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초록땅이 초록색이던 시절 공룡의 흔적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11. 22. 07:14

 그린란드. 현재 덴마크령인 이곳은 초록땅이라는 명칭과는 달리 매우 추운 지역입니다. 극지방이니까요. 그런데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구의 기온이 항상 변해왔던 것처럼 극지방 역시 시대에 따라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었죠. 지금은 엄청 추운 지역이지만, 과거 공룡이 살던 시절에 극지방은 따뜻한 기후였습니다. 

 

1. 공룡시대 초기 그린란드의 상황

 아마 대부분의 독자분은 판게아 대륙, 혹은 초대륙이란 말을 '어딘가에선' 들어보셨을 겁니다. 모든 대륙이 하나로 뭉쳐서 하나의 거대한 대륙을 이루던 시절이 있었죠. 이 대륙을 초대륙, 혹은 판게아라고 합니다. 공룡이 나타나기 시작한 트라이아스기 시기에 지구의 모든 땅은 하나로 합쳐진 판게아였습니다. 즉, 육지에 사는 동물들이 모두 '갈 수만 있으면' 전 세계 여기저기로 뻗어 나갈 수 있었던 시절이었죠. 그러다가 공룡이 출현하는  시기 즈음인 2억 3천만 년 전 즈음부터 판게아가 조금씩 갈라졌습니다. 본래 하나였던 대륙이 서서히 남북으로 갈라지기 시작하였죠 (여기서 북쪽은 후에 로라시아 대륙으로 불리며, 남쪽은 곤드와나 대륙으로 불립니다.).

2억 년 전 즈음의 판게아 대륙의 모습.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Pangaea

언뜻 보면 그냥 땅이 갈라졌나보다 할수 있겠지만, 사실 이렇게 땅이 갈라지던 시기에 세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린란드 동쪽에 있는 제임슨 랜드 분지 (Jameson Land Basin)에서 나온 결과를 보면 이 시기 그린란드에 엄청난 기후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본래 건조한 기후에서 습한 기후로 변화하였다는 것이었죠. 왜 이런 결과가 나왔냐면.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때문입니다. 트라이아스기 후기 당시 제임슨 랜드 분지의 플레밍 피오르 층군(fleming fjord group)에 분포하고 있는 고토양(Paleosol)등을 분석하여서 당시 이산화탄소의 흔적을 추적한 결과, 2억 1천 5백만 년 전에는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그런데 2억 1천 5백만 년 전을 전후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급감하였지요. 이산화탄소의 변화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알수 없지만, 이 시기에 이산화탄소가 전 지구적으로 급격히 급감하였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 변화 결과, 지구의 기후가 건조한 기후에서 점차 습해지는 기후로 바뀌었습니다. 본래 이산화탄소가 높았던 시절에는 지구에 높은 수준의 지구온난화가 일어나 수분이 증발하면서 지구가 전반적으로 건조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가 급감하면서 점점 증발하는 수분이 줄어들게 되었고, 그 결과 습한 기후가 형성되었습니다. 특히 그린란드 지역은 매우 습해져서 공룡들이 먹이를 찾으려 이주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린란드에서 발견된 여러 원시적인 목 긴 공룡의 뼈 화석과 발자국 화석이 그것을 보여주지요. 본래 목 긴 공룡들은 주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지역에서 발견되었는데, 2억 1천 5백만 년 이후에 그린란드 지층에서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이들이 먼거리를 이주하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2. 이씨? 왜 화를 내!

 2021년 11월 3일에 새로운 목 긴 공룡이 보고되었습니다. 이 공룡의 화석은 1994년에 하버드 대학교 팀에서 그린란드 탐사중에 발견되었지요.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그린란드로 대 이주를 하였던 공룡의 후손으로, 원시적인 목 긴 공룡이었지요. 이 공룡을 연구하였던 리스본 노바 대학교(Universidade Nova de Lisboa)의 빅토르 베카리(Victor Beccari)교수와 독일, 덴마크 공동 연구진은 그린란드어로 '차가운'이라는 뜻의 이시(Issi)와 '뼈'를 뜻하는 사아네크(saaneq)라는 단어를 붙여서 차가운 뼈라는 뜻의 이시 사아네크 (Issi saaneq)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이시의 두개골. 출처-Beccari et al (2021).

 비록 머리뼈만 발견되었지만, 이시의 발견은 한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본래 2억 2천만 년 전 즈음에 살았던 원시적인 목 긴 공룡들은 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등 남미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시는 남미에서 발견되는 원시적인 목 긴 공룡이 그린란드에서 최초로 발견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존에 그린란드에서 원시적인 목 긴 공룡의 발자국이 발견된 사례는 있었습니다만, 직접적인 뼈 화석이 발견된 것은 이시가 최초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앞에서 이야기하였던 전 지구적 기후 변화로 인해서 일어난 공룡의 대이주의 증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매우 추운 지역이지만 과거엔 공룡이 살기 매우 좋은 습한 지였이였다는 점을 이시와 다른 공룡의 화석을 통해서 알수 있지요.

그린란드에서 발견된 원시적인 목 긴 공룡의 발자국. 출처-Lallensack et al (2017).
이시의 머리 복원 모습. 출처-Beccari et al (2021).

연구 출처-

 

https://www.smithsonianmag.com/smart-news/climate-change-may-have-aided-herbivores-journey-south-america-greenland-180977120/

 

Beccari, V., Mateus, O., Wings, O., Milàn, J., & Clemmensen, L. B. (2021). Issi saaneq gen. et sp. nov.—A New Sauropodomorph Dinosaur from the Late Triassic (Norian) of Jameson Land, Central East Greenland. Diversity, 13(11), 561.

 

Lallensack, J. N., Klein, H., Milàn, J., Wings, O., Mateus, O., & Clemmensen, L. B. (2017). Sauropodomorph dinosaur trackways from the Fleming Fjord Formation of East Greenland: evidence for Late Triassic sauropods. Acta Palaeontologica Polonica, 62(4), 833-843.

 

Kent, D. V., & Clemmensen, L. B. (2021). Northward dispersal of dinosaurs from Gondwana to Greenland at the mid-Norian (215–212 Ma, Late Triassic) dip in atmospheric pCO2.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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