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공룡의 피부 (1). 공룡의 피부에 대한 몇가지 이야기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1. 26. 07:01

 공룡은 비늘이 있었을까요? 아니면 깃털이 있었을까요? 이렇게 물으면 아마 대부분의 대중들은 모르겠다, 아니면 비늘! 아니면 깃털! 이렇게 하나만 골라서 이야기 할 겁니다. 왜냐하면 비늘이랑 깃털은 각각 파충류의 상징, 그리고 새의 상징과 같은 존재이니까요. 정답을 이야기하자면, 공룡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룡이라는 큰 틀 안에서 보면 둘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공룡의 피부를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요? 공룡의 피부 자체는 썩어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피부가  진흙등에 찍혔을 경우 비늘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피부가 운이 좋게 바싹 말라서 보존될 수도 있지요. 이번 글에서는 공룡의 피부에 대해서 몇 가지 연구된 사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뿔 달린 황소의 피부

 카르노타우루스는 앞발이 매우 짧고 작은 아밸리사우루스과라는 분류군에 속하는 공룡입니다. 이 공룡은 특이하게 머리 위에 1쌍의 뿔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뿔의 정확한 용도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카르노타우루스의 모습.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arnotaurus_DB_2_white_background.jpg

  뿔에 대한 이야기는 언젠가 다루기로 하고, 피부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카르노타우루스의 피부는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을까요?

 

(1). 카르노타우루스의 머리

 먼저 머리 부분의 경우, 직접적으로 피부가 보존된 표본은 없습니다. 1985년에 피부가 보존된 것으로 추정되는 표본이 보고된 바 있으나, 현재는 유실된 상황이라고 합니다. 다만 2018년에 브라질 캄피나스 대학교의 라파엘 델코르트 박사는 카르노타우루스와 다른 친척 공룡들의 두개골을 조사한 연구에서 이들의 얼굴 표면에 상피조직 (Epidermal structures )을 갖추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무슨 뜻이냐면, 공룡의 맨 겉 피부는 단단한 피부조직이 감싸고 있는 형태였을 것이란 뜻이죠. 거기에 더해서 연구진은 기존에 발견되었던 카르노타우루스의 두개골 화석 중에서 특이한 것을 한가지 발견하였습니다. 1996년에 나온 어느 책에서 카르노타우루스의 코와 윗 주둥이 부분을 검은색 구조가 덮은 모습이 있는 것이었는데, 이는 다른 화석을 덮고 있는 주변부 암석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다른 색입니다. 주변부 암석은 더 밝은색이었기 때문이죠. 비록 자세하게 조사한 것은 아니었기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카르노타우루스의 피부를 연구한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토퍼 헨드릭스 박사와 미국 뉴잉글랜드 대학교의 필 벨 교수는 어쩌면 카르노타우루스의 위 주둥이 부분이 각질조직 (cornified tissues)으로 덮여있지 않았을까 추정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카르노타우루스(위)와 친척 공룡 피크노네모사우루스(아래)의 모습. 출처-Delcourt (2018).
검은색 구조가 보존된 카르노타우루스의 두개골. 출처- Bonaparte (1996).

 

  2021년에 발표된 헨드릭스 박사와 필 벨 교수의 공동 연구에서 카르노타우루스의 피부 화석에 대한 내용이 나왔습니다. 아르헨티나에 분포하는 대략 7천2백만 년 전에서 6천 6백만 년 전 즈음의 라 콜로니아 층(La Colonia Formation)이란 지층에서 발견된 이 피부 화석은 어깨, 복부, 꼬리, 그리고 어쩌면 목이랑 가까운 부분에 있던 피부가 남은 것인데, 이 공룡의 피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자료라 할 수 있습니다.

카르노타우루스의 피부 화석. 출처- Hendrickx & Bell (2021).

 발견된 카르노타우루스의 비늘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2). 카르노타우루스의 복부

카르노타우루스의 복부를 이루는 비늘은 2 파트가 발견되었습니다. 늑골 근처에서 발견된 비늘은 각각 10cm 이내의 매우 작은 크기로 지름이 직경 52-58mm 수준의 작은 크기의 비늘이었습니다. 비늘의 형태는 정확히 보존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부분의 비늘은 길이가 너비보다 더 긴 직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3). 카르노타우루스의 어깨

어깨를 이루는 비늘은 1파트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부위의 비늘은 직경 65mm에 20mm 정도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비록 보존된 상태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직사각형에 가까운 복부의 비늘과는 달리 다각형, 정확히는 다이아몬드에서 육각형에 가까운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4). 카르노타우루스의 꼬리

마지막으로 꼬리는 2개의 파트로 발견되었습니다. 비늘이 가장 잘 보존된 부분이 꼬리이기도 하였죠. 이 부분의 경우, 비늘의 형태가 매우 다양하며, 동시에 주름져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합니다.

 

(5). 비늘의 용도

 여러 형태의 카르노타우루스의 비늘. 어떤 특별한 용도가 있었을까요? 연구진은 이 비늘에 체온조절 기능이 있었으리라 주장하였습니다. 특히 꼬리 부분에 경우, 오늘날 도마뱀이나 코끼리가 체온 조절을 할 때 피부를 사용 (더울 때 물속에 들어가서 주름이 펴지면 그 틈으로 물을 흡수하여 몸의 열을 식히는 물을 가두는 방식)하는데, 연구진은 이 공룡의 주름진 피부 역시 비슷한 기능을 하였으리라 주장하였습니다.

 

카르노타우루스의 꼬리 비늘. 출처-Hendrickx & Bell (2021).

 

2. 티라노사우루스의 깃털... 이 아니라 비늘!

