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기낭의 진화- 새의 특이한 호흡기관-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4. 8. 07:31

 새만 가지고 있는 특징지으면 무엇이 있을까요? 깃털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새만의 독특한 신체구조가 있습니다. 바로 기낭이라는 기관입니다. 기낭은 공기를 저장하는 기관으로, 허파와 연결이 되어있는 오늘날 살아있는 동물 중에서는 몇몇 파충류와 새에게서 보이는 특징입니다.

 

(1). 새에게만 있는 특이한 구조 기낭

 호흡. 우리는 모두 호흡을 합니다. 우리뿐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호흡을 합니다. 생물의 호흡은 산소를 기반으로 합니다. 흡입된 산소는 체내에서 세포가 영양분을 분해할 때 재료로 사용됩니다. 산소와 만난 영양분은 산화 작용, 즉 산소와 결합하면서 분해되지요. 분해된 영양분은 생물이 살아갈 때 필요한 에너지로 사용이 됩니다. 그만큼 호흡은 생물이 살아갈 때 가장 필요한 것이지요.

 척추동물은 허파로 호흡을 합니다. 허파는 척추동물의 신체에서 크기가 가장 크면서 동시에 가장 가벼운 부위입니다. 호흡하면서 크기가 줄어들고 늘어나면서 산소를 흡입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척추동물 중에서 특이한 호흡기관을 가진 동물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새죠. 위에서 이야기했듯, 새는 기낭이란 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낭은 새가 흡입한 산소를 저장하는 일종의 공기주머니 역할을 합니다. 이 기낭은 다른 동물에서는 보이지 않는, 오직 새에서만 보이는 구조입니다.

 기낭은 크게 경추(목뼈) 기낭, 쇄골 기낭, 흉부 기낭, 복부 기낭이 1쌍씩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경추 기낭은 뼈의 질량을 감소하는 역할을 하며, 척추뼈의 추체 (척추뼈의 둥근 부분.)와 신경궁(신경이 지나가는 관이 있는 돌기), 등뼈의 앞부분과 거기를 이루는 늑골이 공기를 포함하도록 공기를 주입하는 역할을 합니다.  쇄골 기낭, 흉부 기낭, 복부 기낭은 허파를 통해서 공기가 주입 됩니다. 이 중에서 쇄골 기낭, 복부 기낭은 척추뼈에서 등뼈 뒤쪽, 천추골(골반 사이를 지나는 척추뼈), 꼬리뼈가 함기성 구조를 이루게 합니다. 이렇게 뼛속에 공기가 들어가면 뼈의 무게가 줄어들게 됩니다. 덕분에 새가 비행을 할 때 더 유리한 신체구조를 가질 수 있게 되지요. 동시에 높은 고지대를 비행하는 새들의 경우에는 산소를 저장할 수 있지요.  

 

새의 기낭구조.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ir_sac#cite_note-sereno08-2

새는 언제부터, 왜 이런 구조의 호흡기관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화석기록을 보면 새의 특이한 호흡기관인 기낭은 새뿐 아니라 공룡에서부터 보이는 구조라고 합니다.  비록 공룡의 기낭 그 자체는 남아있지 않더라도 공룡의 뼈에서 공룡이 흡입한 공기가 채워지는 함기성 구조가 있기에 공룡에게도 기낭이 있었으리라 추정할 수 있지요. 화석기록을 보면 뼈의 함기성 구조는 공룡뿐 아니라 공룡의 가까운 친척인 익룡, 심지어 원시적인 악어의 친척에서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떤 공룡에서 뼈의 함기성 구조가 관측되는 걸까요?

 

(2). 목 긴 공룡의 기낭 흔적

 예전에 목 긴 공룡에서 호흡기질환이 발견된 사례를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보러가기  예전 글에서 공룡 중에는 뼛속에 호흡한 공기를 집어넣는 함기성 구조 (Pneumatic)를 하고 있었다고 언급되었습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뼈에서 발견된 질환의 구조가 공룡의 호흡기 질환을 앓았던 흔적이 보이는 첫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낭은 여러 종류의 공룡, 그중에서 용반목에 속하는 공룡의 뼈에서 주로 발견되었습니다. 용반목이란 목이 긴 공룡, 그리고 육식공룡을 포함하는 분류군인데, 새 역시 용반목에 속합니다. 이런 함기성 구조는 주로 몸의 무게를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목 긴 공룡의 경우에는 뼈 내부가 공기로 차 있으면 목을 움직이기 더 유리합니다. 더 가볍기 때문이죠. 

