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포유류

스밀로돈의 이갈이와 송곳니 - 왜 이빨은 천천히 자랐을까 -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4. 6. 1. 05:56

 스밀로돈, 흔히 검치호라고 불리는 이 동물은 매우 멋진 동물입니다. 입 밖으로 길게 튀어나온 이 이빨은 그 용도에 대해서 여러 가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현재 살아있는 대형 육식동물에서는 보이지 않는 특징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용도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이 동물의 송곳니가 매우 길게 튀어나와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길게 튀어나와 있으면... 혹시 충격을 받을 경우 부러질 가능성이 있지는 않을까요? 더군다나 포유류라면 이 송곳니가 다시 자라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포유류는 어릴 때 있던 젖니가 빠진 이후에 난 이후에 평생 다시 자라지 않는 영구치로 생활을 합니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그러면 스밀로돈의 이 송곳니가 혹시 부러지기라도 하면 아마 영영 이 송곳니가 다시 자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동물들은 어떻게 이 송곳니를 가지고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요? 과연 이 송곳니에는 어떤 식으로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서 부러지는 위험을 견딜 수 있었을까요? 특히나 아직 사냥이 익숙하지 않은 어린 시절에 혹여라도 이 송곳니가 부러지면 이후에 매우 곤란하였을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동물의 이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코펜하겐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중인 스밀로돈의 두개골.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milodon

 

(1). 스밀로돈의 성장과 이갈이 시기

 2015년에 스밀로돈의 송곳니 성장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미국 클렘슨 대학교( Clemson University)와 뉴욕 주립 박물관, 뉴욕 자연사 박물관과 신경줄기세포 연구기관( Neural Stem Cell Institute)의 공동 연구진은 스밀로돈의 위턱에 있는 송곳니의 성장을 관찰하였습니다. 이빨을 산소 동위원소 분석 방법으로 분석하여서 이빨의 법랑질 길이를 측정한 것이죠. 법랑질이란 이빨의 가장 겉 부분을 이루는 조직으로 이빨의 길이를 결정짓는 조직입니다. 연구진은 송곳니와 다른 이빨을 비교하면서 성장 과정에서 이빨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를 관찰하였습니다.

스밀로돈 송곳니 구조. B의 갈색 부분이 법랑질, C는 송곳니의 단면. 출처- Wysocki et al (2015)

 

 관찰 결과, 스밀로돈의 유치는 생후 4개월~7개월에 낫다고 합니다. 긴 송곳니 유치는 좀 더 나중인 생후 11.5개월에서 18개월에 낫지요. 그리고 생후 9개월에서 14개월 때 위, 아래턱의 앞니에서 이갈이를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아래턱 송곳니는 생후 14개월에서 22개월 이후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이빨이 이갈이를 끝난 이후에도 스밀로돈의 위턱에 있는 긴 송곳니는 생후 16개월에서 25개월 이후에까지 성장이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즉, 저 긴 송곳니는 턱에서 자라난 이후, 그리고 다른 이빨이 빠지고 난 이후에도 길이가 계속 길어졌던 것입니다. 그러면 저 긴 송곳니는 언제 빠졌을까요? 연구진이 얻는 데이터에 따르면 저 긴 송곳니는 생후 34개월에서 41개월이 지나고 난 이후에야 빠졌다고 합니다. 즉, 다른 이빨이 이갈이를 끝내고도 한참 이후에야 긴 송곳니를 영구치로 바꾸었던 것입니다.

