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실제와는 전혀 다른 그대
영화 쥐라기공원 시리즈에서는 많은 공룡이 나오나, 아마 그중에서 관객들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공룡을 뽑으라면 티라노사우루스, 그리고 벨로키랍토르를 뽑을 것이다. 날렵한 신체와 매서운 눈, 강력한 발톱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날카로운 인상과 카리스마를 남겼다. 심지어 쥬라기월드에서는 인간과 캐미를 나누는등 공룡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멋지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 인상을 남긴 슈퍼스타이다.
그런데 실제 벨로키랍토르는... 아마 영화에서의 모습을 기대한 사람은 엄청나게 실망할 것이다. 실제 벨로키랍토르와 영화속의 벨로키랍토르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달랐다. 실제 벨로키랍토르는 영화에서 나온것처럼 사람만 한 크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작은, 거위만 한 크기의 공룡이었다. 또한 정글에서 살법한 모습과는 달리 실제로는 사막에서 살았던 공룡이었다. 심지어 직접적으로 무리 생활을 하였다고 볼 뚜렷한 근거도 없다.
시체청소부?!
그런데 2010년, 그리고 2012년에는 좀 충격적인(?)연구가 발표되었다. 벨로키랍토르가 시체청소부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8월에 중국 척추 고생물 및 고인류 재단의 데이비드 홈 박사와 연구진은 내몽골의 바얀 만다후(Bayan Mandahu)라는 지역에서 벨로키랍토르와 공존하였던 뿔공룡 프로토케라톱스의 뼈화석 일부와 벨로키랍토르의 이빨 한개가 발견되었다. 프로토케라톱스의 뼈에는 이빨 자국이 여럿 존재하였고 벨로키랍토르가 프로토케라톱스의 시체를 먹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벨로키랍토르의 이빨이 약하고, 뼈를 먹지는 않기에 프로토케라톱스를 사냥하였을 경우 풍부한 살점을 먹기에 뼈에 이빨 자국이 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프로토케라톱스의 뼈에 벨로키랍토르의 이빨자국이 있고, 그 옆에 이빨까지 떨어진 것은 벨로키랍토르가 살점이 별로 남아있지 않은 시체를 먹어서 생긴 흔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죽, 벨로키랍토르가 직접 사냥한 것이 아닌 죽은 시체를 먹었다는 것이다.
2012년 보고된 연구에 의하면 어린 벨로키랍토르의 복부에서 익룡의 뼈가 일부 발견되었다. 이는 벨로키랍토르가 뼈를 삼켰다는 뜻이다. 보통 벨로키랍토르는 뼈를 씹은 흔적이 있어도, 뼈를 삼키는 경우는 이전에 발견된 적이 없었다. 뱃속에서 발견된 익룡은 벨로키랍토르보다는 체중이 더 나간다. 따라서 사냥을 한 것이었다면 분명 벨로키랍토르는 익룡의 살코기만으로도 배를 채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뼈를 통째로 삼켰다는 것은 익룡의 시체가 이미 상당수 썩어서 먹을것이 거의 없어서 뼈를 먹었다는 뜻이다. 이는 벨로키랍토르가 사냥을 한 것이 아닌 시체를 먹었던 것으로 해석이 되었다.
사냥꾼 벨로키랍토르
그렇다면 벨로키랍토르는 정말로 스캐빈저 였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였을듯 한데, 최근에 이를 뒤집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의 J.로건 킹 박사와 연구진들은 벨로키랍토르의 두개골에서 뇌를 복원하였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머리뼈를 CT로 스캔해서 형태를 본뜬 뒤에 뇌가 들어 있는 공간인 뇌실(braincase)의 형태를 통해서 두뇌의 형태를 복원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복원한 두뇌에서 뇌의 뒷부분 후뇌(hindbrain)를 주목하였다. 후뇌에는 연수와 소뇌가 보존되어 있었는데, 소뇌는 편엽이라고 하는 엽(lobe)을 포함하고 있었다. 편엽은 생물이 움직일 때 시각이 똑바로 뇌에 전달하는 역할과 몸과 머리가 중심을 잡을 수 있는(새는 두뇌에서 매우 큰 편엽이 있으며, 이를 통해서 몸의 중심을 잡는다) 역할을 한다. 즉, 벨로키랍토르는 시력이 좋았고, 움직이면서 몸과 머리의 중심을 조절해서 안정 시키는 것이 매우 뛰어났다는 뜻이다.
또한 연구진은 뇌뿐 아니라 뇌와 연결되어 있는 골미로(endosseous labyrinth)라는 부위를 복원하였다. 골미로는 귓속의 반고리관을 포함하는 관이다. 이 관을 통해서 연구진은 벨로키랍토르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음파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벨로키랍토르는 2368Hz에서 최대 3965Hz까지 들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현대에 살고 있는 까마귀나 아프리카 펭귄과 비슷한 수치이다. 즉, 벨로키랍토르는 보는 것도 잘 보고 듣는 것도 잘 들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보는 것과 듣는 것은 사냥꾼에게 중요한 감각이기에 연구진은 벨로키랍토르가 사냥꾼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 시체를 먹었던 것으로 판단되는 흔적은 무엇일까. 연구진은 벨로키랍토르에게 시체를 먹는 것도 식성의 일부를 차지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사실 현대 육식동물(사자나 호랑이, 늑대 같은)의 경우도 사냥을 적극적으로 하지만 그렇다고 시체를 먹는 일이 전혀 없지는 않기에 벨로키랍토르 역시 그러했을 가능성이 높다. 적극적인 사냥꾼이지만, 동시에(특히 어리거나 부상당한 개체일 경우) 쉬운 먹잇감인 시체를 먹기도 하였을 것이다.
간단요약
(1). 벨로키랍토르가 시체를 먹었더 흔적이 있다.
(2). 그러나 벨로키랍토르는 시각과 청각이 매우 발달하여 적극적인 사냥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3). 그래도 오늘날 육식동물들처럼 벨로키랍토르는 사냥을 하기 어려울 경우 죽은 시체를 먹기도 하였다.
연구 출처-
King, J. L., Sipla, J. S., Georgi, J. A., Balanoff, A. M., & Neenan, J. M. The endocranium and trophic ecology of Velociraptor mongoliensis. Journal of Anatomy.
Hone, D., Choiniere, J., Sullivan, C., Xing, X., Pittman, M. and Tan, Q. (2010) New evidence for a trophic relationship between the dinosaurs Velociraptor and Protoceratops. 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 291, 488–492.
Hone, D., Tsuihiji, T., Watabe, M. and Tsogtbaatr, K. (2012) Pterosaurs as a food source for small dromaeosaurs. 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 331–332, 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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