 2013년에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지질학 및 고생물학 재단(Instituto Patagónico de Geología y Paleontología)의 루키오 M. 이비리쿠(Lucio M. Ibiricu)박사와 아르헨티나, 미국 연구진은 9천 9백만 년 전 즈음에 파타고니아에서 살았던 카테펜사우루스 고이코에카에아이(Katepensaurus goicoecheai)라는 목긴공룡과 그 공룡이 속한 분류군인 레바키사우루스과 (Rebbachisauridae)의 함기성 구조를 관측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공룡들은 목 뒤 신체, 정확히 말해서 등에서 꼬리를 따라 뼈에서 함기성 구조가 관측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레바키사우루스과에 속하는 공룡 중에서는 골반이 함기성 구조를 하고 있는 흔적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구조는 다른 목 긴 공룡애서는 쉽게 관측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이는 기낭의 길이 및 형태가 다른 목 긴 공룡과 달랐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연구진은 레바키사우루스과와 남미에 살았던 또 다른 목 긴 공룡인 살타사우루스아과(saltasaurine)의 함기성 구조가 다른 목긴 공룡과는 다르며, 두 분류군은 서로 비슷한 형태의 함기성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이 공룡들은 목 뒤로 꼬리뼈에까지 함기성 구조가 다른 목 긴 공룡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두 공룡은 쥐라기 시기에 주로 살았던 디플로도쿠스상과에 속한 공룡입니다. 다만 골격에서 보이는 함기성 구조는 오직 이 두 분류군에서만 보이는 특징이지요. 다른 친척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런 특이한 구조는 왜 생긴 걸까요?

 분류학적으로 두 분류는 거리가 있기에 이런 특징은 공통조상에서 물려받은 특징이 아니라 따로따로 독자적인 진화를 통해서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 이럴 땐 환경에 적응하느라 수렴진화한 가능성이 높은데, 이 두 공룡들은 주로 덥고 습한 기후에서 서식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기후에서는 움직일 때 체력소비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더운 여름철에 움직일 때를 생각해봅시다.)몸의 무게를 가볍게 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다른 목 긴 공룡보다 함기성 구조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결론 내렸습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이 두 공룡은  디플로도쿠스상과에 속하는 공룡 중에선 거의 최 후반부까지 살아남은 목 긴 공룡입니다.

 

레바키사우루스과(A)와 살타사우루스아과(B)의 함기성 구조를 토대로 재현한 기낭의 형태. 출처- Ibiricu et al (2013).

 

(3). 육식공룡에서 확인된 기낭의 흔적

 목 긴 공룡의 기낭구조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그러면 새와 가까운 육식 공룡은 어떨까요? 2009년에 아주 적절한 연구가 발표된 사례가 있습니다. 2009년에 미국 시카고대학교의 폴 세레뇨 교수와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의 연구진이 새로운 공룡을 보고하였습니다. 이 공룡은 8천 9백만 년 전 즈음에 살았던 공룡으로, 아르헨티나의 리오콜로라도라는 지역에 분포한 아나클레토층 (Anacketo Fm)이라는 지층에서 발견되었죠. 학자들은 이 공룡에게 그리스어로 공기를 뜻하는 아에로스 (Aeros)와 뼈를 뜻하는 (osteon)을 더해서 아에로스테온, 거기에 발견된 지역의 지명을 따와서 아에로스테온 리오콜로라덴시스 (Aerosteon riocoloradensis)라는 학명을 붙였습니다.

