunensis)라는 공룡의 골밀도를 통해서 성장 과정을 조사하였습니다. 중국 요동성의 1억 4천 5백만 년 전 즈음의 지층인 이시안층(Yixian Formation)에서 발견된 16개체의 프시타코사우루스의 골격을 조사한 결과, 1)이 공룡은 처음 2살이 될 때 급격한 성장을 하며, 2)네 다리에서 두 다리로 걷는 방식으로 성장을 하였다고 결론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두 번째 결론입니다. 연구진은 어린 공룡의 뼈 골밀도를 조사하여서 뼈에 존재하는 LAG, 성장곡선(Lines of Arrested Growth)을 통해서 공룡의 나이를 알아내고, 그리고 그 나이대의 공룡의 다리뼈 비율을 조사하였습니다. 앞다리, 뒷다리의 비율을 알아본 결과, 갓 태어난 공룡에서 어린 시절의 앞다리, 뒷다리의 비율이 네 다리로 걷는 공룡과 비슷한 비율을 보이며, 성장하면서 이 비율의 변화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앞다리 대비 뒷다리의 비율이 길어지기 때문이죠. 

 

7살된 프시타코사우루스(성체)의 LAG. 출처- Zhao et al (2013).
프시타코사우루스의 성장. 출처- Zhao et al (2013).

 

(3). 두 다리에서 네 다리로 성장한 초식 공룡

 재미있는 건 공룡 중에선 반대로 어릴 때 두 발로 걷다가 크면서 네 발로 걸어 다니던 공룡이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초식공룡 중에서 이구아노돈, 마이아사우라라고 하는 공룡들의 어린 개체와 다 자란 개체의 앞, 뒷다리의 형태를 조사한 몇몇 연구에서 이 두 공룡은 어린 시절에는 두 발, 다 성장을 하게 되면 네 발로 걸었을 것이란 가설이 제기되었습니다. 마이아사우라의 경우에는 어린 개체일수록 뒷다리 뼈의 대퇴골(허벅지 뼈)이 튼튼한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 자란 개체의 경우에는 손목과 앞다리의 발가락 형태가 체중으로 눌리는 힘을 더 잘 버틸 수 있도록 잘 휘는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특징은 이 공룡이 어린 시절에는 튼튼한 뒷다리로 걸었다가 다 자라게 되면 튼튼하게 잘 발달한  앞다리와 함께 네발로 걸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이아사우라의 골격.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aiasaura_skeleton.jpg

 어린 시절과 다 자라면 걸음걸이가 달랐던 공룡. 어쩌면 이런 걸음걸이는 생각보다 많은 공룡에서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걸음걸이뿐 아니라 공룡은 다른 부분에서도 성장 과정에서 변화를 거쳤던 듯 합니다. 다음 글에선 공룡의 성장 과정에서 보이는 또 다른 변화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Neenan, J. M., Chapelle, K. E., Fernandez, V., & Choiniere, J. N. (2019). Ontogeny of the Massospondylus labyrinth: implications for locomotory shifts in a basal sauropodomorph dinosaur. Palaeontology, 62(2), 255-265.

 

Otero, A., Cuff, A. R., Allen, V., Sumner-Rooney, L., Pol, D., & Hutchinson, J. R. (2019). Ontogenetic changes in the body plan of the sauropodomorph dinosaur Mussaurus patagonicus reveal shifts of locomotor stance during growth. Scientific reports, 9(1), 1-10.

 

Reisz, R. R., Scott, D., Sues, H. D., Evans, D. C., & Raath, M. A. (2005). Embryos of an Early Jurassic prosauropod dinosaur and their evolutionary significance. Science, 309(5735), 761-764.

 

 

Zhao, Q., Benton, M. J., Sullivan, C., Martin Sander, P., & Xu, X. (2013). Histology and postural change during the growth of the ceratopsian dinosaur Psittacosaurus lujiatunensis. Nature communications, 4(1), 1-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