 왜 이런 시간 차가 있는 걸까요? 왜 스밀로돈의 긴 송곳니는 성장도 느리고 또 이갈이도 훨씬 나중에 진행되었을까요? 그에 대해서 최근에 한 가지 재미있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바로 이 느리게 성장하는 이빨이 용도가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2). 스밀로돈 송곳니의 숨은 비밀

 스밀로돈이 다른 고양잇과 동물과 차이가 있다면 송곳니입니다. 이 이빨은 매우 길게 튀어나와 있죠. 그런데 혹시 이런 궁금증이 들지는 않으셨나요? '저렇게 긴 송곳니를 가지고 있으면 혹, 잘못해서 부러지는 일이 있지는 않을까?' 지금 사람도 음식 잘못 먹거나 아니면 뭔가에 세게 맞거나 해서 이빨이 파손되거나 아예 빠지는 일이 생깁니다 (이럴 땐 빠진 이빨을 우유나 식염수에 담은 채로 빨리 치과에 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빨을 사람보다 더 험하게 사용하였을 스밀로돈의 저 송곳니는 부러지는 일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었을까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송곳니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에 잘 버틸 수 있었다고 합니다. 2024년 4월에 미국 버클리 대학교의 잭 쳉(Jack Tseng)박사는 총 3개의 스밀로돈의 이빨을 조사하였습니다. 3D 스캔으로 이 동물의 이빨을 조사하였습니다. 이 송곳니에 충격이 가해지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였지요. 그 결과, 저 느리게 성장하고 이갈이를 한 긴 송곳니가 다름 아닌 일종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쳉 박사는 스밀로돈의 두개골3개를 3D로 스캔해서 컴퓨터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그 후 송곳니에 여러 방향으로 힘을 가해 어느 방향에서 힘이 가해지는 것에 이빨이 가장 취약한지 실험해 보았죠. 실험 결과, 스밀로돈의 송곳니는 측면에서 힘이 가해지면 버티기 어렵고 부러지기 쉬운 구조라고 합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송곳니를 사용하다가 잘못해서 이빨이 부러질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빨을 이용해서 사냥하는 동물에게 있어서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겠죠.

그런데 만약에 이빨의 너비가 더 길어진다면 어떨까요? 똑같은 힘이 가해져도 이빨의 너비가 더 길 경우에는 측면에서 가해지는 힘에 더 잘 버틸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용도로 사용되기 위해서 스밀로돈의 송곳니는 매우 느린 속도로 자라났을 것입니다. 천천히 자라나는 영구치가 일종의 버팀목이 되는 것이죠. 매우 천천히 자라는 영구치는 어린 스밀로돈이 사냥기술을 충분히 익히기 전까지는 이빨이 부러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면서 스밀로돈이 사냥기술을 배우는 시간을 벌어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린 스밀로돈이 자라서 사냥 기술을 충분히 익힐때가 오면 마침내 송곳니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로 대체 되었습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쳉 박사는 스밀로돈뿐 아니라 검치를 가진 다른 육식동물들 역시 비슷한 특징을 발달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스밀로돈은 매우 매력적인 고생물입니다.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매우 긴 송곳니는 오늘날 살아있는 고양잇과 동물에서는 보이지 않는 특징이지요. 이 이빨을 매우 늦은 시기에 갈았다는 점, 그리고 그 이유가 사냥기술을 충분히 익힐 때까지 이빨이 부러지지 않도록 일종의 버팀목이 되었다는 것. 매우 신기한 특징입니다. 이 동물은 대략 250만 년 전에 등장해서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1만 년 전까지 생존한 매우 성공적인 동물이었습니다. 이 매력적인 동물에 대해서 추후 어떤 연구가 발표될지 기대됩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news.berkeley.edu/2024/04/30/the-double-fanged-adolescence-of-saber-toothed-cats/

(Berkeley News: The double-fanged adolescence of saber-toothed cats)

 

Tseng, Z. J. (2024). Bending performance changes during prolonged canine eruption in saber‐toothed carnivores: A case study of Smilodon fatalis. The Anatomical Record.

 

Wysocki, M. A., Feranec, R. S., Tseng, Z. J., & Bjornsson, C. S. (2015). Using a novel absolute ontogenetic age determination technique to calculate the timing of tooth eruption in the saber-toothed cat, Smilodon fatalis. PLoS One, 10(7), e0129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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