(1). 비늘이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요즘은 잘 안 보이지만 과거에 티라노사우루스 관련해서 한가지 그림이 돌아다녔습니다. 바로 티라노사우루스가 온몸이 깃털로 덮여있다는 것이지요.

티라노사우루스의 복원도라고 알려진 사진.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출처-https://www.fmkorea.com/2866034927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티라노사우루스의 피부 화석이 직접적으로 발견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죠. 2017년에 발표된 이 연구는 2002년에 발견된 비늘이 보존된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이 개체는 블랙 힐스 인스티튜드 (Black Hills Institute)라는 곳에서 와이렉스 (Wyrex)라는 별칭을 붙은 표본이었습니다. 와이렉스의 목과 골반, 꼬리의 비늘이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미국 텍사스의 휴스턴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된 와이렉스의 모습.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Wyrex_Tryannosaurus_rex.jpg

 티라노사우루스의 피부 형태는 매우 다양하였습니다. 길게 늘어진 형태에서 타원형, 직사각형에 가까운 형태, 삼각형에서 육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었죠. 반면에 꼬리를 이루는 비늘은 사다리꼴에서 삼각형에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비늘의 면적은 대략 50밀리 제곱미터 정도의 작은 비늘들이 조밀하게 이루어져 있는 형태였습니다.

 

 이 발견이 티라노사우루스의 깃털 존재를 부정하는 것일까요? 연구진은 이 결과가 최소한 어린 티라노사우루스에게 깃털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온몸이 깃털로 덮여있는 새에 가까운 모습이었을 가능성은 아니었을 것으로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신체의 피부 일부분만 보존되었기 때문이죠. 따라서 전신의 정확한 모습은 아직 명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온몸이 깃털로 수북한 모습은 아니었을것으로 볼 수는 있습니다. 연구진은 아마 깃털이 있었다면 등쪽에만 일부 있었으리라고 추정하였습니다.

 

(2). 티라노사우루스의 깃털 진화

 연구진은 기존에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의 친척 공룡들의 사례를 종합하면서 티라노사우루스의 진화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살기 훨씬 오래전인 1억 3천 9백만 년에서 1억 2천 8백만 년 전에 중국에서 살았던 작은 크기의 친척인 딜롱의 경우는 깃털의 흔적이 온전히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후대에 나타난 티라노사우루스나 다른 친척 공룡에서는 깃털의 흔적이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북미에서 발견된 알베르토사우루스, 고르고사우루스, 몽골에서 발견된 타르보사우루스 등 크기가 거대해진 티라노사우루스의 친척들 역시 깃털의 흔적이 발견된 사례가 없었죠.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의 친척 중에서 깃털이 발견된 사례는 추운 지대에서 살았던 유티란누스뿐이었습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류는 작고 깃털이 있는 형태에서 몸이 커지고 깃털이 사라지는 형태로 진화하였다고 추정하였습니다.

 

딜롱.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Dilong_paradoxus_scratching_the_head_01.JPG

 

유티란누스.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Yutyrannus_huali.png

 

 왜 이런 식으로 진화하였을까요?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류의 거대화와 연관 지어서 깃털의 부재를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초기에는 작은 몸집의 공룡이었다가 후에 들어서서 거대한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깃털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죠. 티라노사우루스류는 초기에는 다른 육식공룡에 밀려 생태계에서 지배적인 존재에 위치하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백악기 중기~후기에 접어들어서 티라노사우루스류가 지배적인 위치에 들어설 수 있게 되자, 몸집이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류가 등장하였습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몸집이 거대해지면서 깃털을 잃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몸집이 크면 클수록 열을 방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털이나 깃털을 잃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오늘날 쥐와 코끼리가 같은 포유류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쥐는 털이 풍성하지만 코끼리는 털이 거의 부재한 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코끼리와 쥐. 둘다  똑같은 포유류이지만 코끼리는 큰 덩치 때문에 열을 방출하기 어려워 털이 거의 없는 반면 쥐는 털이 매우 풍성하다.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gudi3101/401930619 (코끼리), https://www.flickr.com/photos/e3000/99284256 (쥐).

 이렇듯, 비늘의 화석은 보존되기 쉬운 편은 아니지만, 운 좋게 남아있는 비늘의 형태를 통해서 우리는 과거 생물들의 생활사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화석을 연구하는 재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공룡의 비늘이 발견된 사례가 없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진주시에서 공룡 발자국에 비늘이 남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도 비늘의 화석이 남은 사례가 더 있습니다. 그 사례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연구 출처-

 

Bell, P. R., Campione, N. E., Persons IV, W. S., Currie, P. J., Larson, P. L., Tanke, D. H., & Bakker, R. T. (2017). Tyrannosauroid integument reveals conflicting patterns of gigantism and feather evolution. Biology letters, 13(6), 20170092.

 

Bonaparte, J.F., 1996, Dinosaurios de America del Sur. Buenos Aires.

 

Cerroni, M. A., Canale, J. I., & Novas, F. E. (2021). The skull of Carnotaurus sastrei Bonaparte 1985 revisited: insights from craniofacial bones, palate and lower jaw. Historical Biology, 33(10), 2444-2485.

 

Delcourt, R. (2018). Ceratosaur palaeobiology: new insights on evolution and ecology of the southern rulers. Scientific reports, 8(1), 1-12.

 

Hendrickx, C., & Bell, P. R. (2021). The scaly skin of the abelisaurid Carnotaurus sastrei (Theropoda: Ceratosauria) from the Upper Cretaceous of Patagonia. Cretaceous Research, 128, 104994.

 

Hendrickx, C., Bell, P. R., Pittman, M., Milner, A. R., Cuesta, E., O'Connor, J., ... & Delcourt, R. (2022). Morphology and distribution of scales, dermal ossifications, and other non‐feather integumentary structures in non‐avialan theropod dinosaurs. Biological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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