 

아에로스테온의 골격.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erosteon

 아에로스테온은 왜 기낭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될까요? 아에로스테온을 연구한 학자들은 이 공룡의 차골 (새와 공룡의 가슴에 위치한 V자 형태의 뼈. 가슴근육이 부착되어 있어 새가 날개짓을 할 수 있게 하는 뼈)과 장골 (골반을 이루는 뼈중 하나)이 함기성 구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오늘날 새를 살펴보면, 차골은 쇄골 인근에 있는 기낭, 장골은 복부 인근에 있는 기낭을 통해서 공기를 주입받습니다. 따라서 새와 비슷한 기낭을 아에로스테온 역시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요.

 

아에로스테온의 장골에서 보이는 함기성 구조. 출처- Sereno et al (2008).

 

(4). 기낭의 진화

 과연 기낭은 어떻게 진화하였을까요? 2006년에 유타대학교의 파르머 교수는 새의 기낭이 공룡이 두 발로 진화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공룡이 진화하면서 두발로 걸으면서 신체의 무게중심을 조절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특히나 머리가 클 경우에는 잘못하면 몸이 꼬꾸라지기 때문에 더더욱 몸의 무게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럴 땐 몸이 가벼울수록 무게중심을 잡기 더 유리합니다. 따라서 몸을 가볍게, 그리고 동시에 소형 육식공룡의 경우에는 비행기술을 발달시키면서 기낭을 발달시켰다는 것이죠. 파르머교수는 자신의 연구에서 여러 동물의 해부학적 구조에서 허파의 생김새 및 위치등 해부학적 특징을 지적하면서, 생물이 움직이기 위해서 몸의 중심을 맞추어야 하고, 공기를 저장하는 허파가 형태 및 구조가 여러 형태로 변형되면서 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에로스테온을 연구한 세레뇨 교수와 연구진은 이 주장에 반론을 하나 주장하였습니다. 공룡의 뼈를 살펴본 결과, 목이 길고 4발로 걸어 다니는 거대한 공룡에서는 함기성 구조의 뼈가 발달하였지만, 두 발로 걷는 초식공룡에서는 기낭의 흔적이 전무하다는 것이 그 근거였지요. 연구진은 그동안 발견되었던 화석기록을 토대로 기낭의 발달과정을 재구성하였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새의 기낭은 총 4단계에 걸쳐서 발달하였다고 합니다.

 

1.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들어서서 수각류 공룡의 목뼈 인근 기낭이 다른 공룡의 것보다 정교화되었다.

2. 쥐라기 후기에 접어들어서 육식공룡 중에서 일부가 통풍되는 기낭의 형태 진화-뻣뻣해지고 허파의 위쪽으로 부착-하였다.

3. 쥐라기가 거의 끝날 즈음에 육식공룡 중에서 새와 가까운 분류군에 속하는 공룡에서 늑골-흉골 인근에서 원시적인 펌프의 발달하였다.

4. 새와 가까운 분류에 속한 일부 육식공룡의 늑골-흉골 인근에서 발달한 펌프로 진화하였다.

여기에 더해서 연구진은 기낭의 발달과 관련해서 2가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1. 새의 단일방향의 기낭이 출현한 계기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골격과 단일, 혹은 쌍방향의 기낭과의 연관성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 새의 기낭은 3가지 이유 - 허파의 통풍, 몸의 이동에서 무게중심 잡기, 신체의 열 순환-로 인해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기낭은 하늘을 나는 새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구조입니다. 이런 중요한 구조를 발달시킨 진화의 과정은 참 신비롭게 보입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Farmer, C. G. (2006). On the origin of avian air sacs. Respiratory Physiology & Neurobiology, 154(1-2), 89-106.

 

Ibiricu, L. M., Lamanna, M. C., Martínez, R. D., Casal, G. A., Cerda, I. A., Martínez, G., & Salgado, L. (2017). A novel form of postcranial skeletal pneumaticity in a sauropod dinosaur: Implications for the paleobiology of Rebbachisauridae.

 

Sereno, P. C., Martinez, R. N., Wilson, J. A., Varricchio, D. J., Alcober, O. A., & Larsson, H. C. (2008). Evidence for avian intrathoracic air sacs in a new predatory dinosaur from Argentina. PLoS one, 3(9), e3303.

 

Zurriaguz, V. L., & Cerda, I. A. (2017). Caudal pneumaticity in derived titanosaurs (Dinosauria: Sauropoda). Cretaceous Research, 73, 14-2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